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투쇼] 지하철 진상

https://youtu.be/5k1JkGjo7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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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변영현



파란 동그라미를 그려요
당신은 호수인 줄 알고 뛰어들어요

팔랑팔랑 헤엄쳐요
바다처럼 넓고 깊어요 파란 동그라미
속의 당신이 파랗게 물들고
나를 찾아봐, 하는 목소리에
물이 뚝뚝 떨어져요
안 보여요 안 보인다니까요
여기 있어, 하는 목소리에
숨이 헉헉 차오르네요

파란 동그라미 위에 파란색을 더해요
내게는 다른 색이 없거든요
조금 다른 파란색이면 당신을 찾을지도 몰라요
몰랐어요 더 깊어질 뿐이라는 걸
바닥을 찾지 못할 거예요
하늘을 찾지 못할 거예요
파란 지구별에서 나갈 수 없듯
당신은 거기서 허우적거리겠죠

파란 동그라미 파란 동그라미
블루칩 같기도 하고 버튼 같기도 해요
속는 셈 치고 한번 눌러 볼까요?
잭팟이 터질까요, 당신이 튀어 오를까요?
하나, 둘, 셋!
아, 물감이 덜 말랐네요
파랗게 질린 손바닥 좀 보세요
당신이 묻어 있는 건 아니겠지요

파란 동그라미를 그려요
파랑이 파르르 떨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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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5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O
  い_cノ (ニニニ)
 c/・・ っ (>∀<* )
 (˝●˝ )___とと )
  ヽ  ⌒、 |二二二|
  しし-し ┻━┻

이누아 2021-12-26 00:20   좋아요 1 | URL
멋진 산타와 함께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scott님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하고 즐거운 새해 맞으시길 빕니다.

나탈리 2022-01-25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르르 떨고 있는 파랑의 이미지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요. 마음에서 작은 불씨로 남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또 누군가는 펑펑 울기도 하겠죠. 바다가 될 때까지요. 이누아님, 아름다운 시 잘 읽었습니다.^^

2022-02-24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고 싶은 마음 / 박소란

 

 

그러나 울지 않는 마음

 

버스가 오면

버스를 타고

버스에 앉아 울지 않는 마음

창밖을 내다보는 마음

흐려진 간판들을 접어 꾹꾹 눌러 담는 마음

 

마음은 남은 서랍이 없겠다

없겠다

없는 마음

 

비가 오면

비가 오고

 

버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놓아두는 것

 

나는 다만 기다리는 것

 

사람이 오면

사람이 가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더는 말하지 말아야지

 

암병원 흐릿한 건물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드는 마음

 

마음을 시로 쓰지는 말아야지

다짐하는 마음

 

 

-박소란, [있다](현대문학,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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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이런 시간이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창을 보는 시간. 바람이 잠시도 나무를 가만두지 않는다. 낙엽이 새처럼 무리를 지어 날아오른다. 떨어지다 다시 오르고 오르다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폭풍이 몰아칠 때 바다에서 노를 저을 수 없듯이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바람을 피해 창을 굳게 닫고 있으면서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나. 피할 수 있는 한 피해 보는 것도 삶의 한 방식. 겨울이 오기 전까지 악착같이 붙어 있는 잎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가로수에 전구를 달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밤이 칼날 같은 바람을 데려온다.  


이 달에 읽은 책들은 대체로 맘에 들었다. 박연준과 벌린 클링켄보그의 책은 글 쓰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잘 읽힌다. 이수명의 횡단은 정말로 이수명의 시론이다. 이수명 시인이 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시적으로 표현한 1부의 글이 특히 좋았다. 평소 관심 있는 시인들이 시집을 출간해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전에 함께 시 수업을 들었던 윤송정 시인이 시집을 냈다. 얼마나 정성을 쏟아 퇴고했는지 보여서일까. 습작기를 함께한 문우의 시집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한번 쓰다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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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박소란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신용목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황성희

절름발이 늑대에세 경의를-바스코 포파

미기후-이민하

쥐와 굴-배수연

어느 멋진 날-87명의 할매, 할배

좋아하는 것을 함부로 말하고 싶을 때-김기형 외

기린과 부츠-윤송정


횡단-이수명 시론집

쓰는 기분-박연준

비유에 대하여-카프카

캐럴-이장욱

짧게 잘 쓰는 법-벌린 클링켄보그

슨 폴록-캐럴라인 랜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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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1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이 셀렉트 하신 책들
제 장바구니로 쓸어 담아가여~@@
12월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

이누아 2021-12-01 18:56   좋아요 2 | URL
그러다가 책 쌓입니다. 저도 알라딘 마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장바구니가 무거워져서 요즘은 보관함에 넣어 뒀다 시간 지나도 읽고 싶으면 사 본답니다.^^ scott님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건강하게 지내세요.

2021-12-02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달 2022-01-23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스페어 / 안희연

 


 

​진짜라는 말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 같아

단 하나의 무언가를 갈망하는 태도 같은 것

 

다른 세계로 향하는 계단 같은 건 없다

식탁 위에는 싹이 난 감자 한 봉지가 놓여 있을 뿐

 

저 감자는 정확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싹이 아니라 독이지만

저것도 성장은 성장이라고,

 

초록 앞에선 겸허히 두 손을 모으게 된다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본다

 

하지만 싹은 쉽게 도려내지는 것

먹구름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흐린 것은 흐리고

 

도려낸 자리엔 새살이 돋는 것이 아니라

도려낸 모양 그대로의 감자가 남는다

 

아직일 수도 결국일 수도 있다

숨겨 놓은 조커일 수도

이미 잊혀진 카드일 수도 있다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오늘을 살아간다

 

여전히 내 안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내가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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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황성희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이소호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유계영

다른 시간, 다른 배열-이성미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최문자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안미린

생활이라는 생각-이현승

트렁크-김언희

지옥에서 보낸 한 철-랭보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장석남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김혼비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오주석

폴 세잔-캐롤라인 랜츠너

작은 것이 아름답다-유종호

제유-구모룡

 

-다시-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임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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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12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월 에는 이누아님이 포스팅 해주신 시집들 천천히 읽어 봐야 겠네요 오늘 꽤 쌀쌀 합니다 12월 초 날씨 이누아님 11월 건강하게 따숩게 ^ㅅ^

이누아 2021-11-12 21:25   좋아요 2 | URL
님이 포스팅하는 연주를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평소에 들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고급 음악 잡지에서 노래가 나오는 느낌. 고마운 마음입니다. 님도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시길.

그레이스 2021-11-15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주석, 랭보!

이누아 2021-11-23 10:23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마을 사람들은 읽은 책이 많아서 이렇게 읽은 책이 겹치기도 하는데 저는 영 그런 책이 없더라고요. 오주석은 2권도 읽어야지!^^

청공 2021-11-22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11월에는 어떤 시 읽으셨나요?^^

이누아 2021-11-23 10:21   좋아요 1 | URL
이 질문에 안희연의 스페어가 떠오르네요. 11월에 읽은 시도 아닌데.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책상에 앉아 있어요. 감자처럼. 시는 댓글에 달려다가 페이퍼에 올려 둡니다. 같이 읽자고요.^^ 청공 님 덕에 다시 이 시를 읽게 되네요.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