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투쇼] 지하철 진상

https://youtu.be/5k1JkGjo7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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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누아 2024-01-01 07:46   좋아요 1 | URL
루피닷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덕분에 새해에 서재에 접속했네요. 벌써 복을 좀 받은 느낌입니다.^^
 

울고 싶은 마음 / 박소란

 

 

그러나 울지 않는 마음

 

버스가 오면

버스를 타고

버스에 앉아 울지 않는 마음

창밖을 내다보는 마음

흐려진 간판들을 접어 꾹꾹 눌러 담는 마음

 

마음은 남은 서랍이 없겠다

없겠다

없는 마음

 

비가 오면

비가 오고

 

버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놓아두는 것

 

나는 다만 기다리는 것

 

사람이 오면

사람이 가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더는 말하지 말아야지

 

암병원 흐릿한 건물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드는 마음

 

마음을 시로 쓰지는 말아야지

다짐하는 마음

 

 

-박소란, [있다](현대문학,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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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31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04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



이런 시간이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창을 보는 시간. 바람이 잠시도 나무를 가만두지 않는다. 낙엽이 새처럼 무리를 지어 날아오른다. 떨어지다 다시 오르고 오르다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폭풍이 몰아칠 때 바다에서 노를 저을 수 없듯이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바람을 피해 창을 굳게 닫고 있으면서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나. 피할 수 있는 한 피해 보는 것도 삶의 한 방식. 겨울이 오기 전까지 악착같이 붙어 있는 잎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가로수에 전구를 달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밤이 칼날 같은 바람을 데려온다.  


이 달에 읽은 책들은 대체로 맘에 들었다. 박연준과 벌린 클링켄보그의 책은 글 쓰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잘 읽힌다. 이수명의 횡단은 정말로 이수명의 시론이다. 이수명 시인이 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시적으로 표현한 1부의 글이 특히 좋았다. 평소 관심 있는 시인들이 시집을 출간해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전에 함께 시 수업을 들었던 윤송정 시인이 시집을 냈다. 얼마나 정성을 쏟아 퇴고했는지 보여서일까. 습작기를 함께한 문우의 시집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한번 쓰다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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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박소란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신용목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황성희

절름발이 늑대에세 경의를-바스코 포파

미기후-이민하

쥐와 굴-배수연

어느 멋진 날-87명의 할매, 할배

좋아하는 것을 함부로 말하고 싶을 때-김기형 외

기린과 부츠-윤송정


횡단-이수명 시론집

쓰는 기분-박연준

비유에 대하여-카프카

캐럴-이장욱

짧게 잘 쓰는 법-벌린 클링켄보그

슨 폴록-캐럴라인 랜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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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1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이 셀렉트 하신 책들
제 장바구니로 쓸어 담아가여~@@
12월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

이누아 2021-12-01 18:56   좋아요 2 | URL
그러다가 책 쌓입니다. 저도 알라딘 마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장바구니가 무거워져서 요즘은 보관함에 넣어 뒀다 시간 지나도 읽고 싶으면 사 본답니다.^^ scott님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건강하게 지내세요.

2021-12-02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달 2022-01-23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스페어 / 안희연

 


 

​진짜라는 말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 같아

단 하나의 무언가를 갈망하는 태도 같은 것

 

다른 세계로 향하는 계단 같은 건 없다

식탁 위에는 싹이 난 감자 한 봉지가 놓여 있을 뿐

 

저 감자는 정확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싹이 아니라 독이지만

저것도 성장은 성장이라고,

 

초록 앞에선 겸허히 두 손을 모으게 된다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본다

 

하지만 싹은 쉽게 도려내지는 것

먹구름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흐린 것은 흐리고

 

도려낸 자리엔 새살이 돋는 것이 아니라

도려낸 모양 그대로의 감자가 남는다

 

아직일 수도 결국일 수도 있다

숨겨 놓은 조커일 수도

이미 잊혀진 카드일 수도 있다

 

나를 도려내고 남은 나로

오늘을 살아간다

 

여전히 내 안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내가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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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황성희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이소호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유계영

다른 시간, 다른 배열-이성미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최문자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안미린

생활이라는 생각-이현승

트렁크-김언희

지옥에서 보낸 한 철-랭보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장석남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김혼비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오주석

폴 세잔-캐롤라인 랜츠너

작은 것이 아름답다-유종호

제유-구모룡

 

-다시-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임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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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12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월 에는 이누아님이 포스팅 해주신 시집들 천천히 읽어 봐야 겠네요 오늘 꽤 쌀쌀 합니다 12월 초 날씨 이누아님 11월 건강하게 따숩게 ^ㅅ^

이누아 2021-11-12 21:25   좋아요 2 | URL
님이 포스팅하는 연주를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평소에 들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고급 음악 잡지에서 노래가 나오는 느낌. 고마운 마음입니다. 님도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시길.

그레이스 2021-11-15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주석, 랭보!

이누아 2021-11-23 10:23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마을 사람들은 읽은 책이 많아서 이렇게 읽은 책이 겹치기도 하는데 저는 영 그런 책이 없더라고요. 오주석은 2권도 읽어야지!^^

청공 2021-11-22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11월에는 어떤 시 읽으셨나요?^^

이누아 2021-11-23 10:21   좋아요 1 | URL
이 질문에 안희연의 스페어가 떠오르네요. 11월에 읽은 시도 아닌데. 나머지의 나머지로서의 내가 책상에 앉아 있어요. 감자처럼. 시는 댓글에 달려다가 페이퍼에 올려 둡니다. 같이 읽자고요.^^ 청공 님 덕에 다시 이 시를 읽게 되네요.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
 

"나는 절대로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아." 그러나 그렇게 살다 보면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 체념하지 않는 것이다.-카뮈



하늘이 가을이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동요에 나올 법한 풍경이다. 이 맑은 풍경 아래로 벚나무 중 몇 그루의 잎이 말라가고 있다. 계절에 맞는 풍경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게 섭리를 따라 사는 걸까. 어쩌면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살기 위해 자연도 치열하고 분주할지도 모른다. 나는 겨우 쑥쑥 자라는 아이들에게 맞는 옷을 사다 주는 것으로도 분주한 마음인데 온몸으로 바람을 맞아야 하는 나무와 벌레, 길고양이들. 


아파트 화단에 있는 백장미는 한 나무인데도 어떤 꽃은 피고 어떤 꽃은 지고 있었다. 지면서 피는 것을 보는 것, 피면서 지는 것을 보는 것. 꽃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사람도 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으면서 새삼스레 꽃의 마음이라니.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몇 년 안 돼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아무 마음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 마음도 아니다. 섭리라고 생각해서일까.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더울 때는 밤에 걸었는데 요즘 낮에 걸어서 그런가 보다. 꽃무릇은 잠깐 피었다가 졌다. 꽃댕강나무에게서 아카시아 나무 냄새가 난다. 교회 앞 무화과 나무에 열매가 맺혔다. 비둘기들이 여기저기 다녀서 많아 보였던 게 아니라 정말 비둘기가 많다. 갈색 길고양이가 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두 마리다. 우리 동네 캣맘은 밤에 고양이 밥을 주고 나중에 그릇까지 수거해 간다. 낮에는 그릇이 안 보이는 걸 보니. 쓰레기도 보인다. 하루 평균 2개의 마스크를 줍는다. 마스크 줄 때문에 새의 발이 잘린다는 뉴스가 떠올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길에 휴지통이 없어서 그걸 들고 마트 화장실까지 가서 버린다. 


독서노트를 안 쓴 지 꽤 되었다. 오늘 우연히 노트를 폈는데 카뮈의 [작가노트]와 보르헤스의 [말]을 필사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천천히 썼기 때문일까. 읽을 때도 천천히 읽게 되는 걸까. 사진을 찍어 놓거나 컴퓨터에 적혀 있는 것보다 더 가만히 읽게 된다. 다시 손으로 적어 볼까. 


제임스 테이트의 산문시를 읽으며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의 [계속되는 무]가 생각났다. 내용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짧은 산문 같은 느낌이 비슷해서. 산문이라고 해도 괜찮은 것 같은데 시라고 한다. 영어 원문에는 리듬감이 있는 걸까. 산문과 산문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유머스럽고 재미있는 시들이 많았다.  [분더카머]는 어찌 보면 지적인 자서전 같은 느낌이다. 보통 책들이 양쪽 정렬을 하는데 왼쪽 정렬이 되어 있어 약간 산만했지만 작가가 타이핑한 글 같은 느낌도 들었다.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서 찾아 보며 읽었는데 그게 읽는 데 흐름을 좀 끊었다. 이건 내 무식 탓이지 책 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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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진/ 제임스 테이트



  나는 전생에 개였다. 아주 착한 한마리 개. 그래서, 이렇게, 승진하여 한 인간이 된 것이다. 나는 개였던 것이 좋았다. 나는 양떼들을 지키고 물고 다니며 가난한 농부를 위해 일했다. 늑대와 코요테들이 거의 매일 밤 나 몰래 지나가려고 했지만, 그러나 단 한번도, 한마리 양도 잃지 않았다. 농부는 그의 식탁에 있는 좋은 음식으로 보상해주었다. 그는 가난했지만, 그러나 먹는 것은 잘 먹었다. 그리고 그의 아이들은 학교 가지 않을 때나 들에서 일을 하지 않을 때 나와 놀아주었다. 나는 어떤 개라도 부러워할 만한 그런 모든 사랑을 받았다. 내가 늙게 되니, 그들은 새로운 개를 한마리 구했다. 그래서 나는 그 개에게 거래의 요령을 가르치며 훈련시켰다. 그는 빨리 배웠고, 농부는 나를 집 안에서 그들과 함께 살게 했다. 농부 역시 점점 늙어감에 따라 나는 아침마다 그의 슬리퍼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서서히 매번 조금씩 죽어갔다. 농부는 이걸 알고 때때로 그 신참 개를 데리고 들어와 나를 방문하게 했다. 그 개는 톡톡 치고 벌렁 뒤집혀 눕기도 하고 코를 비비대며 나를 즐겁게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내게 나무 그늘 아래 시냇가에서 훌륭한 매장식을 해주었다. 그것이 나의 개로서의 삶의 끝이었다. 때때로 나는 그때가 그리워 창가에 앉아서 운다. 나는 한 무리의 다른 고층 건물들이 내다보이는 고층에 산다. 직장에서 나는 작은 칸막이 방에서 온종일 일하고 거의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착한 개로 살았던 것에 대한 응보다. 인간 늑대들은 나를 쳐다보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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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제임스 테이트

완벽한 개업 축하시-강보원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김미령

체 게바라 시집-체 게바라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랑-김승희

혼자의 넓이-이문재

생활을 위하여-박방희

무덤을 맴도는 이유-조은


분더카머-윤경희

타인의 얼굴-아베 코보

구멍-오야마다 히로코

미생-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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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30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노트를 필사로...!

이누아 2021-09-30 14:32   좋아요 2 | URL
그럴 리가요. 제가 오해하게 글을 썼네요. 밑줄긋기 같은 거예요. 마음에 닿는 구절을 베껴 적는 거지요.^^

scott 2021-10-05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의 포스팅에 올려주신 발췌문 여러 번 읽게 되네요
잘 지내고 계셨죠
10월이라는 숫자가 의미 없이
가을에 서늘함이 없네요

까뮈의 말처럼 버티는 것, 체념 하지 않기
+플러스
투덜거리지 않귀 ㅎㅎ

10월 건강한 달, 행복한 나날이 되길 바랍니다 ^ㅅ^

이누아 2021-10-05 21:50   좋아요 1 | URL
저는 자주 체념하고 투덜거리는 편이라 좀 찔립니다. 가끔 투덜거리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투덜거린다는 말을 보니 투덜거림으로 만든 CL의 <그냥 투덜거려 본다>가 생각나네요. 의식의 흐름^^

scott님도 건강하고 편안한 10월 보내시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