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를 읽고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었던 사사키 조의 새 책이 나왔다. 미도리의 책장은 아직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는데 점점 미도리의 책장이 보관함에 쌓이는 듯. 이전의 <경관의 피>가 경찰 소설이었다면 이번에는 진주만 공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책. 저자가 쓴 한국어판에 즈음하여를 보니 아마 한국인도 등장하는 것 같은데, 소개가 소재이니만큼 뭔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듯. (뭐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의견도 있구나, 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사키 조의 새 작품(이라고 해도 1989년 작이니 근 20년 전의 작품)을 만나게 되서 반갑다.








갈 때마다 즐거워지는 블로그의 주인장 밥장님의 책. 책을 구매하고 인증샷을 찍어서 아트피버 홈페이지에 올리면 지구 끝까지 직접 사인한 엽서를 보내주신다는데 좀 탐난다 ㅎㅎ














얼마 전에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읽고 반한 이기호의 장편소설. 예전에 다음에서 연재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인터넷 연재는 거의 안 보는 편이라 책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제목에 있는 사과가 먹는 사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대신 사과를 해주는 '사과 대행'을 소재로 한 책이라고. 단편에서 느꼈던 기발함과 발랄함, 그리고 따뜻함이 장편에서는 어떻게 나타날 지 궁금하다.



그 외에 관심가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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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11-0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장님은 처음 뵙는 분인데 재미있는 이벤트를 하시네요 ^^

라로 2009-11-06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이매지님의 관심서적 잘 보고 있어요~. 저도 밥장님의 책이 혹 하는걸요~.^^

BRINY 2009-11-06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토로후발 긴급전, 읽어보고 싶었는데 나왔군요.

이매지 2009-11-0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 저 분 블로그 가시면 더 재미있어요 :)
나비님 / 관심서적 자주자주 올려야겠는데요 ㅎㅎㅎ
BRINY님 / 저도 기대하고 있는 책이예요 :)

... 2009-11-0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블러드 워크"를 포함해서 한바탕 지르자마자 사사키 조의 신작이 나온걸 보고 맘이 많이 아팠어요.. 이틀만 일찍 나오지, 어휴.. 게다가 할런 코벤의 <페이드어웨이>를 주문한지 이틀만에 <결백>이 나온걸 알았으니.. 안맞아요, 안맞아... 흑.

이매지 2009-11-06 19:13   좋아요 0 | URL
꾸엑. 다음 주문 때까지 아쉽지만 ㅠ_ㅠ
저도 이제 슬슬 지를 때가 온 것 같아요 ㅎㅎㅎㅎ
근데 쌓여 있는 책 보니까 차마 ㅠ_ㅠ
 
피아노 교사
재니스 Y. K. 리 지음, 김안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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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점가에는 영미권 이민 2세 작가의 책들이 유독 눈에 띄는 것 같다. 김연수 작가의 추천으로 관심이 생긴 줌마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을 비롯해서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제이디 스미스의 <하얀 이빨>,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소년>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이민 2세의 소설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말할 것도 없이) 점점 다문화 사회로 흘러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굳이 작가의 국적(혹은 이민 여부)을 따지는 것은 어쩌면 촌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민 2세 작가의 작품은 토박이(?)의 소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부모 세대가 가진 모국에 대한 문화를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소설은 제국주의적 색채에서 벗어나 좀더 객관적으로 제3세계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그런 점에서 오랫만에 만나는 한인 2세 작가 재니스 리의 <피아노 교사>라는 책에 관심이 쏠렸다. 

  2차 대전 시의 홍콩과 전후 홍콩을 오가는 이 책은 아쉽게도 한국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윌이라는 한 영국 남성을 중심에 놓고 1940년대의 포르투갈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국적인 전갈' 트루디와 1950년대의 남편을 따라 홍콩으로 와서 상류층 사회의 신기루를 갈망하는 '영국 장미' 클레어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등장한다. 10년의 텀을 두고 홍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자못 흥미롭게 진행된다. 제각각의 색깔을 자랑하고 있는 트루디와 클레어가 씨실과 날실처럼 이야기를 만들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 속에서는 트루디도, 클레어도 아닌 윌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랑, 배신, 전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지루할 틈이 없이 진행된다. 윌과 트루디의 정열적인 사랑도 클레어의 맹목적인(혹은 복종적인) 사랑도 모두 매력적이었지만 그들의 사랑보다도 내 눈을 더 끈 것은 전쟁으로 인해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전쟁통에 한몫 잡을 기회를 얻기 위해 변하는 모습도 그랬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자신의 변절을 정당화하거나, 그 당시 변절했던 사람을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인간의 본성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어서 꽤 흥미로웠다. 전쟁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님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전쟁은 단순히 건물을 파괴하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게 하기 때문에 아픔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쟁을 통해 본의 아니게 변해가고, 그렇게 변해가는 상대방을 용서할 수 없어 결국 자기 자신도 용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아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때때로 나는 이런 질문을 받는다.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한국인이 영국 식민지 시절의 홍콩에서 살았던 영국인과 중국인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런 질문에 나는 작가가 소설의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종종 주제가 작가를 찾아내기도 한다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처럼 그야말로 그녀를 찾아온 것 같은 주제. 재니스 리가 아닌 다른 작가였다면 윌, 트루디, 클레어의 이야기가 다른 식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재니스 리. 다음에는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책을 쓸 예정이라고 하는데 왠지 그녀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수키 킴의 <통역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일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피아노 교사>의 감상을 정리하며 코타로 오시오의 Twilight(黃昏)을 듣게 됐는데,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보니 눈앞에 세 사람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 같다. 애잔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격정적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열정적인, 그리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이 가을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얼마 전 방문한 재니스 리는 아쉽게도 직접 만날 수 없었지만, 글로 만난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감 있고, 누구보다 따스함을 가진 작가일 것만 같다. 이 책 덕분에 모처럼 출퇴근 시간을 꾸벅꾸벅 조는 대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 그리고 그녀가 아직 보여주지 않은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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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김연수 작가가 저랑 취향은 비슷한거 같아요 ^^*

"작가가 소설의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종종 주제가 작가를 찾아내기도 한다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 저도 이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요, 그녀뿐만 대부분의 이민소설을 쓰는 작가들 역시 두번째 경우가 해당된다는 걸 (특히 데뷔작의 경우엔) 그녀는 모르는 걸까, 잠시 생각했답니다. 그들에겐 찾아나서지 않아도 너무 절실하게 몸 안에 박혀버린 주제가 이미 있는 경우가 대다수 이던걸요..

이매지님의 리뷰를 보니 이 책을 빨리 읽어보긴 해야 할것 같은데... 휴.

이매지 2009-11-02 00:21   좋아요 0 | URL
김연수 작가와의 취향은 <그저 좋은 사람> ㅎㅎ
저도 그 책 어여 읽어봐야할텐데... 휴.

이 작품은 뭔가 절실하게 박혀버린 주제랑은 거리가 있었어요.
오히려 이민자로 갖는 고뇌(?)나 아픔이 덜했거든요.
그래서 한국인이 주인공이라는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지도 모르겠어요^^;

다락방 2009-11-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지금 읽고 있는데요 이매지님. 쉽게 읽히질 않네요. 책장이 넘어가는게 더뎌요. 그런데 다른분들 평을 봐도 아주 좋기만 하더라구요. 일단 끝까지 읽어봐야 겠어요. 흐음..

이매지 2009-11-02 09:44   좋아요 0 | URL
엇. 다락방님이 이 책을 힘들게 읽고 계시다니. 왠지 의외인데요 :)
뒤로 갈수록 점점 속도가 붙더라구요~
다락방님의 평 기대할께요~~

2009-11-02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2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3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3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9-11-0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궁금해요

이매지 2009-11-03 23:05   좋아요 0 | URL
궁금하다면 추천도 한 방! ㅎㅎ

미미달 2009-11-04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역사>였던가요. 또 읽고 싶어지네요. 정말 괜찮은 책이었는데...

이매지 2009-11-04 09:37   좋아요 0 | URL
통역사는 수키 킴 책이구요,
이 책은 재니스 리요^^
영국인이 주인공이라 영국 사람들을 직접 겪은 미미달님의 어떻게 보실 지 궁금한데요~ ㅎ
 
시냇물에 책이 있다 - 사물, 여행, 예술의 경계를 거니는 산문
안치운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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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펼친 신문에서 집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띈다. 다들 넓고 큰 집에 대해서만 말을 한다. 집과 삶의 질을 말하기보다, 집의 크기와 값에 대해서만 저울질한다. 서울에서도 강남에 있는 집의 크기와 값은 놀랍다. 삶이 휘청거릴 만큼 충격을 준다. 그럴수록 소박한 삶의 결은 빛을 잃는다. 만나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집에 대한 불경한 태도들이 삶을 온통 휘저어놓고 있다. 집의 건축적 성취가 삶의 성취와 관계없고, 집은 삶과 어긋나면서 같이 간다. 집이 집 같지 않고, 삶이 삶 같지 않다. 집과 삶은 서로 마주 보지 않는다. 집은 집이 아닌 헛집이 되고, 삶은 삶이 아닌 헛된 삶이 된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도시에서 개발되는 집들은 집이 아니라 상품일 뿐이다. -28쪽

꽃에도 불이 있다. 불에도 꽃이 있다. 노래는 불꽃과 같다. 노래는 부르는 것이되 듣는 소리이다. 노래도 불꽃처럼 빛나는 때가 있다. 말이 꽃처럼 피어나는 노래들은 다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노래에 따라 춤이 장식처럼 엉켜 붙는다. 춤추는 이들은 감추는 것도 억누르는 것도 없다. 노래하고 춤추는 자리에 혁명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좋았다. 그러나 제 스스로를 지키고 어울리기 위한 노래와 춤은 서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노래와 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것을 찾고 있었다. 노래는 노래로, 춤은 춤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채워주었다.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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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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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서 신선하다, 재미있다는 호평은 들어왔지만 어쩐지 계속 미뤄왔던 책. 첫 페이지를 넘기며 '아! 내가 왜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을까!'라며 한탄했다. 총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저마다 독특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얼핏 박민규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박민규보다는 좀더 현실적이고 사람 냄새가 느껴졌다. 

  첫 단편인 '나쁜 소설- 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이 소설을 접하게 되면서 책을 읽어줄 누군가를 찾아 방황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한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지라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너.무.나.도. 이해가 가서 몰입해서 읽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선물로 줄까하다가 이 책의 주인공처럼 방황할까봐 겁나서 나중에 선물해줘야지하고 미뤘다. 

  이어지는 단편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원주통신' 등등 "작정하고 '내' 이야기들을 좀 써보았습니다"라고 저자가 밝혔듯이 저자의 경험인 듯한 이야기들이 능청스럽게 등장한다. 그중 특히 매력적인 단편은 <수인>이었다.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대한민국이 사라진 상황.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사라진 상황 속에 소설을 쓰느라 처박혀 있던 소설가가 뒤늦게 나온 상황. 게다가 자신이 소설가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쓴 단 한 권의 책을 찾기 위해 시멘트로 봉쇄된 광화문 교보문고를 곡괭이로 조금씩 파들어간다는 이야기는 소설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작가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알찬 단편집.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정말 어딘가엔 이런 사람이, 이런 사건이 없을 건 또 뭐람, 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유쾌한 소설집이었다. 이 책을 읽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무려 두 달이나 묵힌 리뷰라니!) 아직도 각각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이기호라는 작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굳이 쓰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리뷰를 굳이 남기지 않았는데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이 책이 떠올라 리뷰를 써야 겠다는 강한 의지(?)가 들어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소설집. 조만간 출간될 <사과는 잘해요>와 아직 읽지 않은 <최순덕 성령충만기>나 에세이 <독고다이>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독자를 웃다가 울다가 들었다 놨다하는데도 하나도 얄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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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 인조실록 - 명분에 사로잡혀 병란을 부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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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광해군까지 읽고 인조는 너무 읽기가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그래도 언젠가는 견뎌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단단히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 어느 때보다(심지어 선조 때보다도 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한 장 한 장 책을 넘겼다.

  김훈의 <남한산성> 때문에 정묘호란은 다시 주목받았다. 하지만 <남한산성>이 남한산성에서 명분이냐 실리냐를 놓고 다투는 사건에 주목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좀더 폭넓게 '인조'라는 임금에 대해 보여준다. 왜 그들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는지, 왜 그들은 삼전도의 굴욕을 겪어야 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은 치욕을 설욕하지 못했는지 등 원인과 결과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반정으로 광해군을 쫓아내고 왕위에 오른 인조. 그의 모토는 '광해군과는 다르게'였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주변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조건 광해군과 다르게 나아간 그의 행동을 조선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명나라는 멸망하지만 조선은 그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명을 상국으로 숭상하며 그것이 '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과 같은 소국에게 필요한 것은 의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중립외교'였다. 결국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삼배구고두라는 치욕을 당하지만 치욕은 딱 거기까지다. 인조는 와신상담을 통한 설욕을 꿈꾸기보다는 그저 오랑캐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만 하며 다시 평온한 생활에 빠져든다. 책에서도 나온 것처럼 '진정 치욕을 치욕으로 여기고 설욕을 꿈꾼다면 왕실이나 종친들, 훈실들, 나아가 양반들이 가진 갖가지 특전을 개혁해 재정을 확충한 다음 그 재정으로 굶주리는 백성을 먹여 인심을 수습하고 군대를 모아 훈련시키고 무기를 장만해야 했다. 아울러 지난날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강구했어야 설욕까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치욕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생각은 언제나 생각만으로 남았다'.

  역사에 '먄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만약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조선은 어떤 방향으로 변했을까? 청의 문물을 경험하고, 성리학만이 길이 아니라 좀더 현실적인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소현세자가 왕이 됐더라면 조선은 좀더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됐을 지 모른다. 물론, 저자도 책에서 밝혔듯이 왕 한 사람의 개혁 의지만으로는 부족했을 지 몰라도 최소한 경직된 조선 사회에 하나의 충격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인조라는 아이러니한 이름. 그 이름처럼 인조 대는 차마 웃지 못할 이야기 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이전의 책보다 사료를 인용한 부분이 믾아서 텍스트가 많아진 느낌은 있었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나 날카로움이 있어서 그리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모쪼록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인조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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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으론 그 어떤 것도 이룰수 없다는 걸~~
나오는대로 사서 아이들만 보고 나는 한권도 제대로 읽은 게 없어요.
읽어야지 하면서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지요.ㅜㅜ

이매지 2009-10-26 17:4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어여 읽으세요~
한 권 한 권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예요 -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