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릴케 현상 2019-04-17  

그 나무는 썩은 나무는 아니다제가 좋아하는 천상병 싯귀반가워서 흔적 남깁니다.

 


 
 
2019-04-20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바람 2018-08-12  

안녕 이누아님! 우리 쌍둥이 녀석들은 얼마나 컸을까요? 문득 안부 인사 내려놓고 가려고요. 요 위에 있는 책이 서재의 앞에서 반겨주네요. 부끄럽게도. 오늘 하늘은 개기일식이라는군요. 빛이 우리에게 오는 시간은 8분 7초가 걸린데요. 잠깐의 안부도 몇 년이 걸리는데, 그에 비하면 짧고 고독한 시간 같아요. 그냥 다녀갑니다. 다 달빛 때문이에요.

 
 
 


돌바람 2009-07-28  

내 자전거는 티티카카입니다. 자전거에 이름을 지어줄까 하다가 나는 나야라고 떡하니 박혀 있는 'TITICACA'라는 로고를 보았지요. 티티카카! 꽤 잘 지은 이름 아닙니까. 티티새 같기도 하고 카카 웃는 웃음물총새 같기도 하고 칙칙폭폭처럼 연기나는 증기기관차 같기도 하고 띠띠빵빵처럼 붕어 닮은 미니카 같기도 한, 티티카카. 그래서 내 자전거는 첫날부터 티티카카라고 부르게 되었지만 자전거도 그 이름을 좋아했을지는 모르겠어요. 모르겠는 이유는 티티카카가 맘에 든 이후 동네를 돌아다니다 일주일 만에 사고가 났거든요. 나는 티티카카가 너무 좋아서 자꾸 그 녀석 생각만 나는 거였어요. 얼마만에 자전거를 타보는 건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나는 늙어 있거든요. 늙으면 자꾸 길을 까먹기도 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불편하거든요. 그래도 티티카카는 자꾸 나를 불렀어요. 나와봐. 예전처럼 달려봐. 바람을 가르는 기분, 기억나지 않니? 방에 앉아 가만 책을 볼 때도 나를 불렀어요. 나와봐. 저기, 책은 호수공원에 가서 보는 것이 더 기분 좋을걸. 휙 돌아앉아 다시 가만 책장을 넘기면 또 나를 불렀어요. 나와봐. 햄버거 하나 사서 한강변을 달리는 거야. 배가 고프면 나무 아래 앉아서 햄버거를 먹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어도 좋고, 기운이 남으면 저기 양평 쪽을 향해 달려보는 거야. 그러다 사고가 난 거였지요.

사고가 난 이후,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았어요. 가만 서 있는 나무에 가서 박히는 기분, 나무가 없었으면 그대로 차길로 돌진해 큰 사고가 났을지도 모르는데요, 왼쪽 발목이 꺾여 발을 딛지 못하게 됐을 때 동무처럼 달려와 제게 기대라고 일곱 살 꼬마가 어깨를 빌려주는데 후훗 웃음이 나왔지요. 걱정 가득한 꼬마의 눈매 때문이었을까요. 지나가던 아저씨가 앞바퀴가 틀어진 자전거를 세우고 안장에 나를 태우고는 집까지 데려다주겠노라, 집이 어디냐셔요. 이럴 때는 그냥 묻어가야지요. 혼자서 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닌 걸요. 집에 도착하자 더위 지난 계절에 아저씨는 웬 땀을 떡대같이 흘리고는 힘들다 말도 없이 그냥 웃더군요. 고마웠어요. 일곱살 꼬마의 어깨도 시월의 비경제적인 아저씨의 땀도, 한 자리에 서 있는 못난 나무도, 오랜만에 참 고마웠어요.

그러고 보니, 티티카카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기도 했어요. 저기 남미의 안데스 어느 곳에 가면 하늘호수가 있다지 않던가요. 호수 위에 수상가옥을 지어놓고 똥을 눈 물에서 건져올린 물고기를 먹고 남은 것은 내다판다는 그곳, 갈대 많은 호수의 이름이 티티카카 아니었던가요. 그냥 그렇다고 믿어놓고 나니, 내 자전거가 더 재미있고 굉장히 훌륭한 보물인 것처럼 느껴지더란 말입니다. 티티카카, 티티카카! 봄을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이 즈음엔 이놈을 타고 먼 곳보다는 동네 곳곳을 뒤지고 다닙니다. 동네 지도를 만드는 중이지요. 마침 배관공사가 한창이라 이놈은 지가 산악 자전거라고 착각하고 있죠. 언젠가 동네 지도가 만들어지면 보여드릴 게요. 티티카카가 데려다준 골목은 아주아주 신기하고 때론 적막한 곳이기도 해요. 버려진 집들도 있고 부셔진 집들도 있고 복잡한 시장통도 이놈은 어디든 가리지 않고 훑고 있는 중이죠. 동네 지도를 만드는데 아마 1년은 넘게 걸리지 싶어요. 올초 하고 싶었던 옆 동네 가기는 살짝 미뤄둬도 좋을 만큼 티티카카는 가는 곳마다 이야기를 풀어주는구요. 소소 소소소소嘯蘇 訴騷笑逍  

손글씨 엽서를 보며 우비를 입고 비를 맞이하는 이누아님을 그려봤어요. 이상하게 한 그루 나무가 겹쳐 보이더군요.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살면서 나무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여러 번 만나고 있구나, 생각해요. 밥을 먹는 시간보다 밥을 할 때 더 따뜻하다는 거 말해주고 싶어서, 들렀다 가요. 이 시간이면 꼬마 둘의 얼굴에 새겨진 평온도 평온할 때겠죠.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파란여우님 따라 조그맣게 속삭이다 갑니다.

 
 
 


lara21 2008-11-11  

요즘도 전부선생님 자주 뵙는지요?

좋은 글 많이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혜덕화 2008-03-22  

목련이 가득 피었습니다.

천리향도 피었고, 온갖 봄꽃들이 피어납니다.

봄의 소리를 듣고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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