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이 나에게 왔다. <성스러운 동물 성애자>… 새로운 친구가 된 은오님이 친구 기념으로 보내주신 책인데… 참으로 매운 맛 우정이 아닐 수 없다. 질문하는 나를 없애지 말자는 것이 나의 작년의 읽기 교훈였는 데… 이런 질문은 친구가 아니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읽기 전이니까 읽기 싫은 이유를 쓰도록 하겠다.
그러니까. 사실 난 이런 건(?) 지식 정보 사회의 폐해라고 본다. 엊그제 까지는 앎비앎 어쩌고 하던 사람치고는 너무 급격한 태세 전환 아닌가? 아 노노. 모르고 살고 싶다. 모르고 살지 싶다.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을 모르고저모르고저모르고저한다는 것은 그 안의 나조차 의식하지 않은 억압이 있을지도 모르는 바… 그래, 선물 받았으니 펼쳐보긴 할 텐데… 뭐랄까… 설득 당해버렸다는 리뷰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어 고심하게 된다.
어쨌든 읽기 전 추측은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이랑 비슷한 맥락일 거 같아서… 이 오만한 *인간 종을 상대화* 시키기 위해 다른 종이 필요한 건 내가 대략 추측을 하겠다. 인간의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해서 동물성애를 끌…어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Tmi아닌가… 내가 가방끈 긴 사람들만이 일론 머스크를 이길 수 있다고 바라보는 입장이긴 한뎁쇼… 명을 줄여 가방 끈을 늘리기로 한 새로운 계급(나같은 원조 노동 계급은 인스타하고 넷플릭스 봐야 해서 못 이김)들이 이런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 마저 설득 돼버린다면… 아아… 그렇게 해서 이길 수만 있다면 설득당할게요…
그래도 설득 당하기 싫다. 설득 당하기 싫어. 설득 당하지 않을 거얍!!! 일단 나는 성애 과잉의 사회가 넘 싫다. 온 나라, 전 세계가 섹스에 미쳐있는 것도 싫고, 아름다움이 섹시함이랑 등치되는 것도 싫고. BDSM, 폴리아모리… (책 읽어봄) 뭔 말인 지 알겠는 데, 현실에서 그게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합리화 되는 지…(하긴 뭐 페미니즘도 파는 데… 뭐… 자본주의 만세다… 현시점 인류의 최고 형이상학은 신자유주의 아닌가. 돈 이라는 일원론.) 물론 우리 모두는 누군가들의 섹스의 산물이긴 하지만… 그래서 인구가 너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잖아요? … 저탄소 생활의 실천을 위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가능하면 모두 함께 섹스를 줄여서 자손을 남기지 않는 것 좋은 방법 아닌가요? 물론 섹스=재생산은 아니지만요. 그냥 남들 다한다고 아.묻.따. 하다 보니까 인류가 80억이 돼버렸잖아. 이대로 가다간 발 디딜 틈이 없어. 하긴 우리 나라 말고 다른 나 라들이 많이 낳는 거긴 하지만… 암튼… 섹스 말고 다른 재밌는 거 많지 않나요? 난 많은데…
그러니까 안 하는 게 컴팩트 하고 편하지 않니? 어떻게든 꼭 그걸 해야 해? 아, 물론 내가 섹스를 탐구하긴 할 건데 ㅋㅋㅋㅋ 그게 그것도 사실 그것의 해악을 탐구하기 위함이…(본심 드러나버림ㅋㅋㅋ) 난 또 이런 비딱함도 있는 것이다. 독일…일본… 다 살만한 나라 아닌가. 사람들이 먹고 살만해지면 결국엔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언어와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먹고 살만해져서 하는 일이 동물성애 연구… 합리화…?
자, 읽기 전. 이 모든 것은 나의 편견이다. 나의 편견이 얼마나 ㅋㅋㅋㅋㅋ 편견 덩어리인지 쓰고 나니 좀 쪽팔린데… 어쩌겠어… 이게 나다. 왜 싫은지 벌써 1500자… 넘었네?
이 책은 선물 받았다.
리처드 세넷의 <장인> ㅋㅋㅋㅋㅋ 공쟝쟝인. 나는 전생을 믿지는 않지만 만약 내게도 전생이 있었다면 도자기를 굽는 도공이나 대장간의 대장장이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고 국중박 구경하면서 생각했었다. 섬세한 나전칠기 이런 거 보면 막 환장하게 좋더라고. 이걸 다 손으로 만들었겠지? 이러면서… 확실히 선비보다는 도공이 성격에 맞는다. 실제로도 뭐 만드는 거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하고 그런 편이다. 하지만 요즘엔 읽고 쓴답시고 요리 안 하고 있다. 걍, 김치에 밥 김치에 밥 김치볶음밥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찌개… 읽고 쓰는 일도 몸에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까닭에는 아무래도 정희진 선생님의 텍스트가 있지 싶음), 이것 저것 다 할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컴팩트하게~ 요즘은 뭐 만드는 거 안하고 그냥 빈 시간에 읽.쓰. 심심하면 북플… 그런 면에서 공쟝쟝 쟝인 정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 책은 증정 받았다. <우리에게 보통의 용기가 있다면> 기후 변화에 관한 팩트와 기사들이 인포그래픽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잘 모르는 분야라서 읽어보마 싶음. 컬러는 아니다. 재생지를 사용했다.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은 부제가 사르트르와 하이데거 그리고 그들 옆 실존주의자들 이야기이다. 내게 사르트르는 못생긴 사회주의자고 하이데거는 늙다리 나치일 뿐이다. 그러나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한나 아렌트를 사랑한다. 그녀들이 사랑한 남자들이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다고 이 남자 철학자들을 좋아할 리는 아마도 없다. 그렇지만. 삶이나 지식에 대해서 만큼은 난 실존주의자이고 싶다고 생각은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최고의 실존주의자는 보부아르고. 언제고 읽어볼 것 같은 책인 데 중고로 나와 있어서. 겟.
<게임: 행위성의 예술> C. 티 응우옌 지음. 은 정말 읽어보고 싶어져서 샀다. 워크룸 프레스 책은 표지들이 신박해서 항상 눈여겨 보는 데, 인스타에 뜬 소개 글이 눈을 확 잡아 끌었다.
“회화가 시각을, 음악이 소리를, 이야기가 서사를 기록하게 해준다면, 게임은 행위성을 기록한다. 이는 우리가 성장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 소설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경험하게 해 주듯, 게임은 혼자서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여러 행위성 형식을 경험하게 해 준다. 다만 그렇게 형성된 행위성 경험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마치 예술처럼 말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관심 없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컴퓨터 게임’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사람들이 제일 몰두하는 게 있다면 섹스 다음으로 ‘게임’ 아닌가? 게임을 일종의 ‘행위성’을 다루는 예술로 본다는 관점. 은 게임을 좀 한심하게 생각하는 나의 시선을 교정해 줄 것도 같다. 뭐냐면… 나는 내가 한심해하는 것을 별로 한심하게 여기고 싶어 하지 않는 타입의 인간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자세는 나 스스로 높이 평가함.
두 권 더 읽었고 두 권 더 샀다. 세 권은 받은 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훗. 그리고 튤립. 응, 나 꽃도 사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