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 강연호 -

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
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
잠시 충동적인 살의가 내 발꿈치에 머문다
하지만 일용할 양식 외에는 눈길 주지 않는
저 삶의 절실한 몰두
절구통이 내 눈에는 좁쌀 한 톨이듯
한 뼘의 거리가 그에게는 이미 천산북로이므로
그는 지금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게 아니다
누가 과연 미물인가 물음도 없이
그저 타박타박 화엄 세상을 건너갈 뿐이다
몸 자체가 경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니겠는가
직립한다고 으스대는 인간만 빼고
곤충들 짐승들 물고기들
모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다 가는 것이다
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

-----------------------------------------------------------------------

-- <- 개미

신문지 앞에 들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건진 시 한수, 과감히 신문 한쪽을 부욱
찢음으로써 내 삶의 절실한 몰두를 이루었으되, 다음 타자의 깊은 시름에 빵꾸난
시름을 하나 더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경배를 짓밟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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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6-1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시름의 상황이었는지.. 상상이 되는데 그거 맞아요? ㅋㅋ
좋은 시 건지셨음다~

잉크냄새 2007-06-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달 밝은 밤에 긴 칼 옆에 찬 분이나, 천장등 아래 신문지 옆에 낀 넘이나,,,,그 깊은 시름 앞에서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그 시름 앞에서 읽는 시야말로 꿀맛이죠. 오죽하면 해우소라 할까나...ㅋㅋ

프레이야 2007-06-1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좋은 시를 결정적 상황에서 건지셨나 봐요. 제가 좀 업어갈게요.^^

겨울 2007-06-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당 있는 집이라 개미가 바글바글 한데요. 그 발발거리는 움직임은 늘 경이롭지요.
하지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닌다는 사람의 표현을 개미들은 싫어할 듯 해요.

파란여우 2007-06-1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름을 앓으면서도 시를 건지다니...존경합니다. 형님!ㅎㅎ
근데 잉크님,
새서재에서도 지붕이 그대로 따라와줘서 와 이리 좋은지요!(쫌 짤리긴 했는데)

플레져 2007-06-14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누군가 강연호의 시를 들려준 적이 있어요.
그 시가 뭐였는지는 생각이 안나는데... 슬픈 로망스였다는 느낌이 남아있어요.
그 시름이 저 시로 탄생한거군요. 시인이 시를 썼으나 독자가 읽음으로서 완성되나니...
좋은 시 감사해요.

잉크냄새 2007-06-1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 시름은 놔두시고 시만 업어가세요.^^
우몽님 / 어릴적 개미를 기르곤 하였죠. 유리병의 벽면을 따라 지어지던 개미집의 모습이 어찌 그리 신비하던지요.
여우님 / 왜 그러십니꽈! 누님. 서재지붕을 얹는 기능이 있네요. 기분 전환삼아 잠시 바꿔어볼까 합니다.
플레져님 / 그 시 기억나시면 알려주세요. 슬픈 로망스, 잡힐듯 하면서도 막연한 느낌이네요. 역시 시란 독자를 위한 여백을 남겨둬야 하나 봅니다.

춤추는인생. 2007-06-1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
시집은 처음은 보란듯이 열어젖힌 대문에 있지않고 사방으로 열려 있거나 닫혀져 있는 창들중에 있을 공산이 크다라고 말했던 시인의 강정의 말이.시란 독자를 위한 여백을 남겨둬야 한다는 님의 답글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어요.
님 서재 배경 아주 맘에 들어요.
확 트인 초원위에서 맘껏 달려보고 싶어져요 ^^

잉크냄새 2007-06-1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맞아요. 활짝 열린 대문이 아닌 창을 통해 바라보는 혹은 바라다보이는 삶은 분명 찬듯 차지 않은 여백을 가지고 있지요. 이 서재 배경, 맘에 드는데 서재 대문이 별로라 고민중이네요.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상에서 사람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구절을 꼽으라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대답해도 무방할듯 싶다. 그 구절이 지니는 철학적 의미를 떠나 실천적 측면에서 역설적으로 내포하는 실천 가능성 제로, 또는 제로에 가까운 희박함이 그 구절의 생명력을 이리도 늘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자기 자신을 아는 것만큼 힘든 일도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작가 본인이 스스로 밝혔듯이 젊은 시절 콤플렉스 덩어리라 불릴만한 이 독특한 여인이 여행을 통해 의식 저 아래에 깊숙이 감춰진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 어둠 속으로 조금씩 발을 들여놓는 과정이다. 아니 행위 주체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의 무의식을 의식 수준 만큼의 빛 속으로 꺼내놓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럼 무의식을 꺼내어 고추 말리듯 햇볕 속에 널어놓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가. 아마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반에 강한 심리적 저항에 부딪히리라 생각한다. 그 알수 없는 저항의 심리는 무엇일까. 바로 자기 부정이다. 암흑같은 심해에 깃든 무의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지금까지 무의식 자체를 철저히 포장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부정해야 한다는 고뇌에 빠진다. 자신을 부정하려니 그 치부를 빛 속에 꺼내어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 무의식에의 접근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자기 부정의 단계마저 뛰어넘는 초인적인 정신력? 창피함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철면피 정신? 너무 거창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자기 부정이 아닌 인정이 필요한 것이다. 무의식을 포장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도 결국은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삶속에는 양지와 음지의 야누스적 두 얼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차피 생은 어느 순간의 트라우마에 고착되어 사는 것일수도 있다. 그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애틋하게 바라보는 것, 그 순간부터 삶은 치유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 이제 소크라테스와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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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6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개의 공감 다음에 읽은 책인데,
읽는 동안은 쉽지 않았어요 마음이 좀 버거웠다고 해야 하나?
다 읽고 나니 후련하기는 했지만 재미나, 부담감면에선 천 개의 공감에
한 표를 던지고 싶어요 :)

겨울 2007-06-0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천개의 공감도 비슷한 건가 싶어 샀다가 엄청 실망해 버렸다는. 짧은 상담자료들인데 왜 그렇게 식상하던지. 대충 훑어보고는 휙 던져버렸어요.


춤추는인생. 2007-06-0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은 보지 않고 천개의 공감만 보았어요.
우리네 삶의 완성의 그 첫번째 걸음이 자기애가 아닐까 싶네요.
애틋해요.
쓰다듬어 주고 다독여줘야죠.^^

잉크냄새 2007-06-07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그죠. 저도 처음 읽을때는 맘이 불편하더군요. "아, 나의 이런 행동의 이면에 이런 음울한 심리가 있었던가" 하고요. 두번째 읽을때는 좀 편해지더군요.

우몽님 / <천개의 공감>에 대한 체셔님과 우몽님의 의견이 사뭇 다르네요. 저도 비숫한 류의 책일까 싶어 사지는 않았어요.

춤인생님 / 첫 걸음마가 자기애로군요. 그런것 같아요. 자기 내면의 양지와 음지 모두를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하물며 타인의 삶에 대한 시각이야 오죽하겠나요. 현대인들은 개나 고양이만 다독여주지 자기안의 아이는 다독여주지 않아요.^^

은비뫼 2007-06-08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정하지 않으면 치유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절감합니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

잉크냄새 2007-06-0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비뫼님 / 오랫만네요. 제가 항상 님의 좋은 서평에 감사하며 지내죠. 전 아직 인정하지 못하는, 인정하고 싶어도 본능적으로 부정하는 어떤 것이 제 삶의 치유를 막고 있네요.
 

언땅이 채 녹기도 전부터 쿵쾅거리던 중장기의 기계음이 초봄의 기분을 망치기에 충분했다. 초봄의 밭갈이부터 늦가을의 가을걷이까지 베란다 의자에 앉아 바라보던 정겨움이 올해는 없어질거라는 불안한 생각은 딱 들어맞는듯 했다. 다소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 비탈을 중장기들이 오고가며 평평한 대지로 탈바꿈하는 모습에서 얼마지나지 않아 들어설 회색빛의 아파트 단지를 상상하곤 했다. "에라이~ 이사가기 전까지 짓지 말지" 하는 다소 이기적인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근데, 어느날 아침 왁자지껄한 목소리에 잠이 깨어 떠들썩한 베란다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 이게 뭔 풍경이냐. 콘코리트 작업이 진행되리라 생각했던 그곳에 형형색색의 수건을 둘러쓴 할머니들의 모습이라니. 다시는 생명이 자라지 않을거라 생각한 그곳에 또 다시 씨가 뿌려지다니. 그곳에서 감자 하나 옥수수 하나 캐올 일은 없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던 풍경이었는데...뜻하지 않은 감개무량함에 다소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뭐랄까, 영원히 잃어버릴것만 같았던 풍경을 다시 찾은 기분이랄까. 들뜬 기분탓인지 바람이, 햇살이 그저 부드럽고 포근하게만 느껴지던 어느 늦은 봄날의 풍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란다 너머의 풍경은 이렇게 짙어지리라.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은 또 얼마나 싱그러울까. 방바닥을 너울대는 햇살은 또 얼마나 부드러울까>

 

<새벽녘 유독 안개가 많이 낀다. 몽환적 기분이랄까. 이른 새벽 안개속에 앉아 있으면 현실이 아닌 무릉도원에 온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안개속에서 유유자적 책장을 넘기는 호사로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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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6-0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래전 기억속에서 다시 쭈르륵 땡겨오는 사진입니다.
2004년도였던가...아직, 저 풍경이 그대로라니...고맙고 따듯합니다.
안녕, 잉크님 우리 이제 새로 지은 다가구셋집에서 만나야 하는건가요?^^
계속 잘 지내보아요

겨울 2007-06-0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사는 일시정지 상태인가요? 저 풍경 저대로 천년만년 바라볼 수 없다니 비극입니다. 고향 가는 길 푸른 숲 사이로 생뚱맞게 들어앉은 가든이니 모텔을 보면 정말 화납니다.

잉크냄새 2007-06-05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와, 대단한 기억력....년도까지 정확하네요. 올해 풍경이 왕창 바뀌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이랑을 일구고 씨를 뿌리더군요. 만세~

우몽님 / 글쎄요. 일시인지 영구인지 모르겠네요. 자꾸 줄어드는 자연을 볼때마다 기분이 좀 그렇죠. 전국 곳곳에 눌러앉은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을 볼때마다 "참 사람의 욕심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춤추는인생. 2007-06-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오는곳에서 책을 읽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요?
방바닥에 너울대는 햇살이라.... 아주 오래전 동쪽창에서 잠을 적시곤 하던 파란색 새벽빛을 저역시 잊지 못해요.. 그저 좋은곳에서 오래사시길. .. 공사가 중단되길 바란다면 너무 야속할까요 ㅎㅎ

icaru 2007-06-06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얍~ 잉 과장님... 초록의 시원한 전망 ^^
베란다에서 무진기행--하시겠네~ 시상이 절로절로...아니실까나..

잉크냄새 2007-06-0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누구나 가슴에 자신만의 풍경 하나쯤 품고 사나 봅니다. 님의 풍경은 파란색 새벽빛이군요.ㅎㅎ 아마도 이 땅을 밭으로 그냥 두지는 않을것 같네요.

이카루님 / 베란다에서 읽으면 금새 잠이 들어버려요. 자꾸 풍경에 한눈 팔게 되고요.ㅎㅎ
 

부스럭 부스럭 서랍을 뒤지다 훈련소 빛바랜 군인 수첩속의 일기를 발견하다. 희미한 백열등 아래, 달빛 아래 한자 한자 적어간 스물 세살의 소중한 기억이구나. 훈련소 초기는 바쁘고 힘들었나보다. 훈련소 마지막 열흘의 기록이다. 전우라는 단어를 이처럼 어색하지 않게 마구 쓰고 있었다니 왠지 쑥스럽기도 하다.

1993.3.31.수. 24:12

또 다시 불침번의 임무가 나를 깨운다. 꿈의 세계를 막 노크할 찰나 누군가 어깨를 치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지금은 불침번 근무중. 내무반을 왔다갔다 전우의 취침 상태를 조사 그 외의 별다른 일은 없다. 근무중에도 어김없이 나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고향 생각. 나의 모든 사랑하는 이들의 생각. 나는 완전한 군인은 되지 못하나 보다. 아직 향수를 잊지 못하다니. 사랑하는 사람들아. 나는 지금 이 순간 당신들의 꿈속을 왔다갔다 불침번 근무중인지도 모른다.

1993.4.2.금. 05:30

밤새 꿈에 시달리면서도 왠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전우들의 코 고는 소리에 동요됨이 없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있다. 그런데 가슴 한 구석에 숨어있는 답답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자고 있는 전우들을 바라보면 벌써부터 작별의 아쉬움이 엄습해오고 어서 끝나기를 바라는 훈련기간 속에서 나도 모르는 어떤 시간의 연장을 바라는 묘한 감정이 떠오른다.

1993.4.5.월. 02:17

심한 기침으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나다. 어제 한 전우가 폐렴으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며칠전부터 창백해보이고 힘들어했던 그의 모습이 선한데 격려와 위로의 말 한마디 못한 것이 죄스럽다. 진정 필요할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한 인간이 어찌 전우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 부끄럽다. 나도 걱정이 된다. 기침이 너무 심하여 가끔 엉뚱한 생각이 든다. 아무 일 없어야 할텐데. 지금 밖은 달이 무척 밝다. 달에게 전우의 회복을 빈다.   

1993.4.7.수. 23:12

잠을 자는둥 마는둥 뒤척이다 잠을 깨었다. 모두 잠든 내무반에 있으려니 조금 전에 세면장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3소대 어느 전우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던 다른 전우들도 모두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버님, 이 곳에서 어머님만큼 그립지는 않지만 고향에서 고생하시고 계신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가슴 아픕니다. 아버님, 불쌍하신 아버님. 오래 오래 건강하십시오.

1993.4.9.금. 02:44

지금은 동초 근무 중. 이 훈련소에서의 마지막 동초 근무가 될것 같다. 달빛에 의존해 글을 쓰면서 오늘 달이 밝은 것에 감사한다. 달빛에 실려온 추위는 내 몸을 휩싸고 전우가 피우는 담배는 빨갛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제 10분 가량 남은 시간. 솔직한 심정으로 기쁨보다 아쉬움이 크다. 때때로 인간의 시간 개념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달빛에 드러누운 나의 총 멘 그림자가 제법 군인티가 난다.

1993.4.10.토 04:29

지금 몇촉인지도 분간할수 없는 희미한 백열등 아래서 펜을 든다. 시간은 지나면 짧은 것인가. 벌써 훈련소의 마지막 날이다. 짧게 깍은 머리를 쑥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던 때가 어제같은데.  내 머리가 짧음을 잊고 산 지가 벌써. 오! 시간의 위대함에 경배한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정확한 시간 개념은 불가능한것 같다. 모두 잠든 전우들의 얼굴 속에 알지 못할 아쉬움이 피어난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르고 벌써부터 그리움의 꽃망울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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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7-05-2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얼마만의 과장님 페이퍼래요?^^ 희미한 달빛아래 한자한자 적어내려가는 스물셋의 군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요 .
잉과장님. 지금 듣고 싶은 노래 없으세요? 저는 갑자기. 잠못드는밤 비는 내리고가 너무 듣고 싶어졌어요. 그페이퍼읽을때 가슴이많이 아팠어요 저.

잉크냄새 2007-05-2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아, 그 페이퍼요. 훈련소에서 재검후 다시 끌려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듣던 노래였죠. 그날 밤도 비는 주적주적 내리고 참 참담한 심정이었는데, 비 내리는 밤, 얼차레 받느라 잠을 못잤다죠.^^ 이 노래 한번 올려줘요.^^

ceylontea 2007-05-2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갑자기 잉크냄새님.. 나이를 막 계산해버렸다는.. ^^
예전의 잉크냄새님은 여전히(?),, 그때부터 로맨틱하셨군요.. ^^

춤추는인생. 2007-05-2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건모-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사실 오늘 페이퍼에는 더 애잔한 음악이 어울릴듯 싶은데.

그래도 이노래. 님께는 남다른 추억을 가지신 음악이시니. 이곳에 올리고 갈께요



초봄에 비까지 왔으니 얼마나 추웠을까요.

그 스물셋의 군인은..


 

어떠세요?

 

이추억은 아름답고 재밌었다기 보다는

좀더 애틋해서 자꾸만 보듬아 주고 싶은 추억이 아니신지요^^



잉크냄새 2007-05-2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 음, 역시 추론하시는군요.ㅎㅎ 알라딘 서재에 둥지를 튼지도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니 시간의 관념은 역시 여기서도 어렵네요.

춤인생님 / 좋은 노래 감사드려요. 그래요 추억은 아름답던 고통스럽던 자꾸 보듬어 주어야죠. 그래야 먼 훗날 희미한 미소와 함께 떠올릴수 있을테니까요.

비로그인 2007-05-2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춤인생님하고 잉과장님하고 잘 어울리시는데 데이트 한 번 하심이;
3=3=3=3=3

stella.K 2007-05-2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이런 일기도 쓰셨다니...! 남자들 군대 얘기 떠벌릴 줄말 알았지 이렇게 쓰는 군발이는 없지 않을까요? 저도 갑자기 잉크님 나이가 궁금해졌다는...!

잉크냄새 2007-05-2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뜬금없으시기는^^... 노구를 이끌고는 짱구 엉덩이를 5개나 그리면서 뛰어갈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체셔님은 왠지 여전사 타입, 훈련소의 막강 여군 스타일일것 같네요.(뜬금없이 -,.-)

스텔라님 / 남자분들 군대 이야기 하는것 애교로 봐주세요. 그래도 푸르른 날에 2~3년을 보낸 곳인지라 아쉬움과 그리움과 분노와 허전함이 교차하는 미묘한 공간입니다. 김일성 때려잡으러 북한에 파견된 공작원 수준이라는 뻥만 아니면 그냥 웃어주세요.ㅎㅎ

겨울 2007-05-2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뜬금없이 다음 생은 기필코 남자로 태어나 군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비로그인 2007-05-2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유~ 제가 그런 스탈이었음 맘에 둔 남자 그냥 보쌈해버렸을걸요? ㅠㅠ...

파란여우 2007-05-2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읽으면 옛날 남친 생각이 나요...잘 살고 있다 하더이다..흐흐
그나저나 서재개편되면 잉크님의 저 아리따운 지붕이 사라질 위기에!
아유, 내가 저거 만드느라 한여름에 포샵질에 열공했었는데요. 다 까묵었으!!!

paviana 2007-05-2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이 만드신거였어요? 와 잉과장님이랑 너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93년에 제대하셨군요...그때 모하고 살았나 잠시 생각하다 갑니다..

잉크냄새 2007-05-2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몽상님 / 전 군대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먼저 생각하는지라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네요. 다음 생엔 군대가 뭔지도 모르는 세상이기를 바래야죠.^^

체셔님 / 보쌈했다는 소문이 훈련소에 돌던데요.ㅠㅠ

여우님 / 그러게요. 저 지붕 받은지 햇수로 3년이군요. 맞나? -,.- 참 오랫동안 빛바래가며 서재를 지켜온 지붕인데 사라진다니 왠지 아쉽네요. 어떻게 개편될지는 모르지만 모 싸이트의 알록달록 블로그 형식은 아니었음 합니다. 그저 사랑방 그 수준이 딱이죠.

파비아나님 / 93년 제대라니요. 훈련소라고 몇번을 말씀드렸는데. 훈련소와 제대의 차이는 무려 2~3년이나 난다고용!!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희노애락이 적절한 배합으로 항상 유지되어 삶의 긴장을 더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읽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구절, "고칠수 없다면 견뎌야 하는 삶" 이란 구절을 가끔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좀더 관조적인 삶의 시각이 아닌가 싶더군요.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는 것은 아니고 대략 일주일을 안읽으면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그러니 나름 좋아한다고 할수 있지요.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한평생을 살아가며 내가 가지고 경험할수 있는 삶의 풍경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제한된 풍경에 대한 간접 경험이라 할수 있겠지요. 타인의 시각, 타인의 풍경을 경험할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고 축복일겁니다.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 주로 정독하는 스타일이고 한번에 읽는것이 아까운지(?) 어느 정도의 분량을 정하고 읽습니다. 한달이라기보다는 일년 목표가 50권인 소박한 책읽기입니다. 그럼 한달에 4권이 되겠네요.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 주로 산문집을 많이 읽게 되는군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책에서 느끼는 타인의 시간과 경험을 소중이 하는지라 산문집을 주로 접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시집은 노력중입니다. 어느날 시가 내게로 파바박 다가오면 삶에 대한 좀더 넓은 안목이 생기지 않을까 싶더군요.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 타인의 삶과 풍경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 타인의 삶과 풍경 바라보기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아무래도 책읽기의 습관이 자리잡아야할 청소년기의 교육제도가 아닌가 싶군요.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책 자체에 대한 개인적 즐거움을 앗아간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입니다.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워낙 유명한 책이니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정된 공간속에서도 자기 논리에 빠지지 않고 바라보는 삶에 대한 관조적인 시각이 너무 매력적인 책입니다. 오직 인간에 의해서만 오호의 감정을 접하는 벌거숭이 수인의 삶이 그 분의 시각을 그렇게 발전시킨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냐 그림이냐의 문제지 잘 구성된 한권의 만화책이 주는 감동은 어떤 책에 비추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림으로 읽는 세상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 아무래도 저의 책읽기 습성상 문학쪽을 더 읽게 됩니다. 문학쪽이 더 깊고 넓은 삶의 모습을 품고 있지 않나 싶네요.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소비문학이라는 용어는 처음 듣지만 다분히 비하적인 용어 같네요. 그런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어떻게 품고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 전 각종 보고서, 공문, 품의서의 기안자입니다. 음하하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 그런 적은 없지만 만약 인생의 황혼 즈음에 제 개인의 산문집이나 시집을 한권 정도 만들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합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 역시나 신영복 교수님, 작가 김훈, 니어링 부부의 글이 좋더군요. 요즘은 제인 구달의 글이 가슴에 많이 남는 시기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 님의 글을 통해서 전 참 많은 삶의 경험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여물지 못한 영혼을 간직하기에 머리속에 각인된 풍경과 가슴에 각인된 풍경의 괴리감이 때론 저를 힘들게 하지만 어느 순간 제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풍경속에 제가 서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바램인데 제 삶도 누군가의 풍경이 될수 있겠죠. 그렇게 님의 풍경이 저를 통해 또 누군가의 풍경이 될수 있겠죠. 감사드립니다.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이카루님, 춤추는인생님, 은비뫼님, 내가없는 이안님, 우울과몽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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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참, 전 한 권의 책으로 성경책인데요,
두 번째로 추천한다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입니다.
제 인생의 작은 경전이라고나 할까요? :)

프레이야 2007-05-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 제인구달.. 저두요^^
님도 김훈을 좋아하시네요. 와, 춤추는인생님 바통 받으세요.

이잘코군 2007-05-0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 님 글에서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좋아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제가 아끼는 책 중 하나입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고비에 읽은 책입니다.

icaru 2007-05-0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제 했어요!!!!

잉크냄새 2007-05-0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저도 종교가 있다면 아마 성경도 상당히 좋아했을겁니다. 언뜻언뜻 읽어본 성경구절에 참 소중한 글귀들이 많더군요.
배혜경님 / 제인 구달의 글은 지금 <희망의 이유>를 읽고 있는데 어찌 그리 공감가게 글을 쓰는지 모르겠더군요.
아프님 / 님의 글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인생의 큰 고비에 경험하셨을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들,,,짐작켠대 오래도록 님의 향기를 더해줄것 같네요.
이카루님 / 숙제가 너무 짧아요. 너무 단답형이고,,, 다시 하세요.

춤추는인생. 2007-05-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영복 교수님을 실제로 뵌적은 없지만. 아마 만나면 제자신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점이 하챦게 느껴져서 고개조차 들지 못할것 같아요. 저도 신영복 교수님. 김훈 작가님 과장님덕분에 알게된 니어링 부부의 글을 좋아하지요.^^
지금은 막 나가야 할참이라서. 다녀온후 과장님이 내주신 숙제 마저 해놓을께요.!
기다려주세요.^^


stella.K 2007-05-1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잉크님다운 면모로군요. 관조와 잉크님은 잘 어울리는 조응 같습니다. 참 잘했어요. 도장 3개. 꽝꽝꽝~!

잉크냄새 2007-05-1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아, 그럼 저의 허접한 리뷰를 통해서 니어링 부부의 글을 만나셨나 보네요. 뭐랄까, 확실히 설명할수는 없지만 제인구달의 글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숙제 기다립니다.
스텔라님 / 영광스런 자리에 호명해주셔서 이렇게 숙제도 해보네요. 스텔라님도 도장 3개 꽝꽝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