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말들 -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배움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설흔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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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서장훈(ㅋㅋㅋㅋ 왜 서장훈이지?)이 쫓아와서 나를 잡으려고 하는 꿈을 꿨다. 정말 무서워 뒤지는 줄 알았네. 그런데 꿈 속에서 계속 잡혔다… 두둥… 허우적 허우적… 그가 내 백팩을 잡아채면 그대로 딸려가고… 막 버둥대다 비집고 나오면 또 뒷덜미를 잡혀 딸려가고 그랬다 ㅋㅋㅋㅋ 어떻게든 벗어나서 달리고 싶고 자유롭고 싶은 데, 몸이 무슨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 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만 좀 쫓아와 개새키야. 꿈 막판에 극적으로 튀어서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게 염정아가 도와 줬다…(정아언니, 고마워요? 근데 왜? 당신이죠?) 택시를 타고 뒤를 돌아다 보면서 아, 벗어났구나 라고 안도하고 꿈에서 깼다.


아무튼 서장훈 이 새키ㅋㅋㅋ 왜 그렇게 무섭게 날 쫓아오고 난 또 왤케 잡힌거여ㅋㅋㅋ 나는 생생한 꿈은 분명 무의식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깨면서 바로 분석해보곤 하는 데, 아😭뭐지 서장훈? 압도적인 피지컬이라서 내가 붙어보지도 못하고 도망치기만 했어야 했나? 뭐 이러면서 침대에서 휘적 휘적 나왔는데. 드디어 전굴(몸 앞으로 숙이기)이 조금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달 째 끈끈하게 달라 붙어 주사도 약도 물리치료로도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를 짜증스럽게 한 허리 통증에 차도가 생기려는 꿈 이었나보다!


‘서장훈 = 허리 통증’ 어쩐지. 지겹게 쫓아오고 나를 막 들어서 패대기 치더라니. 내 꿈의 메타포란 참으로. 음음. 참으로 꼬아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직관적이랄까. 지난 주 부터 꾸준히 돈써가며 침 맞기를 넘 다행이다. 역시 근골격계질환에는 한방이 잘 듣는 것이여… 이렇게 내 몸을 또 배운다. 그렇다면 ‘약침=염정아’?ㅋㅋㅋㅋㅋㅋ 뭐죠? ㅋㅋㅋ 나의 무의식은….아 웃겨… 암튼.


8~9~10월의 나는 구석구석 돌아가며 온 몸이 다 아팠고, 나 스스로에게 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대체 어쩔려고 이래!!!!!


사실 내 몸은 정확하다. 내가 의식하고 있는 나보다, 글로 쓰는 나보다 더 정확하다. 마치 꿈 처럼 정확해. 몸이 나에게 무리하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면, 나는 뭔가를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련하고 무식한 나의 머리 통은 도통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맹추처럼 굴기 때문에. 나는 몸의 반응을 따르면서 겸허해진다. 내가 또 무리했고만?🤷🏻‍♀️


포기할 것들의 목록을 뽑았었다. 밤에 글쓰기, 어려운 책 읽기, 페미니즘 과몰입, 읽고 쓰며 알게 된 것들에 대한 소통-연결에의 욕심. 대략 버무려 뭉뚱그리면 애초에 포기한 어떤 지적인 세계에 대한 허영이나 갈망 같은 것들이었다.


어떤 갈망이 커지면, 지금까지 도모해온 현실이 볼 품 없이 느껴진 것 같다, 나는. 내가 해온 것들을 보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보였다. 하고 싶은 것들을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감이 어떤 시샘이나 자책으로 번지지 않게 조심했었다.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으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무리하려고 들었던 데에는… 따라잡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이 분명 작용 했다. 구체적인 대상은 희미하지만. 그런 마음.


“013. 그대는 늘 조급하니 서두릅니다. 공부를 하면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기대합니다. - 이황”

“(37) 필립로스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그는 글이 거침없이 써진다면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고, 그것은 ‘아무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증표’라고 말했다. (중략) 이황은 독서를 예로 들며 필립 로스의 손을 들어 준다. 조급한 마음에 수십 권의 책을 서둘러 읽어 치우는 것은 한 권도 읽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글을 읽을 때는 푹 익게 하는 것이 으뜸이라고. 한 줄 한 줄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라는 뜻이리라.”


초조하고 조급했다.

어쩌면 계속 쌓아가기만 하는 책 탑이 그 조급함을 부추겼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무리했던 것 같다. 명품백에는 동하지 않는 허영심이 책의 세계에서 만큼은 고삐풀린 망아지 같았다. 백은 들고라도 다니지 책은 세 권 이상 들기는 어렵기도 하고… 그리고 쌓아만 두면 묘한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종류의 물성을 지닌 놈들이라…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계속 안절부절 못했다.


나 자신을 담담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 나를 다그치는 것. 그것은 무리로 쉽게 미끄러지고, 무리하지 않는 건 내가 염두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나는 무리하는 것이 편하고, 집중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 그리고 그게 문제다. 그게 언제나 문제였고. 싫어하는 것에도 너무 집중하는 데 좋아하는 것에는 아주 집중하니까… 몸이 녹아나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는 나를 가만히 안두는 복잡한 인간인 것 이다. 사주팔자를 봐도 관살혼잡이라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산다고 하고,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 여성이야 말로 분열되어 있는 존재라고 하고, 세상은 본캐와 부캐까지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이라고 윽박지르고, 심리 상담 선생님 마저 자기에게 기준이 높은 편이라고 ㅜㅜ 아, 그래요?


“012.선비가 경전과 역사 책을 읽을 때는 세월을 두고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올해 서경을 읽었으면 내년에는 시경을 읽고 그다음 해에는 주역을 읽는 식으로. - 유만주”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나도 비슷하게 처방을 내렸었다. 조급증을 버리고 허리와 정신 치료에 매진하기로. 못 읽는 것은 과감하게 손 털고, 몸이 회복되면 오래오래 세월을 두고 차근차근 읽어나가기로. 근데 뭐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사람이 바로 딱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 내려 놓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제가 걷기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책도 좀 끊었고요 ㅋㅋㅋㅋ 푸코 딱 끊었는 데, 가끔 다른 책 읽다보면 미련이… 응? 복세편살이 안되게 생겨 먹은 나는 이토록 잘 내려 놓는 방법을 몰라… 술이라도 마시면서 정신줄을 놓으려 했으나… 이제 그것도 하면 안되는 거 같아😭 나도 모르게 자꾸 정신줄을 씨게 붙잡기 시작하자… 맨 정신인 내내 무리를… (크헉!!) 잠을 많이 잔다. 많이 자야지.


응… 암튼, 다른 건 끊는 걸 거의 성공 했는 데… 술은 끊는 데 부작용이 있어서, 술은 즐기며 마시기로 했는 데… 도통 계속 몸이 아파서 그것도 똑디 못하고 있다… 와인 한 잔 맥주 한 잔이 다여. 아, 적시고 싶다. 졸라 퍼먹고 숙취에 몸부림 치고싶ㅇ…


“005.밤은 낮의 나머지 시간이다. 비 오는 날은 맑은 날의,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 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이 뜸하므로 공부에 힘을 쏟을 수 있다. - 허균”

“019.공부를 꼭 고생스럽게 해야만 하는 걸까요? 때론 한가하게 쉴 필요도 있습니다. - 이황”


그렇다. 나머지의 시간에…. 공부에 힘쏟아 보려고 했는 데…. 그래 나머지….

허균 이 시키… 나는 허균인 것인가. 허균처럼 살다 망한 것인가. 허균 말년이 안좋았지 아마? 이황으로 하자. 이황은 천원에도 있다. 이황은 낮져밤이라고(나는 왜 이런 걸 알고 있는 것이냨ㅋㅋㅋㅋㅋ) 했다. 오케이 당분간 이황이다.


아니 근데 <공부의 말들> 의외로 이 책 좋다. 뭐지? 이 선비들? ㅋㅋㅋㅋㅋ

아, 진짜 선비 인생 졸라 부럽네…(-_-) 내가 뫄. 500년전에 태어났으면 향·소·부곡 민출신에 여자인데 말이지(여자 노비다ㅋㅋㅋㅋ),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남자 선비로 태어났으면… 상상이 안가네. 상상력이 없다. 그냥 난 지금 태어나서 페미하기 다행 이여.


암튼, 서장훈의 폭격 앞에서 무리하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아침부터 글썼다.


그렇다 하더라도…

읽고 써야 한다.

삶에서 생겨나는 내 안의 질문을 삭제해버리면, 그들과 같이 된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 다르고 싶다.


과거에는 선비들만 그렇게 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나 같은 사람도 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나 저나 이 책에 등장하는 선비가 체질에 맞아서 유명 선비 되신 분들에 대한 ㅋㅋㅋㅋㅋㅋ 이 지독한 양가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싶다.


이거 써 놓고 나니 점심 먹고 침이나 맞으러 갈 시간이 되었다.

하루는 너무 빨라….라라라라라라라…….

필립 로스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그는 글이 거침없이 써진다면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고, 그것은 ‘아무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증표’라고 말했다.
필립 로스는 한 문장에서 다른 문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꼭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처럼 어려울 때 비로소 글쓰기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고 했다. …. 그러나 나는 필립 로스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안다. 고민 없이 써 내려간 글에는 매력이 없으므로 굳이 읽을 필요 또한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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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1-1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장훈 염정아 허균 항소부곡민 ㅋㅋㅋㅋ

공쟝쟝 2022-11-16 12:31   좋아요 1 | URL
웃긴 포인트만 잘 뽑으셨네요 ㅋㅋㅋ 이황 낮져밤이는 ㅋㅋㅋㅋ??

서곡 2022-11-16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허균 뒤에 이황 ㄷㄷㄷ

공쟝쟝 2022-11-16 12:40   좋아요 1 | URL
조선시대의 절륜남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ㅋㅋㅋㅋㅋ 퇴계 ㅋㅋㅋㅋㅋ 검색해보세요 ㅋㅋㅋㅋㅋ “이황 낮져밤이”ㅋㅋㅋ

물감 2022-11-16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글 오랜만에 읽는데, 음 스타일이 변한 듯 하네요.
뭐랄까 엄청 긴 댓글을 보는 기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16 12: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이여 칭찬이여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1-16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묘하게 끌리는데요?ㅎㅎㅎㅎㅎ 저도 저를 심하게 못살게 구는 스타일이라 무리하면 안되는데 항상 무리하고 뒷탈이 나곤 합니다. 포기해야 하는데 포기가 안되는 타입. 저도 참... 고쳐야 하는데 말이죠^^;
침 잘 맞고 남은 하루도 빠샤!!!

공쟝쟝 2022-11-16 18:25   좋아요 0 | URL
ㅠㅠㅠ 화가님 엠비티아이가? ㅋㅋㅋㅋㅋ 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6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서장훈이 뭘 잘못했다고 쟝쟝님 글에서 이렇게 핍박을 받아야 합니까? 네????? ㅋㅋㅋㅋ
이 글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건 바로 저 책에 대한 허영심. 읽지 않은 책이 쌓이고 쌓여도 계속 책을 사대는 허영심과 그래서 어떤 때는 오로지 읽어야만 한다는 이상한 부심으로 읽은 책 권수를 막 늘리는데 주력하는 부심도 있죠. 에고 다 제 얘기인듯합니다. 그래서 그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잠자는걸 아끼다보니 어느 날 아픈 내가 있더군요. 다른건 모르겠고 우리 몸의 밸런스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몇십년간 그 밸런스를 무시하고 지맘대로 몸 굴리다가 걸리는 병이 자가면역질환이라고 저는 결론을 냈어요. 이게 여성들의 경우 완경기에 많이 나타나는데 나타나는게 그 때인거지 사실은 오랫동안 몸을 혹사한 결과더군요. 그리고 이 병 역시 무수히 많은 당뇨, 고혈압 이런것처럼 치료약이 없습니다. 그저 내몸을 소중히 소중히 해주시어요. 그래야 꿈에서 서장훈한테 안 쫒깁니다. ^^

공쟝쟝 2022-11-16 18:28   좋아요 1 | URL
몸 만한 지성이 없습니다. 언제나 똑똑해요 내 몸은!! ㅠㅠㅜㅜㅜㅠㅠㅠ
서장훈은 그냥 무섭게 생겨서? 크고? ㅋㅋㅋㅋ 염정아는 그냥 독하게 생겨서? 얇고? ㅋㅋㅋㅋㅋㅋ 내 꿈 너무 웃김 ㅋㅋㅋㅋ

2022-11-16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2-11-17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의 매일 악몽을 꾸다가 깨서 그 꿈의 의미를 분석하느라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저로서는 무척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글이네요. 여기저기 몸이 아프시다고 하시니 더욱 공감이 가지만, 그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 공감하면 안 되겠지요. 부디 되도록 아프지 않고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도 공쟝쟝님 꿈에는 유명인들이 나와서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예전에 제 꿈에는 주로 제 지인들이 나왔는데, 요즘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자주 나와요. 꿈에서 깨면 그게 누구였더라? 분명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하고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거죠. 제가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아는 사람인데도 기억을 못하는 건가 하고 또 고민에 휩싸이기도 하고요.

며칠 전에는 오래 전에 자주 꾸곤 했던 악몽을 오랜만에 다시 겪었어요. 일본 경찰에 쫓기다 동지와 몰래 접선하고 다시 동지와 함께 쫓기다 죽을 위기에 처하는 꿈이요. 그 동지는 실제 독립운동가이셨던 분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누군지 모르겠는데 뭔가 익숙한 혹은 그리운 느낌의 사람이었습니다.

공쟝쟝 2022-11-17 08:50   좋아요 0 | URL
저런~ 꿈에서 나오는 기호들을 분석하는 걸보다 꿈에서 느낀 감정들이 내가 현실에서 진짜로 느꼈던 감정인 경우가 많아요. 제 경우는 공포와 안도 였던 거죠?!
감은빛님이 그리워하는 감정을 지닌 상태가 누군가와 쫓기고 죽을 위기에 처하는 정도의 스트레스이셨나 봄 ㅋㅋㅋ 정도로 해석하면 될라나요. 그게 맞는 것 같다면, 제가 용한 건 아니고 제 상담샘이 용하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