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왕따 일기 파랑새 사과문고 30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교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동화는 놀라우리만치 아이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다.
여기서 묘사하는 왕따 사건은 우리반, 내 옆반에서 올해, 또는 작년에 벌어졌을만한 일들이며
등장인물의 심리나 행동묘사는 감탄스러울 정도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닮아 있다.

미희라는 아이가 슬슬 '파'를 만들고 중심인물이 되어가는 과정,
공부도 잘하고 패션감각도 있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주위에 항상 친구를 몰고 다니는 미희라는 아이는
초등학교 교실 어느 반에나 들어가 보면 비슷한 아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정화도 그렇다.
중심세력에 끼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조용히 속으로 동경만 하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아이, 많이 본 모습이다.
미희의 주변 아이들도 그렇다.
반에서 영향력이 커진 아이 주변에서 친위대를 형성하는 아이들은 꼭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4학년인데
그 즈음부터 시작해서 여자애들이 패거리를 만들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한번 무슨 '파'가 형성이 되고 나면
담임교사는 골머리를 썩는다.
남자아이들의 보이는 데서 주먹 날리는 단순한 싸움과는 달리
이런 경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투가 장난이 아니다.

내가 특히 이 책에서 감탄한 것은 여자아이들의 화장실 문화에 대한 묘사이다.
여자애들은 화장실을 자신들만의 친교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친한 친구들끼리 할말 있으면 공부시간에 화장실 간다고 하고 나가는 작전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는 같은 칸에 같이 들어가는 것이 우정의 돗수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는지
둘셋씩 짝지어 한칸에 한꺼번에 들어가기도 한다.
여자애들의 인간관계의 각종 시소게임 및 밀고 당기기가 아마 화장실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 책에서도 '양파'들은 화장실에서 자기들의 우정을 확인하고
할 얘기가 있으면 화장실로 불러낸다.

'양파'들이 우정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다른 아이들을 배척하는 모습,
자기들끼리 유치한 의식을 치르는 모습,
대장격인 미희의 부당한 횡포에도 아무 말 못하고 비위 맞추는 모습,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소외될까 두려워 대항하지 못하는 모습 등은
아이들의 단체생활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장면이며
그럴 때마다 난감함과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그 안에서 억울함과 두려움, 자기자신의 비겁함 때문에 괴로워하는
(미희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억울함,
나도 왕따되지 않을까 두려워 하는 마음,
왕따되는 친구를 변호하고 놀아주지 못하고 자기도 왕따의 대열에 합류하는 비겁함)
주인공 정화의 심리를 따라가는 작가의 정확한 시선이 감탄스러웠다.
마치 정화의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외에 정화가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서
울면서 잠이 드는 장면의 묘사는 정말 훌륭했다.
아이들의 심리를 정말 잘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끝마치지 않는다.
왕따로 괴롭힘을 당하던 정선이는 전학을 가고
미희의 잘못을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러나 깨끗하고 깔끔하게 끝내는 것보다
그것이 더 생각할 거리를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앞으로 미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가 미희라면 이제 어떻게 하는게 옳을까?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6-01-2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왕따가 중학교로 오면 폭력성까지 동반하게 됩니다. 참 난감하죠. 자기 반에 이런 경우가 생기면 담임은 그야말로 1년 내도록 이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시달리게 되고.... 그래도 미리 알경우에는 그나마 다행인데 그게 여학생들의 특성상 눈에 띄지 않고 은밀히 진행될때는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아요.

깍두기 2006-01-2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는 그래도 아직은 자잘하게 일을 벌이죠^^
그래도 반에서 사소하게라도 저런 일이 일어나면 괴로워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안 이뻐 보여서....

반딧불,, 2006-01-2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전율을 느끼면서 읽었었어요.
...

깍두기 2006-01-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반딧불님. 우리가 역시 눈이 일치하는군요.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이 있달까.....^^

반딧불,, 2006-01-2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깍두기님 그게 아니라..
저희는 심리묘사와 아이들과 가까운 책에 열광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작품을 그닥 안좋아하더라구요..^^

깍두기 2006-01-2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저는 현실과 동떨어진 거 아주 좋아해요. (판타지 앤드 sf 팬이잖아요^^)
근데, 현실적인 얘기를 썼는데 그게 어딘가 어색하고 잘 안 들어맞으면, 그건 또 엄청 싫어요^^

반딧불,, 2006-01-2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해받게 글을 썼군요.
맞아요. 제말이 그거여요. 현실적인 얘기에서 동떨어진 작품은 아무리 좋다고 극찬을 해도 싫여요.

깍두기 2006-01-2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별님.
우리 모두 비슷한 생각을 약간씩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듯.
하여간 이 책은...놀라웠어요^^
 



내용은 전집을 다 읽었으니 이미 알고 있었고
충실하게 동화를 재현했다.
루시는 엄청 귀여웠고
수잔은 처음엔 '뭐 저렇게 못생긴 애를 캐스팅했노?' 했는데
보면 볼수록 이뻐졌다.
눈의 여왕은.....생각보다 넘 늙어서....
아래와 같은 필이 나질 않았다. 넘 인간적이랄까.



나는 그냥 응, 응, 하면서 봤는데(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이후 이제 웬만한 것은 감탄하기가 힘들어졌으니)
해송이는 중세적인 전투복장에 환장을 했고
소현이는 '해리포터보다 재밌다'는 충격발언을 했다.(얘는 그동안 해리포터를 신성시 해 왔다)
그러더니 집에 와서 당장 나니아 전집을 꺼내들고 몰입을 한다.
그걸로 나는 대만족.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paviana 2006-01-2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해리포터보다 더 재밌어요? ㅎㅎ
전 보러가자고 했다가 아들놈이 난 시러. 보고싶으면 엄마나 보고와.. 아흑
사내놈은 정말 재미가 없어요.ㅠㅠ

세실 2006-01-2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피터가 느무느무 멋있었답니다.
피터 생각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진주 2006-01-2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영이는 아직 책을 안 읽었는데 영화 먼저 보여주면 읽을지도 모르겠네요^^

프레이야 2006-01-2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넷 모두 개성있고 멋지더군요. 하얀 눈이 덮인 숲길의 가로등, 그 황금색 불빛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 재미있었는데 울큰딸은 시큰둥하더군요. 반지의 제왕 이후론 그저그런가봐요.~~

깍두기 2006-01-2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그건 소현이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다른 분들의 평가는 다릅니다^^
아드님이 영화에 관심이 없나봐요? 애들 웬만하면 좋아할 내용인데....

세실님, 저는 피터 얼굴이 기억이 안나요. 루시만 보느라고...^^

진주님, 그게요, 영화 딱 보고 집에 오자마자 그동안 쳐다도 안보았던 나니아 시리즈를 딱 집어드는데 어찌나 좋던지!^^

혜경님, 반지의 제왕이 워낙 대작에 명작이라 그 이후 작품들은 참 힘들겠어요^^

깍두기 2006-01-26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처음엔 어리둥절 했어요. 쟤가 수잔이야? 이러면서요.
근데 계속 보니까 묘한 매력이 있던데요?
작은별에게는 루시를 보라고 얘기해 주세요^^

sweetrain 2006-01-2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시 너무 귀여워요.^^

깍두기 2006-01-2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오랜만. 새해 복 많이 받아요~~~

OTL 2006-02-1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니아중 이것만 재밌읍니다.
 

일단 2006학년도 우리반 학급문고 및 교재용 도서

  많은 분들의 리뷰를 보고 진작 찜해둔 책이다. 
  여기있는 노래를 아이들과 함께 부를 생각으로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과연 애들은 좋아할까?

 

 

  4학년 사회 단원이 서울을 주제로 한참을 공부한다. 이 책은 필수인 듯.

 

 

 

  분명 국립중앙박물관 현장학습을 갈거다. 그때 써먹어야지.

 

 

  이 책을 읽고는, 반드시 내가 가르치는 모든 아이들에게 읽히리라 다짐했다.

 

 

 

  내동생이 아이들에게 역사관련 도서를 읽혀 본 결과, 한권짜리 책으론 이게 단연코 추천할만 하다고 한다.

 

 

 

  진주님의 추천을 믿고 주문했다.

 

 

 

  이 책도 예전에 찜해둔 책. 아이들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좋겠다.

 

 

 

  살짝 고민하다 주문했는데.....어떤가 볼란다.
  애들이 이 책 보다가,
  "이 책의 선생님은 이렇게 좋은데, 선생님은 왜 그 모양이에요!" 할까봐 좀 걱정되서다.

 

 

 

다음은 내가 보려고 주문한 책

  이거 하이드님 페이퍼인지 리뷰인지 보고 엄청 땡겼던 책인데
  책값이 만만치 않아서 그동안.....엣다 모르겠다.

 

 

 

  이 책도 그동안 알라딘 리뷰로 여러 차례 유혹 받았던 책.

 

 

 

  이 책 주문하고나서 치카님 서재에 가보니
  치카님의 질문 페이퍼가 있었다.
  치카님, 금방 보고 답변해 드릴게요^^

 

 

 

딸들이 주문한 만화책

  해송이가 그만 일본만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오면 좋겠구만.....
 

 

 

 

 이것은 소현이가 주문한 것.

 

 

 

 

내가 간뎅이가 부었지.....요즘 왜 이러나 모르겠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06-01-1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덜덜 떨리시겠어요.

깍두기 2006-01-1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하루님, 그렇지도 않아요.
주문할 땐 태연자약하게 세번에 나누어 주문해주는 용의주도함까지....(12만원이었거든요)
주문 다 마치고 나니까, 너 한달동안 뭐 먹고 살래, 그제서야 그 생각이....ㅠ.ㅠ

숨은아이 2006-01-1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 축하해야 하는 거죠? 그렇죠? +_+;

깍두기 2006-01-16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왕 저지른 일....축하라도 받아야죠^^;;;;;

하늘바람 2006-01-1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정말. 그런데 님께서 지르신 책 중에 제게 필요한 책도 많네요. 전쟁과 평화에 관한 책을 찾았었고 역사에 대한 것도 찾았었는데 고맙습니다.

chika 2006-01-1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에게 '선생님은 왜 그 모양이에요!'라는 말을 들을까봐 걱정인 선생님은 결코 아이들에게 그런 얘기를 듣지 않는다, 고 생각해요!! ㅎㅎ

Kitty 2006-01-1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여기저기 서재 따라 왔는데 마침 지름 페이퍼가 있어서 저도 덩달아 필받고 갑니다 ^^
앞으로 가끔 찾아올께요 ^^

바람돌이 2006-01-17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축하드려요. ^^ 사놓고도 안보고 있는 저 감각의 박물학에 또 마음이 찔립니다. ^^

산사춘 2006-01-1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컬렉션이니 12만원의 백배의 가치를 할 거여요. 축하축하~

아영엄마 2006-01-1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많이 지르셨네요.@@ 저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밤>을 사놓고는 아직 못 읽고 있다죠. 원래 그거 읽고 13 1/2...도 사야지 했는데 말입니다. ^^;

mong 2006-01-1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아아아
깍두기님의 과감한 지름에 한표~
=3=3=3

깍두기 2006-01-1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님께 필요한 책도 많다니 기쁩니다. 사실땐 잊지 마시고 땡스투를^^

치카님, 교사의 99%는 그 걱정을 할 거라고 생각함^^

키티님, 반갑습니다. 자주 오세요. 저도 놀러갈게요^^

바람돌이님, 사놓고 안보고 있는 책들이 절 노려보고 있어요. 날 놔두고 또 책을 사느냐며.........ㅠ.ㅠ

산사춘님, 앗 그럼 1200만원인데, 누가 그돈으로 나한테 책 사주면 정말 좋겠다^^

아영엄마님, 우리 나중에 바꿔봐요^^

몽님, 이래놓고 이제 한달간 알라딘 쇼핑 금지!...라고 결심은 했지만.....;;;;;

박예진 2006-01-1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보는 바보"와 "봄은 언제 오나요"를 강력추천하는데....벌써 사셨으니...강력추천은 뒷북이 되겠군요. "책만 보는 바보" 읽으면서 우리 가족 다 울었어요. ㅠ.ㅠ 감동의 도가니..

박예진 2006-01-1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우리 선생님이 최고"를 "봄은 언제 오나요"로 써 버렸네요.
우리 선생님 최고 읽으면서도 눈물이 울컥했어요..

깍두기 2006-01-1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양 댓글 보니 제가 선택을 참 잘한 것 같아요^^

2006-01-19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9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6-01-2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ㅎ 님, 저도요~^^

2006-01-20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랄랄라 2008-01-0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하하 깍두기님! 오로지 글발로만 찾아냈다는 거죠~! 확신없이 재미있어서 리뷰 된통 읽어대다가 해송이 소현이 딱 걸렸어요 ^^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제가 언젠가 무슨 책 리뷰를 쓰면서 얘기한 적 있죠?
근현대사는 제게 쥐약이라고.
아마 이유도 말했을걸요?
오대빵으로 진 축구경기, 재방송으로 보고 싶지 않다고요.

그러나 이제 그 말 취소해야겠습니다.
오대빵으로 처참하게 진 축구경기도 재방송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해설자만 훌륭하다면.
바로 이 책,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처럼요.

이 책에서 우리에게 현대사를 해설해 주는 고지훈이라는 분은
축구 경기 해설자로 치면 정통 스타일은 절대 아닙니다.
뭐랄까.....얼마전 MBC 주말 뉴스를 진행하던 최일구 아나운서가 떠오릅니다.
최일구 아나운서, 처음에 엄청 황당했죠.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내보내야 할 뉴스, 그것도 9시 뉴스에서
그가 가끔 폭탄처럼 던진 멘트들 때문에
시청자들은 생소해 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어 하기도 했으나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괜찮아서
나중엔 최일구 아나운서가 무슨 말을 할까 기대하며 뉴스를 지켜보았습니다.

이 책도 첫장을 넘기면서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가 전혀 즐거운 분야가 아닌데.....이거 이 페이스로 계속 나가도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괜한 기우였습니다.
이 책은 웃겼을 뿐만 아니라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고
역사에 임하는 작가의 진지함과 성실함 때문에
수많은 농담과 역사인물에 대한 비아냥이 조금도 거슬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조봉암과 조병옥이 다만 이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헷갈리는
무지한 독자에게는 이 책보다 더 좋은 현대사 입문서가 없을 듯 합니다.

후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오늘의 세대에 생존하는 우리들의 생명을 건 희생적 노력을 다하지 않는 한, 내 조국, 내 민족의 역사를 뒤덮은 퇴영의 먹구름은 영원히 걷히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로부터의 시혜를 기대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의무를 다하며......일하는 국민, 협조하는 국민으로 재기합시다.

누가, 언제 한 말일까요? 박정희가 5대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이 뭔가 수상쩍지만 말인즉슨 옳은 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연설(저......사이에도 길고 긴 말들이 있습니다)을 이책의 명 해설자는 짧고 명쾌하게 해석해 줍니다.

"노동자? X나게 일해. X나게 일하고 난 다음에? 또 X나게 일해. 일하고 또 일하고 또 일하고......이런 생명을 건 희생적 노력을 먼저 하란 말이야! 정부가 뭔가 해주기 전에 말이지!"

사실 역사서에 숱하게 등장하는 법조문, 포고령, 신문기사, 이런 것들
그냥 본문 그대로 실려 있으면 읽어봐도 무슨 소린지 모릅니다.
이 책에선 그런 것들을 절대로 날 것 그대로 내놓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이며, 무엇을 노린 것인지, 누구를 향한 화살인지
이런 걸 절대로 구구절절하지 않게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정리해 줍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역사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의역이 너무 심하지 않을까?
에 대해서는 제가 이 분야에 취약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제 주관으로는 그렇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그런 믿음은 저자가 역사인물에 대해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보여 주면서
내놓은 새로운 통찰에 제가 저도 모르게 감동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전두환에 대해 언급하면서
수천명을 죽인 살인자 전두환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수천억을 해먹었다는 도둑놈 전두환에 대해서는 게거품을 물었던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에 거울을 들이댑니다.
과연 이것이 정상이냐고.
그러고 보니 우리의 모습도 괴물입니다.

 

저자에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엄청 재미나겠다, 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통사적으로 해설해 주시는 책을 내신다면
당장 사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만화책인 줄 알고 있어서 실물을 봤을 때 살짝 실망할 뻔 하였으나
읽다보니 만화보다 더 정신없이 빠지게 되어 그 실망을 얼른 취소하였음을 밝힙니다.
그런 착각을 한 것은 책소개에서 '한국컨텐츠 진흥원 우수만화 선정작'이라는 대목을 봤기 때문인데
그것은 이 책 군데군데 있는 인물 캐리커쳐 때문인 듯 합니다.
책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는 만화였습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주미힌 2006-01-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너무 재미있겠어요...!!!!

깍두기 2006-01-13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진~~~~짜 재밌어요!

바람돌이 2006-01-13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역사는 누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지요. 거기다 그걸 풀어낼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라면 금상첨화군요. ^^

검둥개 2006-01-13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요즘 맹렬독서중이시군요. ^^;;;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와보니 이렇게 주옥같은 리뷰들이 줄줄이! 이 책도 보관함에 넣겠습니다. :)

호랑녀 2006-01-1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새해에는 참아보려고 했는데... 지름신이여요...ㅠㅠ

마냐 2006-01-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정말 뽐뿌지수 높으심다....으윽.

깍두기 2006-01-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우울한 근현대사를 이런 식으로 얘기해 주니까 속 좀 덜 아프고 읽게 되는군요^^

검둥개님, 맹렬독서는~^^ 생각만큼 안되고 있어요. 서재에 자주 좀 출몰하세요.

호랑녀님, ㅎㅎ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마시라니까요^^

바람구두님, 땡스~ 그러고 보니 우리 엄청 오랜만이구만요^^

마냐님, 하여간 전 엄청 재밌었거든요^^
 
생쥐 기사 데스페로 비룡소 걸작선 39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티모시 바질 에링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읽으면서 어쩐지 심상치가 않다고 했더니 내가 너무도 감명깊게 보았던 <내친구 윈딕시>의 작가였다. 그럼 그렇지~

얘들아, 너희들이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구나. 사실 이렇게 물어야만 하지. 아주 자그마하고 약골이면서 커다란 귀를 가진 생쥐가 '피'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공주와 사랑에 빠지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이야 하고 말이야.
대답은......."그렇다"야. 물론 우스운 일이지.
사랑은 원래 우스꽝스러운 거야.
그러나 사랑은 멋지기도 하지. 그리고 강하고. 데스페로가 공주를 사랑하는 일이 이런 모든 사실을 곧 증명해 줄 거야. 사랑이란 게 강하고, 멋지며, 우습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야.

엄청 약골로 태어나, 생긴 것도 평범하지 않아 부모에게 '절망(데스페로)'란 이름을 받은 우리의 주인공 데스페로는 어처구니없게도 공주님과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니 동화는 이 둘이 '그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보통은 생쥐기사 데스페로가 엄청난 지혜와 용기로 눈 앞에 나타나는 적들을 챙챙 물리치고 공주님과 키스를 해서 잘생긴 왕자가 된다......정도?

그런데 이 동화에서 생쥐기사의 '눈앞에 나타나는 적들'은 마냥 미워할 수가 없다. 작가가 그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너희들은 시궁쥐가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니? 그렇지 않단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마음이 있지. 살아 있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마음을 다칠 수가 있어.

이 동화의 주요 악역인 시궁쥐, 그 역겹고 더러운 시궁쥐의 마음 깊은 곳까지 쓰다듬는 작가의 손길 때문에 이 이야기는 식상한 선악이분법 구도를 훌쩍 넘어 어린이들에게 인생의 진실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해 주고, 그 진실이 쓰기도 하고 시기도 하지만 결국은 우리의 영혼을 달래주는 닭고기 수프라는 걸(이야기에서 수프는 아주 중요한 그 무엇이다) 조근조근 말해 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물론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느낀 점을 콕 찝어내어 이야기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말로는 못해도 느낄 거라 생각한다. 뭔가 뭉클한 감정을.

이룰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원했던 건 약간의 빛 뿐이었는데. 그래서 공주를 여기 데려온 건데. 정말로, 아름다움을 조금 가지려고...... 나만의 빛을 가지려 한 건데.

라고 말하는 시궁쥐에 대한 뭐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을.

얘들아, 내가 보기에 용서는 사랑과 아주 비슷하단다. 강하고 멋진 거야.
그리고 우습기도 하지.
어쨌든 우습지 않니?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북을 두드린 바로 그 아빠가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다니. 생쥐가 그런 배신자를 용서한다고 생각하면 우습지 않아?
하지만 데스페로 틸링은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어.
"아빠, 아빠를 용서해요"
데스페로는 그 말을 하는 것이 가슴이 둘로 쪼개지지 않을 단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했단다. 얘들아, 데스페로는 자기 자신을 구하려고 그 말을 한 거야.

용서하는 자와 용서받는 자에 대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공감을.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바람 2006-01-1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솔직이 요즘,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더 버거워요. 이걸 전달하는 것이 어쩐지 씁쓸하거든요. 아이들도 알거든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쯤은. 으음~~ 그래도 꾸준히 들려줘야겠지요... 참, 어려워요.

깍두기 2006-01-10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돌바람님. 현실은 척박하지요. 사람들도 점점 사나워지고요.
그래도 이 책은 현실을 마냥 외면하고 있진 않아요.
저는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연민의 바다에 푹 빠졌다가 나온 느낌이랄까....
아이들은 또 신나는 모험으로 읽을 수도 있어요.
좋은 동화의 장점이죠. 누가 읽어도 재밌고, 각자에게 맞는 메시지를 주는 것^^

바람돌이 2006-01-1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멋진건지 아니면 깍두기님의 리뷰가 멋진건지.... ^^
깍두기님의 리뷰를 보면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솟구치네요. 요즘 뭐든지 보관함으로 일단 나르고 본다는 말씀... ^^

깍두기 2006-01-1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멋진 거죠 물론^^;;;(돌 던지지 마란 말이야!!!!)
이 작가 책 두권 봤는데
이 책과 <내 친구 윈딕시> 둘다 참 괜찮습니다.
애들은 좋아할지...감수성이 풍부한 애들은 표현하기 힘든 무엇인가를 느낄 것이구요.
문장이 쉽기 때문에 독서수준 높지 않아도 금방 읽을 것 같습니다.
4학년 이상 권장^^

돌바람 2006-01-10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돌이 어때서 던지고 그러세용^^*
역시 깍두기님한테 물어보길 잘했네요. 저도 그러려구요. 헤헤

ceylontea 2006-01-10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제가 읽고 싶어지는데요..(아침부터 지름신이 오시네.. --;)

반딧불,, 2006-01-1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과 막상막하 지름신..등록이옵니다. 질질질~~(그분에게로 끌려가는 중..)

깍두기 2006-01-1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앗, 죄송합니다^^
근데 저한테 뭘 물어보셨지?^^;;;;

실론티님, 반딧불님. 그분께 반항하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