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기대한다는 건 기대는 것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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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1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셨군요, 잘 지내셨나요^^

글샘 2006-02-1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닮았네요...^^
동안거 동안 기대하시는 바를 얻으셨나요?
아님, 더 기대셨나요...ㅋㅋ

비로그인 2006-02-1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자, 이제 스모 선수같은 제 넓은 어깨에 기대십쇼.

이누아 2006-02-14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잘 지내셨지요? 반갑습니다.
 

내 친구 무리야가 찾아 왔다. 화가 나서. 

어제 저녁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아주 반가운 마음에 근처 술집에 가서 한 잔 했다고. 10여 년만에 만난 터라 이런저런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무리야가 산에서 추락할 뻔한 그 친구를 목숨을 걸고 구해준 이야기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 친구, 그런 일이 없다는 거다. 무리야는 목숨까지 걸고 구해냈는데...기억도 없다?!!! 무리야는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 산에 간 적도 없다는 것이다. 무리야는 점점 화가 났다. 어떻게 그런 일을 잊을 수가 있는가? 자신은 적어도 그 친구가 자신에게 아무 보상도 해주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늘 감사하고 있으리라 여겼는데...머리를 내저으며 헤어졌다고.

나는 물었다. 그 친구에게 화를 냈냐고. 다행히 그 친구 앞에서 화를 내진 않았지만 기분이 몹시 상해서 연락처도 묻지 않고 왔다고. 내가 말했다.

화를 내지 않았다니 다행이야. 이봐, 무리야...산에서 추락할 뻔한 친구는 그 친구가 아니라 바로 나야. 그 친군 그 산에 가지도 않았어.

 

무리야의 이야기 하나 더. 

무리야가 기도를 하고 있다. 무리야가 어떤 여자를 사랑한다. 그래, 사랑해라. 근데 그 여자, 안 만나고 기도만 한다. 그 여자가 건강하기를, 평안하기를, 그 여자의 아버지의 사업이 잘 되기를, 그 여자의 언니가 시험에 합격하기를......그 여자를 위해 이렇게 기도했으니 이제 그 여자를 만나러 가자. 근데 그 여자, 어떤 남자와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있다. 무리야, 화가 난다.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저 여자를 위해 얼마나 기도했는데..내가 사랑한다고 얼마나 많이 되뇌었는데...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정말, 이럴수가!! 

  

=============

어느 수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꽃을 보낸다. 100일 동안. 100일이 지난 후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을 한다. 여자, 거절한다. 남자, 화가 난다. 청혼도 안 받을 거면서 왜 100일 동안 꽃을 받았느냐고 여자에게 따진다. 여자, 당신이 꽃을 줬잖아요. 당신이 줘서 받은 것 뿐이에요. 

그 남자, 100일 동안 꽃 주면서 기뻤을 것이다. 그러면서 꽃을 하나 주면 여자가 마음도 한 토막씩 주는 줄 알았을 것이다. 100일 동안 기뻤던 것은 어디로 가고, 그 여자를 철면피처럼 여기는가...잘못된 기억처럼 가끔 타인에게 무언가를 잔뜩 주었다고 착각한다. 그 착각은 지나쳐서 어떨 땐 화가 나기까지 한다.

사실 무리야가 추락하는 나를 구해준 건 사실일지라도 그가 목숨을 걸고 그런 것은 아니다. 우연히 내민 팔을 내가 미친 사람처럼 잡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로서는 고맙게 여겨야 했겠지만 무딘 나는 감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무리야가 그것을 기억하고, 저렇게 분개하다니...그것도 다른 사람한테...!!

무리야의 두 번째 이야기는 행위가 없는 마음으로 한 것마저도 보상을 바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마음과 행위가 만들어 놓은 "좋은 의도와 베품"에 집착하여 본드에 발이 붙은 것 마냥 움직이질 못한다. 그래서 행하면 행할수록, 기도하면 할수록 더 굳어지고, 더 분노한다. 

[장자]에 이런 비유가 있다. 우리가 발을 딛는 땅은 정말 얼마되지 않는다. 그러면 딛고 있지 않는 땅들은 모두 불필요한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불필요해 보이는 그 땅이 없어지면 딛고 있는 작은 땅조각도 사라진다. "내"가 중요한 것 같고, "내 마음, 내 행위"가 중요한 것 같지만 모두 한 덩어리 땅이다. 내 땅만 남기고 다 없어져 하면 내가 디딜 땅도 없어진다. 우리는 그냥 땅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걸어간 그 땅이 "내 땅"이거나 "내 기억의 땅"이 된다면 머리가 어지러울 것이다. 얼만큼 걸어왔는지 자꾸 돌아보면 길만 비뚤비뚤해질 뿐이다. 그냥 사랑을 다해 걷자. 그 대단한 "나"를 지고 걸으면 얼마나 무거울까...얼마나 화가 날까... 

잘못된 기억과 착각을 보시와 공덕으로 여기는 이 끔찍한 어리석음....안녕, 잘못된 기억들...무리야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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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제 소리에 제가 시끄러워서 좀 조용히 하려구요.

동안거 기간만이라도 컴퓨터를 멀리하고 가능하면 말을 줄이려고 합니다.

뜨끈뜨끈한 겨울 보내시길 빕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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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11-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쉽지만, 이누아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시겠다니....
그동안 감기 조심하시고요, 좋은 시간보내고 돌아오셔야해요..기다릴께요..^^

물만두 2005-11-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어요^^

혜덕화 2005-11-1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진 여여히 하시길 기원합니다._()_

파란여우 2005-11-2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입속에 향기로운 지혜를 가득 담고 오실 그 날을 기다립니다.

글샘 2005-11-1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부산 엠비씨에선 에이펙 기념 특집으로 <참선>이란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했답니다. 지방방송에서 만든 거라 편집이 좀 허술하긴 했지만, 고요한 산사에서 묵상에 드는 스님들을 보고 한동안 저도 경건해 졌던 기억이 나네요.
뜨거운 겨울 보내고 새싹 돋을 때 성성하게 나타나시기 바랍니다.

호랑녀 2005-11-19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돌아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비로그인 2005-11-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게 무신 말쌈이십니까. 아니, 이럴 순 없습니다. 이누아님, 통촉하소서..

내맘의 강물 2005-11-2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 무슨? 간만에 안부남기러 들어왔는데...
11월에는 시간이 된다고 한 번 방문한다더니 안거에 들어가면...컴퓨터만 안켜는 거니?
아무튼 못보더라도 잘 지내고 더 튼튼해져서 돌아와라~

비로그인 2005-11-2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그 동안 님 이외 몇 분 믿고 까불었는뎅, 외롭삼..어엉~T^T

icaru 2005-11-2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언제 이런 선언을 하셨던 거래요? 제가 알라딘을 떠나 있던 몇 일 사이의 일인 모냥예요...
뜸하시다 싶어서...들어와 봤어요...
지도 외롭삼... 어엉~T^T

2006-02-03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07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카루님을 비롯해서 "동안거 결제일"이라는 제목이 낯선 분들을 위해...말과 글은 다른가 보다. 하루종일 입에 거미줄 끼도록 말 안 하고 지냈는데 이렇게 친절해지다니! 그래도 최대한 간단히!

인도에는 우기와 건기가 있어서 우기 동안 수행자들이 한 곳에 모여 정진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그것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일정한 기간(주로 석 달)과 일정한 장소(주로 선방)에 모여 수행(주로 좌선)하는 형태로 정착했다. 여름에 수행하는 것을 하안거, 겨울에 하는 것을 동안거라고 한다. 결제란 안거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결제일에는 수행처에서 각자가 맡은 소임을 확인하고 선지식을 찾아가 수행의 요체를 듣고 마음을 다잡는다. 안거가 끝나는 것은 해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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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11-1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거군요...!

비로그인 2005-11-16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맨처음엔 좀 경제적인 개념으로 생각을 했어요. 긍까..무쉰 카드 결제일 같은 거요, 흐흐=3=3

Laika 2005-11-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icaru님, 복돌님, 두분항상 같이 다니시네요..이제 저도 따라다닐까봐요..^^
친절한 이누아님 덕분에 저도 아~~~

비로그인 2005-11-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눈치 채셨겠지만 이카루님이 딴데로 새지 않나, 제가 미행하는 겁니다..흐흐..

이누아 2005-11-1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앞으로도 행여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면 사전에게 묻지 마시고 제게...
복돌님, 님이 편지함에 카드명세서가 뒹군다는 농담할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미행 뒤에 또다른 복수가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요?^^
라이카님, 궁금해 하시는 게 당연한데 제가 너무 무례한 거였지요. 친절한 게 아니고. 제가 요즘 좀 따라 다니는데 재미있어요.
 

동안거 결제일.

열심히 해야 겠다는 의지도 일지 않는다. 감사한 마음도 일지 않는다. 사람들을 뵙고 인사를 나누는 것이 즐겁지도 않다. 또래가 있었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스치고.

새벽부터 일어나 선방으로 갔다가 큰 절로... 춥다는 예보에 결국 내복을 꺼내 입었다. 내복 입었는데도 춥다. 추워서 어깨가 굳는다. 조실스님 법문하신다. 졸린다. 말이 하고 싶지가 않다. 하여 가고 오는 내내 저절로 묵언...

언짢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어두워진 것도 아니다. 그냥 담담하다. 그냥 담담한데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다. 그래도 피하지 않고 인사 나누고, 공양하고, 설거지 하고...

떨어지는 잎이나 지나는 새를 가만히 본다.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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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1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추천만!^^

비로그인 2005-11-1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금살금 추천만!^^

이누아 2005-11-1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솔직히 추천할 만한 내용은 아니잖아요.^^;;

글샘 2005-11-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안거라니, 겨울이 온 듯 하네요.
가만히... 보신다는 데 부러움을 나타내서 추천하신 듯. ㅋㅋ
설겆이가 89년부터 설거지로 맞춤법이 바뀌었어요. 맘에 안들지만.
동안거동안 내내 평화롭게 가만히 보세요. 새소리 들으면... 얼마나 가만한지요.

이누아 2005-11-1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맞춤법 바뀐 걸 알고 있었는데도 습관의 힘이 놀라워서. 수정했습니다. 뜨끈한 겨울,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