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기사 데스페로 비룡소 걸작선 39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티모시 바질 에링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읽으면서 어쩐지 심상치가 않다고 했더니 내가 너무도 감명깊게 보았던 <내친구 윈딕시>의 작가였다. 그럼 그렇지~

얘들아, 너희들이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구나. 사실 이렇게 물어야만 하지. 아주 자그마하고 약골이면서 커다란 귀를 가진 생쥐가 '피'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공주와 사랑에 빠지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이야 하고 말이야.
대답은......."그렇다"야. 물론 우스운 일이지.
사랑은 원래 우스꽝스러운 거야.
그러나 사랑은 멋지기도 하지. 그리고 강하고. 데스페로가 공주를 사랑하는 일이 이런 모든 사실을 곧 증명해 줄 거야. 사랑이란 게 강하고, 멋지며, 우습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야.

엄청 약골로 태어나, 생긴 것도 평범하지 않아 부모에게 '절망(데스페로)'란 이름을 받은 우리의 주인공 데스페로는 어처구니없게도 공주님과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니 동화는 이 둘이 '그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보통은 생쥐기사 데스페로가 엄청난 지혜와 용기로 눈 앞에 나타나는 적들을 챙챙 물리치고 공주님과 키스를 해서 잘생긴 왕자가 된다......정도?

그런데 이 동화에서 생쥐기사의 '눈앞에 나타나는 적들'은 마냥 미워할 수가 없다. 작가가 그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너희들은 시궁쥐가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니? 그렇지 않단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마음이 있지. 살아 있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마음을 다칠 수가 있어.

이 동화의 주요 악역인 시궁쥐, 그 역겹고 더러운 시궁쥐의 마음 깊은 곳까지 쓰다듬는 작가의 손길 때문에 이 이야기는 식상한 선악이분법 구도를 훌쩍 넘어 어린이들에게 인생의 진실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해 주고, 그 진실이 쓰기도 하고 시기도 하지만 결국은 우리의 영혼을 달래주는 닭고기 수프라는 걸(이야기에서 수프는 아주 중요한 그 무엇이다) 조근조근 말해 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물론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느낀 점을 콕 찝어내어 이야기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말로는 못해도 느낄 거라 생각한다. 뭔가 뭉클한 감정을.

이룰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원했던 건 약간의 빛 뿐이었는데. 그래서 공주를 여기 데려온 건데. 정말로, 아름다움을 조금 가지려고...... 나만의 빛을 가지려 한 건데.

라고 말하는 시궁쥐에 대한 뭐라 말할 수 없는 연민을.

얘들아, 내가 보기에 용서는 사랑과 아주 비슷하단다. 강하고 멋진 거야.
그리고 우습기도 하지.
어쨌든 우습지 않니?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북을 두드린 바로 그 아빠가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다니. 생쥐가 그런 배신자를 용서한다고 생각하면 우습지 않아?
하지만 데스페로 틸링은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어.
"아빠, 아빠를 용서해요"
데스페로는 그 말을 하는 것이 가슴이 둘로 쪼개지지 않을 단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했단다. 얘들아, 데스페로는 자기 자신을 구하려고 그 말을 한 거야.

용서하는 자와 용서받는 자에 대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공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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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1-1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솔직이 요즘,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더 버거워요. 이걸 전달하는 것이 어쩐지 씁쓸하거든요. 아이들도 알거든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쯤은. 으음~~ 그래도 꾸준히 들려줘야겠지요... 참, 어려워요.

깍두기 2006-01-10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돌바람님. 현실은 척박하지요. 사람들도 점점 사나워지고요.
그래도 이 책은 현실을 마냥 외면하고 있진 않아요.
저는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연민의 바다에 푹 빠졌다가 나온 느낌이랄까....
아이들은 또 신나는 모험으로 읽을 수도 있어요.
좋은 동화의 장점이죠. 누가 읽어도 재밌고, 각자에게 맞는 메시지를 주는 것^^

바람돌이 2006-01-1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멋진건지 아니면 깍두기님의 리뷰가 멋진건지.... ^^
깍두기님의 리뷰를 보면 이 책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솟구치네요. 요즘 뭐든지 보관함으로 일단 나르고 본다는 말씀... ^^

깍두기 2006-01-1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멋진 거죠 물론^^;;;(돌 던지지 마란 말이야!!!!)
이 작가 책 두권 봤는데
이 책과 <내 친구 윈딕시> 둘다 참 괜찮습니다.
애들은 좋아할지...감수성이 풍부한 애들은 표현하기 힘든 무엇인가를 느낄 것이구요.
문장이 쉽기 때문에 독서수준 높지 않아도 금방 읽을 것 같습니다.
4학년 이상 권장^^

돌바람 2006-01-10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돌이 어때서 던지고 그러세용^^*
역시 깍두기님한테 물어보길 잘했네요. 저도 그러려구요. 헤헤

ceylontea 2006-01-10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제가 읽고 싶어지는데요..(아침부터 지름신이 오시네.. --;)

반딧불,, 2006-01-1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과 막상막하 지름신..등록이옵니다. 질질질~~(그분에게로 끌려가는 중..)

깍두기 2006-01-1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앗, 죄송합니다^^
근데 저한테 뭘 물어보셨지?^^;;;;

실론티님, 반딧불님. 그분께 반항하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