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에 비해 만화책은 워낙 공간을 많이 차지하므로
열심히 사모은 애장서들을 어쩔 수 없이 정리하게 되곤 한다.
중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만화가 지망생이 많았던 터라
경우에 따라 수백권의 책을 넘긴 적도 두 세 차례 있을 정도.
그래도 엄선해서 가지고 있던 책들이 5-6상자 있었는데,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집 떠나 사는 사이 창고에 물이 드는 바람에 상자째 엿장수에게 넘겼다.
다시 사모은 책 역시 결혼 후 가장 먼저 정리 대상이 되었고,
이 과정에 판타지며, 무협지까지 싸그리 도맷금 처리된 아픈 기억. ㅠ.ㅠ
문제는 알라딘 중고샵이 생긴 다음 도로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는 건데,
옆지기는 책장 위에 쌓이고 있는 만화책들을 아직까지는 못 본 척 해주고 있으나,
내년 봄에 이사하게 되면 아마 또 한 번 전쟁을 치르게 될 듯 하다.
우선 장르를 보면.
코믹한 순정학원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읽다 보면 중고생 시절에 왜 이리 심심하게 살았나 무지하게 후회된다. 그래서일까? 학원물은 좀처럼 소장하지 않게 되는데, 가장 최근에 사들인 건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오해를 사는 제목이라 그런지 요새는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남자주인공의 어두운 이중인격이 참 마음에 든다.

음악만화도 좋아하는데 '노다메 칸타빌레'와 '피아노의 숲' 중 어느 걸 소장할까 고민하다 노다메는 CD로 사고, 피아노의 숲을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옆지기와 마로까지 즐겁게 읽는 유일한 만화.

'백귀야행'과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중 하나만 남기고 정리하기로 했는데 도저히 우열을 못 가르겠다. 난 귀신이 좋다. ^^

귀신 만큼이나 좋아하는 내용이 환수라 '환수의 성좌'와 '팻숍 오브 호러즈' 모두 소장중이긴 한데, 부피 문제 때문에 방출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의룡' '닥터 교토 진료소' 같은 의학만화나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추리만화도 좋아하는데, 죄다 초장편인지라 감히 소장의 엄두는 못 내고 있다. 요리만화도 좋아하는데, 이건 다이어트의 적이라 요샌 보는 것도 피하고 있어, '맛의 달인'이나 '대사각하의 요리사'는 과감히 중단 했다. 유일한 예외가 '식객'이었는데, 올초 방출하고 1권만 기념으로 가지고 있다.
귀신과 환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초능력을 좋아하지 않을리 없지만 딱 하나 남겨 놓은 건 강은영 작가의 '스톰'.
다음 작가주의.

김혜린 작가의 만화 중 '북해의 별'과 '비천무'가 있고, '테르미도르'는 아직 장만하지 못하였다.

강경옥 작가의 만화는 거의 다 소장하고 있는 듯 한데, 가장 좋아하는 '이 카드입니까'와 '별빛속에'만 내 수중에 없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몬스터'도 좋았지만 소장베스트는 역시 '마스터 키튼'. 애엄마가 되니 선호도와 소장가치가 차이가 나게 된다.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과 황미나 작가의 '불새의 늪'도 호시탐탐 소장을 노리는 책이었는데, 페이퍼 쓰다 말고 '불새의 늪'을 질렀다. 중고샵은 정말 카드에 내려진 저주다. -.-;;
마지막으로 추억의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나를 만화계에 입문시킨 작품이다. 입양 보냈다가 도로 사고 수장되었다가 도로 사고 방출했다가 도로 사고. 결코 떠나보낼 수 없는 첫사랑인 거다.

'유리가면'과 '캔디'는 가장 최근에 방출한 책이다. 아무리 그리운 추억이라고 해도 그 부피는 용서가 안 된다.

'아기와 나'와 '닥터 스쿠르'는 분명 소장하고 있는 만화이긴 한데, 어디있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만화이다. 아무래도 소설책 무더기에 섞인 듯.
나는 비빔툰과 함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학부모가 되었다. 만화책 중 유일하게 당당히 책꽂이에 꽂혀 있다.


고우영작가의 삼국지, 수호지, 일지매, 초한지 등은 오빠가 몰래 사모은 책이었다. 큰오빠가 고등학교 때 성적이 왕창 떨어지자 어머니 손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져 버렸다. 그 기억 때문에 지금껏 소장을 못 하고 있지만 해람이가 중학교 가면 바로 사모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