초등학교 1학년 통지표와 2학년 통지표의 통신란 때문에 지금까지도 오빠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안타깝게도 2학년 통지표가 안 보여 1학년 통지표만 공개해본다.

<행동발달사항>
1학기 : 이기적이나 친구와 잘 지냄
2학기 : 용모단정하며 자기 할 일을 잘 처리함.

<특별활동상황>
1학기 : 차츰 발전하나 성실성이 부족함.
2학기 : 활동적이고 의욕적임.

<통신란>
1학기 : 매우 영리하고 학업성적도 좋으나, 어린이답지 않은 신경질을 가끔 부리며, 얼굴을 잘 찌푸립니다. 가정에서의 정서 지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학기 : 항상 용의 단정하고 명랑하나 가끔 짜증스러운 표정을 잘 지으며 친구와 잘 놀다가도 약간의 언쟁을 합니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선생님의 혹평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늦둥이 고명딸로 오냐 오냐 자라서 이기적이었을 뿐 아니라
지는 걸 싫어해 작은 일로도 말싸움해서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그나마 궁색한 핑계를 찾을 수 있는 건 특별활동.
하늘처럼 까마득한 6학년 언니 오빠 뒤에 꼼짝도 못 하고 서 있는 게 지루할 법도 한데
유일한 1학년 선도반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꽤 열심히 했다.
그런데 딱 한 번 선도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 오빠의 꼬임에 넘어가 교문을 타고 놀다가,
하필 담임 선생님에게 걸린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불성실하다고 낙인찍힐 일은 그거 밖에 없는 듯 하다. 조금 억울. ^^;;

뒤늦게나마 선생님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것도 있다.
부모님은 새벽장사를 나가고, 터울 많은 오빠들은 자기들끼리 아침 일찍 휘잉 나가버리고,
자기 할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나 혼자 옷 입고, 준비물을 챙기고, 숙제를 했다.
1학년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열심히 뛰어놀 줄 알면 그만이라는 담임 선생님 신조에 따라
방학숙제 외에는 숙제가 없었고, 준비물이라고 해봤자 음악 시간과 미술 시간 준비물 정도였지만,
선생님의 복장 단속이나 손톱 단속에 한 번도 안 걸리고, 준비물 빼먹은 적 없는 게
나로선 큰 자랑이었고, 은밀한 자부심이었다.
서정희 선생님을 천사라고 여기며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하고 따르며 잘 보이고 싶어 용을 썼던
그 시절의 내가 지금도 대견스럽게 여겨진다면 우스울까.


댓글(14) 먼댓글(2)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오늘의 태그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7-12-07 13:22 
    오늘의 태그에 한 번도 참여는 못 했지만, 진행상황은 재미나게 보는 편이다. (쓰고 싶은 페이퍼와 리뷰도 밀렸는데 이벤트 참여까지는 역부족. 흑흑) 오늘도 어김없이 올라온 태그에 참여글 보기를 눌렀더니, 어마낫, 내 글이 나온다. 서재 2.0 개편 후 이래저래 테스트해본다고 예전 글도 수정하여 몇 개 태그를 남긴 적이 있는데, 작년 2월에 올린 글도 그 중 하나였나 보다. 그런데 자화자찬 모드는 아니지만 다시 읽어봐도 재미난 페이퍼다. 친구에
  2. 첫번째 성적표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8-07-30 09:27 
    당연한 얘기지만 일단은 좋은 이야기만 잔뜩 있다. 감동한 대목은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우리들은 1학년 등 과목별 의견은 물론, 창의적 재량활동, 특별활동, 봉사활동에 대한 의견까지 아이에 맞게 다 다르게 쓰셨다는 것. (같은 반 엄마들끼리 성적표를 돌려봤기 때문에 알게 됨) 하이라이트는 종합의견.  
 
 
2006-02-28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6-02-2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굉장히 적나라하게 쓰셨네요.. ^^

세실 2006-02-2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직도 생활통지표를 보관하고 계시는군요~~ 제껀 어디에 있을까요?
점점 좋아진 조선인님~~ 1학년 2학기는 넘 완벽하네요. 언쟁이란 표현을 쓸 정도면 그때부터 논리적이셨나봐요.

2006-02-28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2-2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직 그걸 갖고계시네요. 저도 뭔가 고민스러운표정의 아이였던 것 같은데요. 아무튼 조선인님 강단있는 성격이 잘 보이는 것 같아요^^

털짱 2006-02-2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등학교 통지표를 들쳐봐야겠어요.^^

아영엄마 2006-02-2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정말 아직도 갖고 계시는군요.@@ 우리 애들꺼는 학실히~ 보관해서 물려줘야지..^^

Mephistopheles 2006-02-2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없어져 버렸을 가능성이 높군요..어머니의 치마바람 덕인지..
다쁜말은 안써있던 기억이 나네요..^^

책읽는나무 2006-02-2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어릴적부터 범상치 않은~~^^;;

저도 님과 중복되는 단어가 보여요!
이기적이라는 단어요..ㅡ.ㅡ;;
전 초등 3학년때 담임샘이 그렇게 적으셨더라구요. 4학년때도 적혀 있었던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며 욕심과 의욕이 너무도 강하여 약간 이기적인 면이 있으니 지도 부탁드립니다" 그문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ㅠ.ㅠ
전 그때 이기적이란 말이 뭔지도 몰랐다는~~ㅋㅋ
그래서 단어를 파악하고 나서 그다음해부터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5학년,6학년때는 급우들과 유대관계가 좋고, 신망이 두텁다라는 문구를 써주시더군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약삭빠른 성격을 지녔다"라고 적는 것이 더 정확할 법한데 말입니다..ㅎㅎㅎ

조선인 2007-07-2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나도 버럭!
실론티님, 넵, 적나라하죠?
세실님, 어려서부터 따따부따했을 생각하면 부끄러워서. ^^;;
속삭이신 분, 자꾸 그러시면 아예 님을 외면해버리는 수 있어요. 잉잉
배혜경님, 강단이라뇨. 얼마나 물러터진 바보였는데요.
털짱님, ㅎㅎㅎ 님도 다 보관하고 계시군요. 공개해주사와요.
아영엄마님, 제가 쥐띠라 그런지 뭘 못 버립니다. ^^;;
메피스토펠레스님, 그게 아니라 이미 머슴 기질이 있어서 선생님 말씀 잘 들었던 건 아니구요?
책읽는나무님, 사실 이기적이라는 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요? 히히히

Mephistopheles 2006-02-2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는유 마님에게만 머슴이구만유...~~ㅋㅋ

水巖 2006-03-0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구체적이군요. 사진으로 올려야 성적도 좀 보죠. ㅎㅎㅎ

조선인 2006-03-02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시토펠레스님, 아주 바람직한 자세인데요? 헤헤
수암님, 어머? 학업성적도 좋으나~라는 구절도 있다구요. 단, 체육은 제외.ㅎㅎ

2006-03-02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호를 낳게 되면 시부모님과 다시 살림을 합칠 생각을 했다.
아버님의 경우 우리 사는 근처로 이사할 곳을 알아보기도 하셨다.

하지만 어머님은 좀 더 생각해 보자고 말씀하셨다.
나는 산후조리는 어머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그 후로는 마로도, 백호도 어린이집에 보내겠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내년부터는 마로가 유치원을 다니게 되어 6시면 끝나니,
나 퇴근할 때까지만 어머님이 봐달라고도 부탁했다.
지금껏 어머님은 이에 대한 답변을 흐리셨지만,
아버님은 맞장구를 쳐주시는 분위기라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아버님에게 안부전화를 했다가 아가씨가 덜컥 네째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가씨는 입덧이 너무 심해 몸져 누웠다고 하고, 전력을 봐 예정일까지 저 지경일텐데 라는 걱정을 들었다.
백호 다음달이 예정일이라는 말까지 들으니 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빙글빙글 돌아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 아가씨 걱정은 뒷전이다.
내 산후조리는 어찌 해야 하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이 하나.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6-02-2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많은, 신경써야 할 일들이 있군요. 모쪼록 어떻게든, 잘 해결될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세실 2006-02-2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아가씨는 요즘 세상에 웬 네명씩이나.... 큰일이군요...
휴 저도 새언니랑 겹치는 바람에 심난했었어요.
직장맘은 이래저래 마음 졸이게 되죠. 잘 해결되셔야 할텐데....
조금 더 이기적이 되세요.....


Mephistopheles 2006-02-2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세요 뭔가 방법이 있을 껍니다..

nemuko 2006-02-2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이네요. 이기적이지 않아요. 전혀... 아이 낳는 게 큰일이 아니라, 늘 그렇듯 먹이고 키울 일부터가 걱정투성이니 말입니다. 문제는, 여자가 일을 하려면 늘 다른 여자의 도움이나 희생이 필요하단 거죠.. 빨리 해결 방법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paviana 2006-02-2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요..정말..
근데 요즘 세상에 네째를 가지시는 분들이 있네요..
전 그래도 시어머니에게 산바라지 해달라고 하는 것보다 조용한 산후조리원에서 푹쉬고 오시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 해봅니다. 저도 친정에 있어봣는데 기저귀 빨면 개키는거 돕기라도 해야되고 목욕시킬때도 손에 물 안 댄다고 해도 그렇지가 않잖아요. 그냥 돈을 좀 모으셔서 조리원에서 정말 2주라도 푹쉬고 오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아가씨 그렇게 누워있으면 맘도 안편하실거 같고요...
에구 여러가지로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숨은아이 2006-02-2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방법이 생길 거여요. 저도 산후조리원이 좋지 않을까 하네요.

마태우스 2006-02-2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략 할말이 없습니다.도움 못되어 죄송합니다

반딧불,, 2006-02-2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답니까..
도움도 안되고 걱정입니다.
산후조리원 일단 알아보심이 나으실 듯 합니다.
아니면 요사이는 산후도우미도 많이 쓰시던데요..에구...
힘들어서 어쩐답니까..

울보 2006-02-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걱정이네요,,
음 요즘은 집에서 산후조리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옆집맘이 그랫거든요,
입원하고 퇴원하자마자 산후조리하시는분이 집에와서 큰아이 유치원보내는거 마중가는것 다 책임지고 밥도 다 알아서 해주시고요,,
오후6시까지 해주시는분들도 있고 입주형도 있다고 하시네요,,,돈이 문제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어머님이 시누이를 해주신다고 하면 며느리로는 할말이 없잖아요, 저도 그래서 엄마에게 가서 했지만요,,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울보 2006-02-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하나도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힘내세요 조선인님,,

ChinPei 2006-02-27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걱정없이 낳으셔야 할텐데...
아, 그리고 하나도 이기적인 이야기가 아니다고 생각해요.
뭣보다 중요한 일이잖아요.

날개 2006-02-2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산후조리 도우미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물론 알아보실때 어느정도까지 해주는지 확실히 하셔야 해요..(깐깐한 분은 딱 애기 관련일만 하신다고 하더군요.. )

조선인 2006-02-2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세상엔 참 많은 변수가 있어요. ^^;;
세실님, 우리 아가씨 대단하죠? 시아버님은 아가씨가 안쓰러워 어쩔 줄 모르더군요.
메피스토펠레스님, 방법이야 있죠. 사실 돈이 문제인 거죠.
네무코님, 흑흑, 제일 가는 비극이어요. 내가 다른 여자를 희생시킨다는 거요. ㅠ.ㅠ
파비아나님, 산후조리원에 가면 돈도 돈이지만 마로 때문에요. 에휴.
숨은아이님, 흑, 토닥토닥해주세요. 잉잉잉
새벽별님, 바로 그게 문제에요. 나와 백호야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 되지만요.
마태우스님, 갑자기 님 덕분에 웃음이 났어요. 님이 왜 죄송해요.
반딧불님, 안 그래도 산후도우미로 마음을 돌리려는 중이에요. 포기해야죠.
울보님, 출퇴근제 도우미도 있군요. 그건 몰랐어요. 알아봐야겠네요.
친페이님, 제가 이기적이라 여긴 건 아버님은 하염없이 아가씨 걱정을 늘어놓는데, 제 귀에는 안 들어오고 그저 하늘만 빙글빙글 도는 것이... 아버님 걱정에 장단을 맞추려고 해도 도무지 입에서 말이 안 나오고 그저 아득한 것이... ㅠ.ㅠ
날개님, 지금부터 부지런히 알아봐야죠. 얼른 정신 차리구요.

아영엄마 2006-02-2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일전에 한 분도 산후조리 해줄 동생분이 임신을 해서 난감해 하시더니 조선인님도 비슷한 일이 생기셨군요. 어쩌신대요...

비자림 2006-02-28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하지만, 백호를 생각해서 한 5분만 걱정하시고 빨리 마음을 추스리시길.. 시부모님 신세를 지더라도 같은 동네 사셔요. 살림 합치지 마시고, 산후도우미는 3주 정도 쓰셔서 몸조리 잘 하시구요. 조선인님! 화이팅!

조선인 2006-02-28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난티나무님도 걱정이에요.
비자림님, 5분만 걱정! 그걸 잘 못한다고 옆지기에게도 혼났어요. 헤헤.

숨은아이 2006-02-2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털짱 2006-02-2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는 현실이군요...
결혼은 커녕 남자친구도 없는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아, 너무 두렵게 공감이 가요.

조선인 2006-02-2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고마워요. 와락 부비부비.
털짱님, 명명백백한, 스릴 넘치는 현실이랍니다. *^^*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 - 마음의 어두움을 다스리는 지혜, 마음을 여는 성장동화 2
범경화 지음, 오승민 그림 / 작은박물관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혼자 있는 거 싫어. 혼자 밥 먹고, 혼자 집 보고, 맨날 엄마 기다리는 거 정말 싫어.

민주의 항변에 난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내년이면 마로에게도 닥칠 현실.
초등학교에선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애프터 스쿨을 한다지만,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애프터 스쿨을 하는 유치원을 근방에서 찾을 수 없다.
종일반이라 해도 6시면 끝나는데,
그때부터 혼자 집에 돌아와 엄마나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게 한다고?
아니면 애프터 스쿨이 있는 유치원을 찾아 또 이사를 해야 하나?
아니면 버스 타고 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까지 애를 통학시켜야 하나?

걱정하는 나에게 동료 직원은 태연히 한 마디 던진다.
친정 어머니가 못 도와준대요?
안 계세요 라고 씁쓸히 대답하는 나에게 그는 또 묻는다. 시어머니는요?
하아, 저야 시부모님이 같이 살아주신다면 감지덕지죠. 하지만 어머니가 선뜻 좋다고 하시진 않네요.
시어머니보고 무조건 희생하라고 할 순 없지 않나요.

더 걱정인 건 민주에겐 강아지라는 해답이 생겼는데, 마로에겐 백호라는 샘까지 따라온다는 것.
형과 동생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는 게 너무 싫은 하승의 이야기를 봐도 줄줄이 한숨만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숫기 없어 걱정이던 마로가 지난해부터는 말띠 기질이 드러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 못해 항상 혼자인 진우처럼 될 걱정은 없어 보인다는 것.
엉큼하게도 난 그 점을 이용하여 마로를 남자친구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고,
방과 후는 남자친구 어머니에게 부탁할 생각도 한다는 것.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하는 것으로 자기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책 속 아이들과 달리 해답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엉뚱한 공상 하나.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영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맡아주고 가르쳐주고,
오후 6시 이후 애프터 스쿨까지 모두 있는 그런 어린이집+유치원이 집 옆에 턱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ox in the snow 2006-02-2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탁아소 설치문제로 설문조사를 하던데..세상에, 제가 기억하기로 첫 설문조사는 우리 아가 낳기 전이였어요. 신생아부터 초등학생 애프터 스쿨 니즈까지 두루두루 조사하던데...아마 설문조사 끝나고 탁아소 생기려면 또 5~6년 지날지도 모르죠. 후배들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는 성의껏 했습니다만..괜히 싱숭생숭해지더라고요.

Mephistopheles 2006-02-2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맞벌이를 하고 있고 어머니가 봐주고 계시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부부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죠..그러면서 출산율 떨어진다고 애 많이 낳으라고 하니 아이러니 하네요..낳고 키우고 싶어도 이런 문제들의 발
생때문에 망설이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쩝...


ceylontea 2006-02-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이런 육아 문제 해결해 주지도 않으면서 저출산이 어쩌구... 애를 더 낳을 때 양육비 보조가 어쩌구... 참 짜증이 납니다.

기운내세요~~!!

2006-02-27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랑녀 2006-02-2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에효... 백호는 누가 돌봐주기로 하셨나요?
제가 살던 곳에는 초등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교실이 있었어요. 학교 급식에 엄마가 밥 퍼주러 가야 할때나 심지어는 담임 상담까지도 해주던데요. 혹시 피아노학원이나 발레학원 같은 곳을 다니는 애들은 시간 맞춰 차도 태워주시고.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는데, 찾아볼 시간도 없으시죠? ㅠㅠ
(대전으로 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2006-02-27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2-2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속여우님, 그래도 직장 탁아소가 설치될 희망이라도 있으니 좋겠어요. 흑, 저는...
메피스토펠레스님, 어머님들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가 참 슬퍼요. ㅠ.ㅠ
실론티님, 내 말이 그 말입니다. 둘째 양육비 보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구요. 잉
속닥이신 호~님. 님 서재에 댓글을 달게요.
호랑녀님, 백호 문제는 아직 미지수에요. 시어머니도 의존할 수 없게 되었어요.
속닥이신 다른 호~님, 아는 사람이라 별점이 후한 게 아니에요. 민주 얘기 읽으면서 어찌나 한숨이 폭폭 나오는지. 강아지보고 마로랑 백호 보라고 할 순 없잖아요.

아영엄마 2006-03-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와닸습니다그려.. 정말 우리나라도 출산정책만 밀어부치지 말고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줄 것이지...

조선인 2006-03-0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그래도 님은 자매를 두셨으니 국가시책에는 부응하시고 계시잖아요. 전 모 사이트 댓글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반역불충분자랍니다. 흑.
 
백년여관
임철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섭다. 무서워서 잠이 안 왔고, 무서워서 눈을 감을 수도 없었고, 무서워서 불을 끌 수도 없었다.
무서워서 침묵이 싫었고, 무서워서 TV를 틀었다.
무사히 아침을 맞았을 때의 안도감이라니.
난 다행히 어둠 속의 푸른 손을 보지도, '시간이 없어'라는 환청을 듣지도 않았다.
아, 안도의 한숨.

소설의 결말대로라면 사실 내가 겁먹을 이유는 없다.
푸른 손들을 떠나보내는 씻김굿은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하지만 씻김굿이 곧 화해와 용서의 대단원이요, 끝일까.
작가는 끝까지 기억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던가.

"그래. 결코 지난 날들을 잊어서는 안 돼. 망각하는 자에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아. 기억해. 기억해야만 해. 하지만 친구야. 그 기억 때문에 네 영혼을 피 흘리게 하지는 마."

작가는 역사를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그가 남긴 구절을 보면 결국 역사를 잊지 말라는 호소가 배어나온다.
기억은 희미해질 수도 있고, 덧칠이 될 수도 있지만,
역사야말로 시효나 유통기한이 없기 때문.
하기에 4.3항쟁이나 보도연맹사건이나 5.18을 기억하는 사람만 백년여관의 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를 알거나 모르는 사람이 백년여관의 독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뒤숭숭했던 밤을 보내고 아침 햇살 속에 씻김굿 대목을 다시 보니 뒤늦게 서운함이 밀려온다.
나로선 푸른 빛으로만 남은 존재라 하더라도 보고 싶은 이들이 있기에.
하기에 나의 씻김굿은 아직 이르며, 백년 여관 안에 그들이 남아있는지 정신차릴 일이다.
올해는 노수석 열사 10주기라고 참으로 부지런히 문자가 날라오고, 이메일이 날라오고 있는데,
수고한다고, 내가 혹시 도울 일은 없냐고 전화 한 통이라도 넣어봐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6-02-2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이 사람 글은 너무 힘들어요.
기억도 잊은 단행본을 보면서 섬찟함에 가슴을 떨었던 기억이 있어요.
나름대로 늘 같은 주제로 같은 글로 ...남아 있는 그가 가끔은 참 안쓰럽기도 자랑
스럽기도 합니다..(바다 건너에 있던 그의 고향마을을 알아요)

조선인 2006-02-2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아 있는 그가 안쓰럽기도, 자랑스럽기도... 맞아요, 제가 하고픈 말이었어요.
 

이번주에 달님반(5살반) 수료식을 했고, 다음주면 햇님반(6살반) 입학식을 한다.
제 나이보다 학교 일찍 간 애들이 수업을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있어 제 나이를 찾아가고 싶지만
(마로는 2월생이라 그동안 계속 한 살 위와 함께 수업을 했다)
어린이집 상담 결과 여자아이는 늦될까봐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으며,
마로의 경우 학습진도나 체격도 엇비슷하고,
오히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다른 반이 되면 더 위화감을 받을 거란다.
게다가 팔불출 옆지기는 괜한 걱정 한다고 마로만 두둔하니 결국 햇님반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토요일 오후에는 학부모 사전모임이 있었다.
올해의 보육료 통지만 받으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갔는데, 왠걸, 과장하면 여성부 규탄대회가 열렸다.
올해부터 영유아보육 관련 규정이 바뀌어
어린이집에서 보육료 외에 별도로 교육비나 교재비를 받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까지 마로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 외에 15,000원을 더 내는 대신
외부 강사가 와서 영어와 발레 수업을 진행해왔는데, 3월부터는 이 수업이 폐지된단다.
나는 원장선생님의 설명에 별 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다른 엄마, 아빠의 원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학부모 1 : 영어, 발레 수업이 모두 폐지하면 아이들은 하루 종일 놀기만 하는 거냐?
원장 : 보육선생이 직접 수업을 한다. 영어는 계속 하고, 발레는 체육 수업으로 대체될 거다.
학부모 2 : 체육 수업이야 대체가 된다고 하지만 전문 강사가 하는 영어랑 같냐?
원장 : 보육선생도 다 자격은 있다. 하지만 나도 속상하다. 아무래도 발음 같은 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학부모 3 : 어떻게든 단속을 피할 만한 편법으로라도 수업을 진행해야 하지 않겠냐?
원장 : 정 필요로 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학원을 보내라는 답변만 받았다. 어린이집에서 돈 받으면 안 된다.
학부모 1 : 그럼 자원봉사로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구할 수 없나? 가령 발레 자원봉사라든지.
원장 : 자원봉사는 가능하다. 어린이집에서 돈을 안 받으면 되니까.
학부모 3 : 그럼 어린이집에서 돈을 안 받고 강사에게 돈을 주는 방식을 취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지 않나?
원장 : 아! (아주 깨달음을 얻은 표정)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런 생각까지 못 했다. 가능할 거 같다.
학부모 3 : 그럼 강사하고 협의해서 앞으로는 강사가 직접 돈을 받게 해라. 수업중단은 말도 안 된다.
원장 : 역시 머리가 모이니 일이 된다. 난 고지식해서 규정대로 할 생각만 했다. 고맙다.
학부모 2 : 만약 계속 수업이 가능하다면 과학 수업도 전문 강사를 구해달라. 마냥 놀리는 거 반대다.
원장 : 그럼 외부수업이 3종이나 되는데, 아이들에게 힘들 수도 있다.
학부모 2 : 차라리 발레를 빼고 과학 수업을 시켜달라.
학부모 1 : 아니다, 발레는 필요하다. 이 근처에 발레학원이 전혀 없어 어린이집 외에는 수업받을 수 없다.
원장 : 발레는 단순한 체육 수업보다 아이에게 효과가 좋았다. 과학도 요구가 있으니 알아보긴 하겠다.

결론은 어린이집 수업이 없어지기는커녕 학부모의 극성으로 더 늘어날 거 같다.
어린이집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으로 한글과 미술도 있는데,
이러다가 잘 하면 하루 종일 수업만 하겠다.
4살반(만2살)부터 수업 과정이 포함되는데, 아이들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되었지만,
학부모 1,2,3의 원성이 대단하여 나는 입도 뻥긋 못 했다.
믿었던 원장 선생님마저 수업을 계속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기쁨에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원장 선생님의 막내 아들이 마로랑 같은 반이다. 역시 학부모 입장이다. -.-;;)
음...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6-02-2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같이 교직과정 밟으면서 애들한테 이것저것 시키는 거 반대했던 친구들, 지금은 다 영어다 피아노다 무용이다 태권도다 논술이다해서 정신없더라구요. 그게 학부모 입장이란 걸까요?

울보 2006-02-2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어린이집 ,,아직 유치원에 가지를 않고 계속 어린이 집에 다닌군요,
역시 엄마들머리 정말 빠르게 회전하는군요,,그런데 어린이 집은 원래 아이들 돌보아주고 놀이하는곳 아니었나요,,

Mephistopheles 2006-02-2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레 좋은 겁니다 바른 자세를 어렸을 때부터 잡아줄 수 있거든요...

paviana 2006-02-2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발레복 입은 사진좀 올려주세요.넘 이쁠거 같아요.^^ (딴소리만 하고 있음 ㅋㅋ)

반딧불,, 2006-02-2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해서 간식비랑 교재비랑 기타 비용을 안받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거의 전액 국가에서 지원해주는데 여성부 규탄할 것이 무어랍니까.
요사이 약빠른 이들 거의 학원에서 어린이집으로 변경하던걸요.
그리고 그렇다고 해도 수업 안할 원들도 없구요.

날개 2006-02-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런거 규제해봐야 소용없다니까요~ ㅡ.ㅡ;;

조선인 2006-02-2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저도 그렇게 변할까요? 흑~
울보님, 장난 아니었어요. 학부모 2와 3이 어찌나 강경하던지. -.-;;
메피스토펠레스님, 발레수업은 좋아해요. 다만 영어니, 과학이니, 너무 이르잖아요.
파비아나님, 정식 발레 수업이 아니라 발레복은 없어요. 헤헤.
반딧불님, 그래도 마로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은 고지식한 편이라 규정대로 지켜요. 어제 제가 질린 건 학부모들의 극성 때문. 페이퍼는 순화한 내용이에요. 쩝.
날개님, 크윽, 이게 사교육의 현실인 거죠. 잉~

Fox in the snow 2006-02-27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도 지난주 토요일에 오리엔테이션 했어요. 괜히 긴장되더라구요. 고민고민하다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중간단계쯤에 해당하는 놀이학교란델 보내기로 했답니다. 제가 데리고 학원같은델 다닐 능력은 없고, 그냥 다해주는 놀이학교에 맘편히 보내기로 한 게으른 엄마예요. 전.

세실 2006-02-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는 그저 노는게 최고다 생각했지만 막상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니 이것저것 많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커져요. 부모 욕심은 끝이 없는듯 합니다.
저도 요즘 이런 문제로 갈등을 많이 하지만, 하나씩 학원이 늘어날 뿐입니다. 에구....

ceylontea 2006-02-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ㅠㅠ

조선인 2006-02-2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속 여우님, 놀이학교라는 곳도 있군요. 사실 이번엔 두루두루 알아볼 겨를도 없이 그저 마로 다니던 곳에 한 해 더 보내기로 속 편하게 작정했다지요. 일단 저녁을 챙겨 먹이는 게 마음이 놓이는 곳이라서요.
세실님, 지금이야 저도 학원 안 보낼거야 라고 말하지만 그 결심이 얼마나 갈지 걱정입니다.
실론티님, 에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