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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영성, 기쁨, 경이로움을 발명하는가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평점 :
저자는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라는 양가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MIT에서 물리학 교수로 그리고 인문학 교수로 동시 재직한 남다른 경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경력이 그의 통섭적인 관점을 잘 드러내 주고 있지 않나 싶다.
본서는 저자가 어린시절 물가에서 물수리와 조우하며 느낀 경이감이라는 체험을 통해 영성을 경험하고 이후 물리학자로서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 영성적 체험을 잊지 못했기에 탄생한 저작이랄 수 있다. 본서를 정의하는 키워드라면 ‘창발 현상’, ‘스팬드럴’, ‘다르샨’ 이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창발 현상’은 ‘개체 개개의 특성으로는 볼 수 없는 것, 그리고 이 개체들의 집단에서 나타날 수 없는 것이 집단이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스팬드럴’은 ‘그 자체로는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생존에 실질적인 이점을 주는 다른 특성에 따라오는 부산물’을 말한다. ‘다르샨’은 힌두교 용어로 ‘신성을 경험하는 기회’를 말한다.
저자는 과학자로서 영성을 체험하고 담론하는 자기 자신을 영성적 유물론자로 정의하고 있다. 유물론자이지만 영성을 경험했고 이해하고 수용하려 하고 있다는 걸 또 그럼에도 과학자적인 입장에서 유물론자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수십억 개의 뉴런과 그사이의 수조 개의 연결로 이루어진 우리의 뇌에서 의식이라는 것이 등장하는 자체는 이 거대한 연결의 네트워크가 결국 장엄한 창발 현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의식의 출현과 존재 자체가 신적인 힘의 현현 때문이 아니라 생물의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주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영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생물로써 가지는 스팬드럴로 보고 있다. 다르샨이라 불리는 신성을 체험하는 현상 자체가 평범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 생물로서 당연한 과정과 결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영성적 체험들은 우리에게 경이감과 함께 분리되지 않은 하나라는 의식 그리고 우주의 거대함과 그 거대함과 합일한 자신 등 일체감과 소속되어 있다는 의식을 갖게 한다. 이러한 인식은 일상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분명 다시금 일상과 집단에 애정과 소속감을 품게 한다. 스팬드럴은 그 자체로는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산물 같은 것이라고 했지만 분명, 이 부산물이 존재로서의 적응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신성 경험의 기회를 이야기하는 다르샨이 완전히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이의 관점을 가지고 다시 사회에 복귀하게 하여 더욱 적응성을 높이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경이와 영성, 의식 등의 비일상적 경험과 정의를 일상의 이점으로 통섭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신성적인 것을 유물론적으로 해석해내고 비일상적인 것에서 일상적인 유익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과 인문학을 모두 섭렵한 저자의 경력처럼 본서에서는 과학적 전문성을 통해 신성과 일상적 유익이 서로에게 침투해서 포용하고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본서는 자신이 지나치게 영성만을 추구한다거나 자신이 너무 유물론적이라거나 하는 우려가 드는 각각의 분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영성과 현실성이 서로를 포용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해주는 책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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