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가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

작년 봄에 올린 시 나태주 시인의 <풀꽃> 밑에 일년만에 어느 분이 올려놓으신 시다. 오뉴월을 연상케하는 푹푹 찌는 더위속에 슬며시 지나가던 봄의 옷자락 한겹을 잡아버린 기분이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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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4-2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비꽃, 매발톱꽃 어우러져 핀 언덕에 다녀왔어요.
올 봄은 유난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봄이 어떻게 오는지 봄 위에 여름이 어떻게 덮어지고 있는지 다 보고 있거든요...ㅎ

chika 2005-04-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퍼갈께요

파란여우 2005-04-2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제비꽃의 어여쁨을 보실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작고 앙증맞은 사랑스러운 꽃
저를 닮았을까요? 우하하하하하....(뜨끔.--;;)

paviana 2005-04-2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꽃을 보니까 살벌한 삼실에 화분 하나라도 사다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잉크냄새 2005-04-2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 제비꽃, 매발톱꽃... 전 올 봄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님의 서재에서 대리만족하며 보내고 있답니다.^^
치카님 / " 너도 그렇다 " 가 맘에 드신 모양이네요. 잠깐 들러보았습니다.
여우님 / 뜬금없이 뜨끔하시다니요. 여우님은 알라딘 야생화협회 위원장이시니 닮으셨을것 같나이다.
파비아나님 / 그죠. 누가 찍었는지 접사 촬영을 기가 막히게 했네요. 저도 들로 한번 나가야하는디...ㅎ

2005-04-29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로롱 2005-04-2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하러 갈때 보이던데 서재에서도 보게 되네요. 참 이리도 사랑스러운지요. 정말 허리를 굽혀야만 보이는 겸손한 꽃이 아닐까 합니다.

진주 2005-04-29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파트 화단에서 특이한 제비꽃을 발견했어요!
흰색과 보라색의 혼합종인가본데, 꽃 안쪽 중심부로는 보라색이고요 바같으로는 연한 보라였어요. 얼마나 신기하던지. 흰색,보라색, 연보라색은 각각 보았지만 저렇게 섞여 있는 건 첨 봐요. 조그만 그 꽃이 얼마나 신비로운지요.....근데요, 한 두포기만 있는게 아니라 아주 많아요. 디카가 없는 게 이때 속상해요. 얼른 빌려서라도 올려 볼게요~ 정말 이뻐요^^
나태주님의 풀꽃, 참 이쁜 시로군요^^

미네르바 2005-04-2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념으로 제비꽃 남기고 갑니다. 오늘 오후 학교에서 찍은 제비꽃이에요.
저희 학교 '00꿈돌이 동산'에는 지금 온갖 꽃들이 피어 있네요.


icaru 2005-04-3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숨었다가 봄만 되면 튀어나오는 거냐던 어느 서재 지인님의 말씀 마따나....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는 꽃들, 기특합니다

진주 2005-05-0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있는 둥글레꽃이 안 보이신다고 해서 다른 꽃을 여기다 심고 갑니다. 이건 보이시는지요.(보신 후에 걸리적거리면 이 사진은 지우셔도 됩니다^^)


Laika 2005-05-0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꽃 페이퍼에 꽃 댓글.....멋집니다. ^^

2005-05-02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5-0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전 가끔 저리도 가냘프고 작은 꽃을 볼 줄 아는 분들은 아름다운 눈을 가진 분들이라 생각해요. 꽃, 감사합니다.

포로롱님 / 예전에 서재에서 어느 분이 그러셨죠.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면...작은 야생화의 세계가 보인다고요.^^

진주님 / 네.저도 사진을 검색하면서 여러종류의 제비꽃을 보았답니다. 그래도 전 보랏빛이 가장 좋네요. 그리고 아래 꽃은 무슨 꽃인가요? 생긴데로 이름짓는다면 "종다리꽃"이 아닌지...ㅎ

미네르바님 / 이슬에 물든 제비꽃처럼....이란 노래가 떠오릅니다. 올봄도 어김없이 꽃
을 담으시네요.^^

복순이 언니님 / 꽃이 피는 것은 꽃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의 온기가 있는한 매년 꽃은 피겠지요.

라이카님 / 오랫만이네요. 꽃페이퍼에 꽃댓글...꽃같은 님들이죠.^^

진주 2005-05-0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참~둥글레꽃이라니께요 ㅋㅋ
제가 모호하게 쓰긴 했네요, '둥글레꽃이 안 보이신다고 해서 다른 꽃을...'여기서 다른 꽃은 제 서재에 올린 것이 안 보이니까 다른 그림의 둥글레꽃이란 말이었구만요...^^;

2005-05-03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5-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장필순의 제비꽃을 크게 틀어놓고 몇 번씩 듣습니다.^^

2005-05-20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21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5-2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둥글레꽃...접수했습니다. 멋진 꽃이네요.
로드무비님 / 장필순의 제비꽃, 어떤 노래일까 궁금한데요. 그 저작권 문제만 아니면 졸라보고 싶네요.
속삭이신님 / 요즘은 제가 자주 다니는 서재분들이 대부분 활동이 뜸하시거나 잠시 자리를 비우신것 같아 아쉽네요. 저 또한 잠시 비웠다 온 몸이지만....앞으로 또 더 정겨운 모습으로 뵐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님도 행복하시고...조만간 뵐수 있기를 바래요.
 

사무실에서 내 자리는 창가이다. 2층 창가인지라 옆으로 눈만 돌리면 은행나무가 보인다. 건너편의 회색빛 건물도 보이지만 오히려 무채색 건물을 배경으로 봄날의 은행은 더욱 푸르다. 봄날의 화려한 꽃들도 많지만 유독 은행이 눈에 들어온 것은 2층까기 뻗어올라온 높이와 푸르름 때문이리라.

몇년을 같은 자리에서 서성거렸지만 바보같이 오늘에야 알았다.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다 오늘 비로소 알았다. 은행잎이 새끼 손톱만하다는 사실을... 책갈피에 꽂아둔 퇴색한 은행잎으로만 남아있던 그 이미지가 오늘은 새롭다. 어허~ 저놈은 연두색이었던가! 저리도 작았던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듯 감탄사를 내뱉어 버리고 말았다.

미루나무 잎새만한 엽서에 연서를 띄워보내듯 새끼 손톱만한 잎새에 어떤 그리움을 띄워 보낼까나. 그리움도 퇴색하여 빛바래졌다. 오래된 책속에 잠든 바스러질듯한 노란 은행잎속에 담긴 새끼 손톱만한 그리움 한조각 건져올린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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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4-2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갸들도 한 때는 새끼손톱만치 어린 것들이었답니다^^ 곱지요? 색깔이...
아참...그리고 둥글레꽃 보셨는감요? 꽃 좋아하는 님들 생각하며 올렸더랬는데요 ^^;

icaru 2005-04-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가 자리... 참으로 축복받은 자리라 생각되는데요...(자리 주인한테 물어보면...흥! 하데요... 춥고덥고 한 자리라고...)

책갈피에 꽂아둔 퇴색한 은행잎으로만 남아있던 ....
"못견디게 보고싶은 영 으흐음~~ "

이써니 언니의 노래 "영"이 생각나누만요....

조선인 2005-04-2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창가자리에요. 그런데 창 바로 앞에 시커먼 건물이 올라가있어요. 흑흑

갈대 2005-04-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처럼 잎이 막 돋아날 때가 녹색이 가장 예뻐 보이더군요. 오늘 오후에 홀로 걸으면서 은행의 녹색빛에 취했더랬습니다.

미네르바 2005-04-2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이 때인 것 같아요. 저의 교실에서도 은행나무가 보여요. 창문 가득 은행나무에요. 저도 오늘 은행나무의 연두빛 잎사귀를 보면서 지난 가을의 노란 은행잎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몇 달 후면 손톱만한 저 잎사귀도 노랗게 변하겠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겠지...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1년이 그렇게 후딱 가네요.

2005-04-28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2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둥글레꽃은 못보았습니다. 이미지가 뜨지 않더군요.^^ 글만 찬찬히 읽다가 왔습니다.

복순이언니님/ "땅거미 등에 지고 창가에 앉아 풀꽃 반지 끼워주며 속삭이던 너" 이 노래 좋죠?^^ 뭐 창가자리는 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자리입니다.

조선인님 / 반갑습니다. 창앞에 시커먼 건물이라니...그래도 햇살은 따스하게 들어오지 않나요?

갈대님 / 은행의 녹색빛이 아직도 어색합니다. 노오란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크게 각인되어 있는지라... 그래도 올 봄은 녹색의 은행을 보게 되었네요.

미네르바님 / 이제 완쾌하신 모양이네요. 전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때는 여름인것 같아요. 신록... 그 푸르름이란....

속삭이신님 / 그 목련의 흐드러짐, 잘 알지요. 매년 봄에 목련을 만나면 그런 기분이 더한답니다. 바늘 꺼내다 인생 한구석을 꿰매어야 할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는 말씀, 깊이 공감이 가네요.

2005-04-28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9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4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올라온 금연관련 공지사항중 일부이다.

이것저것 생략하고....

4. 향후 운영관리
 - 단독 연기감지기에 의한 신호음으로 적발시
 - 1차 : 개별공고
 - 2차 : 각서 징구 및 CLEAN 정화 운동 참여 ( 금연 홍보 및 화장실 청소 )

적발시 화장실 청소란다. 고등학생 게시판도 아니고 회사 공지사항에 오른 내용치고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문구이다. 그 옛날 추억의 책가방을 위한 회사의 배려인지는 몰라도 한참을 웃었다.

부디 높디 높으신 양반들이 걸려서 타의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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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높디 높으신 양반들이 걸려서 타의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음하하하!!!!

sweetmagic 2005-04-2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높디 높으신 양반들이 걸려서 타의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히히히히 저도 동감 ~ ~!!


로드무비 2005-04-2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서 징구가 뭐죠?

진주 2005-04-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바라는 바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잉크냄새 2005-04-2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서 징구... 반성문이라기에는 너무 약하고 시말서정도 되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팀장급 이상 화장실 청소 돌입하면 필히 사진찍어 올릴께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4-2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발꾼 하나 키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저도 각서 징구 지금 배웠네요. ^^

Laika 2005-04-2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청.소..... 잉크님, 누군가 양복 입고 화장실 청소하시거든 바로 알려주세요...ㅎㅎ

잉크냄새 2005-04-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고발꾼은 연기 감지기랍니다.^^
라이카님, 저는 분명 아닐겁니다.^^

파란여우 2005-04-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로운 여인네들이 많은 댓글을 달아서 저는 읽고만 갈께요^^

미네르바 2005-04-2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높으신 양반님들 걸리지 않았나 봐요. 모두 긴장하고 있나요? 혹시라도 걸린 케이스 있다면 꼭 페이퍼 올려 주세요. 그러나 잉크냄새님이 걸렸다는 소식은 듣고 싶지 않네요^^ (화장실 청소하는 모습.. 상상하지 않게 해 주세요^^)

잉크냄새 2005-04-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로운 여인네들만 답글을 달아주시는군요. 아~ 그리고 전 걱정없습니다. 전 화장실 금연은 실천중이걸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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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4-2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훌륭하네요.^^

icaru 2005-04-2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외우면 절대 안 까먹겠슴!! ^^

sweetmagic 2005-04-2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하스피럴~ 시리홀~~~ ㅎㅎㅎㅎ

paviana 2005-04-2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정확한 제목이 무엇인요? 매우 훌륭하네요.

잉크냄새 2005-04-2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훌륭해서 눈물이 날뻔 했어요. 책제목은 한번 알아보죠.^^

Laika 2005-04-2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올라오면 주문이 쇄도하지 않을까요? ㅎㅎ
그런데, 전 왜 발음은 안외우고, 공포영화가 상상되죠? "병원 하수구에 피들이 고였다."

잉크냄새 2005-04-2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아마 섬찟하게 외우는 것이 효과가 가장 커서 그런가 봅니다.

진주 2005-04-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저는 중1때 <버드나무에 새가 운다>로 외운 기억이 가물가물 ㅋㅋㅋㅋ

파란여우 2005-04-2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왤캐 어렵대요?^^

미네르바 2005-04-2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영어 공부하면 되는 것을... 참 어렵게 공부한 것 같네요. 아니, 그런데 파란 여우님은 이것도 어렵다고 하시면??? (순간 여우님이 의심스러워졌어요^^)

잉크냄새 2005-04-2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따라 하세요.
하스피럴은 " 병원 하수구에 피덜이 고였다." 크게 두번씩 읽으세요.
 



한동안 잠잠하던 촌지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촌지를 정당화한 어느 교사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007 작전을 방불케한 촌지 수사가 이루어졌다. 촌지 교사 김봉두의 행동이 그냥 웃음으로 넘기기에는 이미 선을 넘어서고 만 느낌이다.

국민학교 4학년때 담임은 체육선생님이었는데 그 당시로 보아도 유독 부유한 집안의 학부모들과 교류가 잦았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넘어온 것을 직감한 것은 어느날부터 시작된 체벌때문이었다. 반장이라는 이유로 매를 들었고 체벌의 끝에는 항상 부모님의 방문을 단서로 달았다. 촌지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지만 그 불손한 기운은 감지하였던지 난 끝끝내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은 체벌로 교실에서 집으로 내몰린 어느날, 언덕에 핀 강아지풀을 애끚게 쥐어뜯으며 걷던 길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먹먹함은 어린 내가 감당하기에 다소 힘들었나보다. 그 길이 왜 그리도 서럽던지. 한낮의 그 길이 왜 그리도 어둡던지. 언덕길에서 바라본 덕장에서 일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그냥 돌아섰다.

침묵과 맷집, 내가 선택한 반항이었다. 4학년의 반항치고는 꽤 표독스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반년정도가 지난후 반장을 그만두면서 그나마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의 해방감과 안도감이란 이루 헤아릴수 없었다. 

누군가 어린시절의 상처가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하는걸 우연히 들을 기회가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똑같은 기억도 누군가에게는 한낱 추억으로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남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와 비슷한 경험인데 나에게는 추억이었고 그에게는 상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기억따위 낄낄거리며 떠들어대는 어리숙함과 뒤돌아서면 까먹는 무심함과 쉽게 상처받지 않는 단세포적인 사고에 깊이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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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5-04-2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국민학교 5학년 때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이전의 푸근하고 넉넉했던 선생님들과는 달리 도시에서 온 멋쟁이 여선생이었는데,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가 않더군요. 반장노릇과 가난의 공존이 힘들다는 걸 그때 어렴풋 느끼고 참 씁쓸했지요. 뭐, 작은 시골학교에 어울리지 않는 건 그 선생님이었으니 상처는 아니네요. ^^

Laika 2005-04-2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때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성적이 잘 나온 즈음에 담임이 엄마에게 괜히 감투를 씌우고 싶으신지..엄마를 보고 싶다고 담임 수업시간에 면담에 오실수 있는지 전화해 보라며 시간을 내주더군요...그래서 일층에 가서 학교 한바퀴 돌고는 전화 안받으신다고 말했죠.. 그 다음부터는 조용하더군요..

2005-04-20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4-20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저는...저기...그러니까,..부반장도 한 번 못하고 조장만 한 번 해봐서 그런가 촌지랑은 거리가 영 멀었어요^^;;

2005-04-20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4-21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상처들 하나씩 가지고 살지 않나요? 저도 공포스런 담임을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님, 전 여기서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 바꾸고 있어요. 알라딘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은 다들 참 훌륭하신데... 제게 영향을 준 선생님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실망스러웠을까요? 딱 한 사람 담임도 아니었던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은 나중에 사회에 나와 딱 마주쳤어요. 해직 교사가 되어 농성중이시더군요...
그런데 다행이군요. 님께는 상처라기보다는 추억이라 하시니... ^^

잉크냄새 2005-04-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촌지가 떠들썩하게 이슈가 될때마다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파란여우 2005-04-2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촌지얘기가 아무리 이 페이퍼의 주제라고해도 추천은 저 혼자만 했습니다. 으히히^^

미네르바 2005-04-2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촌지를 갖다 준 적도 한 번도 없고, 받아 본 적도 없으니 촌지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이나 상처도 없는 사람이 되었네요^^

잉크냄새 2005-04-2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의 추천에 감사드리고 미네르바님의 말씀에 역시 훌륭한 선생님이시구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