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나라에도 드물지만 남자화장실에 기저귀가는 곳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하철 역사, 할인마트, 백화점 등 대개의 공중시설의 경우 여자화장실에만 기저귀 가는 곳이 있다.
유아휴게실이 별도로 있는 경우 남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대개 모유수유실을 구별하지 않으므로 남자가 이용하기 민망할 때가 있다.

2.
기저귀 가는 곳이 아예 없어 황당한 경우.
주말 마다 많게는 수십 건의 돌잔치가 열리는 각종 뷔페, 호텔, 패밀리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기저귀 가는 곳이 아예 없어 열받게 하는 곳, 의외로 많다.

3.
지하철의 금속 의자.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이후 방화재질로 바꾸기 전의 중간 과정인 금속 의자.
차라리 겨울이면 난방이 들어와 괜찮지만 그외의 계절엔 차가운 의자에 앉을 때마다 섬뜻해진다.
이 때문에 아예 방석을 들고 다니거나 무가지를 방석 대용으로 쓰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문제시하는 소리는 아직 못 들어봤다.

4.
본사의 투명 계단.
치마입은 날은 얼씬도 할 수 없다.
나야 바지 입고 다니면 되지만, 정복을 입어야 하는 부서의 여직원들은 어쩌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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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06-2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이제야 깨달은 둔감한 나.)

바람돌이 2006-06-2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사회전체적으로는 육아를 오로지 여자의 임무로만 보는 경향의 예겠죠. 어떤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여자 화장실에만 유아용 변기가 있고 남자화장실에는 없는 곳도 많아요.

조선인 2006-06-2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리꼬리님, 저도 애낳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바람돌이님, 공중시설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규제가 아예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죠?

Mephistopheles 2006-06-2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아 저도 한번 들어갔다가 모유 수유하는 아기 엄마 보고 뻘쭘해서 나온 적 있어요
2. 이건 조치를 취해서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3. 그때의 엄청난 사고로 결국 죄다 불연재료로 바뀐 영향 탓일 껍니다. 그런거 있잖아요 대형사고 후에 향후 방침상 미연의 사고 유발 요소도 모조리 말살해버리는 정책....
4. 저도 가끔 그런 계단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사실 계단 뿐만이 아니라 바닥판, 엘리베이터..치마입은 여성들에겐 민망한 장소가 점점 많이 늘어나더라구요..^^

조선인 2006-06-2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하다 못해 유아휴게실과 모유수유실 사이에 커튼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에, 또, 바닥이 거울로 된 화장실은 정말 엽기였어요.
 

1.
한국이 스위스를 이기든 말든 나로선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붉은악마의 열기를 딱히 반대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축구 응원을 빙자한 일탈로 자기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명백한 수준 미달이다.
스위스전에 이기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화려한 폭죽/불꽃놀이를 할 참이었겠지.
졌는데 미리 사놓은 폭죽/불꽃이 아까우니까 집 앞 놀이터에서 그냥 써버린 거겠지.
놀토를 맞아 느긋하게 늦잠을 자려다 요란한 폭죽소리에 놀라서 깬 건 그렇다 치자.
딸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갔다가 기겁을 했다.
위험하게도 불꽃놀이용 철사가 놀이터 사방에 수십 개나 꽂혀있는 것이다.
미끄럼틀 위에는 맥주 깡통과 먹다 남은 안주가 그득.
아, 놀이터 꼴불견, 또 추가다!!!

2.
그래도 어제는 꽤나 흐믓한 일이 있었다.
토요일의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에 가보니 또 여기저기 담배꽁초, 아이스크림 막대기, 과자 봉지...
수위실에서 집게와 통을 빌려와 놀이터 청소를 하다가 마로가 불러 잠깐 일손을 놓은 적이 있는데,
다시 와 보니, 이런, 집게랑 통이 없어진 거다.
수위 선생님이 가져가셨나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오!!!
조그만 사내아이와 열심히 축구하며 놀던 아저씨 한 분이 놀이터 청소를 하고 계시는 거다!!!
작년 5월에 이사와서 지금까지 처음 있었던 일!!!
청소를 끝낸 뒤 내 앞에 통과 집게를 내려놓으며 멋적어하시는 모습이 어찌나 이뻐보이는지.
알고 보니 그 집 아들이 마로랑 동갑이라 어떻게든 둘이 친구가 되게 하려고 애써봤지만,
아직까지 낯선 친구랑 쉽게 어울리지 않는 마로 성격 때문에 실패했다.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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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6-06-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부른 아줌마가 청소하고 있으니 그 아저씨 얼마나 난감했겠어요 ^^
조선인님도, 그 아저씨도 참 착해요.
그나저나 그 뒷생각 안하는 사람들 참 큰일이야. 자기가 별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 어쩌면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 늘 생각해야겠어요.

조선인 2006-06-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언니, 여지껏 놀이터에서 수많은 엄마, 아빠를 마주쳐 봤지만, 다 소 닭보듯 했거든요. 오히려 아빠들은 청소하는 걸 빤히 보면서도 아무데나 담배를 휙 휙 버려 잔소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어젠 정말 흐믓했어요.

hnine 2006-06-2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존경스러워요. 마로에게 산교육도 되었겠네요.

해리포터7 2006-06-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도 애들어릴때 놀이터로 출근할때요..맨날 깨진 유리조각 줍는거 담배꽁초 줍는게 일이었어요..그놀이터는 휴지통도 설치를 안해서 건의를 했더니 청소년들이 불지르고 논다고 없애버렸답니다..이건 참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그는 격인가 했죠.정말이지 깨끗한 놀이터를 아이들품으로 돌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비자림 2006-06-2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놀이터에 위험한 게 많아 놀라셨겠네요. 마로도 조심해야 하지만 님도 항상 조심하시길...

조선인 2006-06-2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마로는 쓰레기가 생기면 꼭 엄마나 아빠에게 주라고 교육을 시켜둔 편이에요. 가끔 난감한 건 코딱지 파고 줄 때. ^^;;
해리포터7님, 우리 아파트 놀이터도 쓰레기통을 철거했어요. 흑흑.
비자림님, 고맙습니다. *^^*

울보 2006-06-2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는 놀이터 죽돌인데요, 우리동네 놀이터에는 큰아이들이 종종 아이스크림먹고 아무데나 버리곤하는데 어른들이 많이 타이르는 편이지요, 그리고 놀다가 엄마들이 다 치우고 가서 오래된놀이터인데 깨끗은 안해도 언제나 치우려고 노력중이라지요 ,,,,,그런데 나무가 너무 많아서 나무 가지들이 아주 많아요,

건우와 연우 2006-06-2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하신 아저씨와 아들, 조선인님 모두 추천감이예요^^

조선인 2006-06-2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좋은 문화 속에 계시네요. 제가 지금 사는 아파트는 뜨내기 주민이 많아서 영 관심이 적어요. 속상하다죠.
건우와 연우님, 고맙습니다. 꾸벅.

2006-06-27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8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8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입원 O
골절 X
헌혈 O
실신 X
결혼 O
이혼 X
샤브샤브 O
식용달팽이 O
도둑 O
여자를 때림 X
남자를 때림 O
취직 O
퇴직 X
전직 O
아르바이트 O
해외여행 X
기타 X
피아노 O
바이올린 X
안경 X
렌즈 X
오페라 감상 O
텔레비전 출연 O - 나는 못 봤다. -.-;;
파칭코 X
경마 X
럭비 X
라이브 출연 X
미팅 O
만화방 O
게임방 O
유화 X
수채화 X
수묵화 X
에스컬레이터 역주 O
풀마라톤 X
자동차 운전 O
오토바이 운전 X
10kg이상 감량 O - ㅎㅎ 마로 낳으면서
교통사고 O
전철 틈새에 추락 O - 다행히 배낭이 걸려 허리까지만 빠졌고, 사람들이 도와줘 무사했음.
세뱃돈을 주다 O
도스토예프스키 O
괴테 O
10만원 이상 줍다 X
10만원 이상 잃어버리다 X
금발 X
귀걸이 O
500만원 이상 쇼핑 X
대출 O
러브레터 받음 O
수술 O - 마로 제왕절개. 이번에 또 해야 함. 우울. ㅠ.ㅠ
선거 투표 O
개, 고양이 기름 - 개만 길러봤음.
유체이탈 O - 중 3 때. 창 밖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새 내가 나를 보고 있어 깜짝 놀랐음.
전생의 기억 X
요가 O
O/S 재설치 O
보이스챗 O
선생님에게 맞다 O
복도에 서있는 벌 받기 O
임산부에게 자리양보 O
남의 아이 꾸짖기 O
코스프레 X
동거 X
2미터 이상에서 추락 X
거지 X
학급위원 O - 반장, 부반장만 빼고 골고루. 
문신 X
헌팅 O
역헌팅  X
몽고반점 X
비행기 O
디즈니랜드 X
독신  X
스키  X
스노보드 X
서핑 X
고백  - 받아봤고, 해본 적은 없다. 
동성으로부터 고백받다 O
중퇴 O - 대학원 중퇴.
재수생 X
흡연 O
금연 O
필름 끊김 O
음주운전 X -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옆지기가 음주운전한 날 이혼하겠다고 협박했다.
결혼식에 출석 O
장례식에 출석 O
부모님 사망 O - 친정어머니
상주 O - 위와 동문.
보증인 X
유령을 보다 X
UFO를 보다 X
선생님을 때림 O - 어디까지나 자기방어였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 선생이 내가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나를 때리려하자 막으려다 내가 먼저 때려버렸다.
부모를 때림 X
범죄자를 잡다 O - 치한
케익을 굽다 X
비틀즈 O
흉터 O
사이트 운영 X - 운영하는 까페는 좀 있다.
식중독 O
장난전화 O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 O
컴퓨터 바이러스 제작 X
경찰차 O
경찰방문 O
구급차 X
야간 열차 O
치마 들추기 - 당한 적은 있고, 해본 적은 없다.
바지 내리기 X
소꿉놀이 O
의사놀이 O
룸서비스 X
화장실에 갇히다 O - 화장실 문이 고장나 할 수 없이 문과 천장 사이의 틈을 넘어본 적 있다.
조난 X
사기 당함 O - 아주 아주 작은 액수지만, '그가 날 속였다' 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속았다'라는 거로 더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다.
재판소 O
호출기 O
홀로 노래방 X
혼자 불고기 X
혼자 여행 X
해외사이트에서 통신 판매 O
바둑 X
장기 X
마작 X
벌에 쏘이다 X
사격 X
번지점프 X
스카이 다이빙 X
시험 0점 X
10만원 이상 당첨 O - 정확히 말하면 돈이 아니라 경품으로 오피스 CD를 받은 적 있다.
한약 O
사랑니 O - 4개 다 났다.
옥션 O - 꽤 열심히 사고 팔고 다 한다. 
노래방 데이트 O - 음, 이건 옆지기가 보면 안 되는데.
국제 전화 O
100명 앞에서 연설 O
남장, 여장 X
시사회 O
스포츠신문 O
전학 O
영어회화교실 O
테니스 O
승마 X
격투기 X
유치장 O
형무소 O
원거리 연애 O
설탕, 소금 착각 O
양다리 O - 옆지기랑 사귀기로 결심하기 전이긴 하지만, 두 남자를 마음 속으로 비교하곤 했기 때문에.
수혈 O - 마로 낳을 때
해고 당함 X
신문에 사진이 실리다 O
골프 X
배낚시 O
50만원 이상 빌려주다 X
버려진 개, 고양이를 줍다 X
가정교사를 하다 O
표창되다 O
노인에게 자리 양보 O
소총으로 총격 당함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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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6-06-2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를 때림 X 남자를 때림 O ^^;;
마로 낳을 때 수혈하셨군요?
그런데 유체이탈과 지하철 선로 빠지기도 해봤어요? 참 다양한 경험이네...
표창도 받아봤고.(설마 부메랑으로 이용되었단 건 아닐 거고...)

다른 건 몰라도 소총으로 총격당하는 건 안해보는 게 좋겠네요.
그런데 저 항목은 다 어떻게 정하셨대유?

조선인 2006-06-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언니, 서재에 유행하는 놀이라우. 설마 내가 저런 항목을 어떻게 만들겠어요. 에, 또, 이것도 남녀차별인지 모르겠지만, 여자야 어디 때릴 때가 있나요? 남자야 무릎을 까줘도 되고, 등판을 후려쳐도 되고, 가슴도 넓직하니 패기 좋고, 배치기해도 무탈하고. 음. 쿨럭.

瑚璉 2006-06-2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을 치다가는 십자인대가 나가는 수가 있고, 등판을 후려치다가는 흉강에 공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가슴을 패다가는 심장이 멎는 수가 있고, 배를 쳤다가는 비장이 터지는 경우가 있으니 모두 골로 가기 좋은 경우들입니다. 따라서...

결론 : 남자는 연약하니 때려서는 안된다(-.-;).

조선인 2006-06-2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호질님, 제 강도로 저 정도 부상이 나지 않는다는 걸 자신하기 때문에 때려도 됩니다. 설마 제가 이유없이 패겠어요? 맞을 짓을 하는 사람에 한해서요. ㅋㅋ

Mephistopheles 2006-06-2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때림과 범죄자를 잡다..와 경찰차, 경찰방문...과...유치장, 형무소,재판소..
이 항목이 죄다 동그라미...(움츠려드는 메피스토/90도 각도로 인사하면서 형님~
이라고 불러 봅니다.)

조선인 2006-06-2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러고보니 제가 좀 파란만장한 편에 속하나요? O 항목만 보면 사람들이 갸우뚱할만 하겠네요. ㅋㅋㅋ

건우와 연우 2006-06-2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도 만만찮으시군요^^

조선인 2006-06-2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아하하하하. ^^;;
 

잊고 있었는데, 보답이라고까지 말씀하셔서 황공했습니다.

게다가 님이 소장하신 책을 분양하시는 거라 생각했는데, 알라딘 상자가 도착했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마로 때와 달리 백호를 위해 산 육아서는 달랑 한 권 뿐이었는데,

님 덕분에 어미연하는 거 같아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잘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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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전문 2006-06-2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건강하세요.

조선인 2006-06-2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꾸벅.
 

내가 다니는 회사가 갑이라지만 관공서 앞에선 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급조된 어제의 접대.
그리고 몇 가지 사건.

1.
안주/식사로 따지면 산낙지->연포탕->낙지수제비 순서였다.
산낙지를 못 먹는 나로선 곤혹스러운 차림이지만, 갑의 단골차림이라는 식당주인의 귀뜸에 따를 수밖에.
그런데, 꿈틀대는 산낙지를 보며 비명을 지르거나 호들갑을 떨진 않지만
슬쩍 시선을 피할 줄 아는 나였는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참기름에 범벅대어 꾸물거리는 산낙지를 보고 눈을 돌리기는커녕 "정말 맛있겠다"라고 입맛을 다신 것이다.
보신탕 먹는 사람은 야만인이라며 맹렬히 공격하던 여자가
임신한 뒤 1주일에 한 번은 수육 한 접시를 혼자 먹어치우더라는 얘기는
지어졌거나 과장된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딱 그 상황이었다.
나는 정말 내 느낌이 아닐거야, 단지 배가 고파서 잠깐 착각한 걸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내 젓가락은 나의 '생각'을 무시하고 산낙지를 들어올려 입 안에 집어넣고 있었다.
씹지 못하고 뱉어내면 어쩌지 라고 '생각'했지만 연포탕과 낙지수제비가 나오든말든
산낙지 접시에만 끝까지 집중한 건 나뿐인 듯 싶다.
하아, 내 속에 나와 다른 그 누가가 있다는 걸 오싹하리만치 실감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에이리언이 임신의 공포를 극대화한 영화라는 분석에 진심으로 동감했을 정도.

2.
술은 소주->소맥(맥주에 소주를 섞은 폭탄주)->소주로 이어졌다.
우리쪽 참석자 6명은 거듭된 폭탄주 순배에 끊임없이 항복 선언을 했지만 싸그리 무시되었고,
결국 남자들은 틈틈이 화장실에 가는 방법으로 술자리를 버텼다.
나는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맥주컵 가득 물을 원샷하는 것만으로 힘들었는데, 정말 남자들이 안쓰러웠다.

3.
차라리 폭탄주 문화는 그런가보다 할 수 있었다.
갑의 여직원들의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유부녀건 아니건 하나같이
우리쪽에(정확히 말하면 미혼남성에게만) 러브샷을 제안했다.
'영계'를 연호하는 그 모습이 나로선 성희롱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지만,
당하는 남자들은 특별히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 듯 했다.
(러브샷 소리를 들을 때마다 질색했지만 그건 러브샷 때문이라기 보다 폭탄주 때문이었다.)
'친구'나 '동지'가 아닌 '남자'가 술 따라달라는 말만 해도 술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문화에 익숙한 나로선
내가 술자리와 담쌓고 지낸 사이 문화가 바뀐 건지, 그곳이 특이한 건지 알 수 없었고,
어느 쪽이든 불쾌하다고 한마음으로 '생각'했다.

4.
다행히 접대는 8시 30분에 끝났다.
원래 우리는 짧고 굵게 마신다는 그분들의 설명에 그나마 안도하며 귀가했는데,
오늘 아침 들어보니 처녀총각만 남아 자리가 더 이어졌다고 한다.
우리의 뺀질이 양과장이 갑의 소문난 여걸인 ***씨에게 쥐어잡혀 끌려다녔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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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6-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저는 관공서 접대회식하고는 관계가 먼 곳에 있어서 생소한 분위기네요.

인터라겐 2006-06-2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참~ 그나 저나 산낙지 맛있어요..^^ 조선인님이 집착하셨을 산낙지가 먹고 싶어요..흐흐

우리나라 접대 문화는 정말 변화가 필요해요.. 무거운 몸으로 고생하셨겠어요...

Mephistopheles 2006-06-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미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으셨군요..^^
저도 아직까지는 젓가락에 통째로 돌돌 말린 건 못먹지만 토막친 건 맛있게
먹습니다..^^ 그나저나 산모는 열외가 없나봐요...??

paviana 2006-06-22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 들어가서 첨 산낙지 먹었는데 정말 맛있지 않나요? ㅎㅎ
관공서 접대회식이라..새로운 세계군요.

조선인 2006-06-2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사실 저야 접대와 거리가 먼 부서인데,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 특징이다 보니 실무자로 참석한 거죠.
새벽별님, 정말 백호 때문에 놀랐어요. 내가 산낙지를 냠냠 맛있게 먹을 줄이야.
인터라겐님, 그래도 2차, 3차 줄구장창 이어지는 접대가 아니라 양호했다죠.
메피스토님, 저도 토막친 거였어요. 이러다 통째로도 먹을 수 있으려나?
파비아나님, 제가 의외로 입이 짧아요. 어려서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지금도 안 먹어요. 그런데 단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을 맛있겠다고 집는 내 젓가락에 정말 경악했답니다.

Mephistopheles 2006-06-2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신고해서 포상금 받으세요...속닥속닥=3=3=3)

반딧불,, 2006-06-2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960007

어머어머 60000이 넘어갔어요.

잘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러려니 해야죠. 힘드셨겠어요.


ceylontea 2006-06-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1. 안주/식사로 따지면 산낙지->연포탕->낙지수제비 순서였다.
이부분에.. 저두요..
저두 어제 회식에서 낙지 먹었어요. 전 산낙지->낙지 무침- 연포탕->낙지전->볶음밥/칼국수 였어요..
그 중 제가 먹은 것은 산낙지 조금, 낙지 무침, 연포탕, 낙지전.. 낙지로 배불러 보기는 처음이었어요... 물론 맛있었구요.. ^^ (배불러서 밥과 국수는 먹지도 못했다는...)
문제는 그러고 탈이 나서리.. 좀 고생했어요.. 아무래도 낙지 무침이 좀 매웠던듯..

바람돌이 2006-06-2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낙지 좋아하는 백호! ^^
그나저나 저런 접대자리 힘드시겠어요. 분위기 안 맞는데 맞춰줘야 하는 회식자리 정말 싫어요. ^^

ceylontea 2006-06-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 저희는 소주만 마셨구요.. 소주 파도타기를 4번인가, 5번은 했어요.. 파도타기 중 건배 제의를 한 사람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파도타기도 있었어요.. 저야 소주잔에 물을 따라 마셨지만... 조선인님.. 맥주컵 하나 가득은 정말 고문이셨겠어요... ㅠㅠ;
3. 동감이어요.. 그런 것을 보고 있는 것 자체도 짜증이죠.. 그래도.. 저희 회사는 그런 분위기는 없어 다행이네요..--;
4.저희도 9시쯤 1차가 끝났어요.. 2차는 집으로.. 전.. 사무실 들러 집으로 갔구.. 술집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구.. 여튼.. 집으로.. ^^

(사족)전 저런 접대나 회식이 싫어 PM은 하기 싫다는...--;

sooninara 2006-06-2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들과 딸..큰아이와 둘째는 입덧도 땡기는 음식도 다르죠.
산낙지계로 입문하심을 축하^^

마태우스 2006-06-2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샷은 진짜 웃기는 일이어요. 왜 그딴 걸 하는지 모르겠음.... 죄송합닏..

조선인 2006-06-2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비법은 있을지언정 불법은 없었다구욧!
반딧불님, 구글 여파로 이젠 방문자수 의미가 떨어진 거 같아요. 히잉.
실론티님, 러브샷이 일반적인 문화는 아닌 거죠? 안심했어요.
바람돌이님, 백호는 대체 어떤 애일까 불안해져요. 히잉.
수니나라님, 달라도 너무 달라요. 깜짝 깜짝 놀란답니다.
마태우스님, 님이 죄송할 게 뭐가 있나요. *^^*

전호인 2006-06-2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메뉴로 접대하셨네여. 낚지와 연포탕 죽이는 메뉴인 것은 자명합니다만 접대에 위치에서 이렇게 힘들어 하시는 줄은 몰랐네여. 저는 주로 접대받는 유형이라서..... 폭탄주는 접대하는 쪽에서 접대받는 쪽을 빨리 보내기(?)위해서 하는 수법(?)이져!!ㅋㅋㅋ
그것도 양주폭탄주가 아니라 소주폭탄주라면.......
암튼 우리의 술문화 바뀌어야 합니당.

기인 2006-06-2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는 동생이 휴가나오면 접대(?)나 해야겠어요 ^^;

건우와 연우 2006-06-2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병아리 눈물만큼 우리도 접대란걸 해봤는데 진짜 그거 재미없어요...
그나저나 회식까지 가시느라 만만치 않으시겠군요. 선험자로 말씀드립니다. 아이구 어쩌나, 요령껏 빠지세요. 그리고 한두명 절대적인 아군도 확보하시구요. 그리고 늘 잊지말것!!! 절대 기운빠지지마세요. 화이팅!!!

조선인 2006-06-23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아, 결국은 접대를 위해 폭탄주가 발달한 거군요. 수긍이 가네요.
기인님, 넵, 동생에게 좋은 접대를. *^^*
건우와연우님, 저야 술을 못 하니까 늘 면제대상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관여하는 거라 빼도 박도 못했어요.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2006-06-23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