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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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괴물사기극 #이산화 #최재훈그림 #갈매나무 #서평단 #1주차 #도서협찬 @galmaenamu.pub

1주차 P4 ~ P148

인간과 유사한 신비 생명체인 동굴인간에 광란하던 사람들, 전설 속 인어의 실제라 믿고파 하던 피지 인어, 성서 속 괴물이 실제했다며 경이로워하던 히드라르코스, 지구 밖에도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며 열광하던 달의 박쥐 인간, 인간이 인간을 이기는 기계를 창조했다며 매료되었던 튀르크인. 이 모든 사기극의 근원은 무엇일까? 사기꾼들의 기만과 사기성만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까? 속이는 자의 탐욕도 문제겠으나 속아넘어간 자들의 기대와 두려움은 원인이 아니었을까? 인간 내면의 어둠이 투사된 것, 그것이 괴물은 아닐까?

진실이나 사실보다 대중은 자극적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두려움이나 선망을 충족시킨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도 없이 날조된 사기를 그대로 수용하고는 숙고도 거치지 않는다. 일부가 반박한다고 해도 그에는 눈감아버린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의 무언가가 이러한 괴물 탄생의 원인이지는 않을까? 인간들은 누군가를 파괴하고 추락시키며 우월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자신들의 치부나 죄를 덮고자 다른 이를 괴물로 둔갑시키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의 말을 의심없이 믿는 이들은 그런 속임수가 치밀하거나 완벽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싶은 바 자체에 속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어두운 일들을 그려내며 자신들의 내면의 어둠이 투사되었다는 생각은 버려버리고 그저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며 안도하고 괴물에 혐오하며 우월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괴물의 탄생을 기대나 두려움이나 혐오로서 반긴다.

괴물 탄생은 사기꾼들만이 아니라 동조하며 속았다고 말하는 모두의 합작인 것이다. 이 책의 일부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 책에 수록되지 않는 괴물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20세기 초까지도 미국 서커스단에서는 샴쌍둥이나 다리가 하나이거나 척추가 뒤틀리거나 거인증에 걸린 사람들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해 괴물이라며 일반에게 공개했다. 사람들은 그런 괴물에 열광했고 서커스단은 왕성하고 창대하게 활동했다. 사람들은 서커스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을 자신들과는 다른 괴물로 인식했으며 그들의 일상에 마저 자신들의 어두운 호기심을 투사해 괴물의 삶이라 여기며 열광하기 그지 없었다. 샴쌍둥이 여성의 연애와 결혼 등에 대중은 왜 그리도 관심을 가졌을까? 괴물이라 불린 이들은 생존을 위해 서커스라는 대중의 관심을 사는 작업에 동조했으나 정작 괴물 같아보이는 것은 그에 열광하거나 혐오하며 광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이 시대에도 괴물은 탄생하고 존재한다고 널리 알려질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호도된 사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보다 많다면 그리고 사실이 무언지 진실이 무언지 파헤칠 의지를 가진 소수만 있다 해도 정작 괴물은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믿는 자신들 사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괴물을 만든 이들이 건네는 존재를 두려워 하거나 혐오하는 이면의 실체는 괴물이 우리 곁에 있어서가 아니라 평범하다는 인간들이 바로 진정한 괴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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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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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서양철학사 #더크고온전한지혜를향한철학의모든길 #탁석산 #열린책들 #서평단 openbooks21

 

열린책들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지 않은 학문 분야이기도 하지 않나 싶다. 대개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며 자기 나름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갖게 된다. 그런 태도와 관점은 각 개인의 삶의 경험과 사유가 녹아 있다. 대부분에 사람들은 타인의 관점과 태도는 주마간산으로 대하지만 자신의 태도와 관점에는 확고할 것이다. 경험과 사유는 판단과 결정의 중요한 핵심이 되며 대개는 혁신적 전환을 거치지 않는다면 기존 자신의 태도와 관점이 진리인 듯이 여기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그런 태도와 관점을 들을 때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의 것이 강화될 뿐 타자의 태도와 관점은 그가 권위를 갖추었다고 믿기 전에는 참고의 대상이 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런 각각의 태도와 관점들은 세상에 인구수만큼 즐비하기에 개똥철학이라는 말도 있다.

 

그 흔한 개똥철학도 나름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갖추고 있을 테고 그렇기에 들어봄직하지만, 대부분은 타자의 그것을 들어야 한다면 종교 창시자나 철학자들의 그것에 연연할 것이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본서만 읽어봐도 답이 나오는데 그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철학이라는 것이 대부분에 경우 각 개인의 평생의 사유와 관점의 변화를 그린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본서는 철학 특유의 용어들에 난해함을 비껴갈 수 있으리만치 일상 언어로 평이한 서술을 해 주고 있어 독해가 그리 많이 어렵지는 않다. 물론 철학자들은 이해하고 나면 별것 아닌 생각들을 아주 어려운 용어들로 치장하고 은폐하는 재주들이 탁월한 데 서술이 쉽다 보면 용어의 난해함을 피해 가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본서를 통해 유년 시절부터 어린 시절 그리고 청소년 시절을 거쳐 세월을 겪어가는 동안 자신의 사유, 관점, 태도의 변화가 철학사의 흐름을 따르거나 때로는 역행하기도 하면서 진행되어 간 것이 다 담겨있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철학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성장과 성숙 과정을 되짚어 보는 회상과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본서는 탈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의 고대에서 고대에서 중세로다시 중세’, 그리고 르네상스에서 근대로’, ‘근대 계몽주의 이후그리고 현대이렇게 철학사의 흐름을 6 분할로 전달하고 있다. 본 리뷰를 쓰기 전 언론과 다른 리뷰들을 참고했는데 본서만의 강점을 강신술과 비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있다는 대에서 찾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철학사의 흐름이 개인의 성장과 성숙의 흐름이 담겨있는 것이라면 오컬트적인 부분도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싶다. 사실 그노시즘과 비학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텐데 본서에서 에소테리시즘이라고 정의한 정신문화의 한 축을 배격하고서 저술된 기존의 철학서들은 (인간의 사유와 관점들의 큰 맥락을 전하고자 하는 게 철학서라면) 특정 장르는 배제한 정리이지 않은가 싶다.

 

본서는 그런 까닭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끌림을 느끼며 자신에 대한 일깨움을 더욱 짙게 가지게 할 서양 철학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본서의 쉬운 서술에도 마감 기간 이전에 완독하기 위해 무리한 속도로 독서를 하다 보니 이해 못한 대목들이 많았는데 673장인 본서를 하루에 1개 장씩 읽어 나가며 사유의 시간을 갖는다면 성찰의 시간도 동시에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대개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그러니까 자신의 삶과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고 싶어서가 더 깊은 까닭이리라. 자기 이해 이후에야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나 포용도 가능한 것일 테니 자기 이해가 난해하게 느껴질 때 철학을 그리고 이 책을 가까이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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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15주년 특별기념판)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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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만들지않는대화법 #TongueFu #샘혼 #갈매나무 #사람을얻는대화의기술56 #화법화술

@book_withppt @galmaenamu.pub

 

북피티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원제는 [Tongue Fu! : How to Deflect, Disarm, and Defuse Any Verbal Conflict ]이다. 한국어 제목과 비교하니 저자의 집필 의도를 잘 수렴해서 한국어 제목도 정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한국어 제목의 부제는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이기도 하다. 원제도 한국어 제목과 부제도 모두 상대를 이기는데 주안점을 둔 대화 기술이 아니라 포용하고 함께 하는 대화법을 다룬 책이란 걸 주지시키고 있다.

 

본서는 2008년 출간된 책으로 무려 17년을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저서이기도 하다. 일을 진행하고 언쟁에서 이기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에는 대화의 기본으로서 사람을 존중하는 것에 중요성을 다시 돌아보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샘 혼의 이 저작 이후로 논쟁에서 이기거나 타인을 설득하는 경우의 저작에서까지 타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식을 헤아리는 저작들이 더러 있지 않은가? 화법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쇼펜하우어 시대의 타인에게 모욕적인 대응을 해서라도 언쟁에서 이기는 기술 등은 이 시절에는 거의 폐기되는 지경이다. 대화에서의 기본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짐으로 여기며 반드시 이긴다보다 함께 한다에 주목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본서의 영어 제목이 [Tongue Fu!]인 건 저자가 강연을 이어가다 어느 참가자 분이 이건 동양 무술들처럼 언어와 마음의 소양이 담긴 것 같다고 한 발언 때문에 이런 제목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쿵후와 같은 텅후라고 말이다. 본서에서 저자는 텅후의 기법이라며 종종 언급하는데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텅후는 싸움이 아닌 조절의 기법이다. 우리 목표는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 상대의 부정적 전술을 낱낱이 밝혀내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과 텅후의 핵심은 당신 자신의 권리와 상대방의 권리를 동시에 지키는 것이다라는 문장이다.

 

이 두 문장은 본서의 빛깔을 그대로 담고 있기도 하다. 상대를 나의 이익에 맞게 유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내 말만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권리와 이익을 조율하고 균형을 찾는 대화의 기법이 바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라고 보였다. 리뷰를 쓰는 본인도 내향적이고 타인과 언쟁을 꺼리는 편인데도 다소 대화에 서툴러서 타인이 오해할만한 화법을 구사할 때가 종종 있있던 것 같다. 그러나 본서를 통해 나의 입장만이 아니라 타인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의도가 무언지를 생각하는 데 주의하게 되었다.

 

왜냐는 물음에는 설명이든 해명이든 이어가게 되고 상대의 말과 나의 의지가 충돌할 때는 반박을 하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며 상대가 반발하지 않는 화술은 무언지를 알게 되었다. 이건 기술이라기보다는 포용과 헤아림과 어우러짐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법을 헤아려보도록 저자가 안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분명히 느껴진 건 텅후는 기교가 아니라 태도라는 것이었다. 관계에 대한 태도, 사람에 대한 태도, 그리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항상 헤아려보는 태도. 이러한 태도가 자리잡으면 텅후는 고수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흔히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고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과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이 사회 속에서는 각기 기준과 욕망과 의도가 다른 많은 바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바람들에는 나름의 타당성이 대개는 다 존재한다. 그런데도 당신 한 사람만의 기준과 욕망과 의도만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믿는가? 그건 옳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독단과 독선의 원칙이라는 말이다. 타자의 바람에는 타자의 정당성이 있다. 그렇기에 나만의 바람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통해야 할 것이 통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리라. 이러한 시각에는 나만이 옳고 나만이 정의이고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의식과는 다른 깊이가 있다. 이런 깊이와 본서의 저자의 눈높이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보다 나은 현실을 끌어당기지만 순리에 맞는 대화의 기법, 텅후가 바로 그것이다.

 

아프리카어 [우분투]처럼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의식을 일깨우기도 하는 것이 본서였다. 이기는 것이 아니라 화합하고, 함께이면서 일을 진행하고, 나의 의사를 무리하지 않고 전달하며 나아가는 법을 다룬 책이 본서이다. ‘만큼 서로의 중요성을 문득문득 깨닫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할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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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도약 - 트라우마 후 성장을 위한 감정, 관계, 삶의 회복
이재희 지음 / 시공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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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외상 후 성장에 대한 많은 책들이 있다. 그 틈을 비집으며 출간된 본서에는 어떠한 차별점이 있을까?’라는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외상 후 성장이나 회복탄력성에 대한 여러 저작은 대부분 트라우마 전체에 대한 설명보다는 외상 후 성장과 회복탄력성의 특징과 영향에 대한 설명에 치중한다. 그런데 본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정의와 트라우마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트라우마 그리고 트라우마 후 성장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트라우마 후 성장에 대해 연구, 교육, 상담을 주로 하는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 교수라고 한다. 책에 언뜻 언급되는 저자의 과거 이야기로는 정신과 심리 문제에 대해 처음 공부하던 시기부터 저자는 외상 후 성장에 대해 천착하기 시작했고 제삼자가 보기에는 그저 사람으로의 일상이겠지만 저자에게는 트라우마였던 문제들로 트라우마와 트라우마 후 성장에 대해 깊은 사유와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책에 보면 상처받은 치유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모든 상처받은 이들이 다 타인을 치유하게 되지는 않지만 자신이 상처받아본 이가 타자의 치유에 재능을 드러낼 때는 상처받은 경험이 없는 이들과는 다른 경계에 이르기도 하는 것 같다. 저자처럼 자신 스스로가 트라우마에 어떠한 영향을 받아본 이들이라면 상식적으로도 타인의 상처에 대한 반응과 대응이 남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본서는 [1장 트라우마 이해]에서 트라우마는 개인의 세계관, 인생관, 자아관까지 흔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2장 트라우마 후 스트레스]에서는 이후 장들에서도 거듭 등장하는 자가 진단 설문이 등장하고 나서 플래시백(거듭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 그 순간의 모든 감각과 감정의 격동을 재경험하게 되는 것), 되풀이 되는 기억(문제 순간의 기억이 일상에 안정을 해칠 정도로 계속 회상되는 것), 악몽(자는 순간마저 쉼일 수 없도록 꿈까지 트라우마가 장악한 상태), 트리거(트라우마 상태로 몰아가는 방아쇠), 신체적 반응(정신적 문제가 육체적 문제로 드러나는 신체 언어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며 1장과 2장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한다.

 

[3장 트라우마 후 성장]은 외상 후 성장을 가져오는 5가지 요소들을 이야기하지만 이후 장들에서도 언급하듯 외상 후 성장은 강제나 억지로 불러올 수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사유와 경험으로는 나으려고 노력은 할 수 있지만 이 트라우마를 발판으로 성장해야지라고 결심하는 건 무리이고 억지라고 판단된다. 나으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성장이 뒤따라온다면 수용하고 좋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제 막 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잘린 사람에게 옆 동네 누구는 너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살더라고 강요한다는 건 또 다른 트라우마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굴과 신체가 훼손당하면서 강간당해 당장 병원에 실려 간 딸에게 보자마자 어서 이겨내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해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부모가 있을 일은 없겠지만 이런 식의 강요는 23차의 트라우마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성장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시간의 역할 역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4장 트라우마 후 첫걸음][5장 트라우마 너머]에서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과정과 외상 후 성장의 여정에서 요구될 수 있는 사안들을 돌아보는데 방향성과 외향성을 중시하는 저자의 말 중에서 외향성은 사회와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더 나은 사회적 삶을 재구성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사회나 관계라는 것도 분명 선택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연인을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tv프로그램도 있고 한시적인 일탈이지만 [월든]이라는 책에서 보는 고독이 있으며 불교에서는 두타행이라고도 하는 인도 수행자 전반이 보여주는 자발적인 고립 상황에서 유지하는 수행의 삶도 있다. 사회적 삶이나 관계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삶에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지만, 사회나 관계라는 것이 굳이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맡길 문제이고 개인적인 성장의 방향에 사회와 관계가 있다면 자연스럽겠지만 무조건 사람들 속으로 가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외재화와 자신의 감정과 사유를 통해 관점들을 재정립하는 창조적 활동이 외상 후 성장에 극적으로 좋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세계관, 인생관, 자아관이 재정립되며 다시 살 수 있다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의의가 될 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노력으로 가능하다면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저 이겨나가려는 노력이 성장으로 가닿을 수 있다는 정도에서 외상 후 성장을 보아야지 노력으로 쟁취하고 완수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건 트라우마 상태의 사람에게 무리한 요구가 될 수도 있다.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낫기 위해서 본서가 많은 분들에게 유익한 역할을 해주리라 판단되는 책이기도 했다. 나아가는 여정에서 지도로 본서를 이용하시기보다 그 길에 쉬어가는 의미로 보아주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무리가 아니라 쉼이 필요하고 그 쉼이 결국에는 성장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쉬어 가는 순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고통의도약 #이재희 #트라우마 #외상후성장 #트라우마후성장 #스트레스 #사유 #관점재정립 #창조적활동 #서평단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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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기원 - 우주와 인간 그리고 세상 모든 탄생의 역사
김서형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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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빅히스토리 도서가 유행하던 시기가 기억납니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의 [빅 히스토리]라는 저작의 등장과 함께 같은 분야에 대한 저작들이 속속 출간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빅히스토리라는 장르만에는 흥미를 크게 느끼지 않아 이번 [존재의 기원]이란 저작 이전에는 관련 분야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총 균 쇠]와 [사피엔스], [인류의 여정]이란 책들도 빅 히스토리로 분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특정 주제를 인류의 역사로 풀어간다거나 인류 발전의 특징을 짚어보는 주제의 책이 아니라면, 게다가 우주의 시작부터 인류사까지 모두 돌아보는 저작은 본서가 처음이었습니다.

본서의 감상은 몇 가지 맥락을 꿰뚫는 키워드로 10개의 장과 하나의 의문을 던지는 장을 유려하게 서술해내었다고 생각됐습니다. 본서는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빅 히스토리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을 뼈대로 삼는다며 [들어가는 말]에서 서술의 축을 짚어줍니다. 에너지로 작용하는 원재료이자 새로운 복잡성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을 말하는 ‘구성 요소’, 새로운 것이 탄생하거나 복잡성이 진화하기 위한 ‘딱 알맞은 조건이나 환경’을 의미하는 ‘골디락스 조건’, 이와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새로운 복잡성’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구성 요소’와 ‘골디락스 조건’이 맞아 ‘새로운 복잡성’이 출현하면 이것이 다양한 도약과 전환점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진화해서 ‘임계국면’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서술이 ‘원인’과 ‘조건’이 만나 ‘업’이 형성되면 업장의 ‘생’과 ‘세계’가 형성된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받아들여졌습니다.

본서는 이와 같은 서술의 축으로 10개의 임계국면으로 우주의 탄생부터 생물의 출현 거기서 다시 인류사의 흐름까지를 짚고 있습니다. 저는 빅히스토리라는 것이 가상의 현실을 진행함으로써 서술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주 탄생이나 물질 생성, 생물 출현, 인류로의 진화, 그리고 인류사라는 것이 가정하고 가공하지 않으면 이야기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상의 이야기가 흐를 것으로 단정했습니다.

하지만 김서형 저자는 가정하거나 이야기로 창조해내기 보다는 신화와 전설, 고고학, 역사와 인물의 일화를 오가며 실제 인류 역사 속 인물들이 가설을 짓고 파헤쳐온 여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리한 스토리텔링보다 더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각 장의 소장들 마다 신화와 전설로 운을 떼고 그것을 역사와 고고학에서 다시 과학으로 씨실과 날실 삼아 이야기를 주조해 갑니다. 그것도 아주 유려하게 말입니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학문 간의 [통섭]이라는 것이 이렇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구나 싶다는 짐작을 하게도 됩니다. 책의 표지에 저자를 빅히스토리 아시아 최고 권위자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저자의 서술의 수준 또한 아시아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공의 이야기로 구성하지 않고는 시작하기도 이 막연한 이야기를 이렇게 유려히 서술할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기만 했습니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상식을 깨면서 더 깊이 기억에 담기는 독특함이 있는 책입니다.

임계국면이라는 이해를 위한 축이 되는 키워드와 임계국면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떠한 구성요소들이 골디락스 조건과 맞이해 새로운 복잡성을 나타냈는지를 생각하며 독서하는 것도 이해의 깊이를 남기기에 좋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며 신화에서 역사와 고고학으로 거기서 다시 과학으로 진행되어 나가는 여정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빅히스토리의 맥락이 뇌리에 남는 저작이 본서라는 감상을 가지게 되실 겁니다.

본서는 10개의 임계국면으로 우주 탄생, 물질 생성, 생물 출현, 인류로의 진화, 인류의 역사 발전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11장은 인류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과 의문이 담겨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환경문제, 기술발전 등으로 실존과 공존의 문제가 팽창하고 있는 지금 인류세는 과연 또 다른 도약을 할 것인지 이것이 인류세의 끝인 건지 의문을 가져 보셨던 분들이 많을 시절이라 본서의 마지막 장도 의미롭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저로서는 다른 빅히스토리 저작을 읽어보지 못해 비교 대상이 없지만 저의 첫 빅히스토리 저작과의 만남이 본서라는 것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스토리텔링이 과도한 저작들과 만났다면 독서를 중도 포기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저와 감상이 비슷하실 분들이 많이많이 본서와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존재의기원 #김서형 #빅히스토리 #우주탄생 #물질생성 #생물출현 #진화 #인류사 #신화 #전설 #역사 #고고학 #과학 #생물학 #인물 #서평단 #클랩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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