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에 책이 있다 - 사물, 여행, 예술의 경계를 거니는 산문
안치운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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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펼친 신문에서 집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띈다. 다들 넓고 큰 집에 대해서만 말을 한다. 집과 삶의 질을 말하기보다, 집의 크기와 값에 대해서만 저울질한다. 서울에서도 강남에 있는 집의 크기와 값은 놀랍다. 삶이 휘청거릴 만큼 충격을 준다. 그럴수록 소박한 삶의 결은 빛을 잃는다. 만나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집에 대한 불경한 태도들이 삶을 온통 휘저어놓고 있다. 집의 건축적 성취가 삶의 성취와 관계없고, 집은 삶과 어긋나면서 같이 간다. 집이 집 같지 않고, 삶이 삶 같지 않다. 집과 삶은 서로 마주 보지 않는다. 집은 집이 아닌 헛집이 되고, 삶은 삶이 아닌 헛된 삶이 된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도시에서 개발되는 집들은 집이 아니라 상품일 뿐이다. -28쪽

꽃에도 불이 있다. 불에도 꽃이 있다. 노래는 불꽃과 같다. 노래는 부르는 것이되 듣는 소리이다. 노래도 불꽃처럼 빛나는 때가 있다. 말이 꽃처럼 피어나는 노래들은 다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노래에 따라 춤이 장식처럼 엉켜 붙는다. 춤추는 이들은 감추는 것도 억누르는 것도 없다. 노래하고 춤추는 자리에 혁명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좋았다. 그러나 제 스스로를 지키고 어울리기 위한 노래와 춤은 서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노래와 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것을 찾고 있었다. 노래는 노래로, 춤은 춤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채워주었다.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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