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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가족 구성원 소개===

아빠 : 죠반니노 과레스키. 본인은 작가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가족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 특히 여섯살짜리 딸에게 백수 취급을 당하고 있음. 딸은 '사람들은 옷이 필요하면 재봉사를, 약이 필요하면 의사를 부르지만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작가를 부르지는 않는다'는 논리로 아빠의 직업을 부정함. 아들은 아빠의 작품을 '대충 서둘러 쓴 것'이라고 한 마디로 품평함.
나름대로의 논리로 아내와 아들딸로부터 자신을 방어하지만 주로 자승자박일 경우가 많음. 본인이 기술한 바에 의하면 가끔 혁대를 휘두를 때와 고함을 질러댈 때를 제외하고는 대화가 통하고 이해심 많은 가장으로 여겨지지만 약간의 뽀샵질이 가해진 것이 아닌가 의심됨.(왜냐구? 난 아침 열시 전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케이크를 구우면 벽돌이 되고, 튀김은 피해달라고 하면 튀김만 주구장창 해대고, 치촐라타가 먹고 싶다고 하면 해주지도 않으면서 치촐라타 타령 좀 그만하라고, 언제까지 치촐라타만 먹고 살 수는 없다고 하고-아직 한번도 안 먹었단 말이다 아줌마야!!!ㅡ 이런 아내와, 여섯살 때부터 유산 상속을 요구하는 아들딸들을 이해하고 살 수 있는 남자가 있을 거라고 도저히 생각되어지지 않거든.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이탈리아에는 있나보지?)

엄마 : 마르게리타. 아침 10시 전에는 직립 자세가 불가능함. 아이들은 8시에 등교해야 하는데 아침이나 제대로 먹는지 심히 걱정됨. 심지어 엄마가 일어나 문을 잠글 수 없고 열쇠가 하나밖에 없어 자기집 담을 넘나들기도 함. 가끔 의욕을 가지고 뭘 해보기도 하나 가족들의 환영을 받지 못함. 가족의 역할에 대한 이 집안 식구들의 토론: 아빠는 즐겁고 편안하게 노를 저으면서 바다를 항해한다. 아이들은 아빠를 보며 항해하기 위해서는 쉴새없이 노를 저어야 함을 배운다. 엄마는.....남편이나 아이들을 귀찮게 하지 않아야 한다ㅡ,,ㅡ;
추리소설과 자기만의 몽상에 빠져 지내는 완벽 무용지물 가정주부 캐릭터 마르게리타, 는 아무래도 작가의 과장이겠지?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를 위한?
그렇다고 해도 이 무용지물 엄마는 묘하게 매력적이다. 또한 완벽하고 상냥하고 세심하고 모성애로 가득찬 모범적인 엄마 밑에서 크는 아이들 못지 않게 이 집 아이들이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건 도대체?

아들 : 알베르티노. 지은이인 아빠의 표현에 따르면 '위엄이 있고, 상당히 과묵하며, 나와의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오직 본질적인 이야기만 전달할 뿐' 인 소년. 자기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비록 아빠라 하더라도 믿지 않는, 그래서 아빠가 정직한지 아닌지 집 아닌 다른 곳의 아빠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소년. 난 얘랑 비슷한 애를 가르친 적이 있다. 2학년짜리였는데 위엄이 있고, 상당히 과묵했으며 쓰기 시간에 두 줄 이상 글을 쓰는 법이 없었는데 그 두 줄 안에 하고 싶은 말 전부를 집어넣을 줄 아는 아이였다.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조용하지만 묘한 영향력이 있어 얘한테 칭찬받으면 상당히 기분좋다. (얘가 3학년에 올라가서 나한테 '선생님이랑 공부할 때 꽤 재미있었다'라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어찌나 기분 좋던지! 다른 애들은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이 제일 좋았어요 해도 그런갑다 하는데. 묘한 일이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여기는 내 마음에 들어요" 마침내 알베르티노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판결에 아마 고대 로마 사람들의 유골은 기쁨에 떨었을 것이다)

딸 : 파시오나리아. 이 책의 여러 에피소드들의 주요 주인공. 엄청난 논리(때로는 말도 안되는)와 핵심을 꿰뚫는 지혜와 막무가내식의 실천력을 두루 갖춘 어린 소녀. 여섯살 때 아버지에게 유산을 요구한 적이 있으며 친구에게 자기 아버지를 운전기사라고 속인 적이 있고, 아빠가 마음에 들 때는 아빠라고 부르고 마음에 안들 때는 '엄마 남편'이라고 부르는 발칙함을 소유하고 있다. 놀랄만한 통제력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생일선물을 받으면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위엄을 유지하나, 잘못 배달된 '병마개 막는 기계' 앞에 그만 통제력을 상실하고 불타올라 한밤중까지 2백개의 병을 코르크로 막아버리는 대업을 성취하기도 한다. 책에서 본 남의 딸이니 귀엽다고 하겠지마는 만일 내 딸이었으면 난 지금쯤 머리 쥐어뜯고 병원에 입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느낀점 및 결론===

1.가족관계의 제1원칙은 '대화'다. 아무리 얼토당토 않은 대화라도 말이다. 이 책에 의하면 부모의 권위는 별로 필요치 않다.  
2. 훌륭한 부모들이다. 아이들은 잘 자랐을 것이다. 비록 아침을 제대로 못 먹였으며 아이들이 등교할 시간에 일어나지도 않는 부모들이었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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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02-0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다 싶었는데 돈 까밀로 신부님 시리즈 책을 쓴 작가군요. ^^ (나도 무용지물 엄마 과에 속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날개 2007-02-0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까밀로와 빼뽀네> 작가군요.. 재밌겠어요..^^

깍두기 2007-02-0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날개님, 그렇습니다. 바로 그 작가입니다. 어렸을 때 재밌게 보았던...
아영엄마님, 님은 절대 무용지물 엄마과에 속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마르게리타의 실체를 확인하면 위안받으실 겁니다^^

프레이야 2007-02-0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무지하게 재미있었어요^^

홍수맘 2007-02-0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즐겨찾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눈팅만 해왔는데요. 인사드립니다.
실은 이 책 저도 요번에 읽었었는데,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다가 점점 적응이 되고 공감이 되는 책이더라구요. 암튼 괜히 반가워서요.

깍두기 2007-02-1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혜경님도 읽으셨군요^^

홍수맘님, 저도 반갑습니다. 서재에 놀러가겠습니다^^
 
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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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 실학자.
박지원,박제가, 정약용, 홍대용......
실사구시, 조선후기 성리학을 비판하고 상공업의 중요성을 주장함.
저서 뭐뭐뭐뭐.......

고등학교 역사시간에 달달 외워서 아직까지 어슴푸레 기억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들 실학자는 내게 피와 살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저자인 안소영씨가 어찌나 그린듯이 묘사를 해 놓았는지
책을 덮고 나니 한동안
내가 이들과 친구하고, 이들의 고뇌를 함께 슬퍼하며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울분을 토하고, 이들의 가난을 함께 체험하고 책 속에서 같이 거닐다 빠져나온 듯 하다.

간서치.
책만 보는 바보.

그러나 그들은 절대 책만 보는 바보는 아니었던 것이
책 속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의 마음과
나라를 일으킬 새로운 지식과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실제적인 해결방법을 찾아 헤맸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저는 조선 농민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하루 종일 들에서 일하고 돌아와 흙 묻은 옷을 제대로 갈아입지도 못한 채, 때에 전 가마니 위에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야 하는 우리 조선 백성들의 모습 말입니다.

'실학' 이라 하면 부국강병이나 근대화, 편리함 등등의 말이 먼저 떠오르지만 실제 그들의 생각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백성들의 가난과 고난에 찌든 모습을 가슴이 아리도록 안타까워 했을 그들의 모습이 이 책에서 절절하도록 묘사된다. 그리고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조선에서 서자 출신으로 아웃사이더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아픔도 그 위에 오버랩 된다. 역시 아픔을 겪은 자 만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

안소영씨가 어린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고문서와 씨름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렇게 문학적 향기가 느껴지는, 역사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그렇지만 철저한 고증으로 이 책은 그대로 인물열전(?)으로도 읽힌다)로 우리의 옛 사람을 만나는 기쁨을 다시 누리고 싶다.

나는 사실로 문살을 반듯하게 짠 다음 상상으로 만든 은은한 창호지를 그 위에 덧붙여 문을 내 보았습니다. 이 문을 통해 햇살도 드나들고, 바람도 드나들고, 옛사람과 우리의 마음도 서로 드나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가 자기 책에 대한 묘사를 이렇게 잘해 놓아서 더 덧붙일 말이 구차할 지경이다. 사실로 짠 문살에 창호지로 바른 상상이라....바람이 드나들 듯 옛사람과 마음으로 교류하라고.....딱 그랬다.

책 사이사이 몇쪽을 넘길 때마다, 족자처럼 길게 펼쳐진 그림도 정말 아름다웠다. 잘 만들어진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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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에 써 놓은 리뷰.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비공개 카테고리에 들어있다.
지금 보니 뭐가 거슬렸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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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6-12-0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만들어진 책. 잘 쓰인 리뷰구먼유. 뭐가 마음에 안드셨슴까.
갑자기...제 미완성 리뷰들을 함 살펴봐야 싶슴다...ㅋ

blowup 2006-12-0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임을 단박에 알게 해주는, 게다가 무엇에 매료되었는지도 알 수 있는, 좋은 리뷰입니다. 뭘 더 바라시나요?-,-
소설 리뷰는 거의 1년 만이군요. 와우.

sooninara 2006-12-01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도서관에 있던데..빌려 봐야지..ㅋㅋ

깍두기 2006-12-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맘에 안들었던 건지, 미완성이었던 건지, 지금은 모르겄시유^^
나무님,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1년만. 소설 읽기는 꽤 읽었는데.
수니님, 아주 좋은 학교도서관이네요 ㅎㅎㅎ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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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풀로 엮은 집'이라는 곳에서 가을 강좌를 한다고 안내문이 왔는데 거기 사상체질에 관한 강좌가 있었다. 강의 제목을 주욱 훑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각각의 체질별로 성향 같은 것이 써 있었다. 그에 따르면

소음인-지혜로우며 씨앗 같은 사람 이란다. 와, 아주 좋은 말 아닌가? 그렇다면 다음은?
태음인-대세를 따르며 땅 같은 사람. 이것도 괜찮네. 하지만 나는 소음인도 태음인도 아닌 소양인이다. 나는 뭘까? 궁금해 할 사이도 없이 바로 아래에 적혀 있었다.

소양인-폼생폼사 새 같은 사람.

헐. 좋게 나가다가 소양인에 와서 이 무슨.......뭐야, 이 사람 소양인에게 무슨 억하심정 있는 거 아냐? 라고 투덜투덜 댔지만 한편으로 100% 공감하며 가슴 한쪽이 뜨끔하였다. 허, 정곡을 찌르네. 어떻게 알았지. 내가 폼생폼사인 줄을?

레이먼드 챈들러의 폼생폼사에 내가 꼼짝을 못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필립 말로라는, 이 스타일 죽여주는데다가 냉소적이며 우울하고 고독하고 체념적이나 그러나 결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믿고 있음을 슬며시 증명해보이고야 마는 이 느와르적인 인물에게 나는 꼼짝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뭐 내가 그런 줄 여적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이미 '앰버 연대기'에 열광하며 내가 스타일에 꺼뻑 죽는 애라는 것은 증명된 바 있으니(젤라즈니는 판타지계의 레이먼드 챈들러라 불린다) 아무래도 나는 착한 척 하지 않으며(심지어는 못된 척 하며) 냉소적이고 잘 비아냥대나 결국은 매우 착하여 평소 자신의 언행과는 어울리지 않는 희생적인 행동을 하고 마는 이 주인공들에게 나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비정하고 비열한 도시에서 그 비열함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이기든 지든 얻어맞든 때리든간에 항상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며(아마 그는 절대 고함을 지르지 않을 것이다) 법전의 정의가 아닌 자기자신의 정의를 실현하는 남자. 그의 정의도 마음에 들며 그의 과장하지 않음도 마음에 들며 그의 변명하지 않음도 마음에 든다.

필립 말로가 나오는 시리즈 6권 중 이제 겨우 첫 권을 읽었다. 그러고서 벌써 열광의 조짐을 보이니 지름신이 강림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책의 장정도 매우 그럴듯해서(오래되어서 빛 바랜 영자신문 분위기의 하드커버임) 여섯권을 쭈루룩 책꽂이에 꽂아놓고 싶어 침을 흘리고 있다. 천천히 사자, 천천히.......

이 책을 읽을 때 눈여겨 본 포인트.

1.  멋지고 폼 나는 주인공

2. 그와 다른 인물들간의 대화의 묘미(암시적이기도 하고 비유적이기도 하고 하여간 읽어보란 말 밖에는)

3. 죽여주는 문장('죽은 사람은 상처받은 마음보다 무겁다' 뭐 이런 식)

그런데 이 소설에는 왜 제대로 된 여자가 한 명도 안 나오는가?(도박에 미친 여자, 마약 중독자 등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스타일 많잖아? 책도 영화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레이먼드 챈들러 이후의 많은 작가들이 그를 따라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 탐정의 반은 그가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그는 창시자인 것이다. 아무리 새로 생긴 맛집이 맛있어도 원조집에는 한번 가봐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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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2-30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이 적당하고, 비유 딱 떨어지고, 시시콜콜하지 않게 유혹하는, 폼 나는 리뷰입니다.^^

깍두기 2005-12-3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고마워요~~~^^
(특히, '폼'난다는 말~~~~~^^)
 
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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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지은이인 로버트 하인라인이라는 아저씨의 머릿속이 너무도 궁금하다.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되셨으니 만나서 물어볼 수도 없고, 그의 책을 읽어서 짐작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분 진짜 중구난방이다. 난 그의 소설 중에서 <스타십 트루퍼스>를 가장 먼저 읽었다. 읽고서 얼마나 코웃음을 쳤던지 지금 작가에게 미안한 심정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책을 덮으며 내가 내린 평가. "이거 꼭 초등학교 보이스카웃 수준 아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 아저씨는 그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군대 안간 사람에게는 시민권이 없는' '나라를 지킨 자에게만 권리가 주어지는' 사회를 묘사하면서 나약한 인간들에게 팍팍 겁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발언을 읽으며 나는 그때 한참 한겨레 사옥에 모여 폭력사태를 연출하던 해병대 아저씨들을 떠올리고는(그때 왜 그랬지? 베트남전을 언급하다 그랬나?) 파시즘과 군국주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며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도 그를 하찮은 삼류작가 취급을 할 수 없었던 것은(삼류작가라니! 그는 SF계의 3대 거장 중의 한 명이다) 정말 실감나는 미래사회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생동감 넘치고 재기발랄한 대사,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 등등 한마디로 '재미'는 완벽하게 보장한다는데 있었다. 소설이 재미있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러다가 어디서 절판본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구해 읽고는 나는 이 작가가 그 작가냐며 다시 한번 표지에서 지은이의 이름을 확인하였는데, 내 생각에는 도저히 군국주의적인 삶의 태도와는 양립할 없을 것 같은 성에 대한 엄청 개방적 태도를 <달은....>에서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마치 나치 당원이 히피와 사귄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 황당함이랄까.

어쨌든 국내에 출간된 하인라인의 소설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지만 그의 그 무궁무진하고 산지사방을 넘나드는 정신세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바, 이번에 이 책 <프라이데이>를 읽으면서 뭔가 조금 가닥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부터 내가 이해한 바를 풀어놓아 보겠다. 이것은 물론 매우 주관적인 해석이다.

1. 완벽한 '몸'에 대한 지향

하인라인은 내 생각에 '완벽 바디'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스타십 트루퍼스>에서는 '강화복'으로, <프라이데이>에서는 '인조인간'으로 표현된다. 안 그래도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우주의 전사들이 강화복을 입으면 그 능력이 몇십몇백배 강화된다. 힘, 순발력, 스피드 등등. 유전적으로 '강화'된 인조인간 프라이데이는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1초 만에, 사람들이 자기가 당했다는 것을 미처 눈치채기도 전에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미적으로도 완벽하다. 프라이데이는 맞춤 설계된 인조인간이니 말할 것도 없고, <스타십...>의 주인공들도 빼어난 젊은이들이다.

아마 하인라인은 '완벽한 몸'을 무의식적으로라도 동경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은 나도 그렇다. 그래서 나도 이런 소재가 땡기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다 더해서 나는 천살까지 살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이 있으므로 '불사'라는 소재가 나오면 환장하는 경향이 있다.(젤라즈니를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다....)

2. 엘리트주의

'군대 갔다온 사람에게만 시민권'은 참으로 모골이 송연한 주장인데 그럼 신체허약자나 부녀자(억울하면 니들도 군대가라...그러겠지?)들은 투표권도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 일정 기준에 도달하는 자만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 듯한 소설 속의 표현들을 보면 그는 확실히 엘리트주의자이다.

"물론, 맑시즘 가치의 정의는 한마디로 어리석은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많은 노동을 쏟아붓건 간에 진흙 반죽을 애플 파이로 바꿀 수는 없다. 진흙 파이는 진흙 파이로 남고, 그 가치는 무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서투른 노동은 가치를 쉽게 감소시켜 버린다. 재능이 없는 요리사는 멀쩡한 밀가루 반죽과 신선한 파란 사과를 먹을 수도 없는 쓰레기로 바꿀 수 있다. 그 가치는 제로로 변하는 것이다. 반대로 훌륭한 요리사는, 보통 요리사가 보통 과자를 만들 때만큼의 노력만으로도, 같은 재료를 써서 보통 애플 파이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진 과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스타십 트루퍼스 중)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너무해 ㅎㅎ.

<프라이데이>에서도 세상은 몇몇 거대기업국가의 손에 좌지우지되며 엄청난 테러와 폭력사태가 일어나도 일반 시민은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 세상은 윗대가리 몇명의 손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중이며 일반인은 알려고 하면 다친다. 이런 현상을 작가가 바람직하게 여기건 그렇지 않건 간에 작가는 대중을 '우민'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게 된다.

3. 그는 낭만적 자유주의자가 아닐까?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과 <프라이데이>에서는 미래사회의 엄청 개방적이고 다양한 결혼모델 및 남녀관계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동성애 및 양성애에 대한 흔쾌한 인정, 일처다부제나 일부다처제를 넘어선 다부다처제, 물론 사랑은 하나 뿐이다, 이런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동시에 여러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이 정신사나운 미래세계는 지금의 일부일처제가 인간본성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라는 사람에게조차 '너무 난잡한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파쇼와 히피의 결합이라니, 나로서는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내 주위에서 이 반대의 경우로 정치적으로는 진보이면서 문화적으로는 더할나위없는 보수인 사람들을 흔히 접해왔던 터라(진절머리난다) 정치적 보수에다 문화적 진보인 경우도 불가능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가 꼭 정치적으로 보수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그는 식민지 해방전쟁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혁명군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도 있는가? 그는 그냥 자기자신의 자유의지대로 살고 싶어하며 우우 몰려다니는 대중(그의 생각에)을 우습게 아는 개인주의자, 낭만적인 자유주의자인지도 모른다.

이리저리 생각하다 보니 내 안에서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개념이 뒤섞여 무진장 헷갈려 버린다. 하인라인 자체가 '민주주의의 반대는 공산주의'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프라이데이>는 재기발랄한 소설이며 암울한 디스토피아적인 시대배경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은 유쾌하고 낙천적이며 신랄하다. 그러나 온 몸이 무기인 프라이데이도 결국 가장 간절한 소망이 '어디엔가 소속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볼 때 인간의 근본 문제는 변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몇백 광년을 여행하여 새 세계를 찾아가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가족을 갖는 일'과 '농장에서 닭을 키우는 일'이라.......

유전적으로 조작된 '인조인간'이라는 측면에서 작품을 볼 때는 이런 의문을 갖게도 된다.
1. 유전자 조작을 통해 현인류보다 매우 '업그레이드된' 인조인간을 탄생시키는 것이 과연 이 책에서처럼 이렇게 별로 위험하지 않은 일일까?
2. 작품에서는 인류가 이 '인조인간'들을 경원시하며 사람취급을 안 해 주고 있는데 그런 공포심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책에서야 그들이 주인공이니까 독자인 우리가 동정심을 갖지만 사실상 현 인류를 열등종으로 밀어낼 수 있는 존재에 대해 인류는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인조인간을 소재로 한 SF는 무수히 많다. 그 중 이 소설은 그래도 문제를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간 편이다.(필립 딕의 단편에 나온 그 전쟁기계에 대해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지금까지 SF에서 제기했던 문제제기에 대해, 이제 사회가 슬슬 답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인간 게놈지도도 해독되었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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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12-2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 스타십 트루퍼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하인라인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쓰시면 궁금해서 죽겠잖아요. 구할 수 있는 건 아마 스타십 트루퍼스랑 이 책 뿐일 것 같은데..이잉...

날개 2005-12-2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럼 스타쉽트루퍼스를 읽고 이 책도 읽어야겠군요...ㅠ.ㅠ (요즘 깍두기님은 내 지름신...!)

blowup 2005-12-22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치당원과 히피가 사귀면 정말 볼 만하겠어요!
그리고, 진흙 파이는 머드 파이의 번역일 듯한데, 은유로서 진흙이라는 의미를 사용한 게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실제로 진하고 단 초콜릿으로 만든 머드 파이라는 메뉴가 있던데... 그 머드 파이와 애플 파이를 동시에 먹어본 일이 있다니까요.

게으름이 2005-12-22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반이나 살아버리셔서 억울하시겠소 ㅎㅎㅎ

깍두기 2005-12-2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으름이님, 무슨 말씀! 저는 적어도 120살까지는 살 생각이라오. 그러니 삼분의 일 살았다고 해 주오.

나무님, ㅎㅎ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머드 파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구요? 재밌네요. 근데 저기서 말한 진흙파이가 그 머드 파이라면 그 가치가 '무'가 되지는 않을 텐데요.

날개님, 네네, 둘 다 읽으세요. 아~주 재밌어요^^

블루님, 일단 프라이데이만 읽어도 스타십의 선입견이 확 깨요. 사실 결정적인 건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지만. 이것도 아마 어디서 조만간 복간되지 싶은데요.
그리고 하인라인이 가끔가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얘길 해서 그렇지 재미로 말할라치면 아시모프나 클라크보다 낫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아시모프는 SF계의 KFC 할아버지, 클라크는 너무 점잖은 학자 나으리....^^
 
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영화로도 나오고 책으로도 나오고, 볼 사람은 충분히 봤을 거 같으니 이제 내가 싫은 소리 좀 해도 되겠지?

난 변명이 싫다. 불륜은 별로 안 싫다. 그런데 이 소설은 주인공 불륜남녀를 작가가 애써서 변명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나는 불륜이라는 생각을 아예 지우고 썼어요. 또 하나의 사랑이라는 시선에서'라고 영화를 만든 허진호 감독과의 대담에서 이야기했는데 심술궂은 나는 '불륜이라는 생각을 애써 피하면서, 또 하나의 사랑으로 보이려고 감싸주면서' 글을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이 먹으면서 점점 냉소적이 되어가다니 원.

그들이 불륜이고, 그래서 좀 안 이뻐보이면 안되는 건가? 사실 그들이 심각한 듯 날리는 의미심장한 대화들은 치장을 다 드러내고 보면 작업성 멘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거 작업성 멘트라고 작가가 좀 말해주면 안되나? 그럼 난 오히려 귀엽게 봐줄 수 있는데.

내가 뭐 불륜에 대해 지나치게 결벽한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 애정사는 다 각자의 사정...케이스 바이 케이스.....자기 인생에 정직하기만 하다면야 그 누가 뭐라 하리....책임질 것 다 지고 말이지....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들은 영 그렇지가 못한 것 같으니.....

일단 나는, 인수와 서영이 좀더 뻔뻔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 나 지금 나몰래 바람핀 나의 배우자에게 배신감 팍팍 느끼고 있거든? 그래서 홧김에 서방질할 참이야. 떫은 놈 있으면 나와 봐. 그래 주면 좋겠는데 영 주춤주춤 내가 지금 느끼는 게 사랑일까 오기일까 이런 거 확인하고 상대방을 밀었다 당겼다 하는 것이 쌍으로 내숭 떠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다. (그래, 바로 이것이었어. 내숭....내가 젤 싫어하는 내숭 말이다)

나는 그들의 이 일련의 고민의 과정들이 어쩐지 자기합리화의 과정처럼 느껴져서 그것이 매우 불편했던 것 같다. 나라면 그리하지 않는다. 자, 난 지금부터 바람을 피우겠다. 이건 배신감 때문이기도 하고, 외로워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 남자가 꽤 괜찮아 보인다. 이게 사랑일까 아닐까 같은 언어유희로 나를 괴롭히진 않겠다. 불륜이면 사랑이 아니란 법도 없고, 또 그렇다고 이게 사랑이란 법도 없으니. 욕할려면 욕해라. 나도 내가 옳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래주면 난 박수를 쳐 줄텐데.

수진이 깨어난 후 끝까지 그녀를 보살피다가 결국은 그녀의 '요청'으로 이혼을 하게 되는 인수도, 남편 경호의 장례식에서 그가 위독할 때 하필이면 남자와 있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새로운 사랑을 포기하는 서영도 뭐 그리 훌륭해 보이진 않는데, 그들이 그래서 마지막에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저 모든 양심적인 행동들이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완성해 주기 위한 작가의 포석인 것 처럼만 느껴지니....(아, 정말, 심술 좀 그만 부려라)

그리고 이제 난 삶의 궁기가 흐르지 않는 사랑 이야기는 신뢰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책임져야 할 애도 없고, 이혼하면 부닥칠 경제적 어려움도 없고, 교통사고 가해자인데도 불구하고 보상금으로 시달리는 일도 없고, 나이들면 자연스레 나오는 똥배도 없는, 그야말로 영화에 나오는 사랑이야기(영화가 원작이니 작가를 원망할 수는 없겠지), 완벽하고 아름다운 불륜을 위해 무대장치 다 해놓고 벌이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실제 우리가 만나는 불륜은 이것보다 추하고 너절하고 노골적이고 한마디로 말해 그림이 안나오겠지만, 사실은 이 둘의 사랑보다 훨씬 아름다울 수 있다.(쓰고 나니 옛날에 배종옥과 이재룡이 나온 드라마 '바보같은 사랑'이 생각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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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05-12-13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0% 동감입니다.
전 영화밖에 못 봤지만 같은 생각으로 투덜거렸댔어요. ^^

깍두기 2005-12-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를 못 봤어요. 리뷰는 이리 썼지만 비디오를 빌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네요. 비교분석해 보면 재밌을 거 같아서....^^

2005-12-13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12-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B군을 트럭으로 줘도 싫다는 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전 비록 B군이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트럭으로 주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거 같은데.....^^

난티나무 2005-12-1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B군의 연기가 어찌나 가볍던지요.
(저도 트럭으로 준다면... 음음... 거부 못 해요...^^;;)

깍두기 2005-12-1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우린 사실 트럭이 탐나는 게 아닐까요.....^^;;;

sooninara 2005-12-1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럭..ㅋㅋ 몇톤 트럭이냐도 중요한가요?
현실감이 떨어지긴 하죠.
불륜을 위한 무대 장치라..난 이미 아이들때문에라도 틀렸네.

깍두기 2005-12-1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우린 똥배 때문에도 안돼.....하지만 이 모든 역경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불륜....내가 시방 먼 소릴 하고 있는 거여????

sooninara 2005-12-1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님..졌소이다. ㅋㅋ
(영화봤는데..손예진이 비너스라인이 있거든요. 약간 볼록뱃살..부럽긴하더이다.)

깍두기 2005-12-1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손예진도 배가 나왔다구? 그럼 우리도 희망을 가져도 되는 건가?

sooninara 2005-12-1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이야긴 아줌마끼리만..손예진이 살짝 아래뱃살이 있는데..그게 축처진 아줌마 뱃살과는 다르죠. 그 왜 비너스라인라고 처녀들의 완만한 곡선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래서 얼마나 부럽던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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