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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숨은 사이코패스 - 정상의 가면을 쓴 그들의 이야기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흔히 반사회적 인격장애라 불리는 이들은 어쩌면 인간의 원형에서 선성과 악한 면모 중 한 축을 그려내는 대극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원형 중 이제까지 한 측면만을 부각해 오고 그러한 모습으로 사회화되어 왔지만 그것도 선성은 아니었습니다. 승자독식, 약육강식, 인간의 이기성에 주목하는 관점이 과연 인간의 선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이제까지 아마도 인간의 악성을 부각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근간에 [휴먼카인드]라던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저작들로 보아 인간의 선성에 주목하고 그러한 면을 보편화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한 측으로 기울어진 주장이다 보니 인간의 악성을 경험하거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악한 면모를 인식하고 있는 대중들을 설득하기에는 다소 우스운 설득방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 이르면 인간 원형의 대극에서 악한 측면으로 그 극성이 극한에 이른 것이 아닌가도 싶네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범죄로 드러나고 있고 정치인들 일부의 양상에서도 그런 면모가 찾아집니다. 근래까지도 정권의 교체기마다 관련인들의 자살로 알려진 죽음들과 의문사가 만연해 왔었던 것도 그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나 특정 정치인의 경우 그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사람들이 4명이나 자살하거나 의문사한 통계적으로 말이 안되는 사례가 있으며 최근 그의 비리의혹과 관련한 또 한 명이 자살시도를 했다는 뉴스가 연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권력의 정점에 이러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들이 자리한다면 어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영향으로 그들과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닌 이들이 권력욕을 추구할 때 이 사회는 너무도 스산하고 잔혹하게 변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됩니다. 그래서 더욱 그들을 알고 그들을 치유하거나 그들과의 거리를 지키며 사는 법을 대중이 알아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는 반드시 대중교양서로 널리 읽혀져야 할 책이 아닌가 합니다.
살아오면서 보거나 경험한 것들의 누적으로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태생적이고 유전적이기도 하지만 환경과 사회적 풍토의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사회가 인간의 이기성에만 주목하고 그것을 장려하는 사회상을 띠고 있기에 자라나며 교육에서부터 승자독식주의를 답습하게 되는데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더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니라 현대인 일부의 상식으로 자리잡는 것도 이상하지 않고 말입니다.
저자 역시 프롤로그부터 [유전성과 개인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도 친사회적 혹은 반사회적 인성을 형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점과 범죄학자의 정의가 같은 데 딱히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사회 속에 만연하고 범람하는 반사회적 인성이 타고나기만 하는 거란 결론을 갖기는 무리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이코패스는 미국 인구 중 1%를 차지하고 소시오패스는 미국 인구의 3~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비율은 재소자 중에서는 더욱 높게 나타나는데 전체 재소자의 25%가 반사회적 인격장애 범주에 속한다고 하네요. 전체 미국 인구 중 1%라고 한다면 3백3십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이코패스이고 전체 미국 인구의 3~5%라고 한다면 9백9십만 명에서 1천6백5십만 명이 소시오패스라는 것이니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인구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군대나 직장 등에서 이런 범주의 특징을 보이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범주의 선임이나 상사를 만나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강제적으로 반강제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보이게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것은 알고 보면 하나의 마인드 바이러스이고 재프로그래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영향이 어떠한지 어떻게 종용되고 어떠한 조직이 이런 성향을 강제하거나 유포하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종용한다 강제하거나 유포한다”고 하니 설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영국 공군의 특수부대에서는 이러한 반사회적 특질을 목표로 삼고 그러한 특질을 보이도록 훈련하고 있으며 영국의 은행들은 직원을 뽑을 때 이러한 성향을 보이는지 조사하는데 그건 반사회적 인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사회가 반사회적 인성을 장려하고 추구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기업의 임원들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기질을 가질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월가 임원들 중 10%는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는 기사를 내보낸 적도 있다고 하는군요.
사회가 요구하는 성향이니 사회 내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며 자라나는 것은 특이하지도 정상을 벗어난 것이지도 않은 일상적인 상황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회가 과연 권할만 하거나 이대로 유지되어도 좋은 사회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시대입니다.
사이코패스가 가장 많이 분포한 직업군을 살펴보면 10위가 공직자, 9위가 요리사, 8위는 성직자, 7위는 경찰, 6위는 언론인, 5위는 외과의사, 4위는 영업사원, 3위는 방송인, 2위는 법조인, 1위는 기업가라고 합니다.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 영웅화되고 이상화되는 직업군으로 이런 직업을 가진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이 연애하는 로맨스 장르의 TV드라마는 흔히 몇 번이고 보셨을 겁니다. 이들의 직업군과 이들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성향이 이상화되어 표현되다 보니 청소년들은 이런 성향을 보이면서 해당 직업군을 가지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향을 띠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더욱이 [권력의 심리학]에서 브라이언 클라스가 지적했듯 부패한 권력의 자리는 부패한 인간들을 끌어모으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저 위치의 인간들은 저래야 한다는 상식을 지니게 되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닌 이들은 그러한 자리를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다른 경우보다 현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가 조성하여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모으고 유지하고 길러내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본서에서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정의를 확인할 수 있고 사이코패스의 뇌과학적 특질도 보여주며 타고나는 성향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여러 사례에서 알수 있듯 본서를 읽고 보면 타고나는 것이 육성되는 것보다 결코 비중이 높지 않다고 결론지어집니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사회가 문제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응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사이코패스든 소시오패스든 양육의 방식 곧 사랑이 치료법이 됩니다.
승자독식과 황금 만능주의가 결합하고 이기성에만 주목하는 사회상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대물림 하지 않을 때 사회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감소하고 그런 성향을 띠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어느 범죄자가 출소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거주를 할 수 없도록 만들자고 하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위한 나라’니 하는 말이 확산되는 건 그러한 범죄자로 자라난 이들을 방치하고 수감 기간에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태어나는 사람도 양육자와 환경에 따라 사회에 기여하는 인물로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나지 않는 사람도 성장 과정의 문제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건 그들을 범죄자로 자라나게 하는 사회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고 치유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은 더더욱 문제입니다.
수감기간 동안 어떠한 범죄자라도 다 치유되어서 나오는 사회라면 누가 출소한 범죄자의 거주처가 어디가 되느냐로 반발하겠습니까? 상처를 만들지 않는 사회, 상처를 지속하지 않는 사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라면 누구도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벽돌 하나의 역할을 이 책이 해주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