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진지 겨우 15주가 되었는데 몸무게가 3kg이나 늘었다. 

신랑도 배가 나왔다고 많이 놀리고  

나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집안일이나 더 많이 하라며 나무라던 신랑이 말싸움 끝에 내게 

'엄마 될 자격이 없다. 아직도 아이보다 자신이 먼저다' 라고 말했다. 

속상해서 아침까지 울었는데, 

생각해보면 이게 욕인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핵심에는 모성신화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저 말에 진실 여부 보다 아이보다 내 자신이 먼저이면 안되는가?  

나는 아이를 담고 있는 그릇이 아니라 내 삶을 여전히 살아가는 중이다. 

여하간 그 일이 밤새 울 것은 아니었으나 

생각하니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도 너무 딱해 절로 눈물이 났다. 

백일부터 남의 손에 떼어놓고 홀로 커나갈 아가를 생각하니, 

벽지와도 대화하던 나의 외롭던 어린시절이 떠올라 절로 눈물이 났다.  

나는 엄마같은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참 길고길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가장으로 쉽지 않겠지만

어쩌면 벌이가 반토막이 나더라도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이유도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하고 싶어서다. 

아이는 아마도 살갗처럼 내게 소중해질 것이다.

서로의 행복이 서로의 삶에 절대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나 자신의 삶도 더욱 풍부하고 행복해져야 한다. 

주먹을 꼭 쥐고, 나는 주저 앉지 않는다.  


댓글(45)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1-09-2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해한모리군 2011-09-29 09:18   좋아요 0 | URL
그런 얘기들을 하잖아요.
우리엄마는 이제적 ~도 한번도 한적없고 막 이런 말들..
그럼 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엄마가 행복했을까?

머큐리 2011-09-2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지와 대화하는 심오한 아이였군요...휘님...이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시작이에요..^^
힘내시고 현명하게 풀어낼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으니..후속 페이퍼도 계속 연재해 주세요..ㅎㅎ 넘 비장해지시진 말고요..^^;

무해한모리군 2011-09-29 09:19   좋아요 0 | URL
저는 톨스토이를 초등학교 다닐때 읽었어요 ㅎㅎㅎ
왜냐면 나이차 나는 언니오빠 책밖에 집에 읽을게 없었거든요..
알고보면 정말 슬픈 이야기예요 ㅋㄷㅋㄷ
신랑은 제가 돈드는 짓만 안한다고 하고, 자기랑 같이 뭘 해달라고만 안하면
아주 좋은 남편이예요 ㅎㅎㅎ

2011-09-29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9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9-2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니터 너머로 응원해 봅니다. 불끈!

무해한모리군 2011-09-29 09:23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마노아님 삶의 고민들이 아주 복잡해지고 있어요.
단순하게 살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ㅋㄷㅋㄷ

pjy 2011-09-2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과 환상의 간극이죠-_-; 엄마되기아빠되기가 그리 쉽겠습니까, 진정한 어른되시는 중이잖아요~ 아마 그렇게 원하고 바라는대로? 모성을 우선하면, 큰 아기는 금방 삐질걸요^^;

무해한모리군 2011-09-29 09:26   좋아요 0 | URL
한편 신랑은 제가 열성엄마가 될까봐도 두려워하고 있어요 ㅋㄷㅋㄷ
제 감정의 핵심은 아마도 두려움인거 같아요.
내 한몸 책임지고 사는 것은 한순간도 두렵지 않았는데, 세식구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뭔가 저를 비장하게 만들고 있어요 ㅎㅎㅎㅎ
재미있는건 정작 우리엄마는 '집안일 가지고 싸우지 말고, 힘들면 일하시는분 한달에 한번이라도 불러써라. 몸부서지게 일하지 말고 젊었을 때 놀아라' 이러신다는 거 ㅋㄷㅋㄷ

마노아 2011-09-29 10:32   좋아요 0 | URL
어머님 진정 멋있으십니다. 제사 이야기 들을 때부터 알아봤습니다.ㅎㅎㅎ

2011-09-29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0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9-2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엄마가 되어가고 있군요.
내 몸 관리를 하는 것도 아이를 위한 일인걸요.^^
휘모리님이 행복해야 뱃 속의 아이도 행복할거에요.
남편 말에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고, 휘모리님 맘대로 하셔요.
휘모리님 몸무게 늘어가고, 배 나오는 만큼 남편분도 함께 배에 채우는 복대를 하게 해보세요. 그래야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알걸요. 임신 체험하라하면 남자들 한달도 채 못 견디더라구요. 여자들은 열달을 품고 있는데 말이죠.
휘모리님은 정말 좋은 엄마가 되실거에요.^^

무해한모리군 2011-10-10 09:00   좋아요 0 | URL
아하하 복대 안채워도 배가 나오는거 같아요 ㅎㅎㅎ
저는 원래 매사 제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라 잔소리를 살짝 무시해주고 있어요..
아 그래도 금요일에 12시까지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놀고, 일요일에는 하늘 공원가서 마음껏 뛰어놀고.. 저는 정말 불량 임산부인거 같기는해요 --;;

꿈꾸는섬님이 매사 많이 가르쳐주세요~

조선인 2011-09-2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당연히 엄마가 먼저입니다. 엄마가 행복하고 평화로워야 아이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거에요. 그러니... 우리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구요. ^^

무해한모리군 2011-10-10 09: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신랑이 완전 집귀신이라서 진짜 이러다 집에 꼼짝없이 갖힐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주말에 집귀신에게 애 던져두고 나가놀려면 몇 년이나 걸릴까 벌써 걱정하면서 ㅎㅎㅎ

개인주의 2011-09-2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재밌고 신나야죠..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애엄마는 아닙니다만-_-;;
주위에 언니나 엄마나 ..지켜보면
자기를 너무 누르려고 하니까 그게 다 아이한테 가더군요.
예전에야.. 엄마가 온리 집안일 열중하는 게 당연시 되던 세상이고
자기를 내세우면 비난 받던 세상이니 ...엄마를 부탁해 따위가 나오는거고..ㅡ,.ㅡ
귀하게 여기세요. 본인을.. 그럼 아이도 더 귀해집니다.
화이팅..늙어 한탄하지 말고 모두 즐겁게 삽시당..-_-/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0:0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스누피님
지금이 아니면 놀기 어렵다는 강박관념이 저를 휩싸고 있어요 --;;
혼인을 하고 나니 처녀때 노는거에 절반도 못놀고 있는데 여기서 또 줄다니 넘 슬퍼요..
주변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슬퍼한다고 우습다는데... 아~~ 이게 다 간접 경험의 병이예요..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봤어요 --;;

readersu 2011-09-2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 들었었는데, 이제야 축해해요~^^
휘모리 님 글 읽으니 '살갗처럼 소중한 아이',
뱃속의 아이는 멋진 엄마 덕분에 아주 잘 자랄 것 같아요.
홧팅! 뭐든지, 모두다!!^^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8: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이가 저 때문에 삐뚤어지지만 않아도 천만다행일듯 합니다.
여하간 임신의 과정이 수월하게 지나가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알라디너분들이 성원해주셔서 인듯 해요 ㅎㅎㅎ

카스피 2011-09-2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축하드려요.결혼하신지가 얼마 안된것 같은 느낌인데,벌써 애엄마가 되셨네요.신혼의 단꿈을 너무 일찍 차버린거 아니세용^^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8:5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사실 저랑 비슷하게 결혼한 녀석중에는 제가 꼬래비로 가졌습니다.
지금도 둘이 노는 게 재미있긴 합니다..
아 아쉽네요..

LAYLA 2011-09-2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갗처럼 소중한 아이..더 행복해지실거에요 휘모리님. 글고 남편분 나빠요 궁디 좀 때려주세요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8:55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뭐랄까 시어머니께서 참 헌신적이고 가정적인 분이다 보니까 제가 좀 엇나가는거 같아 보이나봐요.. ㅎㅎㅎ 니가 뭘 알아? 하면서 적당히 무시해줍니다 ㅋㄷㅋㄷ

fiore 2011-09-2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의미있는 비장함인걸요. 어머니 멋지시네요. 제사 이야기는 뭘까?
포스팅에 있는 건지 찾아봐야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8:55   좋아요 0 | URL
아하하 뭐랄까 굉장히 본인은 고전적으로 사셨는데 딸들은 그러는게 싫은가봅니다. 옛날 분이죠. 한이 많아서...

마늘빵 2011-09-3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 저도 엄마가 먼저! 아니 엄마가 아니라 '내'가 먼저. 엄마라는 단어는 아이를 전제하잖아요. 자기 자신이 먼저여야 한다고 봐요. 자기 정체성이 '엄마'라는 존재가 되는 순간 그건 아이에게 행복일 수도 있지만 불행의 시작일 수도 있기에. 넘치는 사랑은 집착으로 가고, 아이의 인생을 그 스스로 설 수 없도록 만들 수도. 쨌든 몸 관리 잘 하시길!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8:57   좋아요 0 | URL
아프님 저는 완전 잘 놀고 잘 돌아다니고 있어요.
주변에서 하도 협박을 많이 해서 종종 겁을 집어먹지만 꿋꿋하게 ^^
그렇지요... 아이는 스스로 자라겠지요? 아 그래도 뭔가 나오지도 않은 아이에게 애정보단 책임감부터 느껴지네요..

북극곰 2011-09-3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어요. 특히 첫째 아기는 애 때문에 완전히 바뀌어버린 내 생활과 힘든 육체노동으로 정신 못 차리다보면 자신이 힘든데도 힘든지 스스로는 인지하지도 못해요. 근데 그걸 애들은 다 느끼고 영향을 받으니까요. 어머니 말씀대로 힘들면 일하는 사람 불러서라도 님의 몸과 마음을 돌보시면서 행복 챙기시는게 맞아요!! 지나가다 주절주절. ^^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8:58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완전히 저 지금 겁먹고 있어요.
지금도 힘겨운데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냥 힘들땐 배째! 하고 엎어져버려야겠어요 ㅎㅎㅎ
힘들때 또 여기다 주절주절 해볼게요..

rosa 2011-09-3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축하드려요.
임신한 언니, 친구, 후배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삶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주저앉지 마시고 씩씩하게 힘차게 걸어가세요.
님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8:59   좋아요 0 | URL
로사님 저도 언제나 씩씩하고 멋진 우리 선배 언니들처럼 될 수 있을까요?
에잇... 눈물날라 그래요...
고맙습니다.

rosa 2011-10-11 17:44   좋아요 0 | URL
매번 씩씩하고 멋지기만 한 사람들이 있을까요?
때론 절망하고, 때론 실수하고, 때론 자신의 선택까지 불신하기도 하던걸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휘모리님께 이 가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가장 힘든 이들과 함께 하는 이의 꿋꿋함까지.

<:3 )---
며칠 전 biff광장에서 만난 m님이 그러시더군요.
휘모리님과 제 목소리가 닮았다고.
저만큼이나 깜찍한 목소리를 가지셨군요, 휘모리님! ^^

같은하늘 2011-10-0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여서 행복했을까?
이건 엄마가된지 10년이 된 지금도 말 할 수 없어요.
진행형이거든요...
어찌되었든 휘모리님 화이팅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10-10 19:00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의 십년 아이들도 같은하늘님도 많이 깊어졌겠지요?
너무 예쁘던 아이들이 생각나네요...
또 궁금한거 많이 물어볼게요 ㅎㅎㅎ

순오기 2011-10-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엄마는 행복했을 거라고... 믿어요.
엄마였기 때문에 때론 악착같이, 때론 씩씩하게 살았을테니까요.
휘모리님~~~~~~~~도 엄마여서 행복하길 바래요.^^

2011-10-11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6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6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6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30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2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2-01-0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뵌지 오래다.. 라는 생각이 들어 냉큼 달려왔습니다 ^^
잘 지내고 계시죠? 휘모리님 지금쯤이면 8개월 접어들었을까요? 배도 많이 나왔겠어요.
눈이 많이 안와서 길이 미끄럽지 않아 다행입니다.
맛있는것 많이 드시고요, 적절한 운동 잘 하시고요, 엄마랑 아가 건강 잘 살피셔서 건강한 아기 순산하세요.
엄마도 아빠도 아가도 복 많이 받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

기억의집 2012-01-1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축하드려요. 페이퍼보면 다음달말쯤 애가 나올려나요.
지금쯤 많이 힘드실 것 같은데.... 유아휴직이 석달이군요. 제가 근처라도 살면 간간히 봐 줄 수 있는데...저는 시간이 많이 남아 돌거든요. 백일 된 아이를 두고 회사 가실려면 짠 하시겠어요.

글고 님이 먼저여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요. 우울증 안 생기게 씩씩하게 지내세요.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집에 있으시겠네요. 만삭에 산부인과도 변변히 없는 시골에 내려가시는 것보다 집에 있으셔야 하는 거 아시죠! 배 뭉치고 힘드실텐데(저도 그 느낌 알지요. 많이 희미해졌지만. 화장실 자주 가야하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