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벤 앰브리지 지음, 이지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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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맨체스터 대학 심리학 교수이자 ESR(경제 사회 연구위원회) 국제 언어 및 의사소통 발달 센터 LuCiD의 연구자라고 한다. 본서를 읽다 보면 심리학과 뇌과학, 스토리텔링과 저자의 일화 등이 등장하는데, 전문적인 정보와 함께 사회 관계성과 작법 등에 관한 서술이 저자의 재치있는 필치와 만나 잘 어우러져 펼쳐지지 않았나 싶다.

 

본서는 물론 8가지 마스터 플롯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자체가 주제이지만 그에 대해서는 사실 짧게 핵심만 요약해 안다 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러한 요약은 이미 여러 리뷰와 출판사와 언론의 소개글들에서 충분히 언급되어 있기에 이 리뷰에서는 이 저작의 집필 취지랄까 8가지 플롯이 기능할 수 있는 배경에 주목해 보려 한다.

 

이 배경이랄까 저자의 집필 전제랄까는 서사 통제라는 키워드, 하나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각 개인이 몰입되었거나 주목하는 서사가 그의 태도와 행동을 좌우하고 타인을 통제하게 한다는 것이 서사 통제라는 개념의 정의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위의 예를 들자면 누군가가 삶이란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주제의식을 갖고 있고 그러한 태도와 행동의 범주에서 삶을 살아간다면 그는 분명 자신의 삶이나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삶에서 그와 같은 맥락의 서사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태도와 행동 규범은 결국 같은 맥락의 서사를 자신과 타자의 삶에서 이후에도 읽어내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각도에서 타자를 바라보고 그러한 기준에서 타자에 대응하게 한다. 적자생존이라는 관점, 약육강식이라는 관점도 그러한 관점에서의 태도와 행동을 이끌어내고 타자들의 삶을 그러한 관점에서 읽어내게 한다. 이건 프레임 차원의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관점을 사람이 가질 때는 이미 그 이전에 그러한 주제 의식을 가진 서사를 자신과 남의 인생에서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다양한 그리고 사회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과 사람과 사회에 대한 태도와 행동 규범을 자아내게 한다. 결국 서사가 나도 내가 타자를 대하는 방식도 사회의 운영 방식도 제어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로서는 서사 통제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이 책에서는 개인이나 기업과 사회를 제어하고 있는 마스터 플롯을 8가지로 분류해 정리해 주고 있다. 나로서는 서사를 세계관, 인생관 등의 전제로 보고 다시 이러한 관점들이 서사를 재정의한다고 보기에 저자가 분류한 8가지에 수긍되는 서사도 있었고 꼭 수긍되지만은 않는 서사도 있었다. 수긍이 안 된다기보다는 좀 더 구체화된 분류가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세세하게 보지 않는다면 이러한 서사에 대한 인식이 자신을 돌아보기에도 타자를 이해하기에도 기업과 사회의 운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더 나은 통찰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다른 독자들도 무엇보다 저자의 필치가 몰입하게 만드는 장점이 크기에 재미 삼아 읽으면서 시야가 다소 확장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심리학자가 쓴 책이면서도 작법에도 유용한 면이 큰 책인데 작법 책을 다소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작법을 다루는 책 자체가 인생의 통찰을 가져다주는 면이 적지 않다. 그런 유익을 생각한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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