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 - 마음의 어두움을 다스리는 지혜, 마음을 여는 성장동화 2
범경화 지음, 오승민 그림 / 작은박물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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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있는 거 싫어. 혼자 밥 먹고, 혼자 집 보고, 맨날 엄마 기다리는 거 정말 싫어.

민주의 항변에 난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내년이면 마로에게도 닥칠 현실.
초등학교에선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애프터 스쿨을 한다지만,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애프터 스쿨을 하는 유치원을 근방에서 찾을 수 없다.
종일반이라 해도 6시면 끝나는데,
그때부터 혼자 집에 돌아와 엄마나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게 한다고?
아니면 애프터 스쿨이 있는 유치원을 찾아 또 이사를 해야 하나?
아니면 버스 타고 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까지 애를 통학시켜야 하나?

걱정하는 나에게 동료 직원은 태연히 한 마디 던진다.
친정 어머니가 못 도와준대요?
안 계세요 라고 씁쓸히 대답하는 나에게 그는 또 묻는다. 시어머니는요?
하아, 저야 시부모님이 같이 살아주신다면 감지덕지죠. 하지만 어머니가 선뜻 좋다고 하시진 않네요.
시어머니보고 무조건 희생하라고 할 순 없지 않나요.

더 걱정인 건 민주에겐 강아지라는 해답이 생겼는데, 마로에겐 백호라는 샘까지 따라온다는 것.
형과 동생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는 게 너무 싫은 하승의 이야기를 봐도 줄줄이 한숨만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숫기 없어 걱정이던 마로가 지난해부터는 말띠 기질이 드러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 못해 항상 혼자인 진우처럼 될 걱정은 없어 보인다는 것.
엉큼하게도 난 그 점을 이용하여 마로를 남자친구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고,
방과 후는 남자친구 어머니에게 부탁할 생각도 한다는 것.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하는 것으로 자기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책 속 아이들과 달리 해답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엉뚱한 공상 하나.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영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맡아주고 가르쳐주고,
오후 6시 이후 애프터 스쿨까지 모두 있는 그런 어린이집+유치원이 집 옆에 턱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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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 in the snow 2006-02-2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탁아소 설치문제로 설문조사를 하던데..세상에, 제가 기억하기로 첫 설문조사는 우리 아가 낳기 전이였어요. 신생아부터 초등학생 애프터 스쿨 니즈까지 두루두루 조사하던데...아마 설문조사 끝나고 탁아소 생기려면 또 5~6년 지날지도 모르죠. 후배들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는 성의껏 했습니다만..괜히 싱숭생숭해지더라고요.

Mephistopheles 2006-02-2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맞벌이를 하고 있고 어머니가 봐주고 계시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부부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죠..그러면서 출산율 떨어진다고 애 많이 낳으라고 하니 아이러니 하네요..낳고 키우고 싶어도 이런 문제들의 발
생때문에 망설이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쩝...


ceylontea 2006-02-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이런 육아 문제 해결해 주지도 않으면서 저출산이 어쩌구... 애를 더 낳을 때 양육비 보조가 어쩌구... 참 짜증이 납니다.

기운내세요~~!!

2006-02-27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랑녀 2006-02-2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에효... 백호는 누가 돌봐주기로 하셨나요?
제가 살던 곳에는 초등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교실이 있었어요. 학교 급식에 엄마가 밥 퍼주러 가야 할때나 심지어는 담임 상담까지도 해주던데요. 혹시 피아노학원이나 발레학원 같은 곳을 다니는 애들은 시간 맞춰 차도 태워주시고.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는데, 찾아볼 시간도 없으시죠? ㅠㅠ
(대전으로 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2006-02-27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2-2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속여우님, 그래도 직장 탁아소가 설치될 희망이라도 있으니 좋겠어요. 흑, 저는...
메피스토펠레스님, 어머님들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가 참 슬퍼요. ㅠ.ㅠ
실론티님, 내 말이 그 말입니다. 둘째 양육비 보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구요. 잉
속닥이신 호~님. 님 서재에 댓글을 달게요.
호랑녀님, 백호 문제는 아직 미지수에요. 시어머니도 의존할 수 없게 되었어요.
속닥이신 다른 호~님, 아는 사람이라 별점이 후한 게 아니에요. 민주 얘기 읽으면서 어찌나 한숨이 폭폭 나오는지. 강아지보고 마로랑 백호 보라고 할 순 없잖아요.

아영엄마 2006-03-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와닸습니다그려.. 정말 우리나라도 출산정책만 밀어부치지 말고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줄 것이지...

조선인 2006-03-0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그래도 님은 자매를 두셨으니 국가시책에는 부응하시고 계시잖아요. 전 모 사이트 댓글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반역불충분자랍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