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점심시간 - 우리가 가장 열심이었던 날들
김선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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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쓴 에세이를 그렇게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으면서 이렇게나 공감과 동료의식을 느낀 적은 없었다. 다 어쩐지 나와는 인간의 종류가 다른 듯 지나치게 훌륭하거나, 뼈를 갈아 최선을 다하거나, 어린이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파파어웨이의 선생님들이고, 읽고나면 어쩐지 내가 좀 초라해지고 이렇게 살면 안될 것 같은 자괴감이 일었다. 사실은 뭐 나도 그닥 못난 선생은 아닌데 말이다. 보통은 된다고 자부한다.

아, 내가 동료의식을 느꼈다고 해서 저자 김선정 선생님이 보통 정도의 교사라는 건 절대 아니다. 선정 선생님은 훌륭하다. 그러니 어린이들과의 생활에서 이런 통찰을 뽑아내어 글을 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선정 선생님이 그런 통찰을 얻기까지 겪었던 실수와 실패, 그 과정에서 느꼈던 낯뜨거움, 부끄러움 등이 과장없는 문체로 기록되어 있다. 뭐 대단히 부끄러워하며 쓰지도 않았다. 그냥 그랬다는 거다. 누구나 그랬을 테니까. 그런 자신을 담담히 돌아보며 선정쌤은 성장한다. 성장한 선정쌤은 으시대며 말한다.

ㅡ이것이 성장이라는 것이다. 보았느냐, 18년 전 5학년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대목을 읽고 나는 폭소를 터뜨렸는데,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이 선정쌤의 훌륭한 점이다. 유머 말이다. 아이들이랑 놀이를 하면서 '목숨을 걸자'고 하고, 결근한 날 선생님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원수1호'로 지목하고, 집에 가는 아이에게 '대걸레에 걸려 넘어져라!고 저주를 걸고, 친구가 혼나면 기뻐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 생일에 생일인 사람 빼고 나머지를 모두 혼내줄게'라고 말하는 선생님. 정말 어이없고 이상한 선생님인 것 같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저런 선생님의 교실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나요? 왠지 모르지만 그러고 싶잖아요? 내 자신이, 딱딱한 공교육의 교육과정과 책상과 의자와 지켜야 할 예의범절과 질서(나쁘다는 게 아닙니다)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저런 기이한 언행의 역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이 대목에서 가장 동료의식을 깊이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책에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잘 드러나 있는데, 어떤 내용을 배우는가 하는 공식적인 교육과정 말고 학교생활 전반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며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즉, 잠재적 교육과정을 실감할 수가 있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한 부모가 보면 정말 많이 참고가 될 책이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거는지,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어떤 엉뚱한 말을 해대는지, 친구랑은 무슨 이유로 싸우는지, 1학년 코흘리개가 6학년 초등교양인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막연히 걱정하면서 궁금해했던 교실 장면을 눈에 그리듯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모르면서 막연히 걱정했을 때의 불안감이 책을 읽으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아, 다들 애쓰고 있구나. 내 아이도, 선생님들도...

그렇게 안심한 마음으로 집에 오는 아이도 잘 다독여주고 고군분투하는 담임선생도 좀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ㅋㅋㅋㅋㅋㅋ (사심 가득한 리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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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2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깍두기님이닷!!!
우리 완전 오랫만 맞죠? 다시 뵈니 반가워요. ^^ 리뷰로 다시 돌아오시니 더 반가워요. ^^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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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았다, 고 생각한다.
황우석은 연구 재개한다 하고, 제보자K는 부부가 쌍으로 실직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끝났다 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건 피디수첩 1회분이 방송되고 나서도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 전에는 황우석에 대해서 남들이 다 아는 피상적인 것 밖에 몰랐다.
줄기세포를 만들었고, 사이언스지라는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냈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외국에서도 막 오라 한다 하고,
난치병 환자의 빛과 희망이고 등등.
언뜻언뜻 언론에 보도되는 모습을 보며
느끼하게 생겼고, 쇼맨십이 대단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월화수목금금금, 연구원들이 라면 먹고 연구한다, 등등의 발언에
'노동착취네. 그러는 너는? 너도 라면 먹고 연구하나?'라는 발칙한 생각을 품기도 했지만
괜히 내가 위대한 인물에 대해 생트집을 잡는 것 같아 스스로의 마음을 단속하려 했다.

수정란을 이용한 줄기세포 기술에 대한 의견도 명확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생명인데....라는 생각과
난치병 환자들을 고칠 수 있다잖아? 라는 생각 속에서
내 의견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고, 절실하게 많이 고민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피디수첩에서 난자공여에 대한 황우석 관련 1회분이 방송될 때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사람들의 화제가 온통 그것이라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말하는 사람들 모두의 의견이 한결같이 일치되었다.
"MBC가 나쁘다. 편파적이다. 지들이 뭘 안다고 검증을 한다고 나서느냐!"

그때부터 나의 인터넷 검색질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를 검색해보고 기사를 보고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나자 지극히 상식선의 의문이 들었다.
'줄기세포가 진짠지 가짠지 검증하는 건 엄청 쉬운 일인데,
떳떳하면 빨리 검증받고 MBC를 심판해 버리지 왜 저러고 있는 거야?'
그러고나서 황우석 박사님은 병원에 입원하시고, 진달래 꽃길이 깔리고,
네티즌은 미친듯이 광분해서 MBC를 폭파한다는 둥, 진실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둥 이성을 잃은 발언을 해대고
피디수첩은 당장이라도 망할 것 같더니
결정적일 때 무명씨(anonymous)가 결정적인 논문조작 증거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때부터 나는 무명씨가 활약하시는 BRIC이라는 생명공학자들의 커뮤니티에서 3박4일 눈팅을 했다.

이곳에서 맹활약을 했던 무명씨는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가지고 나와 죽어가던 피디수첩을 살린 이 분은
시골(강원도라 했던가? 지금 책이 없어서;;;;)에서 감자농사를 지으시는 낙향거사이며
그럼에도 아무도 주목 못했던 곳에서 조작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던 무림고수이다.
그는 조작증거를 찾아내 브릭에 올리고는
'내가 감자 캐러 가야 해서 시간이 없으니 나머지는 다른 분들이 찾으시면 상품으로 감자 한박스 보내드림'
이라는 경품퀴즈를 내걸어 다른 생명공학자들의 향학열을 불태우셨다고 한다.
브릭을 3박4일 눈팅하면서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아마 연구실에서 하루종일 줄기세포와 씨름하는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한
내 예단은 완전 빗나갔던 것이다.
이 세상에는 아는 것도 없고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 온 세상에 내가 뭘했다고 떠들어내며 수십수백억의 예산을 타내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알면서도 티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것은
피디수첩팀은 무명씨가 발견한 것을 방송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 세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사실을 방송 이전에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지은 한학수 피디는 경영학과를 나온 사람이다. 줄기세포가 뭔지나 알았을까?
그런 그가 제보자와 만나고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부터 얼마나 철저히 공부를 했는지
기자가 뭘 알겠어, 하며 어려운 말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려고 한 황우석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진실을 밝혀나갔다.
그가  했던 한 번의 실수는 김선종 연구원을 취재하며
'황우석은 구속될 것이다'라고 한 것 뿐인데
사실 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 말을 안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구속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을 광풍으로 뒤흔들었던 이 사건에 대해
지금은 언급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황우석이 구속되었는지, 법의 심판을 받았는지, 황우석 뒤를 따르던 연구원들은 어찌되었는지
그 논문에 이름 오른 다른 교수들은 어찌되었는지
제보자들은 어찌되었는지
그때 그렇게 관심갖고 3박4일 눈이 벌게서 밤을 새다시피했던 나도 모른다.
이렇게 끝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 잘못을 한 사람들이 어떤 심판을 받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2. 용기있게 제보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3. 황우석 나쁜 놈, 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추악한지, 진실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내 자신 얼마나 무지하며 잘못된 개념에 놀아나고 있는지(진실보다 국익이 우선이다-이 말에 아무 거부감없었던 우리들에 대해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사실은 지금도 그런 사람 많지만. 거짓으로 얼룩진 나라에 살고 싶다는 말인가?) 똑똑히 보고 자신을 돌이키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언제라도 제2,제3의 황우석 사태를 겪을 수 있으며 그때 또 그렇게 어리석게 광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보자  K는 지금 어찌 살고 계신지?
진짜 부부가 실직되어 살 길이 막막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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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7-02-1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그는 조작증거를 찾아내 브릭에 올리고는
'내가 감자 캐러 가야 해서 시간이 없으니 나머지는 다른 분들이 찾으시면 상품으로 감자 한박스 보내드림'
이라는 경품퀴즈를 내걸어 다른 생명공학자들의 향학열을 불태우셨다고 한다.
이 진짜에요? @.@?

깍두기 2007-02-1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토토랑님. 그렇다네요.
저도 몰랐는데 이 책에 나오더라구요^^

2007-02-1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2-1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난 다음은? 여전히 벌받고 자숙해야 할 사람은 자신만만해보이고.... 사람들의 관심만 좀 덜해지면 끝난다는 생각 참 무서워요.

홍수맘 2007-02-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너무나 슬픈 현실'에 가슴이 아팠구요. 나의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새삼 확인되던 순간이었더랍니다. 암튼, 덕분에 이 책 찾아보고 읽어볼려구요.
 
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가족 구성원 소개===

아빠 : 죠반니노 과레스키. 본인은 작가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가족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 특히 여섯살짜리 딸에게 백수 취급을 당하고 있음. 딸은 '사람들은 옷이 필요하면 재봉사를, 약이 필요하면 의사를 부르지만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작가를 부르지는 않는다'는 논리로 아빠의 직업을 부정함. 아들은 아빠의 작품을 '대충 서둘러 쓴 것'이라고 한 마디로 품평함.
나름대로의 논리로 아내와 아들딸로부터 자신을 방어하지만 주로 자승자박일 경우가 많음. 본인이 기술한 바에 의하면 가끔 혁대를 휘두를 때와 고함을 질러댈 때를 제외하고는 대화가 통하고 이해심 많은 가장으로 여겨지지만 약간의 뽀샵질이 가해진 것이 아닌가 의심됨.(왜냐구? 난 아침 열시 전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케이크를 구우면 벽돌이 되고, 튀김은 피해달라고 하면 튀김만 주구장창 해대고, 치촐라타가 먹고 싶다고 하면 해주지도 않으면서 치촐라타 타령 좀 그만하라고, 언제까지 치촐라타만 먹고 살 수는 없다고 하고-아직 한번도 안 먹었단 말이다 아줌마야!!!ㅡ 이런 아내와, 여섯살 때부터 유산 상속을 요구하는 아들딸들을 이해하고 살 수 있는 남자가 있을 거라고 도저히 생각되어지지 않거든.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이탈리아에는 있나보지?)

엄마 : 마르게리타. 아침 10시 전에는 직립 자세가 불가능함. 아이들은 8시에 등교해야 하는데 아침이나 제대로 먹는지 심히 걱정됨. 심지어 엄마가 일어나 문을 잠글 수 없고 열쇠가 하나밖에 없어 자기집 담을 넘나들기도 함. 가끔 의욕을 가지고 뭘 해보기도 하나 가족들의 환영을 받지 못함. 가족의 역할에 대한 이 집안 식구들의 토론: 아빠는 즐겁고 편안하게 노를 저으면서 바다를 항해한다. 아이들은 아빠를 보며 항해하기 위해서는 쉴새없이 노를 저어야 함을 배운다. 엄마는.....남편이나 아이들을 귀찮게 하지 않아야 한다ㅡ,,ㅡ;
추리소설과 자기만의 몽상에 빠져 지내는 완벽 무용지물 가정주부 캐릭터 마르게리타, 는 아무래도 작가의 과장이겠지?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를 위한?
그렇다고 해도 이 무용지물 엄마는 묘하게 매력적이다. 또한 완벽하고 상냥하고 세심하고 모성애로 가득찬 모범적인 엄마 밑에서 크는 아이들 못지 않게 이 집 아이들이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건 도대체?

아들 : 알베르티노. 지은이인 아빠의 표현에 따르면 '위엄이 있고, 상당히 과묵하며, 나와의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오직 본질적인 이야기만 전달할 뿐' 인 소년. 자기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비록 아빠라 하더라도 믿지 않는, 그래서 아빠가 정직한지 아닌지 집 아닌 다른 곳의 아빠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소년. 난 얘랑 비슷한 애를 가르친 적이 있다. 2학년짜리였는데 위엄이 있고, 상당히 과묵했으며 쓰기 시간에 두 줄 이상 글을 쓰는 법이 없었는데 그 두 줄 안에 하고 싶은 말 전부를 집어넣을 줄 아는 아이였다.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조용하지만 묘한 영향력이 있어 얘한테 칭찬받으면 상당히 기분좋다. (얘가 3학년에 올라가서 나한테 '선생님이랑 공부할 때 꽤 재미있었다'라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어찌나 기분 좋던지! 다른 애들은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이 제일 좋았어요 해도 그런갑다 하는데. 묘한 일이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여기는 내 마음에 들어요" 마침내 알베르티노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판결에 아마 고대 로마 사람들의 유골은 기쁨에 떨었을 것이다)

딸 : 파시오나리아. 이 책의 여러 에피소드들의 주요 주인공. 엄청난 논리(때로는 말도 안되는)와 핵심을 꿰뚫는 지혜와 막무가내식의 실천력을 두루 갖춘 어린 소녀. 여섯살 때 아버지에게 유산을 요구한 적이 있으며 친구에게 자기 아버지를 운전기사라고 속인 적이 있고, 아빠가 마음에 들 때는 아빠라고 부르고 마음에 안들 때는 '엄마 남편'이라고 부르는 발칙함을 소유하고 있다. 놀랄만한 통제력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생일선물을 받으면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위엄을 유지하나, 잘못 배달된 '병마개 막는 기계' 앞에 그만 통제력을 상실하고 불타올라 한밤중까지 2백개의 병을 코르크로 막아버리는 대업을 성취하기도 한다. 책에서 본 남의 딸이니 귀엽다고 하겠지마는 만일 내 딸이었으면 난 지금쯤 머리 쥐어뜯고 병원에 입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느낀점 및 결론===

1.가족관계의 제1원칙은 '대화'다. 아무리 얼토당토 않은 대화라도 말이다. 이 책에 의하면 부모의 권위는 별로 필요치 않다.  
2. 훌륭한 부모들이다. 아이들은 잘 자랐을 것이다. 비록 아침을 제대로 못 먹였으며 아이들이 등교할 시간에 일어나지도 않는 부모들이었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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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02-0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다 싶었는데 돈 까밀로 신부님 시리즈 책을 쓴 작가군요. ^^ (나도 무용지물 엄마 과에 속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날개 2007-02-0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까밀로와 빼뽀네> 작가군요.. 재밌겠어요..^^

깍두기 2007-02-0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날개님, 그렇습니다. 바로 그 작가입니다. 어렸을 때 재밌게 보았던...
아영엄마님, 님은 절대 무용지물 엄마과에 속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마르게리타의 실체를 확인하면 위안받으실 겁니다^^

프레이야 2007-02-0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무지하게 재미있었어요^^

홍수맘 2007-02-0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즐겨찾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눈팅만 해왔는데요. 인사드립니다.
실은 이 책 저도 요번에 읽었었는데,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다가 점점 적응이 되고 공감이 되는 책이더라구요. 암튼 괜히 반가워서요.

깍두기 2007-02-1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혜경님도 읽으셨군요^^

홍수맘님, 저도 반갑습니다. 서재에 놀러가겠습니다^^
 
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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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년도 넘은 것 같다. 정확히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갈대님의 이벤트에서 받은 책인데 재미가 없지도 않았는데 어쩐지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하도 오랜 기간 띄엄띄엄 읽어서 내용 정리가 안된다ㅡ..ㅡ;

내가 이 책을 읽을 때의 목적은
도킨스와 굴드가 서로 대립되는 입장에서 진화론에 관한 글을 매우 재미있게 잘 쓴다는
딸기님의 리스트를 보고 마음이 동해서였다.
굴드는 참 재밌는데 도킨스는 어떨까?
진화론 내에서 도대체 무슨 상반된 주장들이 있을까?
그 서로 상반된 주장들을 읽고 나면 나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였는데

결론 : 읽어봐도 모르겠다ㅠ.ㅠ

이 책에서 도킨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조근조근 반박하고 있는데
나처럼 진화론을 당연한 진리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대체 이런 자세한 반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싶지만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창조론을 믿으며 이를 교과서에 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에 따르면 말이다.

그들의 주장 중 대표적인 것은 이런 것이라 한다.

1. 시계처럼 정교한 것이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는가? 생명체의 기관(예를 들어 눈)은 시계보다 정교하다.
2. 보잉747 부품을 폐품 창고에 쌓아놓고, 돌풍이 불어 비행기가 완벽 조립될 가능성이 있는가?(이것은 생명 탄생에 대한 비유)

진화를 이런 현상에 비유하는 것은 얼핏 그럴듯하고, 이 비유에 따르면 진화란 말도 안되는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저 비유가 경우에 어긋난다는 것을 아주 조근조근 자근자근 지겨울 정도로 자세하게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그 자세한 설명을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겠고,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진화란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1.진화는 매우 엄청 진저리나게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어 온 것이다. 수명이 100년 남짓한 인간은 수십억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확률을 실감하지 못한다.
2. 시계처럼 정교한 생명체의 여러 기관들은 단 한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적적인'  자연선택의 결과이다. 위의 비유는 그 점을 잊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의 설명은 매우 논리적이고 논박할 곳이 없다고 여겨지는데
그거야 내가 창조론자가 아니기 때문이겠고.

 

또 이 책은 같은 진화론자들 내에서도 다윈주의를 비판하는 여러 분파들의 주장을 논박하고 있는데
그 분파들이 도대체 무슨 주장을 하는지 자세히 모르는 나는
읽어도 누가 옳은지, 뭘 반박하는지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굴드에 관한 비판은 살짝 알아듣겠다.

"굴드야, 넌 다윈주의를 비판하면서 돌연변이에 의한 단속적인 진화를 주장하지?
니가 주장하는 그거 다윈주의에 다 포함되어 있는거야. 아니라고 하지만 넌 다윈주의자라구"

이런 얘긴 거 같은데,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그들의 책을 더 읽어보아야 하겠다.

 

**책 제목이 <눈먼 시계공>인데 자꾸 <멋진 시계공>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그러고 보니 진화란 비록 눈은 멀었지만 멋진 시계공이다.
이 세상은 다양하고 멋진 생명들로 가득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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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7-01-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서양 과학이 그렇죠. 교회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랬다나 뭐래나....^^

딸기 2007-01-30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핫 '멋진 시계공' >.<

저도 이 책 책꽂이에 꽂아놓은지 꽤 되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읽어봐야겠네요.

깍두기 2007-01-3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굴드가 글쓰는 품새가 좀더 도발적인 거 같아요. 도킨스는 좀 깐깐하다고나 할까?^^ 학점 짜게 줄 것 같고^^;;;
책 두권만 읽어보고 뭐라 결론 내릴 순 없지만. 하여간 둘다 서로를 씹는데 누가 옳은지 궁금해서라도 이 사람들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요.
(근데, 읽어도 모를 듯한 불길한 예감;;;;;)

딸기 2007-01-3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래요? 저는 굴드보다 도킨스가 훨씬 도발적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굴드 아저씨를 턱없이 좋아해서 그랬을까요... 너무너무 좋아했었거든요.
굴드 죽었을 때, 제가 굳이 신문에 부음 기사를 쓰겠다고 해서(저는 과학 담당도 인물면 담당도 책 담당도 아니니까 정확히 말하면 아무 상관없는 사람;;) 무려 국제면 톱으로! 올렸던 적이 있답니다. 굴드 사망소식에 어찌나 슬펐던지... ㅠ.ㅠ
굴드를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도킨스의 책이 '멋진 시계공'으로 보이신다면,
도킨스 '악마의 사도'도 꼭 읽어보세요!

도킨스가 학점 짜게 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굴드는 윌슨, 르원틴 등등과 함께 하버드의 대표적인 생물학자였죠. 그런데 특히나 한국학생들 싫어했대요. 유전자결정론에 극력 반대한 분이 우째 그랬을까나... ^^

깍두기 2007-01-3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도발적'이라고 한 것은 매우 좋은 의미입니다. 전 그런 글을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아직은 굴드에게 점수를 더 주고 있는데. 확실하게 누구 편이 되려면 책을 좀 더 읽어야겠죠. 딸기님의 리스트를 제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았으니 하나씩 디벼보려구요^^
저 시계공 책 보면 진짜 도킨스는 학점 안 줄 것 같아요. 어찌나 깐깐스럽게 논증을 해 놓았는지. 대충 리포트 써서 내면 어림도 없을 것 같은^^
그러고, 딸기님이 그렇게나 좋아하신 굴드가 한국 학생을 싫어했다니, 배신감 느껴지네. 진짜 왜 그랬을까요;;;;;

딸기 2007-02-0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국 학생에게 몹시 실망한 적 있었다나봐요. 그러니까 학문적 입장이랑 실제 생활은 좀 다를 수 밖에 없는 거죠, 뭐. 어쨌든 그래도 굴드 아저씨에 대한 저의 존경심은 변함이 없답니다.
실은 요샌 도킨스를 더 좋아하고 있긴 해요. 매력 덩어리. >.<

깍두기 2007-02-0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랬구나^^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공감은 이해에서 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책은 이해를 하게 해 준다. 나에 대해서, 또 타인에 대해서.

저자의 시선에 대해 딱 하나 공감할 수 없는 부분.
지나친 프로이트적 해석.
이건 그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살면서 내 내면에서 그런 면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든가, 거세공포라든가, 남근 선망 같은 개념들이
나에게는 참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내가 정신분석을 차근차근 받으면 무의식에 저장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기어나올지도 모르겠고
그럼 저런 개념들이 이해가 갈 지도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이 책에 있는 사례들은 특수하거나 이상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주변의 사람들, 그냥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에게서조차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뭐라고 찝어 말할 순 없지만
하여간 뭔가 있다는 걸 냄새 맡고는 한다.
이 책의 사례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어떤 것은 나의 문제고, 어떤 것은 내 아이들이 커서 겪을 문제고
또 어떤 것은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문제다.

상담을 의뢰한 사람들의 글에 대답하는 저자의 답변은
내 얕은 소견으로는 꽤 예리하게 여겨진다.


나르시시즘적 성격 뿐 아니라 권위에 복종하기 어려워하는 마음, 일대일 관계에 고착하기, 세 사람 이상의 관계를 불편해하는 마음 등은 오이디푸스 단계를 자연스럽게 이행하지 못한 심리 상태를 반영합니다.

===> 이 대목에서 뜨끔했던 이유는? ㅎㅎ 그건 내가 바로 그렇기 때문인데, 그것이 오이디푸스 단계를 자연스럽게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니 그럼 난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일방적 희생과 잔소리로 살아가는 엄마에게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랑, 자식에게 무관심하면서도 강압적이었을 아버지에 대한 분노, 좌절된 감정을 보살펴본 적 없이 죽 그렇게만 살아왔을 날들......

====> 이건 내가 아는 누군가의 삶인데, 아, 그래서 그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나 보다. 이해가 되니 공감이 간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 이해를 통한 공감, 공감을 넘어선 애정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고 자신의 문제를 보게 해 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긴 하는데........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책을 읽고 자기 문제를 실감하며 떨쳐 일어날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거다.
아니,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자기 문제를 인식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주는 역할로 자신의 사명을 다한 거라고 본다. 책이 하는 일은 원래 거기까지.

책을 읽고, 자기 문제를 느끼고, 그 문제가 자기 삶의 장애가 된다고 생각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심리상담을 받거나
이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종교단체에서 하는 수련에 참가하거나
어쨌든 자신을 바로 보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박차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변한다.
책을 읽는 건, 그냥, 그렇구나 하는 거다.

저자가 맨 마지막에 강조한 것.
天福을 기억하고(Follow your bliss) 공동체에 회향하기.

천복을 기억하라 - 모든 인간에게는 불성이 있다. 인간의 내면에는 하느님을 닮은 자가 있다.
공동체에 회향하라 - 무주상보시. 잘 쓰이는 사람 되기.

自利利他. 이타행은 결국은 자신을 위한 최고최선의 행위. 개인의 내면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마음 공부가 결국은 어떻게 잘 쓰이는 사람이 될 것인가, 에 대한 궁리로 환원된다는 사실의 신비함.  
신비할 것도 없다. 남을 위하는 행위로 우리는 우리가 홀로가 아니라는 것, 연대감, 연기의 그물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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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1-2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은 지난번에 소설을 쓰면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공감과 이해를 시작했나보군요. 근데, 저 오이디푸스 어쩌고.. 저도 해당하는 것 같은데 정말 어떻게 해결해야 하죠? ^^

깍두기 2007-01-2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우리 함께 정신분석이라도 받으러 갈까요?^^

글샘 2007-02-07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친 프로이트적 해석.
저도 프로이트를 너무 들이대는 데는 질색이랍니다.^^
한국인들은 대개 대인공포증 초기 단계는 있답니다. 문화의 특성이죠.
일반화를 성급하게 하면 모두 환자됩니다. ㅋㅋ

깍두기 2007-02-0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의 리뷰도 읽었어요. 비슷한 거부감을 느끼신 듯^^
그래도 그 외에는 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도 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