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골라주는 책 말고 제가 직접 고른 책은 그 전에도 꽤 있었다.
WHY?과학 시리즈라든지, 마법천자문이라든지.
하지만 제 스스로 이 궁리 저 궁리 하며 5만원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끙끙대고
이 책 저 책 넣다 빼가면서 장바구니를 완성한 건 이번이 처음.
딸아이가 심사숙고하여 제 생일선물로 고른 책은 좀 뜻밖의 것들.
역사책이라는 것보다 만화책이라는 데 더 끌렸겠지만,
그래도 경주여행 이후 어린이 삼국유사에 꽂혔던 연속성인 듯.
벌써부터 어린이날 선물은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란다.
아빠가 정신대 할머니들과 김장 행사를 했던 걸 기억하나 보다.
장바구니 금액을 맞추기 위해 여왕 기젤라를 빼고
꽃할머니를 남기길래 좀 놀라웠다.
지은이가 권윤덕씨라는 것이 영향을 끼쳤을지도.
미하엘 엔데의 '보름달의 전설'과 각축을 벌이다가
'섬'이 이긴 것도 좀 의외였다.
어렸을 때 대여해봤던 '별이 된 큰 곰'을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미하엘 엔데의 책을 좋아하는 애가
새로운 작가라는 이유로 꽤 난해한 책을 골랐다.
그러고 보니 둘 다 김경연 선생님이 번역한 책이다.
짜식... 아직도 선생님의 선물을 기억하는구나. ^^
'엠마'와 경쟁한 건 '바다로 간 화가'.
둘 다 도서관에서 읽었는데 소장하고 싶단다.
엠마가 우위를 점한 건 할머니 얘기기 때문.
4학년이나 되는데 그림책을 많이 골라 내심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언젠가는 해람이도 볼 책들이고, 고른 수준이 꽤 만족스러워 잔소리없이 주문했다.
알라딘에서 주는 이벤트 선물중에서는 용돈기입장을 골랐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여 티머니와 별도로 1주일에 1천원씩 용돈을 주기로 했다.
딴 소리.
저녁 먹고 한참동안 장바구니를 채웠다 뺐다 씨름하다가 친구에게서 전화가 오니
제 핸드폰을 들고 쪼르르 방에 들어가 한참동안 수다를 떠는 거다.
장장 20분을 컴퓨터 켜놓고 기다리다가 못 참고 소리질러 부르자
그제서야 방문을 빼꼼히 열고 나와 배시시 웃는 거다.
뭔 통화가 그리 길었냐 물었더니 '좀 할 얘기가 있어서'라며 답 아닌 답을 한다.
에고, 이 녀석, 이제 정말 꽤 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