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진지 겨우 15주가 되었는데 몸무게가 3kg이나 늘었다.
신랑도 배가 나왔다고 많이 놀리고
나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집안일이나 더 많이 하라며 나무라던 신랑이 말싸움 끝에 내게
'엄마 될 자격이 없다. 아직도 아이보다 자신이 먼저다' 라고 말했다.
속상해서 아침까지 울었는데,
생각해보면 이게 욕인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핵심에는 모성신화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저 말에 진실 여부 보다 아이보다 내 자신이 먼저이면 안되는가?
나는 아이를 담고 있는 그릇이 아니라 내 삶을 여전히 살아가는 중이다.
여하간 그 일이 밤새 울 것은 아니었으나
생각하니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도 너무 딱해 절로 눈물이 났다.
백일부터 남의 손에 떼어놓고 홀로 커나갈 아가를 생각하니,
벽지와도 대화하던 나의 외롭던 어린시절이 떠올라 절로 눈물이 났다.
나는 엄마같은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참 길고길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가장으로 쉽지 않겠지만
어쩌면 벌이가 반토막이 나더라도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이유도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하고 싶어서다.
아이는 아마도 살갗처럼 내게 소중해질 것이다.
서로의 행복이 서로의 삶에 절대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나 자신의 삶도 더욱 풍부하고 행복해져야 한다.
주먹을 꼭 쥐고, 나는 주저 앉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