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이 스위스를 이기든 말든 나로선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붉은악마의 열기를 딱히 반대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축구 응원을 빙자한 일탈로 자기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명백한 수준 미달이다.
스위스전에 이기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화려한 폭죽/불꽃놀이를 할 참이었겠지.
졌는데 미리 사놓은 폭죽/불꽃이 아까우니까 집 앞 놀이터에서 그냥 써버린 거겠지.
놀토를 맞아 느긋하게 늦잠을 자려다 요란한 폭죽소리에 놀라서 깬 건 그렇다 치자.
딸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갔다가 기겁을 했다.
위험하게도 불꽃놀이용 철사가 놀이터 사방에 수십 개나 꽂혀있는 것이다.
미끄럼틀 위에는 맥주 깡통과 먹다 남은 안주가 그득.
아, 놀이터 꼴불견, 또 추가다!!!

2.
그래도 어제는 꽤나 흐믓한 일이 있었다.
토요일의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에 가보니 또 여기저기 담배꽁초, 아이스크림 막대기, 과자 봉지...
수위실에서 집게와 통을 빌려와 놀이터 청소를 하다가 마로가 불러 잠깐 일손을 놓은 적이 있는데,
다시 와 보니, 이런, 집게랑 통이 없어진 거다.
수위 선생님이 가져가셨나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오!!!
조그만 사내아이와 열심히 축구하며 놀던 아저씨 한 분이 놀이터 청소를 하고 계시는 거다!!!
작년 5월에 이사와서 지금까지 처음 있었던 일!!!
청소를 끝낸 뒤 내 앞에 통과 집게를 내려놓으며 멋적어하시는 모습이 어찌나 이뻐보이는지.
알고 보니 그 집 아들이 마로랑 동갑이라 어떻게든 둘이 친구가 되게 하려고 애써봤지만,
아직까지 낯선 친구랑 쉽게 어울리지 않는 마로 성격 때문에 실패했다.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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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6-06-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부른 아줌마가 청소하고 있으니 그 아저씨 얼마나 난감했겠어요 ^^
조선인님도, 그 아저씨도 참 착해요.
그나저나 그 뒷생각 안하는 사람들 참 큰일이야. 자기가 별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 어쩌면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 늘 생각해야겠어요.

조선인 2006-06-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언니, 여지껏 놀이터에서 수많은 엄마, 아빠를 마주쳐 봤지만, 다 소 닭보듯 했거든요. 오히려 아빠들은 청소하는 걸 빤히 보면서도 아무데나 담배를 휙 휙 버려 잔소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어젠 정말 흐믓했어요.

hnine 2006-06-2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존경스러워요. 마로에게 산교육도 되었겠네요.

해리포터7 2006-06-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도 애들어릴때 놀이터로 출근할때요..맨날 깨진 유리조각 줍는거 담배꽁초 줍는게 일이었어요..그놀이터는 휴지통도 설치를 안해서 건의를 했더니 청소년들이 불지르고 논다고 없애버렸답니다..이건 참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그는 격인가 했죠.정말이지 깨끗한 놀이터를 아이들품으로 돌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비자림 2006-06-2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놀이터에 위험한 게 많아 놀라셨겠네요. 마로도 조심해야 하지만 님도 항상 조심하시길...

조선인 2006-06-2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마로는 쓰레기가 생기면 꼭 엄마나 아빠에게 주라고 교육을 시켜둔 편이에요. 가끔 난감한 건 코딱지 파고 줄 때. ^^;;
해리포터7님, 우리 아파트 놀이터도 쓰레기통을 철거했어요. 흑흑.
비자림님, 고맙습니다. *^^*

울보 2006-06-2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는 놀이터 죽돌인데요, 우리동네 놀이터에는 큰아이들이 종종 아이스크림먹고 아무데나 버리곤하는데 어른들이 많이 타이르는 편이지요, 그리고 놀다가 엄마들이 다 치우고 가서 오래된놀이터인데 깨끗은 안해도 언제나 치우려고 노력중이라지요 ,,,,,그런데 나무가 너무 많아서 나무 가지들이 아주 많아요,

건우와 연우 2006-06-2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하신 아저씨와 아들, 조선인님 모두 추천감이예요^^

조선인 2006-06-2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좋은 문화 속에 계시네요. 제가 지금 사는 아파트는 뜨내기 주민이 많아서 영 관심이 적어요. 속상하다죠.
건우와 연우님, 고맙습니다. 꾸벅.

2006-06-27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8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8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