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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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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끝나지 않았다, 고 생각한다.
황우석은 연구 재개한다 하고, 제보자K는 부부가 쌍으로 실직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끝났다 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건 피디수첩 1회분이 방송되고 나서도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 전에는 황우석에 대해서 남들이 다 아는 피상적인 것 밖에 몰랐다.
줄기세포를 만들었고, 사이언스지라는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냈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외국에서도 막 오라 한다 하고,
난치병 환자의 빛과 희망이고 등등.
언뜻언뜻 언론에 보도되는 모습을 보며
느끼하게 생겼고, 쇼맨십이 대단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월화수목금금금, 연구원들이 라면 먹고 연구한다, 등등의 발언에
'노동착취네. 그러는 너는? 너도 라면 먹고 연구하나?'라는 발칙한 생각을 품기도 했지만
괜히 내가 위대한 인물에 대해 생트집을 잡는 것 같아 스스로의 마음을 단속하려 했다.

수정란을 이용한 줄기세포 기술에 대한 의견도 명확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생명인데....라는 생각과
난치병 환자들을 고칠 수 있다잖아? 라는 생각 속에서
내 의견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고, 절실하게 많이 고민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피디수첩에서 난자공여에 대한 황우석 관련 1회분이 방송될 때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사람들의 화제가 온통 그것이라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말하는 사람들 모두의 의견이 한결같이 일치되었다.
"MBC가 나쁘다. 편파적이다. 지들이 뭘 안다고 검증을 한다고 나서느냐!"

그때부터 나의 인터넷 검색질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를 검색해보고 기사를 보고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나자 지극히 상식선의 의문이 들었다.
'줄기세포가 진짠지 가짠지 검증하는 건 엄청 쉬운 일인데,
떳떳하면 빨리 검증받고 MBC를 심판해 버리지 왜 저러고 있는 거야?'
그러고나서 황우석 박사님은 병원에 입원하시고, 진달래 꽃길이 깔리고,
네티즌은 미친듯이 광분해서 MBC를 폭파한다는 둥, 진실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둥 이성을 잃은 발언을 해대고
피디수첩은 당장이라도 망할 것 같더니
결정적일 때 무명씨(anonymous)가 결정적인 논문조작 증거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때부터 나는 무명씨가 활약하시는 BRIC이라는 생명공학자들의 커뮤니티에서 3박4일 눈팅을 했다.

이곳에서 맹활약을 했던 무명씨는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가지고 나와 죽어가던 피디수첩을 살린 이 분은
시골(강원도라 했던가? 지금 책이 없어서;;;;)에서 감자농사를 지으시는 낙향거사이며
그럼에도 아무도 주목 못했던 곳에서 조작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던 무림고수이다.
그는 조작증거를 찾아내 브릭에 올리고는
'내가 감자 캐러 가야 해서 시간이 없으니 나머지는 다른 분들이 찾으시면 상품으로 감자 한박스 보내드림'
이라는 경품퀴즈를 내걸어 다른 생명공학자들의 향학열을 불태우셨다고 한다.
브릭을 3박4일 눈팅하면서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아마 연구실에서 하루종일 줄기세포와 씨름하는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한
내 예단은 완전 빗나갔던 것이다.
이 세상에는 아는 것도 없고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온 세상에 내가 뭘했다고 떠들어내며 수십수백억의 예산을 타내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알면서도 티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것은
피디수첩팀은 무명씨가 발견한 것을 방송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사실을 방송 이전에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지은 한학수 피디는 경영학과를 나온 사람이다. 줄기세포가 뭔지나 알았을까?
그런 그가 제보자와 만나고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부터 얼마나 철저히 공부를 했는지
기자가 뭘 알겠어, 하며 어려운 말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려고 한 황우석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진실을 밝혀나갔다.
그가  했던 한 번의 실수는 김선종 연구원을 취재하며
'황우석은 구속될 것이다'라고 한 것 뿐인데
사실 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 말을 안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구속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을 광풍으로 뒤흔들었던 이 사건에 대해
지금은 언급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황우석이 구속되었는지, 법의 심판을 받았는지, 황우석 뒤를 따르던 연구원들은 어찌되었는지
그 논문에 이름 오른 다른 교수들은 어찌되었는지
제보자들은 어찌되었는지
그때 그렇게 관심갖고 3박4일 눈이 벌게서 밤을 새다시피했던 나도 모른다.
이렇게 끝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 잘못을 한 사람들이 어떤 심판을 받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2. 용기있게 제보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3. 황우석 나쁜 놈, 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추악한지, 진실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내 자신 얼마나 무지하며 잘못된 개념에 놀아나고 있는지(진실보다 국익이 우선이다-이 말에 아무 거부감없었던 우리들에 대해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사실은 지금도 그런 사람 많지만. 거짓으로 얼룩진 나라에 살고 싶다는 말인가?) 똑똑히 보고 자신을 돌이키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언제라도 제2,제3의 황우석 사태를 겪을 수 있으며 그때 또 그렇게 어리석게 광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보자  K는 지금 어찌 살고 계신지?
진짜 부부가 실직되어 살 길이 막막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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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7-02-1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그는 조작증거를 찾아내 브릭에 올리고는
'내가 감자 캐러 가야 해서 시간이 없으니 나머지는 다른 분들이 찾으시면 상품으로 감자 한박스 보내드림'
이라는 경품퀴즈를 내걸어 다른 생명공학자들의 향학열을 불태우셨다고 한다.
이 진짜에요? @.@?

깍두기 2007-02-1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토토랑님. 그렇다네요.
저도 몰랐는데 이 책에 나오더라구요^^

2007-02-1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2-1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난 다음은? 여전히 벌받고 자숙해야 할 사람은 자신만만해보이고.... 사람들의 관심만 좀 덜해지면 끝난다는 생각 참 무서워요.

홍수맘 2007-02-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너무나 슬픈 현실'에 가슴이 아팠구요. 나의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새삼 확인되던 순간이었더랍니다. 암튼, 덕분에 이 책 찾아보고 읽어볼려구요.
 
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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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년도 넘은 것 같다. 정확히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갈대님의 이벤트에서 받은 책인데 재미가 없지도 않았는데 어쩐지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하도 오랜 기간 띄엄띄엄 읽어서 내용 정리가 안된다ㅡ..ㅡ;

내가 이 책을 읽을 때의 목적은
도킨스와 굴드가 서로 대립되는 입장에서 진화론에 관한 글을 매우 재미있게 잘 쓴다는
딸기님의 리스트를 보고 마음이 동해서였다.
굴드는 참 재밌는데 도킨스는 어떨까?
진화론 내에서 도대체 무슨 상반된 주장들이 있을까?
그 서로 상반된 주장들을 읽고 나면 나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였는데

결론 : 읽어봐도 모르겠다ㅠ.ㅠ

이 책에서 도킨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조근조근 반박하고 있는데
나처럼 진화론을 당연한 진리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대체 이런 자세한 반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싶지만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창조론을 믿으며 이를 교과서에 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에 따르면 말이다.

그들의 주장 중 대표적인 것은 이런 것이라 한다.

1. 시계처럼 정교한 것이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는가? 생명체의 기관(예를 들어 눈)은 시계보다 정교하다.
2. 보잉747 부품을 폐품 창고에 쌓아놓고, 돌풍이 불어 비행기가 완벽 조립될 가능성이 있는가?(이것은 생명 탄생에 대한 비유)

진화를 이런 현상에 비유하는 것은 얼핏 그럴듯하고, 이 비유에 따르면 진화란 말도 안되는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저 비유가 경우에 어긋난다는 것을 아주 조근조근 자근자근 지겨울 정도로 자세하게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그 자세한 설명을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겠고,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진화란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1.진화는 매우 엄청 진저리나게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어 온 것이다. 수명이 100년 남짓한 인간은 수십억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확률을 실감하지 못한다.
2. 시계처럼 정교한 생명체의 여러 기관들은 단 한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적적인'  자연선택의 결과이다. 위의 비유는 그 점을 잊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의 설명은 매우 논리적이고 논박할 곳이 없다고 여겨지는데
그거야 내가 창조론자가 아니기 때문이겠고.

 

또 이 책은 같은 진화론자들 내에서도 다윈주의를 비판하는 여러 분파들의 주장을 논박하고 있는데
그 분파들이 도대체 무슨 주장을 하는지 자세히 모르는 나는
읽어도 누가 옳은지, 뭘 반박하는지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굴드에 관한 비판은 살짝 알아듣겠다.

"굴드야, 넌 다윈주의를 비판하면서 돌연변이에 의한 단속적인 진화를 주장하지?
니가 주장하는 그거 다윈주의에 다 포함되어 있는거야. 아니라고 하지만 넌 다윈주의자라구"

이런 얘긴 거 같은데,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그들의 책을 더 읽어보아야 하겠다.

 

**책 제목이 <눈먼 시계공>인데 자꾸 <멋진 시계공>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그러고 보니 진화란 비록 눈은 멀었지만 멋진 시계공이다.
이 세상은 다양하고 멋진 생명들로 가득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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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7-01-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서양 과학이 그렇죠. 교회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랬다나 뭐래나....^^

딸기 2007-01-30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핫 '멋진 시계공' >.<

저도 이 책 책꽂이에 꽂아놓은지 꽤 되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읽어봐야겠네요.

깍두기 2007-01-3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굴드가 글쓰는 품새가 좀더 도발적인 거 같아요. 도킨스는 좀 깐깐하다고나 할까?^^ 학점 짜게 줄 것 같고^^;;;
책 두권만 읽어보고 뭐라 결론 내릴 순 없지만. 하여간 둘다 서로를 씹는데 누가 옳은지 궁금해서라도 이 사람들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요.
(근데, 읽어도 모를 듯한 불길한 예감;;;;;)

딸기 2007-01-3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래요? 저는 굴드보다 도킨스가 훨씬 도발적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굴드 아저씨를 턱없이 좋아해서 그랬을까요... 너무너무 좋아했었거든요.
굴드 죽었을 때, 제가 굳이 신문에 부음 기사를 쓰겠다고 해서(저는 과학 담당도 인물면 담당도 책 담당도 아니니까 정확히 말하면 아무 상관없는 사람;;) 무려 국제면 톱으로! 올렸던 적이 있답니다. 굴드 사망소식에 어찌나 슬펐던지... ㅠ.ㅠ
굴드를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도킨스의 책이 '멋진 시계공'으로 보이신다면,
도킨스 '악마의 사도'도 꼭 읽어보세요!

도킨스가 학점 짜게 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굴드는 윌슨, 르원틴 등등과 함께 하버드의 대표적인 생물학자였죠. 그런데 특히나 한국학생들 싫어했대요. 유전자결정론에 극력 반대한 분이 우째 그랬을까나... ^^

깍두기 2007-01-3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도발적'이라고 한 것은 매우 좋은 의미입니다. 전 그런 글을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아직은 굴드에게 점수를 더 주고 있는데. 확실하게 누구 편이 되려면 책을 좀 더 읽어야겠죠. 딸기님의 리스트를 제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았으니 하나씩 디벼보려구요^^
저 시계공 책 보면 진짜 도킨스는 학점 안 줄 것 같아요. 어찌나 깐깐스럽게 논증을 해 놓았는지. 대충 리포트 써서 내면 어림도 없을 것 같은^^
그러고, 딸기님이 그렇게나 좋아하신 굴드가 한국 학생을 싫어했다니, 배신감 느껴지네. 진짜 왜 그랬을까요;;;;;

딸기 2007-02-0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국 학생에게 몹시 실망한 적 있었다나봐요. 그러니까 학문적 입장이랑 실제 생활은 좀 다를 수 밖에 없는 거죠, 뭐. 어쨌든 그래도 굴드 아저씨에 대한 저의 존경심은 변함이 없답니다.
실은 요샌 도킨스를 더 좋아하고 있긴 해요. 매력 덩어리. >.<

깍두기 2007-02-0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랬구나^^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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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감은 이해에서 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책은 이해를 하게 해 준다. 나에 대해서, 또 타인에 대해서.

저자의 시선에 대해 딱 하나 공감할 수 없는 부분.
지나친 프로이트적 해석.
이건 그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살면서 내 내면에서 그런 면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든가, 거세공포라든가, 남근 선망 같은 개념들이
나에게는 참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내가 정신분석을 차근차근 받으면 무의식에 저장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기어나올지도 모르겠고
그럼 저런 개념들이 이해가 갈 지도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이 책에 있는 사례들은 특수하거나 이상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주변의 사람들, 그냥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에게서조차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뭐라고 찝어 말할 순 없지만
하여간 뭔가 있다는 걸 냄새 맡고는 한다.
이 책의 사례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어떤 것은 나의 문제고, 어떤 것은 내 아이들이 커서 겪을 문제고
또 어떤 것은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문제다.

상담을 의뢰한 사람들의 글에 대답하는 저자의 답변은
내 얕은 소견으로는 꽤 예리하게 여겨진다.


나르시시즘적 성격 뿐 아니라 권위에 복종하기 어려워하는 마음, 일대일 관계에 고착하기, 세 사람 이상의 관계를 불편해하는 마음 등은 오이디푸스 단계를 자연스럽게 이행하지 못한 심리 상태를 반영합니다.

===> 이 대목에서 뜨끔했던 이유는? ㅎㅎ 그건 내가 바로 그렇기 때문인데, 그것이 오이디푸스 단계를 자연스럽게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니 그럼 난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일방적 희생과 잔소리로 살아가는 엄마에게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랑, 자식에게 무관심하면서도 강압적이었을 아버지에 대한 분노, 좌절된 감정을 보살펴본 적 없이 죽 그렇게만 살아왔을 날들......

====> 이건 내가 아는 누군가의 삶인데, 아, 그래서 그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나 보다. 이해가 되니 공감이 간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 이해를 통한 공감, 공감을 넘어선 애정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고 자신의 문제를 보게 해 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긴 하는데........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책을 읽고 자기 문제를 실감하며 떨쳐 일어날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거다.
아니,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자기 문제를 인식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주는 역할로 자신의 사명을 다한 거라고 본다. 책이 하는 일은 원래 거기까지.

책을 읽고, 자기 문제를 느끼고, 그 문제가 자기 삶의 장애가 된다고 생각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심리상담을 받거나
이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종교단체에서 하는 수련에 참가하거나
어쨌든 자신을 바로 보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박차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변한다.
책을 읽는 건, 그냥, 그렇구나 하는 거다.

저자가 맨 마지막에 강조한 것.
天福을 기억하고(Follow your bliss) 공동체에 회향하기.

천복을 기억하라 - 모든 인간에게는 불성이 있다. 인간의 내면에는 하느님을 닮은 자가 있다.
공동체에 회향하라 - 무주상보시. 잘 쓰이는 사람 되기.

自利利他. 이타행은 결국은 자신을 위한 최고최선의 행위. 개인의 내면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마음 공부가 결국은 어떻게 잘 쓰이는 사람이 될 것인가, 에 대한 궁리로 환원된다는 사실의 신비함.  
신비할 것도 없다. 남을 위하는 행위로 우리는 우리가 홀로가 아니라는 것, 연대감, 연기의 그물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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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1-2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은 지난번에 소설을 쓰면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공감과 이해를 시작했나보군요. 근데, 저 오이디푸스 어쩌고.. 저도 해당하는 것 같은데 정말 어떻게 해결해야 하죠? ^^

깍두기 2007-01-2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우리 함께 정신분석이라도 받으러 갈까요?^^

글샘 2007-02-07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친 프로이트적 해석.
저도 프로이트를 너무 들이대는 데는 질색이랍니다.^^
한국인들은 대개 대인공포증 초기 단계는 있답니다. 문화의 특성이죠.
일반화를 성급하게 하면 모두 환자됩니다. ㅋㅋ

깍두기 2007-02-0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의 리뷰도 읽었어요. 비슷한 거부감을 느끼신 듯^^
그래도 그 외에는 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도 있구.
 
평행우주 - 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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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미션스쿨을 다녔다.
기독교에 대해 사춘기적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1주일에 한번 들어오시는 교목 선생님에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져대곤 했다.

"하나님이 제 1일에 빛이 있으라, 해서 빛이 생기고 그다음에 별이 생겼다매요?
별에서 빛이 나오는 건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과학적이지 못하잖아요?"

이 질문에 교목님이 뭐라고 대답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시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빛이 먼저인게 맞다. 빅뱅에서 탄생한 우주는 처음에는 휘황한 빛덩어리였다고 한다. 우주배경복사인가 뭔가 때문이라는데.(한달 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

종교는 인민의 아편, 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종교란 것이 인간이 선한 삶,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편 정도라고 생각하며 내 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종교의 자리는 좁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최신과학서적을 읽으며 오히려 종교에 대해 오래오래 생각하게 됐다.

과학이 한발한발 차근차근 밟아가며 증명한 이 세상 물리법칙과 우주의 모습을
어마어마하게 큰 통찰과 직관으로 단 한번에 꿰뚫어본 것이 종교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상대성 이론으로 과거미래를 넘나들고, 양자역학으로 물질과 정신이 상호교류하고
끈이론으로 11차원을 왔다갔다하며 평행우주라 하여 여러겁의 무한우주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조금도 모순이 없다는 사실을 읽다보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이 우주의 진실한 모습을 설명하면서
과학과 종교는 어느 지점에서 언젠가는 만날 거란 느낌을 받는다.

찰나도 되지 않을 순간을
모래 한알에도 미치지 못하는 몸뚱아리로 살다 스러지는 인간이 
이 끝없는 시공간을 사유하며 느끼는 감회는
그 사유가 종교적인 것이든 과학적인 것이든 결국에는 같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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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0-3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이 리뷰.
문과 계열의 독서만으론 이런 사고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자극 받고.^^

딸기 2006-11-01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빛이 있고 별이 있었지요.
그런데 과학자들이 뭔가를 '입증'해내기 이전에 분명 전근대 사람들의 통찰력은 작동하고 있었거든요. 과학책 읽을 때마다 그걸 확인하게 돼요, 저도.

깍두기 2006-11-0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이 책 참 좋고요. 전 이런 계통의 책을 좋아한답니다.
물론 다 이해하고 읽는 건 아니지만.....
좀 오래되어 최신이론은 없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한번 읽어보세요.
과학서적이지만 정말 명문입니다. 감동적이고요.(이 책보다는 훨씬 쉽고^^)

딸기님, 최신이론을 접할 때 그런 생각이 더 들더군요. 이 책 읽으면서
11차원 끈이론이 어떻고, 다중우주가 어떻고 하는데
내가 종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힌두교, 불교 같은데서 묘사한 시작도 끝도 없는
이 세상의 모습이 거기 겹치더군요.

가랑비 2006-11-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게, 전에 아메리카 원주민 신화 하나를 읽는데, 이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그렇고, 빛이 먼저 있고 별이 생겼군요. 흐음.

구라성인 2007-01-0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정도의 일치는 세계 어느 종교에도 있는 것이지만 종교를 통해서 선해지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제가 언젠가 무슨 책 리뷰를 쓰면서 얘기한 적 있죠?
근현대사는 제게 쥐약이라고.
아마 이유도 말했을걸요?
오대빵으로 진 축구경기, 재방송으로 보고 싶지 않다고요.

그러나 이제 그 말 취소해야겠습니다.
오대빵으로 처참하게 진 축구경기도 재방송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해설자만 훌륭하다면.
바로 이 책,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처럼요.

이 책에서 우리에게 현대사를 해설해 주는 고지훈이라는 분은
축구 경기 해설자로 치면 정통 스타일은 절대 아닙니다.
뭐랄까.....얼마전 MBC 주말 뉴스를 진행하던 최일구 아나운서가 떠오릅니다.
최일구 아나운서, 처음에 엄청 황당했죠.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내보내야 할 뉴스, 그것도 9시 뉴스에서
그가 가끔 폭탄처럼 던진 멘트들 때문에
시청자들은 생소해 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어 하기도 했으나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괜찮아서
나중엔 최일구 아나운서가 무슨 말을 할까 기대하며 뉴스를 지켜보았습니다.

이 책도 첫장을 넘기면서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가 전혀 즐거운 분야가 아닌데.....이거 이 페이스로 계속 나가도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괜한 기우였습니다.
이 책은 웃겼을 뿐만 아니라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고
역사에 임하는 작가의 진지함과 성실함 때문에
수많은 농담과 역사인물에 대한 비아냥이 조금도 거슬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조봉암과 조병옥이 다만 이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헷갈리는
무지한 독자에게는 이 책보다 더 좋은 현대사 입문서가 없을 듯 합니다.

후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오늘의 세대에 생존하는 우리들의 생명을 건 희생적 노력을 다하지 않는 한, 내 조국, 내 민족의 역사를 뒤덮은 퇴영의 먹구름은 영원히 걷히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로부터의 시혜를 기대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의무를 다하며......일하는 국민, 협조하는 국민으로 재기합시다.

누가, 언제 한 말일까요? 박정희가 5대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이 뭔가 수상쩍지만 말인즉슨 옳은 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연설(저......사이에도 길고 긴 말들이 있습니다)을 이책의 명 해설자는 짧고 명쾌하게 해석해 줍니다.

"노동자? X나게 일해. X나게 일하고 난 다음에? 또 X나게 일해. 일하고 또 일하고 또 일하고......이런 생명을 건 희생적 노력을 먼저 하란 말이야! 정부가 뭔가 해주기 전에 말이지!"

사실 역사서에 숱하게 등장하는 법조문, 포고령, 신문기사, 이런 것들
그냥 본문 그대로 실려 있으면 읽어봐도 무슨 소린지 모릅니다.
이 책에선 그런 것들을 절대로 날 것 그대로 내놓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이며, 무엇을 노린 것인지, 누구를 향한 화살인지
이런 걸 절대로 구구절절하지 않게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정리해 줍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역사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의역이 너무 심하지 않을까?
에 대해서는 제가 이 분야에 취약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제 주관으로는 그렇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그런 믿음은 저자가 역사인물에 대해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보여 주면서
내놓은 새로운 통찰에 제가 저도 모르게 감동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전두환에 대해 언급하면서
수천명을 죽인 살인자 전두환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수천억을 해먹었다는 도둑놈 전두환에 대해서는 게거품을 물었던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에 거울을 들이댑니다.
과연 이것이 정상이냐고.
그러고 보니 우리의 모습도 괴물입니다.

 

저자에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엄청 재미나겠다, 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통사적으로 해설해 주시는 책을 내신다면
당장 사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만화책인 줄 알고 있어서 실물을 봤을 때 살짝 실망할 뻔 하였으나
읽다보니 만화보다 더 정신없이 빠지게 되어 그 실망을 얼른 취소하였음을 밝힙니다.
그런 착각을 한 것은 책소개에서 '한국컨텐츠 진흥원 우수만화 선정작'이라는 대목을 봤기 때문인데
그것은 이 책 군데군데 있는 인물 캐리커쳐 때문인 듯 합니다.
책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는 만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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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1-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너무 재미있겠어요...!!!!

깍두기 2006-01-13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진~~~~짜 재밌어요!

바람돌이 2006-01-13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역사는 누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지요. 거기다 그걸 풀어낼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라면 금상첨화군요. ^^

검둥개 2006-01-13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요즘 맹렬독서중이시군요. ^^;;;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와보니 이렇게 주옥같은 리뷰들이 줄줄이! 이 책도 보관함에 넣겠습니다. :)

호랑녀 2006-01-1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새해에는 참아보려고 했는데... 지름신이여요...ㅠㅠ

마냐 2006-01-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정말 뽐뿌지수 높으심다....으윽.

깍두기 2006-01-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우울한 근현대사를 이런 식으로 얘기해 주니까 속 좀 덜 아프고 읽게 되는군요^^

검둥개님, 맹렬독서는~^^ 생각만큼 안되고 있어요. 서재에 자주 좀 출몰하세요.

호랑녀님, ㅎㅎ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마시라니까요^^

바람구두님, 땡스~ 그러고 보니 우리 엄청 오랜만이구만요^^

마냐님, 하여간 전 엄청 재밌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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