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싸이에서 놀아서, 걔네들 홈피에 글을 남기려면 저도 가입이 되어 있어야 해서, 거기에 홈피가 있어요. 아무 것도 없는 휑한 홈피. 거기에 선물이라는 제목을 만들고 사진을 올렸어요. 잎들이 땅으로 돌아가는 사진이요. 아래에는 사진사 닉네임도 적어 뒀어요. 누구에게 선물을 받았는지 기억해야 하니까. 너무 좋아서 여기에도 올려요. 만져질 것만 같아요. 잎들.

선물. 오늘은 딱 그런 게 받고 싶은 날이었어요. 고마워요. 선물 보내는 준 분, 사진기, 잎들 모두에게요.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달팽이 2005-11-0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받고 싶은 그 마음 이젠 어디로 갔나요? ㅎㅎㅎ

2005-11-07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1-0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낙엽이 뒹구네요. 그 찍사분도 함께 뒹구셨겠네요..뒹굴뒹굴..훌륭하삼!

비로그인 2005-11-0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뒹굴뒹굴... ㅋㄷㅋㄷ 왤케 자꾸 웃음이 나오죠???

2005-11-07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5-11-0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하늘에 뜬 달은 가만히 있는데 제 강물에 비친 달은 흔들거려요. 강물이 고요해지니 달도 제 모습을 찾아요. 제 모습 찾은 달도 하늘은 달은 아니지만요.^^
21:23속삭이신 님, 그랬군요. 여러 분에게 선물한 사진이군요. 숨겨 보기에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모두들 잘 참고 계셨군요.^^
복돌님, 저도 뒹굴고 싶어요.
노파님, 하하..저도 웃습니다.

울보 2005-11-07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3666

낙엽이 너무 이쁘네요,


이누아 2005-11-07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울보님, 보기 좋아요!

파란여우 2005-11-07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낙엽 하나 냉큼 집어들고 싶네요. 어여쁜 선물을 받으셨습니다.

혜덕화 2005-11-08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잎은 필때도 질때도 아름답네요. 해인사의 단풍이 생각납니다._()_

Laika 2005-11-0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이쁘게 잘 찍은 사진이네요... 저도 친구들이 다 싸이만 해서 가입을 해야하나 고민중이예요...

icaru 2005-11-0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게~ 저 각도로 찍으려면 찍사 님도 낙엽과 함께 굴러야 나오는 샷!! 일 거 같아요~ 공수를 많이 들인 사진!!!

왈로 2005-11-0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빴구나. 몸은 괜찮고? 얼굴 바꿔봤다. 누군지 알겠지?

이누아 2005-11-0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해인사에 가고 싶어져요.
라이카님, 알라딘엔 댓글이라도 쓰려면 가입을 해야 해서 너무 번거로워요. 그래서 제가 싸이로 뛰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이곳에 오긴 하지만요.
이카루님, 예전에 제 친구가 그랬어요. 사진은 가만히 서서 찍는 게 아니라고. 몸을 던져 찍어야 제대로 된 게 나온다고요.^^
왈로야, 첨에 니 사진인 줄 알았다는 거 아니냐. 가만히 보니 그녀구나. 몸은 괜찮은데 자꾸 잠이 온다. 잠이 심하게 와.
 

하하하, 기분이 째진다. 이런 기분에 관세음보살들 얘기나 좀 해야 겠다. 누가 보살 아니랴마는 생각나는 대로 우선 세 분만.

먼저 선방의 입승보살님. 연세가 86세 정도 되셨는데 선방을 열어 참선을 하신 지 30여 년이 되었다고 한다. 선방엔 할머니들로 가득 차 있다. 5,60대면 젊은 보살이고, 나는 애기 보살이다. 재가자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선방 중에 제일 규율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전에 가도 되고, 오후에 가도 되고, 하루 종일 해도 되고...자기가 정해 놓고 하면 된다. 대신 그 덕에 연세 드신 분들이 무리하지 않으시고 할 수 있고, 나 같은 약골도 참여할 수 있다. 저 보살님이 행여 세상을 떠나시면 이 선방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보살님은 그런 걱정 안 한다고 하신다. 또 누가 나타나서 잘 해 나갈 거라고. 화요일에 절에 가서 뵈었다. 오랜만이라고 반가워하시면 볼 좀 만져보자고 하시며 쓰다듬으신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항상 도반이라고 말을 높이셨는데 왠일인지 "아이고, 성정각 왔네. 오랜만이다. 얼굴 좋아졌네" 하신다. 손녀가 된 것 같다. 한 사람의 재가자가 크게 스님들의 도움 없이 이렇게 몇 십년을 선방을 꾸려 오신 공덕이 얼마나 큰 지 모른다. 지금도 결제 기간엔 3,40명의 보살님들이 수행하신다. 이 달 16일은 동안거 결제일이다. 거의 매일 만나 뵐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수녀님. 학원에 몇 달 다닐 일이 있을 때 만난 분인데 학원에서 늘 짝으로 앉아 공부하는 단짝 친구였다. 수녀님은 10년 정도를 중앙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하셨는데 한국엔 잠시 들어오신 거다. 불교적 색채가 물씬 풍겨나는 이 수녀님의 어머니는 매일 천 배를 할 정도로 열심인 불자였는데, 수녀님께서 수녀가 되겠다고 했을 때 한 집안에 수행자 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지하셨다고. 수녀님을 만나는 내내 종교적 어려움은 없었다. 아마도 카톨릭이 비그리스도인에 대한 태도를 누그러뜨릴 결과가 아닐까 싶다. 수녀님께 "수녀님처럼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유익한 일을 하는 분들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라고 했더니, 수녀님께선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은 성직자들도 너무 영성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요. 봉사 같은 것도 좋지만 자기 영성을 개발하는 것 역시 자신과 사람들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선방에서 공부하는 게 더 부러워요" 하신다. 수녀님이 때때로 얘기해 주시는 중앙아프리카는 좀 무섭다. 다행히 지금은 내전이 끝난 상태라고 하지만 전쟁의 위협과 배고픔은 여전하다. 수녀님은 이달 말에 중앙아프리카로 돌아가신다. 수녀님도 건강이 썩 좋은 편도 아닌데 들어가신다니 마음이 짠하다. 아마도 다음 주 화요일에 한번 뵐 것 같다. 수녀님은 내게 중앙아프리카라는 낯선 나라를 선물하셨다. 근데 그 나라, 좀 무겁다.

세 번째 보살님! 추나 선생님이다. 사실 난 방금 추나를 받고 왔다. 으흐, 하하, 음하하...마구 기분이 좋다. 받으러 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다. 새소리 들리고, 나무들 단풍 들었다. 오래 전부터 굽은 등과 어깨를 펴려고 애썼지만 성과가 없었는데 우연히 시댁 쪽 먼 친척분인 이 아지매에게 추나를 받았는데 아! 놀라워라 였다. 더 신기한 것은 마음이 밝아진다는 점이다. 마음이 부드러우면 몸이 부드러워지고, 몸이 부드러워지면 마음이 부드러워지듯 몸이 바르게 되니 마음이 바르게 되는 걸까? 모르겠다. 사실 어느 분보다 이 분에게 어울린다. 관세음보살이라는 호칭. 일일이 말할 순 없지만 그분의 인생은 덕을 베푸는 삶 그 자체였다. 지금도 그러시지만. 오늘 추나를 받으며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하나요" 했더니 "자네가 기도하고 지냈다며? 다 자네 인연이고, 자네 복이지. 내가 하는 건 없어" 하신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 추나를 받은 사람들은 기운이 솟는다. 얼굴이 밝아진다. 내게 어디 가서 기도할 것 없이 소박하고 작은 마음으로 덕을 베풀고, 바르게 살라고 하신다. 그러면 사람은 몰라도 하늘은 안다고 하시면서. 으흐, 당분간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뵐 것이다.

에..또..그리고...하하 오늘은 세 분만 하자. 째지는 이 기분을 몰아 몰아...밥 먹고, 할 일 하자!

 

*삶으로써 가르침을 주시는 이 세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나도 이 분들처럼 삶과 기쁨을 나누는 사람 되기를 발원한다.

.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혜덕화 2005-11-0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만 읽어도 마음이 환해집니다. 님의 기쁨이 전염되나봐요. 좋은 인연을 많이 가지신 것을 보니, 전생이든, 현생이든 많이 닦으신 분인것 만은 틀림없네요._()_

2005-11-03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3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5-11-0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닦기는요...오늘 방도 안 닦았는데^^ 님 역시 삼천배 수행 그 자체로 이미 가르침을 주고 계십니다.
12:56속삭이신 님, 반갑습니다. 저는 익히 님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어서 낯설지만은 않네요. 추나는 뼈를 제 자리에 밀어넣어 교정하는 건데 보통 목이나 허리디스크인 분들이 많이 받으세요. 중국에서는 추나라고 하고, 양방에서는 카이로프라틱이라고 해요. 저는 특별히 아픈 데는 없지만 천장 낮은 다락방에 산 사람처럼 등과 어깨가 구부정해요. 혼자서 교정해 보려고 애썼는데 잘 안 되어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17:47속삭이신 님, 위에서 대답이 다 되었죠? 브리핑에서 님의 웃음소리만 봐도 님인 줄 알고 반가워요.^^

비로그인 2005-11-0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어제 술이 깨면서 두통으로 깽깽거렸지만 그래두 손가락에 힘 주어 여쭙고 싶었슴돠. 기분 좋은 일이라두 생기셨수? 페퍼가 아주 환해요..

이누아 2005-11-0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제게 기분 좋은 일은 오빠랑 공부하는 거예요. 수요일날 저녁에 했지요. 또 제게 기분 좋은 일은 저런 분들을 뵙는 거예요. 어제, 오늘 뵈었죠.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게다가 오늘은 누가 엽서도 보냈더라구요!! 기분 좋겠죠?

비로그인 2005-11-0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새롭게 다가오네요, 공부..아, 그 기분 알 것 같습니다. 세계에 관해 질문하고 대답하고 알아가는 과정, 즐겁죠. 오래전에 그런 친구가 한 명 있긴 했었는데..결혼한 후론, 연락이 끊겼어요. 으음..이누아님이 좋으셨다니, 저도 덩달아 좋은뎁쇼. 흐..^^

이누아 2005-11-0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잘못 눌러서 댓글 쓰다 날렸어요.--;; 짧게 해야죠. 대략 공부가 강의를 듣거나 남이 한 말을 되새기는 건데 오빠랑은 그냥 막 말해요. 황당해도 괜찮고, 엉뚱해도 괜찮고,,,그렇게 공부하면 무의미하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흥미진진해요. 정말 재미있어요.

니르바나 2005-11-0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오늘 만난 관세음보살은 이누아님이십니다.
선방을 지키지는 입승보살님 다음으로 선방을 여실 분은 이누아님 아닐까요. ㅎㅎ

이누아 2005-11-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자꾸만 편하고 싶어져요. 그래도 조금 불편하고 오래 행복한 선방에 나가는 걸 그만두지는 말아야지 하고 있어요.

2005-11-07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왈로 > 편지통에서 꺼낸 페이퍼들 3

미연아

방금 너와 통화했다. 엽서 버린 거 얘기하고 나니까 쓰고 싶다.

덕분에 시골밤이란 낙서가 새끼를 쳤는데 여기 적을 수 있겠다.


= 시골밤 1 (시골 온 첫째 날 밤) =

폭풍을 기다리는 하늘이 별을 감추고

눈을 뜬 것인지 모를

어둠 속에 앉은

풀벌레 소리


= 시골밤 2 (두번째 날 밤) =

어둠을 한 국자씩 떠낸 자리에

가만히 앉은 빛

땅의 별, 하늘의 별

어둠을 제외하곤 온통 별


나무마냥

팔을 환히 벌렸더니

확 안겨드는

바람


짙은 고요가 풀벌레를 깨운다.


=시골밤 3 (역시 두 번째 날) =

이 낡은 다리에서 그와 손잡고

듣고픈

황토빛 강물소리



= 아기와의 대화 - 바람 =

바람이 세게도 분다. 그치?

말똥말똥, 두리번 두리번

아니, 바람은 안보여

저 감나무 봐

막 흔들리고 감이 떨어지구 그러지.

바람이 그러는거야

말똥말똥, 두리번 두리번

아이, 참.

바람은 안보인데니까.


미연아, 편지란 때론 참 편한 것 같다.

만약에 이런 낙서들을 너한테 들려주겠다고 하면 아마도 네가 싫다고 했겠지?

시골에선 시간이 없는 것 같다.

해가 뜨면 사람도 눈을 뜬다. 난 6시면 일어나는데 그땐 이미 외삼촌은 밭에 가고 안 계신다.

저녁 7시 까지 냇가에서 놀다가 8시가 되어서야 저녁을 먹지. 그때가 어두워지는 때니까.

동례리 외갓집엔 늦게까지 구판장을 여는데 (구판장 알지? 마을 공동 가게로 개인 소유가 아니지) 병산에선 가게 있는 사람 식사하러 가면 문을 닫는다. 일정한 시간도 없이 그 사람이 배고프면 구판장 문 열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왜 얘기 하냐 하면 방금 모기향 사러 구판장 갔다가 허탕치고 왔거든.

여기저기의 벌레와 모기들에게 내 몸을 공양한 덕택에 가렵다.

그 공양한 부분을 바꿀 생각은 없는데 내 배는 거의 지속적으로 포화상태다. 아마 올 여름들어 제일 많이 먹어 대고 있는 때일 거다. 밥, 수박, 옥수수, 밥, 토마토, 옥수수...

으아, 배 부르다. 지금도 그득한 배를 하늘로 향하게 비스듬이 누워 끄적거리고 있다.

너무 열심히 논 조카 둘이 내 옆에서 자고 있고 마루에선 아버지와 형부, 언니, 사촌이 수박을 먹으며 (또 먹는다. 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넌 지금 뭐하고 있는지 통화할 때 물어 볼 걸 그랬다. 궁금하군 피곤해서 졸고 있었을까?

내일 ‘사람들’에 갈게. 동례리 친구집에서 따온 꽃사과 갖다 줄게. 참 귀여운 과일인데 난 시큼해서 못 먹겠더라. 예뻐서 갖구 왔는데 비닐에 넣어 둬서 좀 시들었을거다.

내일 보자. 차 한 잔 사줘.

카마 내일 보재이.


1994.8.2.화. 거창 가조 병산서

tjsgml (,,,꽃잎 다섯,,, )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누아 2005-10-3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왈로에게 쓴 편지란다. 94년 여름에 시골에 간 기억도 없다. 이 편지를 봐도 기억이 안 난다. 깜깜하다. 이렇게 친구와 이야기 나누었구나. 읽는 내내 즐겁다.

비로그인 2005-10-3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살짝 끼어들겠숨돠. 음하하하..시골 생활..으흠..빨강머리 앤, 이 되셨군요. 아, 정겨운 묘사들...오늘은 정확하게 셈을 했습니다. 9년전의 일이군요..^^*

이누아 2005-10-3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꽃잎 다섯의 의미를 알고 계시죠?^^ 님과 며칠 전 나누었던 그 어둠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요. 시골의 어둠...이 편지에서도 그게 보이네요. 저도 남이 쓴 거 구경하는 거 같아요. 정겨워요(내가 쓰고 이런 표현 쓰면 안 되나?).

니르바나 2005-11-0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고요하고 환한 날이시기를...

이누아님께 합장인사 드립니다.


이누아 2005-11-0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제 대문에 걸어야 겠어요. 보기 좋아요.
님의 오늘도 고요하고 환한 날이시기를..._()()()_
 

 
본 척도 하지 말라지만, 나도 참 쑥스럽지만 니 말대로 웃고 있다. 그때 웃었듯이 지금도 웃고 있다. 이런 글은 가슴에 간직하고, 웃고 싶을 때 꺼내 봐야 겠다. 나도 나이가 들어 뻔뻔해졌는지 낯간지럽지도 않고,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나는 니 친구니 니가 한 번쯤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다. 흐뭇한 일이다.  
 
 
========큰나무의 블러그에서--------웃고 있어/ 이누아--------==============================
 
 


 
 


99년, 네가 서울살이 할 때지?

 

선풍기도 없는 봉천동 네 자취집에서 일주일을 지냈어.

 

하루 종일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너 오기만 기다렸지.

 

그 해 여름, 서울은 유난히도 더웠다.

 

담날 회사 가야 되는 널 붙잡고 떼굴거리며 새벽까지 수다.

(수다라고 하니까 웬지 젊은 여자 깰깰거리는 소리가 연상되지만...)

 

눈이 벌개가지고 출근해선 저녁에 또 노력봉사(?)

 

그래도 너 환하게 웃고 있다. 나도 웃고 있다.

 

이제와서 고백이다만 (나이를 먹으니 뻔뻔도 해지는 구나)

 

함석헌님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를 보고 

 

나는 네 생각을 했다.

 

불의의 사형장에서 죽을 만큼 훌륭한 사람도 아니면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주고 싶고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으며 눈 감을 수 있을것 같아.

 

이 편지는 쑥스러우니 본 척도 하지 말기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5-10-29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5-10-29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렇죠? 제게는 하나도 안 깨져서 보이는데...사진을 지워야 하나?

비로그인 2005-10-2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보임돠! 크하하하...두 분, 웃음이 넘 맑쟎아요. 근데 이누아님두 샌들 속에 양말을 신으시는군요. 크흣..

이누아 2005-10-2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댓글 쓰셨다가 지우니까 저 혼자 뭘 보고 아니라고 하는지...코메디가 따로 없네요. 양말만 그렇나요? 안경도 그렇고, 윗옷도 그렇고...뭐, 서울에서 촌스러움의 상징이죠. 지금도 여전합니다.

왈로 2005-10-2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이누아는 만약 샌들 속 양말에 빵구 나 있어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요. 그런 걸로 걸고 넘어지면 안 넘어가요. 참고로 하늘에 빵구난 건 디~게 부끄러워한답니다 ^.^
근데 이누아 친구에게 강한 질투가 느껴져. (참자, 참아!)

글샘 2005-10-2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롯데월드 분수대같군요. ㅎㅎㅎ

이누아 2005-10-30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왈로야, 그 이누아 친구 너랑 만난 적이 있다. 딱 한번, 북문 앞에서. 그 친군 너 기억하던데...우리는 더한 사진도 있잖아. 해운대!
글샘님, 맞아요.
 

휴가의 마지막 날이다. 마땅히 직업도 없는 내가 무슨 휴가가 필요하겠냐마는 나는 휴가를 정했다. 내 휴가는 차를 타지 않고 지내는 것이다. 휴가라면 의례 여행을 생각하기 일수이지만 언제부턴지 내가 그리는 휴가는 한 곳에서 고요히 있는 것이다. 결혼 후 두 번째 휴가였다.

첫 번째 휴가는 해인사 근처 암자에서 지냈다. 1주일. 행복했다. 그때는 아파서 그곳에 간 것이지만-딱 한번, 아파서 어쩔 줄 모르긴 했지만- 대체로 아프지 않고, 고요하고 평온했다.

그렇게 행복했던 기억은 아주 가까이에도 있다. 처음 선방에 들어갔을 때 나는 언젠가는 잘 살았던 아이였구나 싶었다. 복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 같았다. 내가 무슨 복이 이리도 많아 여기 고요히 앉을 수 있는가...행복이 아니라 희열에 가까웠다. 이래서 인연이라는 것이 있나 보다. 숨통이 트이고, 세상이 밝아졌다.

이번 휴가는 2주간이었다. 첫 번째 휴가나 선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큼 행복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한 때였다. 이번엔 "기억"이 하나의 테마가 되었다. 오늘 찾아온 친구에게 내가 대학 때 어떤 애였는지 기억하냐고 했더니 말해준다. 기억. 잘 생각이 안 난다. 들으면서 생각했다. 아, 내가 가슴 아프거나 부정적인 기억들을 없애가고 있구나.

기독교 방송에서 한 목사님이 치매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하셨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 60세가 넘으면 그 추억으로 사는 거라고, 그 추억이 없는 사람이 걸리는 병이 치매라고.

그러나 내 생각엔 모든 기억 속에는 어둡고 아픈 기억이나 아름다운 기억들이 섞여 있다. 어느 것이 내게 뿌리를 내리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사라진 기억 속에 나는-그 친구 말에 따르면- 열정적으로 말하고, 비가 오면 튀어나가고, 시를 소리내어 읽고, 종교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언제나 곧 떠날 것처럼 보였다고.

그런데 지금 나는 천천히 말하고, 가만히 바라보고, 눈으로 읽고, 가만히 앉아 말 없이 수행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나 보다.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우리 집에 온 친구도 말했다. 20대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너무 힘들었다고. 나도 그래서 기억이 나지 않았나 보다. 가만히 생각하면 행복했던 기억이 넘친다. 작은 언니를 생각하며 요즘도 눈물 짓지만 처음엔 우울했던 기억뿐이었는데 지금은 언니가 나를 기쁘게 해줬던 감동적인 순간들이 떠오른다. 기억조차 행복해지려고만 한다. 가만히 두면 흘러가겠지, 약간의 불편도 함께 흘러가겠지.

다음 주부터는 다시 밖으로 나간다. 차를 타고 갈 만한 곳도 갈 것이고, 밖에서 사람도 만나고, 볼 일도 볼 것이다. 그리고 다음달 중순이면 동안거가 시작된다. 이번엔 산철결제가 없어서 3개월이나 선방에 가질 못했다. 게으르던 마음을 추스리고 조금씩 좌선을 하고 있다. 처음엔 수행이 깨달음이나 자비나 이런 단어들을 떠오르게 했다. 요즘의 나에게 수행은 자기조절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심신에 대한 조절, 자기에 대한 조절...그게 가능해야 자비고, 깨달음이고 가능해지는 게 아닐까...내가 지금 수행이란 걸 하고 있거나 말거나...그래서 시원하거나 답답하거나, 조절이 되거나 말거나......쉽사리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내게 수행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으로 느껴진다.

휴가의 마지막 날 저녁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5-10-2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를 참 조용하고 의미있게 보내시는군요...

이누아 2005-10-29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의미는 모르겠지만 조용하긴 꽤나 조용했지요. 하지만 덕분에 알라딘에 참 자주 들락거렸어요.

Laika 2005-10-29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곳에 고요히 있는 시간 -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인거 같아요...
휴가엔 모두 어디론가 무언가 해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조급해지는데...
저도 나중에 그런 시간을 한번 가져보고 싶네요..

이누아 2005-10-2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그런 시간을 한번 가져 보세요. 생각보다 갑갑하거나 그렇지 않아요. 능동적인 고요는 평온을 주더라구요.

비로그인 2005-10-2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밤에, 살짝 쓸쓸모드로 들어갈 뻔한 복돌이 달려왔숨돠. 절 부르시는 거 같아서요. 캬..글쵸, 이십대. 에공, 전 신기하죠. 슬라이드 치즈 차곡차곡 넘어가듯, 아주 뿌옇게 생각나는 거 보니까 기어나오려 애쓰는 기억, 어지간히도 밟아쟁인 모냥이에요. 흐..어서어서 시간이 흘러야 더욱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지금 딱 50세였음 좋겠숨돠!!

이누아 2005-10-2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9시부터 좌선해야지 했는데 아직도 컴퓨터 앞입니다. 나가려다가 큰나무 블러그에 갔다가 옛날 사진을 봐서요. 기분이 좋아요. 즐거운 추억들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네요. 또 친구가 이렇게 상기시키고.

50세? 지금도 많이 힘겨우신가 봐요. 영화제목은 모르겠는데 아가씨가 그런 생각을 해요. 노인을 보면서 내가 저 사람 나이였으면...그때 그 노인도 내가 저 아가씨 나이였으면 하고요. 근데 정말로 둘이 뒤바뀌어서 지내게 되는 이야기요. 결국 제대로 돌아와요. 그 아가씨는 아가씨로 돌아오기를 바랬거든요. 님이 50세가 되어서 "되기를 바라는 그때"가 지금이 될지도 모를 일이죠. 세상은 모를 일이 많으니까요.

왈로 2005-10-2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ou had seen the movie - 'The city of joy' when we were in the university and talked to me that 'the power is controll'. I remember it still now. ^.^

이누아 2005-10-3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로 답하고 싶다만--;; 그게 [시티오브조이]였나? [필라델피아] 아니었나? 왔다 갔다 한다. 니가 그 말을 자주 했어. 그래서 나도 기억해. 어느 때보다 지금 공감하고. 그렇게 유익한 말을 잊지 않도록 한 번씩 던져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2005-10-31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5-11-0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02속삭이신 님, 그것도 모르고 기다렸네요. 흑흑...내용이 뭐 문젭니까? 제작했다는데 의의가 있지. 창피하다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신 분인가 봐요.^^ 그리고 운동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