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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와 수이가 수이의 수호천사가 가리키는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 위에서 날개 달린 천사의 군대가 흉갑으로 무장하고 검을 빼어든 채 미더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타나는 하늘 옆으로 돌아가는 불바퀴를 밟고선 나타태자와 비늘 갑옷을 입고선 태을구고천존, 거대한 뱀이 감싸고 있는 검은 거북 위에 선 현천상제, 청룡언월도를 든 복마대제가 셀 수도 없는 군병을 이끌고 나타났다.
-햐! 해볼만하겠는걸.
수이의 수호천사가 다행이라는 투로 되뇌었다.
-유로야. 너도 나서거라.
어느새 나타났는지 붉은 흉갑을 입은 지도령이 유로와 수이, 수이의 수호천사 주위로 마법진의 결계를 검으로 깨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도움이 될까요?
-지금 너의 능력치면 충분히 도움이 되고도 남는다. 어서 갑옷으로 갈아입거라.
-갑옷이요? 어떻게 갈아입어요?
-그저 처음 다른 옷을 떠올릴 때처럼 생각만하면 된다.
지도령의 말에 유로는 갑옷을 떠올렸고 유로에게 가야 시대 흉갑이 입혀졌다.
-수이는 어떡하죠? 제가 싸우러 가면 누가 수이를 보호하나요?
-이봐. 수호령군, 나는 들러리로 있는 줄 알아? 내 임무는 절대적으로 수이를 보호하는 거야.
수이의 수호천사가 말했다. 유로는 '내 임무도 수이를 보호하는 건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지금 이 상황에서는 싸우는 게 수이를 보호하는 가장 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맞은편의 마법진에 갇혀있던 유향이가 어떻게 됐는지 돌아보자 유향의 수호천사와 수호령이 유향의 뺨을 두드리며 유향을 깨우고 있었다.
-아함... 뭐야 이건?
잠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리던 유향이 주변의 광경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유향아! 지금 상황이 급박하니까 니 수호천사와 수호령에게 꼭 의지하고 있어.
-형...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형은 어떻게 여기 있어?
-설명은 나중에 하자. 지금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유로는 유향을 향한 말을 마치고 천사들과 영계의 신들이 악마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전장으로 날아갔다. 유로는 날아가며 손에 검이 생겨나 거머쥐었다.
미카엘과 가브리엘은 사마엘을 향해 검을 찌르고 베며 달려들었고 사마엘은 롱소드로 그들 둘과 상대하고 있었다. 태을구고천존이 도끼를 휘두르는 사자머리의 마르바스에게 권풍을 내지르며 공격하고 있었다. 악마들과 대대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던 나타태자와 현천상제는 이 전투를 빠르게 끝내려면 높고 낮은 악마들 보다도 악마들의 지도자 사마엘을 처단하는 것이 가장 빠르리라 생각했다. 그들이 미카엘과 가브리엘이 협공하고 있는 사마엘을 치려고 마음 먹을 때 이미 복마대제는 청룡언월도를 사마엘에게 내리치고 있었다. 악마들이 미쳐날뛰며 그들을 가로막으려 공격해 왔다.
64 마신 중 서열 62위인 두 머리의 용을 탄 발라크와 힘겹게 격전을 하고 있던 유로는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다시 다른 악마들이 치고 나오자 난감한 심정으로 어렵게 버티고 있었다.
메타트론이 유로와 격전하고 있던 발라크를 측면에서 검으로 베자 자신이 탄 용과 함께 발라크는 환영이 사라지듯 사라졌다. 천사들에게 베어지는 악마들은 모두 무저갱으로 돌아가버리고 마는 중이다.
전투 중이던 우리엘이 자신 앞의 악마 하나를 베어내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소녀가 이 시공간의 틈을 지탱하는 열쇠 같아. 사마엘이 시공간을 여는 매개물로 저 소녀를 이용한 거야.
-저 소녀를 우리 진영으로 데려와야겠다. 전장이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엘의 말에 메타트론이 소녀를 데려오겠다며 하늘로 향했다. 유로가 올려다보니 그 소녀는 다름 아닌 이령이었다. 유로도 급속히 상승해 이령을 향해 날아갔다.
박쥐 날개를 한 악마들이 이령을 향해 날아가는 메타트론을 향해 벌 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렇게 유로에게 소홀한 사이 유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몇몇 떨거지 악마들을 베어내며 날아가 이령을 에워싼 마법 결계와 부딪혔다. 몇 번을 검으로 내리치던 유로는 문득 '결계는 무시하고 이령이만 구하면 되는 거야'하고 생각이 들었다. 이령을 에워싼 마법 결계 자체를 온힘을 다해 밀며 수이와 유향이 있는 결계 안으로 빠르게 날아 이령을 데려왔다.
이령이를 보자 유향이 달려와 이령이 곁으로 가려 했으나 결계가 막아 다가설 수 없었다.
결계 안에서 얼어있는 듯한 이령의 눈동자에 유향이 비쳤다.
이령을 결계 채로 유로가 데려가자 사마엘은 사태의 심각함을 알고 유로와 수이 유향과 이령, 그들의 수호천사와 수호령이 있는 천사의 결계를 향해 날아왔다.
사마엘과 상대하던 미카엘, 가브리엘, 복마대제, 현천상제, 나타태자도 모두 그를 뒤쫓아 왔다.
가브리엘이 날아가는 사마엘의 등 뒤에서 검을 찌르며 달려들자 사마엘은 가볍게 피하며 손가락으로 검을 튕겨냈다.
사마엘이 튕겨낸 가브리엘의 검이 가브리엘의 손을 벗어나 이령을 향해 날아갔다. 이령일 향해 검이 날아들자 유향이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검이 유향을 꿰뚫으면서도 날아오던 거대한 힘과 함께 유향을 밀어내며 유향을 꿰뚫고 날아간 검 끝이 이령이 갇힌 결계를 깨고 이령의 가슴을 찔렀다.
-아악!
이령이 결계가 깨어지며 정신을 차리자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이런 제길! 어렵사리 세상을 탈환하려 했건만.
사마엘을 비롯한 악마 대군이 모두 무저갱으로 사라져갔다.
검이 몸을 꿰뚫고 지나갔는데도 유향은 이령을 돌아보고는 피를 토했다.
-넌 안돼. 죽으면 안 된다고.
유향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이령일 감싸 안은 채 고통 속에서 이령을 향해 외쳤다.
검에 가슴을 찔린 이령이의 두 눈에 슬퍼하는 유향의 모습이 가득 담겼다.
-미안해. 나 때문에. 너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미안해.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이령은 태어나 처음으로 남자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안 미안해도 되니까 죽지만 마. 죽지 말라고. 바보야.
소리치는 유향의 등 뒤에서 따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죽지 않을 테니 걱정 말거라. 얘들아.
치유의 천사 라파엘이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사라지게 하고는 이령과 유향의 머리에 한 번씩 손을 가져다 댔다.
그들의 상처가 점차 사라지고 유향과 이령은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꼈다.
유로는 수이에게로 갔다. 수이는 유로를 보자 세상 믿음직스러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빠. 너무 멋지게 싸우더라. 무슨 수퍼히어로 같았어.
-수퍼히어로 같기는 너무 힘겹게 버티기만 한 걸.
-아니야. 오빠 검에 사라지는 악마들이 몇이었는데. 이령이도 오빠가 구해온 거잖아. 이령일 데려와서 이 싸움이 끝난 거고. 오빠가 세상을 구한 거야.
-세상을 구하긴. 난 그저 너 하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인걸. 난 너의 수호령이니까.
유로의 말에 수이가 말없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수이가 사라졌다. 수이의 수호천사가 유로를 돌아봤다.
-수이는 이제 병원에서 깨어날 거야. 나도 이제 수이 곁으로 가봐야겠어. 너는 안 가? 수호령군!
-저도 가야죠. 저도 수이의 수호령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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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얘들아. 긴장할 것 없어. 오늘 쇼케이스가 너희들이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이는 무대라고 긴장해서 되려 실수하면 안돼.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뭐?
-연습처럼이요.
고정도 대표의 말에 효윤이와 선희가 신나서 소리쳤다.
-대표님, 대표님이 더 긴장하시는 거 같아요. 좀 릴랙스하세요.
이연이가 자신도 긴장되는데 더 긴장한 것 같은 고대표를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하! 그랬나. 보이그룹은 경험이 많지만 걸그룹 데뷔시키는 건 니들이 처음이라 나도 덩달아 긴장했나 보다. 수이야, 소미야, 이연아, 선희, 효윤이도 모두 준비됐지. 가서 무대 찢어 놓고 와. 관객들 다 쓰러트러 버려.
-네. 근데 대표님이 제일 먼저 쓰러지실 것 같아요. ㅎㅎ
수이가 밝게 웃으면 대답했다.
무대에 올라가며 소미가 수이를 향해 말했다.
-언니, 정말 모든 게 언니 수호천사와 우리 수호천사가 도운 것 같아. 이젠 우리 꽃길만 걷자.
-그래, 근데 수호천사만 있는 줄 아니 수호령도 열 일한다고.
-알겠어 언니. 어쨌건 우리 이 첫걸음을 위해 그 노력을 해왔던 거니까. 꼭 무대 찢어 놓자. 응?
-응!
수이의 얼굴에 긴장감과 기대가 어우러진 표정이 지어졌다. 수이는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유로가 가장 보고 싶었다.
=유로 오빠, 오빠 보고 있지? 이 첫 무대는 오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무대야. 나 긴장해도 놀리기 없기다. 응원만 해 줘. 늘 그러고 있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꼭!
전주가 들리며 수이와 아이들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무대 아래서는 M.G.I의 소속 스텝들과 촬영 스텝, 기자진, 그리고 소수의 팬들이 있었다. 그 팬들 틈에 유향과 이령이 있었다.
-너 어제 학교에 찾아온 그 사람은 누구야?
-응, 유로 형이 빙의해서 수이 구하던 날 사진들을 누가 인터넷에 올려서 나더러 이종격투기를 한번 제대로 배워보겠냐구 찾아왔어.
-너 보고 이종격투기 선수로 데뷔하래?
-그건 아니구. 우선 입식타격기로는 기초가 탄탄하다구. 좀 더 배워서 데뷔해 보겠냐구 하더라구.
-그럼 해야지. 장래가 촉망되는 격투가 싹이 보이는 녀석인데.
유향이가 격투가의 꿈을 갖고 있는 걸 아는 이령이다. 유향이가 자신의 꿈에 한발 다가서게 되어 너무 다행스러웠다.
-와! 수이 굉장하네.
-응, 그래?
-와. 쟤 소미지? 너무 예쁘다.
-응, 그렇단 말이지. 다 이쁜 것도 아니라 소미만 눈에 쏙 들어온다 그 말인 거네.
-진짜 유난히 이쁘잖아.
-내 눈에는 다들 이쁜데 니 눈에는 소미만 이쁘다는 거잖아. 그딴 눈 뽑아다 마법 약 만들 때나 써 보고 싶네, 정말.
유향이 M.G.I 멤버 소미를 칭찬하자 참고 듣던 이령이 불타는 분노를 내리누르며 싸늘히 말했다. 유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 둘러댔다.
-내 말은 소미가 그렇게 이쁘다는 게 아니라 저 중에서 그렇다는 거지, 저 중에서. 내 눈은 너 보는 데 써야 하니까 제발 제자리에 놔둬 줘. 부탁할게.
유로는 그들 머리 위에 한참 올라간 공간에서 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저 소녀가 내 여친이라구.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어, 쟤가 내 여친이에요.
-그건 온 영계가 다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다네, 유로군. 천당에서도 천국에서도 지옥에서까지 도대체 누가 모르겠나?
지도령이 오늘은 와인색 도복을 입고 나타나 유로를 놀리듯 말하자 유로가 정색을 했다.
-온 영계까지 다 알려질 정도로 자랑하려던 건 아니었는데요.
-어쨌건 오늘이 자네가 수호령으로서의 지위에서 수호신의 지위를 봉신 받는 첫날인 것도 알아둬야 할 것 같네.
그리 말하며 지도령은 임명부를 꺼냈다. 그걸 보고 유로는 자연스럽게 한쪽 무릎을 굽히고 예를 취했다.
-자네는 이제 수호령이 아니라 수호신이 되었으니 수이 한 사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하는 거네.
-그럼 수이 곁에서 떠나야 하는 건가요?
수호신이 된다기에 뭔지는 몰라도 우쭐한 기분이었던 유로는 '수이 곁을 떠나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자 수호신 지위를 거절할까 망설였다.
-떠나야 하는 건 아니지. 자네의 관할이 대한민국 전체로 넓어졌을 뿐이야.
-관할이 넓어졌다는 말씀이 꼭 떠나야 한다는 말씀 같아요.
-그래도 걱정된다면... 자네는 아직 몰랐겠지만 수호신은 분신을 할 수 있네. 자네 분신을 수이 곁에 두고 세상을 수호하러 가면 되는 거네. 그럼 언제나 곁에 있는 것처럼 수이를 지켜보면서 자네 업무에도 충실할 수 있다네.
유로는 자신의 분신을 세상을 수호하라고 보내야지 생각을 했는데 막상 분신을 하고 보니 의식이 둘로 나뉜 것 같이 양방향으로 감각이 다 공유 되었다. 누가 분신이고 누가 본래 자신인 것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이제 하나의 유로는 수이 곁에 하나의 유로는 세상을 지키러 그리 떠나게 되었다. 붉은 핏빛의 말이 '히힝'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자 한 명의 유로가 말안장에 올라앉았다. 유로가 다시 그 은색의 가야 흉갑으로 의식을 통해 옷을 바꿔 입자 말이 하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또 한 명의 유로는 말을 타고 날아오른 자신을 보며 수이 곁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막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 수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수이야. 이제 너와 세상을 모두 지켜야겠어. 그게 진정으로 너를 지킬 수 있는 길이니까. 언제까지나 널 지켜줄게. 난 너의 수호령이니까. 사랑한다, 신수이!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