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언니가 언니 생애의 절반을, 언니의 젊음을 다 바쳤던 그곳에서 연락이 왔다. 49재를 지냈다고 했는데도 언니의 친구들이 따로 다시 천도재를 지내 주겠다고 했다. 오늘 저녁이었다. 잘 차려진 음식과 친구들의 편지와 언니에게 주는 선물이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언니야, 미안하다. 다들 연락을 못해 드려서 이제야 슬픔을 함께 했다. 언니의 친구들께 감사하고, 언니에게 미안하다.

언니야, 계속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신념이나 신앙은 개인의 몫이고, 나는 나의 몫이 있다는 걸 인정해줘. 그래도 미안하고 또 미안하지만, 다 잊고 그곳에서 수행 잘 해. 제망매가의 구절처럼 나도 수행하며 언니 만날 날을 기다릴께. 내가 언니를 기억하고 있는 한은 언니에게 항상 미안하겠지. 달라이라마처럼 이런 마음이 죄책감이 아닌 후회가 되어서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기도해. 내 언니였지만 동생 같았고, 그러면서도 내게 스승이었던 언니야, 아프지 말고,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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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2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콧끝이 시큰해지네요..49재..무사히 잘 마치셨다니 다행입니다. 가족들과 남은 사람들의 기원 덕분에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리라 믿어요..

이누아 2005-08-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믿어요. 고맙습니다.

니르바나 2005-08-30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우정이군요.
이생에 남아 있는 분들의 소원대로 도솔천에서 다시 만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누아 2005-08-3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참 고마운 분들이지요. 그리고 기원, 감사드립니다.

2005-09-01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2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에 지낼 때 나를 격려하기 위해 방 여기 저기에 붙여두었던 메모의 내용들, 누렇게 된 오래된 연습장에서 보았다. 아마도 어떤 책에서 힌트를 얻어 적어 두었던 것인 듯 한데...메모의 제일 앞에 " *주의*긍정적인 마음으로 확신을 갖고 읽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싱크대 앞에, 머리맡에, 티비 앞에, 냉장고 앞에...그렇게 메모들을 붙여 놓고 메모와 눈이 마주치면 소리내어 메모를 읽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이 좀 너그러워지고 평화로워지기도 했었다. 지금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했는지 알 수가 있다. 웃음이 난다. 지금이나 그때나 내가 되고 싶어하고, 내 내면이 어쩌면 본래 그러할 나는 비슷하다. 새삼스레 적어본다.

==============

나는 건강하고 평화로운 사람이다.

나는 맑게 깨어있는 사람이다.

나는 세계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는 사랑스럽고 창조적인 사람이다.

나는 너그러운 사람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항상 마음이 평화롭고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정의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나는 활발하고 자유로운 사람이다.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나는 겸손한 사람이다.

나는 성취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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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날 변화를 확연히 느꼈다. 방을 하나 청소하면 숨이 차서 좀 쉬었다가 다른 방을 청소하곤 했던 내가 쉬지 않고 청소를 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 밖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꼭 해야 할 일과 약속이 없으면 나가지 않는데 "심심해서" 놀러 언니집에 갔다. 몸이 피로하지 않으면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요일엔 포항을 갔고, 거기서 2킬로 쯤 산행을 했다. 그런데도 아프지가 않다. 건강하다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짧았지만 도대체 몇 년만의 산행이냐! 길을 걸으며, 버스를 타며 감사를 드렸다. 난 정말로 건강해지고 있었다.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되기를 빈다. 아프지 않고, 지나치게 피로하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오늘은 조조할인을 받고 영화를 봤다. 나는 완전히 청학동 사람 같았다. 영화관이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침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순번표를 받아서 기다렸다가 표를 끊어야했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인파에 놀라 집으로 그냥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콜라와 물을 사고 하는 일도 너무 익숙하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휴일이라고 하지만 이럴지는 몰랐다. 바쁘게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시간이 멈춰진 곳에서 온 것만 같았다. 4년 넘게 영화관엘 가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건가? 영화보다 영화관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인파 가운데 서 있었는데도 집에 와서 아프지도 않았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피로하지 않은 상태가 익숙하지 않지만 아주 좋다. 이것이 얼마나 기쁘고 좋은 일인지 몇 년 동안 피로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언니도 이렇게 걸어도, 사람이 많은 극장에 가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건강해져서 나처럼 이런 기쁨과 감사한 마음을 가져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브랜든 베이스의 [치유, 아름다운 모험]에서의 치유가 정말 날 치유시킨 것 같다. 이런 치유를 공유하고 싶어진다. 뿌듯하고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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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관을 다녀오셨군요. 우오우오우오, 쫙쫙쫙! 피로하지 않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건강하다' 저 문장, 참 다부지고 싱싱합니다, 그려. 요즘은 한 가지가 더 늘어나 있긴 하지만 자전거, 책, 음반, 카메라가 제 재롱둥이가 되어 버렸어요. 그것들과 함께 무언가에 몰입하는 제 자신을 바라볼 때, 가끔 어떤 문장 하나가 스쳐가곤 합니다. 나는 행복하다, 감기 몸살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정도의 건강한 몸으로 순간순간을 누리며 살고 싶다..라구요. 그것도 오랫동안, 여유있고, 흔들림 없이..
이누아님두 오늘처럼 늘 건강하시길 바라봅니다, 부디! 그렇게 될 겁니다.

이누아 2005-08-1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게 될 겁니다. 감사해요. 만나는 사람이나 나무나 바람이나...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복돌님께도 감사하구요.

2005-08-17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가 온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쉬지도 않고 지금까지 내린다. 때문일까? 술이 마시고 싶다. 아주 간절해진다. 1년 반이나 참아왔는데, 콜라를 사갖고 와서 마신다. 콜라는 술이 아니다. 맑은 빛깔도 아니고, 쓰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는다. 검은 액체가 목에 와 닿고 내 눈에 곧 맺힌다. 술은 아니 먹기를 참 잘 하였다.

오전에 나갔다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노귀재 노래를 듣는다. 어머니는 언니 49재 하는 절에서 지내고 계신다. 어머니의 얼굴은 작고 검게 변했다. 아버지와 작은 언니처럼 곧 사라져버릴까 두려운 마음마저 일었다. 하지만 다행히 절에 계신 후로는 얼굴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 나도 어머니처럼 절에 가 있고 싶다.

가슴이 답답하다. 염불을 해도, 소리를 질러도, 울어도 가슴이 시원해지지가 않는다. 주먹만한 돌이 내 가슴을 누르고 있다. 내가 울면 눈물 위로 떠오르고, 한숨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럴 땐 진리가 내게 체득되지 못했음을 절감한다.

이번 주 금요일은 막재다. 스님께서 어머니에게 막재 전에 수요일부터 지장보살 정근 12만독을 권하신다. 나도 지금부터 해야 겠다. 미세한 바람만큼이라도 작은 언니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큰언니의 말처럼 나도 이렇게 우는 시간에 언니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그러자, 선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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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1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낯선바람 2005-07-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도 님이 저랑 이름 같다는 걸 보고 반가워했었는데^^; 자기 이름을 부르며 독려하는 모습... 저도 가끔 제 이름을 불어봐야겠어요. 힘내세요.

로드무비 2005-07-1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시길...
저도 잠시 기도할게요.

니르바나 2005-07-1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이승에서의 인연을 놓으시고 이제는 편히 가시라고 기도드립니다.
아울러 사랑하는 가족들 마음도 편해지시길 빕니다.

혜덕화 2005-07-1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는 스님께서 먼저 돌아가신 도반 스님의 제자를 만났다. 서암 스님 그 제자에게
"너희 스님은 한번 가더니 오지도 않고....편지도 없고 전화도 없지?"
"예 스님"
"참 야속한 사람이다"
옆에 있던 시자가 여쭈었다.
"그러면 스님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다시 오시겠습니까?"
"그래, 공부 잘 하면 내가 오지"
서암 스님의 이글이 생각납니다.
미혹한 우리 중생에게 죽음이란 이렇게 냉정할 뿐입니다.
님의 슬픔이 불법 안에서 향연기처럼 퍼져 사라지기를 바랍니다._()()()_

이누아 2005-07-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아침 기도를 마친 뒤입니다. 비도 개었나 봅니다. 계속 올 것 같던 비가 이렇게 그쳤습니다. 제 생명도 이렇게 그칠 겁니다. 누구나 말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슬픈 일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언니는 아픈 몸을 벗고 수행할 더 나은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일 겁니다. 저는 대체로 평온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제가 힘들 때면 어디선가 우르르 나타나서 위로해 주는 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전출처 : 혜덕화 > 수타니파타 중에서(이누아님께)

화살

인간의 목숨은 예측할 수도 없고 언제까지 살지 알 수도 없다.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에도 괴로움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뒤따른다.

살아있는 존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늙으면 이윽고 죽음이 오나니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것들의 운명이다.

제 아무리 잘 구워낸 도자기도 마침내는 모두 깨어져 버리고 말 듯

인간의 목숨도 이와 같은 것.

늙은이도, 젊은이도, 어리석은 자도, 현명한자도

죽음 앞에서는 모두 무릎을 꿇는다.

사람들은 죽음에 붙잡혀서 저 세상으로 가고 있지만

그러나 아버지도 그 아들을 구할 수 없고

친척도 그 친척을 구할 수 없다.

보라, 친척들이 지켜보며 슬퍼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는 온 곳도 모르고 가는 곳도 모른다.

탄생과 죽음의 양끝을 모르면서 왜 그리 구슬피 울고만 있는가.

슬피 우는 것으로 무슨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현명한 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슬픔에 젖어 있으면  괴로움만이 괴로움만이 더할 뿐이다.

죽은 사람을 위해 지나치게 슬퍼하는 것은 가는 슬픔을 또 다시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비록 백년을 산다고 해도 마침내는 친지들을 떠나서

이 생명을 버려야 할 날이 온다.

그러므로 훌륭한 이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라.

사람이 죽는 것을 보면 "그는 이미 우리의 힘이 미칠 수 없는 곳으로 갔다"

이렇게 생각하고 슬픔을 거둬야한다.

비탄과 고뇌의 화살을 뽑아 버린 사람은 그 어떤 것에도 의존하는 일 없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슬픔을 극복한 다음 더 없는 축복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ps: 이누아님

통속적인 위로 밖에 나눌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작은 언니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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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6-07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 좀 차리셨는지요?
이누아님의 기척을 들으니 뭔지 조금 안심이 됩니다.
워낙 큰 슬픔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