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해킹 - 친구를 사귀고, 대화가 쉬워지고, 모든 인간 심리에 침입하는 9가지 기술
크리스토퍼 해드내기.세스 슐먼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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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최면의 정의로는 타인의 행동을 자신의 의도대로 유도하는 모든 말과 행위를 최면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상대의 내면을 읽어 자신의 의도대로 유도하는 [콜드리딩]부터 몸짓만으로도 자신의 의도대로 타인을 조종하는 [다크아트]까지 모두 현대적 정의에 의하면 최면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러한 최면작용 자체가 다름 아닌 [마인드 바이러스]이고 [휴먼 해킹]이다.

이러한 타인의 의도대로 행위하게 되는 모든 방면의 [마인드 바이러스]에는 화이트햇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본서는 휴먼해킹이라는 제목을 갖는 것부터가 타인을 자신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려는 가스라이팅이나 심리적인 크랙커의 마인드 해킹을 논하는 책 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분들은 이런 프로그래밍 자체를 우습게 여길테지만 현대 심리학저작들에서는 이러한 최면들이(최면상태가 아닌 각성 상태에서의 프로그래밍만으로) 살인과 여성의 성매매(여성이 자기의사로 하는 성매도)까지도 유도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일련의 최면들이 최면제안(최면 암시)은 그저 제안일뿐 행위는 자신의 의지로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비판적 사고(심리적 검열) 회로만 우회한다면 무슨 짓이던 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이러한 휴먼해킹들에 거부감이 생기고 대응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벼이 그저 타인에게 유효한 말과 행동들을 배우고자 이 책을 선택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휴먼해킹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갖고 그에 대항할 수 있는 화이트햇이 되자고 제안하고 싶어 본서를 읽어보고자 했다.

 

본서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기 전에 제가 겪은 사회공학적 시도 중 제가 방어 가능했던 일화 하나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전화통화: 약간의 의례적인 대화 이후:

사회공학자 추정님: 저는 더 깊은 의미를 찾기위해 저 자신에 대해 사람에 대해 더 알고자 ***프로그램을 수료했습니다. **님은 어떻게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나: 저 역시 저 자신을 알고 싶어서 사람의 심리가 더 궁금해져서 ***프로그램의 ** ****와 *** **라는 책을 읽다가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회공학자 추정님: 제가 **님의 감상에 도움이 되시라고 **카드와 ***카드를 함께 보냈는데 받으셨나요? 

 

나: 네. 동봉해 보내신 카드가 그것이군요.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공학자 추정님: **님 과 같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깊으신 분들을 위해 얼마 후면 ***프로그램의 *****가 시작되는데 그때 연락 드려도 될까요?

 

나: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만 그 시즌 쯤에 시간이 난다면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사회공학자 추정님: 혹시 ***프로그램을 이전에 수료하신 적이 있는 건 아니신가요?

...이하 생략 ......

 

사회공학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영성 프로그램을 전파하는 단체의 소책자를 예스24 중고판매자님을 통해 구입하게 되었다. 당시 그 책은 중고 판매 정식 루트로 올라있는 것이 아닌데 그 영성프로그램에 관심이 이전부터 있었기에 내용이 궁금해 구매해 보게 되었다. 중고 매매시에 판매자에게 구매자의 연락처가 공개되기에 판매자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고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가게 되었다. 

 

이 대화에서는 휴먼해킹에서 언급된 상당부분의 테크닉이 적용되어 있다.

사회공학자 추정님이라고 했지만 판매자 님으로 정정해 말을 이어가자면 판매자님이 본서에서 가장 초반에 나오는 표적(여기서는 나에 대한)에 대한 심리유형분석을 전화하기 전에 추정해 보았거나 전화통화 중에 분석을 해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밑밥깔기'라는 표적(또는 관심인)에 대한 자기의 페르소나(역할) 설정과 '라포르'(유대감, 연대의식)형성, 내가 받아들이기로는 '주고 받기의 원칙' 같은 것들과 '대화개요'를 구성해보고 안배했다는 느낌을 당시에도 강력히 받았다. 

 

당시에 나로서는 사회공학(휴먼해킹)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지만 사회공학과 같은 계열이랄 수 있는 콜드리딩이나 다크아트 등에 대한 반감이 있을 때라 더더욱 방화벽이 확고해졌던 것 같다. 분명 그 판매자님은 어떠한 조종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좋은 것을 권한다는 정당성과 호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본서에서도 언급되듯 사회공학 강의에서는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 주목하도록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조종을 다르다고 정의하고 있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결은 상대방이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도록 함으로써 그가 자발적으로 나의 소원에 부응하게 하고 그것이 그의 생각이자 그에게 최선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조종은 사람들의 감정을 악용하여, 그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든 상관없이 상대방이 억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위의 영향력과 조종의 대조문구를 보며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으실 거다. 하지만 과연 진정한 차이가 있는가? 수식어와 미사어구를 우선 보자.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도록 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나의 소원에 부응하게 하고... 그것이 그의 생각이자 그에게 최선이 되도록..." 나의 의도에 대상이 동조하여 없던 의도를 갖게 하고 없던 욕구가 샘솟게 자극하여 그가 나의 의도대로 행동하면서도 좋아라 하게 만들면 영향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조종은 그와 다른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수식어들을 남발하고 있지만 감정을 악용하는 것이나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또는 자발적으로 나의 소원에 부응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한다해도 자신의 의도가 명확하고 이익이 명확하면 사회공학 지식이 있는 습득자가 사회공학을 사용하지 않겠나? 조종은 '억지로' 하는 것이라지만 저자가 영향력이라면서 순화한 그것은 '억지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라는 것이 다를 뿐 타인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제어해 결국에는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히 최신 최면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최면이다. '내가 말하고(또는 의도하고) 니가 행하는' 모든 것을 최근에는 모두 최면으로 정의하고 있다. 꼭 깊은 최면 상태로 유도하지 않더라도 상대를 유도하고 제어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최근까지 계발되어 왔고 실제 적용되고 있다. 사회공학(휴먼해킹)은 사람을 제어하는 분야이고 이렇게 타인을 통제하고 타인에게 통제 받는 것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있을 것을 알기에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거나 '영향력과 조종은 다르다'는 눈가리고 아웅식 해석을 하게 하는 것일 거다. 

 

하지만 진정한 영향력은 사실을 제시하고 각자가 자신의 이성과 감성으로 판단해 결정하게 하는 것이지 나의 의도대로 상대의 관점과 감성을 끌어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녀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 교감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나은 방향을 제시하며 차근차근 의견을 조율해가며 결정하는 것과, 부모가 가장 나은 거라고 결정한 분야에 대해 자녀의 내면에 없던 호감을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키려하고 그 방향을 자녀가 추구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다. 전자가 자녀의 인격과 이성에 대한 신뢰와 존중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후자는 가스라이팅에 다름 아닌 것이다. 전자는 대화이며 소통이다. 하지만 후자는 심리 유도이며 개인 통제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른 체 일상에서 후자를 선택할 때가 많고 휴먼해킹은 모르고 사용할 바에야 알고 활용하라는 것이 전제이다. 사실 본서를 읽고 보니 사람과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과정 중에 자연스러운 대목들에 대한 소개인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유대감 형성과 소통이, 낯선 사람이 의도적으로 접근해 자신의 의도를 충족시키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처럼 이런 반감을 갖는 분들도 계실 것이지만 오히려 타인을 맘대로 제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사회공학, 휴먼해킹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럴 사람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사회공학과 같은 류의 정보들에 반감을 갖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제어하려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어떠한 방화벽을 쳐야 할까?

무엇보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잘짜여진 역할이 설정되어 나타나는 대상, 초면에 쉽게 나와 라포르를 형성하는 인물이나 늘 보아오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라포르 형성을 하려고 다가설 때 또 예기치 않은 선물과 함께 자신의 입장이나 처지를 이야기하며 무언가 해결안을 제안받으려 상대가 기다리는 상황이 펼쳐질 때 우리는 항상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내 심리와 이성적 차원에 일관성을 갖는 것이다. 혹할 때 혹하지만 말고 평정심을 가지던 순간으로 돌아와 차분히 이것이 자연스러운 대화였나? 이 만남의 여정이 상대의 의도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아니었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평정심을 유지하고 제어 당하지 않을 결심을 하던가, 두번 당하지 않을 결심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본서는 '친구를 사귀고 대화가 쉬워지고' 라는 카피 문구를 내세우지만 동시에 '모든 인간 심리에 침입하는 9가지 기술'이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는 책이다. 더욱이 대화 상대, 소통 상대를 '표적'이라고 칭하면서도 나쁜 의도를 가진 분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중을 젖먹이 애로 보는 게 아니라면 이런 접근은 공허하다고 본다. 본서를 선택하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선택하기 보다는 대중을 또는 개인을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어서 이 책을 눈독 들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표적이 될 대중들은 어쩌겠나? 그들보다 더더욱 앞서 본서를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먼해킹의 기법들을 숙달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내용의 대강은 파악하고 있어야 사회공학에 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항상성을 유지 하는 가장 우선적인 방법은 자신을 존중할 필요와 어떻게 존중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우선이고 또다른 방법은 무엇이 나의 항상성에 해킹을 하고 파고들 수 있는 것들인지를 파악하는 것일 거다.

 

그러니 통제 받기 싫다면 어떤 방법으로 나를 통제하려 할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자유인이라는 사실만 알면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자유인인 줄 알았던 나를 제어하는 많은 사람들과 제도들과 기술들이 있다. 그 하나하나를 알더라도 어떤 제도들은 벗어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시국이라 더 피부 깊숙히 와닿을 말일 거다. 하지만 나를 통제하려는 사람과 그 사람이 악용하고 있는 기술이 무언지는 경우에 따라서 알고 벗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휴먼해킹은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나를 제어하려는 무기들 중 하나다. 화이트해커가 되기 위해서도 좋다. 내면의 방화벽을 만들기 위해서도 좋다. 본서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저작이다. 자유가 좋고 편안한 나 자신이 좋다는 누구나에게, 이 시대에는 필독해야만 할 책 1순위라고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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