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척도 하지 말라지만, 나도 참 쑥스럽지만 니 말대로 웃고 있다. 그때 웃었듯이 지금도 웃고 있다. 이런 글은 가슴에 간직하고, 웃고 싶을 때 꺼내 봐야 겠다. 나도 나이가 들어 뻔뻔해졌는지 낯간지럽지도 않고,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나는 니 친구니 니가 한 번쯤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다. 흐뭇한 일이다.
========큰나무의 블러그에서--------웃고 있어/ 이누아--------==============================
99년, 네가 서울살이 할 때지?
선풍기도 없는 봉천동 네 자취집에서 일주일을 지냈어.
하루 종일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너 오기만 기다렸지.
그 해 여름, 서울은 유난히도 더웠다.
담날 회사 가야 되는 널 붙잡고 떼굴거리며 새벽까지 수다.
(수다라고 하니까 웬지 젊은 여자 깰깰거리는 소리가 연상되지만...)
눈이 벌개가지고 출근해선 저녁에 또 노력봉사(?)
그래도 너 환하게 웃고 있다. 나도 웃고 있다.
이제와서 고백이다만 (나이를 먹으니 뻔뻔도 해지는 구나)
함석헌님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를 보고
나는 네 생각을 했다.
불의의 사형장에서 죽을 만큼 훌륭한 사람도 아니면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주고 싶고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으며 눈 감을 수 있을것 같아.
이 편지는 쑥스러우니 본 척도 하지 말기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