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달님반(5살반) 수료식을 했고, 다음주면 햇님반(6살반) 입학식을 한다.
제 나이보다 학교 일찍 간 애들이 수업을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있어 제 나이를 찾아가고 싶지만
(마로는 2월생이라 그동안 계속 한 살 위와 함께 수업을 했다)
어린이집 상담 결과 여자아이는 늦될까봐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으며,
마로의 경우 학습진도나 체격도 엇비슷하고,
오히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다른 반이 되면 더 위화감을 받을 거란다.
게다가 팔불출 옆지기는 괜한 걱정 한다고 마로만 두둔하니 결국 햇님반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토요일 오후에는 학부모 사전모임이 있었다.
올해의 보육료 통지만 받으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갔는데, 왠걸, 과장하면 여성부 규탄대회가 열렸다.
올해부터 영유아보육 관련 규정이 바뀌어
어린이집에서 보육료 외에 별도로 교육비나 교재비를 받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까지 마로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 외에 15,000원을 더 내는 대신
외부 강사가 와서 영어와 발레 수업을 진행해왔는데, 3월부터는 이 수업이 폐지된단다.
나는 원장선생님의 설명에 별 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다른 엄마, 아빠의 원성이 장난이 아니었다.

학부모 1 : 영어, 발레 수업이 모두 폐지하면 아이들은 하루 종일 놀기만 하는 거냐?
원장 : 보육선생이 직접 수업을 한다. 영어는 계속 하고, 발레는 체육 수업으로 대체될 거다.
학부모 2 : 체육 수업이야 대체가 된다고 하지만 전문 강사가 하는 영어랑 같냐?
원장 : 보육선생도 다 자격은 있다. 하지만 나도 속상하다. 아무래도 발음 같은 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학부모 3 : 어떻게든 단속을 피할 만한 편법으로라도 수업을 진행해야 하지 않겠냐?
원장 : 정 필요로 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학원을 보내라는 답변만 받았다. 어린이집에서 돈 받으면 안 된다.
학부모 1 : 그럼 자원봉사로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구할 수 없나? 가령 발레 자원봉사라든지.
원장 : 자원봉사는 가능하다. 어린이집에서 돈을 안 받으면 되니까.
학부모 3 : 그럼 어린이집에서 돈을 안 받고 강사에게 돈을 주는 방식을 취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지 않나?
원장 : 아! (아주 깨달음을 얻은 표정)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런 생각까지 못 했다. 가능할 거 같다.
학부모 3 : 그럼 강사하고 협의해서 앞으로는 강사가 직접 돈을 받게 해라. 수업중단은 말도 안 된다.
원장 : 역시 머리가 모이니 일이 된다. 난 고지식해서 규정대로 할 생각만 했다. 고맙다.
학부모 2 : 만약 계속 수업이 가능하다면 과학 수업도 전문 강사를 구해달라. 마냥 놀리는 거 반대다.
원장 : 그럼 외부수업이 3종이나 되는데, 아이들에게 힘들 수도 있다.
학부모 2 : 차라리 발레를 빼고 과학 수업을 시켜달라.
학부모 1 : 아니다, 발레는 필요하다. 이 근처에 발레학원이 전혀 없어 어린이집 외에는 수업받을 수 없다.
원장 : 발레는 단순한 체육 수업보다 아이에게 효과가 좋았다. 과학도 요구가 있으니 알아보긴 하겠다.

결론은 어린이집 수업이 없어지기는커녕 학부모의 극성으로 더 늘어날 거 같다.
어린이집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으로 한글과 미술도 있는데,
이러다가 잘 하면 하루 종일 수업만 하겠다.
4살반(만2살)부터 수업 과정이 포함되는데, 아이들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되었지만,
학부모 1,2,3의 원성이 대단하여 나는 입도 뻥긋 못 했다.
믿었던 원장 선생님마저 수업을 계속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기쁨에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원장 선생님의 막내 아들이 마로랑 같은 반이다. 역시 학부모 입장이다. -.-;;)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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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2-2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같이 교직과정 밟으면서 애들한테 이것저것 시키는 거 반대했던 친구들, 지금은 다 영어다 피아노다 무용이다 태권도다 논술이다해서 정신없더라구요. 그게 학부모 입장이란 걸까요?

울보 2006-02-2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어린이집 ,,아직 유치원에 가지를 않고 계속 어린이 집에 다닌군요,
역시 엄마들머리 정말 빠르게 회전하는군요,,그런데 어린이 집은 원래 아이들 돌보아주고 놀이하는곳 아니었나요,,

Mephistopheles 2006-02-2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레 좋은 겁니다 바른 자세를 어렸을 때부터 잡아줄 수 있거든요...

paviana 2006-02-2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발레복 입은 사진좀 올려주세요.넘 이쁠거 같아요.^^ (딴소리만 하고 있음 ㅋㅋ)

반딧불,, 2006-02-2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해서 간식비랑 교재비랑 기타 비용을 안받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거의 전액 국가에서 지원해주는데 여성부 규탄할 것이 무어랍니까.
요사이 약빠른 이들 거의 학원에서 어린이집으로 변경하던걸요.
그리고 그렇다고 해도 수업 안할 원들도 없구요.

날개 2006-02-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런거 규제해봐야 소용없다니까요~ ㅡ.ㅡ;;

조선인 2006-02-2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저도 그렇게 변할까요? 흑~
울보님, 장난 아니었어요. 학부모 2와 3이 어찌나 강경하던지. -.-;;
메피스토펠레스님, 발레수업은 좋아해요. 다만 영어니, 과학이니, 너무 이르잖아요.
파비아나님, 정식 발레 수업이 아니라 발레복은 없어요. 헤헤.
반딧불님, 그래도 마로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은 고지식한 편이라 규정대로 지켜요. 어제 제가 질린 건 학부모들의 극성 때문. 페이퍼는 순화한 내용이에요. 쩝.
날개님, 크윽, 이게 사교육의 현실인 거죠. 잉~

Fox in the snow 2006-02-27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도 지난주 토요일에 오리엔테이션 했어요. 괜히 긴장되더라구요. 고민고민하다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중간단계쯤에 해당하는 놀이학교란델 보내기로 했답니다. 제가 데리고 학원같은델 다닐 능력은 없고, 그냥 다해주는 놀이학교에 맘편히 보내기로 한 게으른 엄마예요. 전.

세실 2006-02-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는 그저 노는게 최고다 생각했지만 막상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니 이것저것 많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커져요. 부모 욕심은 끝이 없는듯 합니다.
저도 요즘 이런 문제로 갈등을 많이 하지만, 하나씩 학원이 늘어날 뿐입니다. 에구....

ceylontea 2006-02-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ㅠㅠ

조선인 2006-02-2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속 여우님, 놀이학교라는 곳도 있군요. 사실 이번엔 두루두루 알아볼 겨를도 없이 그저 마로 다니던 곳에 한 해 더 보내기로 속 편하게 작정했다지요. 일단 저녁을 챙겨 먹이는 게 마음이 놓이는 곳이라서요.
세실님, 지금이야 저도 학원 안 보낼거야 라고 말하지만 그 결심이 얼마나 갈지 걱정입니다.
실론티님, 에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