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노르 빠라도

나를 가봉하고 재단하여 짤라낸 자투리거나 실밥이었다
가브리엘 마르께스, 루신, 가와바다 야스나리, 입센,
테드 휴즈도 세이머스 히니도, 토마스 하디도 귄터 그라스도
서머셋 모음도 내 청춘을 만들고 난 실밥이었다
숙, 영, 민 그 이름도 내 젊은 날을 만들고 난 실밥이었다
뒷문 가에 봄비처럼 서성이며 울다 간
이름이었다 실밥이었다
흐린 날 걷던 소나무 숲도 내 가슴 안쪽에 은하수로 흘러간
그리움도 실밥이거나 자투리였다

아버지 어머니도 나의 실밥이었다
먼 훗날 나마저 우주를 가봉하고 재단하며 버린
실밥이란 걸 깨닫기 전까지
나를 스쳐가는 모든 것을 나는 실밥이라 명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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