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미 1, 2권을 통해 백만 가까운 독자들을 울고 울렸던 MBC FM4U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인기 코너인『그 남자 그 여자』, 그 세 번째 이야기를 펴낸다.

1권의 테마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 이야기’, 2권의 테마 ‘일곱 도시 일곱 색깔 러브스토리’에 이어 신선한 새 작가가 음악도시의 이름을 빌어 써내려간 3권의 테마는 ‘사랑에 대한 다섯 가지 감각 레시피’이다. 사랑을 할 때 마음보다 먼저 열리는 것이 우리의 오감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다섯 가지 감각이 아닌가, 해서 기획된 이번 책의 주제는 그 예민한 사랑의 촉수다.

참 빤한데, 그래서 참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닥칠 때마다 행할 때마다 헤매게 되는 그 사랑에 대해 이 책은 작은 속삭임으로 일러준다. 네가 그럴 때 네 남자는 그래, 네가 그럴 때 네 여자는 그래… 『그 남자 그 여자』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일화와 그 때 빚어지는 소소한 남녀의 감정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녹음기로 반복 재생하듯 정확하게 끄집어내주는 사랑의 실전 교과서에 다름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가르치는 교재가 아닌, 보여주고 들려주는 자상한 안내서 같다고나 할까. 결국 사랑은,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맞는 말을 찾아가는 여정이니까 말이다.

전편들과 달리『그 남자 그 여자 3』은 순수화가의 그림으로 보다 고급한 일러스트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 세 사람’이란 코너를 만들어 같은 상황, 같은 시간을 함께 겪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에 또 다른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사랑이 변하는 건 따지고 보면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나 결별에서 빚어지기에 아프지만, 사랑은 또한 상처에서 피어나는 꽃이기도 한 까닭이다. 엽서 크기의 삽지에서 오랜 사랑의 여운을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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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2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어제 사무실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자니 이소라의 음악도시가...퇴출당한 듯 하던걸요..시간을 옮긴 걸까요...그시간에 박명수가 호통을 치고 있더군요..

비로그인 2006-04-2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ㅎㅎㅎ 명수가 호통을 ㅎㅎㅎ

이매지 2006-04-2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 흐음. 그런가요? 전 라디오 들은지가 워낙 오래 되서^^;; 근데 음도라면 청취율도 나름 잘 나올텐데 퇴출이라니.
나를 찾아서님 / 호통 방송은 졸릴 때 들어야 하는건데 말예요 ㅋㅋㅋ
 


우리 방언에 대한 책 두 권. 앞에 있는 국수~는 경상도 방언을 뒤에 있는 책은 제목처럼 전라도 방언을 다루고 있다. 두 책 모두 어려운 문법으로 방언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특성, 어원, 문화 등을 살펴보는 책. 방언론 시간에 문법적인 것들에 너무 집중했던 수업때문에 다소 질리긴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크지 않은 한 나라 안에서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말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꽤 재미있게 느껴졌었다. 이제는 시험 걱정 없이 편하게 방언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진주귀걸이소녀나 퍼플라인과 같은 명화를 소재로 한 책들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독자에게 재미를 준다. 이 책은 스페인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 중에 한 명인 벨라스께스의 '궁녀들'을 소재로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들이 진행된다. 궁녀들이라는 그림이 워낙 유명해서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출판사 이름에 눈이 번쩍했다. '북스페인'이라니. 스페인 작품들을 이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단 말인가 !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페인 문학은 그렇게 많이 소개가 되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생각나는건 바람의 그림자, 돈끼호테 정도?) 앞으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음 좋겠다. 그나저나 손을 놔버린 스페인어 공부는 언제 다시 할 수 있으려나.
 
이와 비슷하게 램브란트의 말년 행적을 소재로 삼고 있는 역사 스릴러 소설인 램브란트 블루도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할 듯.

황경신의 책은 사실 그렇게 깊이가 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잡지 페이퍼의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이미 여려권의 책들을 냈는데 책을 접할 때마다 깊이는 제끼더라도 감성적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들에 실린 짧은 소설들을 이 책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듯. 275쪽이라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 스무 편의 이야기와 사진이 실려있다고 하니 정말 가볍게 가볍게 읽을 수 있을 듯한. 파란색 표지는 슬픔=블루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듯 싶다.


사랑에 대한 짧은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 벌써 세번째 책이 출간됐다. 1권은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이야기란 부제로, 2권은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일곱 도시 일곱 빛깔 러브스토리로 이미나 작가의 글을 실었다면 이번에는 작가를 바꿔 '음악도시'란 작가명으로 '사랑에 대한 다섯 가지 감각 레시피'를 수록했다. 미각, 시각, 촉각, 청각, 후각의 이야기들을 수록해 시시콜콜한 우리네 사랑이야기를 담은 책. 이 또한 가볍게 읽기엔 괜찮은 책일 듯. 끄덕끄덕 고개도 끄덕이며 사랑이란 이런거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도?





내가 전적으로 믿는 일본의 문학상인 '나오키상'의 수상작인 '살다'를 포함하여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실린 책.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일본 문단에서 대표적인 시대소설 작가로 꼽히는 사람이라고. 가볍지만은 않을 듯한 느낌이 표지에서부터 물씬 풍긴다. 실제로 생활고에 못 이겨 딸을 사창가에 판 아버지의 이야기, 출세를 위해 헤어진 여자와의 재회를 그린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고. 삶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파페포포 시리즈를 지은 작가 심승현의 신간. 언제나 그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파스텔 톤의 색감도 색감이지만 어렵지 않게 진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게 마음에 든다. 어렵지 않기때문에 책에 대해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듯.





흔히 우리는 위대한 세종대왕이라고 그를 칭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한글을 만든 분. 이라는 것 정도. 그에 대한 이야기도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이나 교과서에서 접한 정도고. 그가 어째서 뛰어난 왕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지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인간 세종, 정치가 세종, 학자 세종, 국방 외교 전략가 세종 등으로 나뉘어져 각 부분별로 그의 모습과 당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 듯 하다.




서평단 소식이 올라오자마자 좋아라라고 냅다 신청했는데 떨어져버렸다. 다른 책에 비해서 더 보고 싶었던 책이기때문에 실망이 컸다랄까. 두껍긴 하지만 생각보다 가격도 비싼 편이라서 아마 사서 보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엄청나게 관심가지만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보는 수밖에. (아아. 가난한 학생이여) 고미숙의 책들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재미도 있을 뿐더러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소재들도 관심가는 부분이 많아서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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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4-22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비와 전사 보고싶어서 서평단 신청했다가 떨어졌어요. 사실 이게 제일 보고싶은 책이었는데.... ^^

이매지 2006-04-2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고배를 마시셨군요. ㅠ_ㅠ 흑흑. 저도 최근에 올라온 서평단 서적 중에 가장 관심가서 신청했던건데. 하긴 뽑히신 분들보다 떨어진 분들이 많으니 위안으로 ㅠ_ㅠ
 



  이야기는 조용한 숲 속 마을에 요리 레시피가 하나씩 하나씩 없어지며 시작된다. 숲에서 가장 뛰어난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할머니를 걱정한 레드(빨간모자)는 레시피를 보호하기 위해 산을 넘어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기껏 고생 끝에 할머니 집에 도착했지만 벌써 늑대가 할머니로 변장하고 있었고, 빨간모자와 늑대가 싸우던 중 갑자기 도끼를 든 한 남자가 창문으로 날아들어온다. 이런 사건 속에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각각의 증언을 들으며 진실을 찾게 되는데... 과연 레시피 도둑도 잡고, 사건의 진상도 파악할 수 있을까.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빨간 모자가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뭐 '빨간모자, 알고보니 늑대와 공범' 뭐 이런 식의 비틀기랄까.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빨간모자는 다소 당돌한 소녀로 등장할 뿐이다. 되려 빨간모자의 할머니의 정체가 그나마 좀 신선했다랄까.

  많은 사람들이 예고편을 보고 '슈렉'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두 영화 모두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동화비틀기를 그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슈렉의 유머 강도가 성인들에게까지 먹혔다면 빨간모자의 유머 강도는 어린이 수준. 추리 애니매이션이라는 장르는 신선했지만 내용은 그렇게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영화는 기존에 우리의 머릿속에 있던 캐릭터(노쇠한 할머니, 친절한 빨간모자, 험악한 늑대와 같은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나름의 노력은 했지만 각각의 캐릭터로 봤을 때는 괜찮다싶은 캐릭터들을 모아놓으니 영 어색한 조합이었다랄까. 어쨌거나 시도는 신선했지만 결과물은 그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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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4-1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핫 이거 보셨군요. 재밌을거 같은데.

이매지 2006-04-1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재미없었어요 ^^;

아영엄마 2006-04-19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아이는 낄낄낄 거리면서 보더군요. 스토리 자체보다는 각 캐릭터의 우스꽝스러운 행동 같은 것이 웃음을 주는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이매지 2006-04-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중간 우스꽝스럽기는 했는데 그냥 그걸로 끝이라서 다소 민망했다랄까. 차라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훈성있는 만화였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

세실 2006-04-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재미없군요. 아이들이 보길 원해서 가긴 가줘야 할텐데.....

이매지 2006-04-1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코멘트로 미뤄보건데 아이들은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싶기도-
그래도 지루하거나 졸립지는 않으니까 아이들이랑 함께 가보셔요^^

비로그인 2006-04-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진짜 진짜 보고 싶었어요~!!!ㅎ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김훈 첫 소설집 『강산무진江山無盡』 출간!

그는 글을 써서 ‘밥을 버는’ 사람이다. 신문에서, 잡지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그의 글을 보아왔다. 그러나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받기 전까지, 그는 우리에게 ‘소설가 김훈’은 아니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 우리 시대의 문장가’가 그에게 따라붙던 수식어였다. 1995년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펴낸 바 있고, 1998년 『한 모금의 당신』을 연재하다 말았지만, 에세이스트가 소설을 쓴 것이었을 뿐, 그는 소설가는 아니었다.
그런데 2001년, 그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니, 그 안에 숨어 있던 소설가 김훈을 발견했다. 그리고 첫 소설을 발표한 지 11년 만에 우리는 그의 첫 창작집을 만나게 되었다.

그가 첫 단편 「화장火葬」을 발표한 것은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고도 2년이 지난 2003년 5월이었다. 나이 어린 동료 직원에게 연정을 품은 초로의 사내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당신’이라고 감히 발음하기도 어려운 그녀. 뇌종양인 아내의 병수발을 하는 동안에도 원피스 옷깃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빗장뼈와 그 위로 드러난 푸른 정맥에 사내의 마음은 수줍게 떨리기만 하고, 아내의 빈소를 찾아 절을 하는 추은주의 완연한 몸매에도 그는 어쩔 줄을 모른다. 병들고 시들어가는 인간의 몸에 대한 적나라하고 섬뜩하리만큼 리얼한 묘사들이 돋보였던 이 첫 단편으로 그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단편을 발표하고도 1년 6개월이 지난 2004년 겨울에야 그는 두번째 단편을 발표했고, 이듬해 5월에 발표한 「언니의 폐경」으로 다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첫 단편을 발표한 지 꼭 삼 년 만에 첫 창작집 『강산무진江山無盡』이 출간되었다.
여전히 ‘소설가’로 불리길 수줍어하는 그는 자신을 ‘자전거레이서’라 불러달라 하지만, 이제 그는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지 오 년 만에 세 개의 문학상을 거머쥔 온전한 ‘소설가’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열어볼 독자들은 아마, 벌써 다음 창작집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세속 도시의 네안데르탈인


이전의 장편소설들에서 원형적 이미지로 사유되던 속절없는 세상의 풍경은 이 소설집에 이르러 세속도시의 일상적인 디테일을 획득하고 현대성의 구체적인 한 표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는 『강산무진』에 등장하는 현대인들의 표정으로부터 오히려 호모사피엔스의 등장과 더불어 인류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을 발견한다. (……)『강산무진』은 이 현대의 네안데르탈인들이 세속도시를 견디고 기어가며 부유한 흔적이다. 하나의 생이 넘어진 곳에 다시 다른 생이 시작되고, 또다른 생과 더불어 한 번도 예기치 못했던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그렇게 보자면 이 소설집은 당대를 배경으로 한 인류의 영원한 삶의 풍속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소설집의 끝에서 시간의 유장한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류의 원형질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강산무진』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 ‘자연’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신수정(문학평론가)

한국문학은 어느 틈엔가 김훈이 있어 풍요로워졌다. 그의 문장으로 소설이 완성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의 행보를 한참 관망했는데 그가 「언니의 폐경」을 써내자 아, 정말 소설가가 되어버렸구나, 아쉽고 즐거웠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서는 한치의 물러섬 없는 완고한 격렬함과 끝도 없이 물러서는 허무한 흔들림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그 둘은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서로를 집요하게 묘사해가며 자신들의 삶을 대변할 한 문장의 말을 찾아간다. 그리하여 홀로인 것 같던 개별자들의 고독한 삶은 그의 손길을 거친 후엔 어느덧 새 의미를 부여받아 존귀하고 참다워져 있다. 그 과정을 탐독해가는 일은 결국은 무(無)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꽂혀 있는 ‘항로표지’를 응시하는 일이기도 해서 항상 기대되고 긴장된다.
신경숙(소설가)

이 책에다가 제가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겠습니까? 그러게요. 병이란 사람 몸에 피는 꽃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산다는 게 죄다 그렇게 제 몸 안에 꽃피우는 일인가 봅니다. 앓는 일이라는 게 이토록 아름다운 일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자기 몸에 꽃피우고 이 풍진 세상 건너가는 사람들 얘기 읽으며 저도 조금 병들었습니다. 치명적입니다. 저와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수(소설가)


수록작품 발표지면
_배웅 ----------------『바자』 2006년 3월호
_화장火葬 ------------『문학동네』 2003년 여름호 | 2004 이상문학상 수상작
_항로표지航路標識 ----『창작과비평』 2005년 겨울호
_뼈 ------------------『문학동네』 2006년 문학동네 봄호
_고향의 그림자 -------『현대문학』 2005년 1월호
_언니의 폐경 ---------『문학동네』 2005년 여름호 | 2005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_머나먼 俗世 ---------『문학동네』 2004년 겨울호
_강산무진江山無盡 ----『내일을여는작가』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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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책들은 내게 있어서 어려운 숙제를 만드는 일과 같다.
그가 가진 연륜때문인지 그는 결코 가벼운 글을 쓰지 않는다.
날카롭고, 무덤덤하고, 시원하고, 그렇지만 어려운 글들을 쓴다.
때문에 난 그를 좋아하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그런 거리감같은걸 느낀다.
얼마 전, 현대문학강독시간에 교수님께서 언니의 폐경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라고 했다던데.
많은 수의 아이들이 굉장히 헉헉거리면서 읽었다고. (나는 그 전해에 들어서 다른 과제였다만.)
그 얘길 듣고 나만 어려워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왠지모를 안도감이 들었다랄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기존에 이미 발표되었던 단편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여기 저기에 흩어져있던 그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보다는 작가 개개인의 소설집을 좋아해서 이 편이 더 좋다.

어쨌거나,
늘 선뜻 다가서기엔 어려운 김훈이지만,
다시 한 번 그와의 교감을 만들어봐야겠다.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일지언정, 지겹다고 버릴 수는 없는 작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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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사토시군 하나만 믿고 덥썩 개봉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영화는 포스터부터 "사토시가 나옵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다. 정작 영화를 들여다보면 일상적인 하루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가고 있는 영화인데 포스터때문에 깜빡 속아버렸다랄까.

  이야기의 주축은 대학원때문에 교토로 이사를 간 마사미치의 집들이이다. 그 곳에서 마사미치의 7명의 친구들은 주거니 받거니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오락을 하기도 하고, 술에 취해 친구의 머리를 댕강 잘라놓기도 하며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한편, 다른 곳에서는 14미터나 되는 고래가 해변으로 올라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고, 건물 중간에 낀 사내가 등장하기도 한다. 뉴스에서 한 번쯤은 접해봤음직한 그런 이야기들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일본영화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괜찮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을듯. 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사소한 사건을 가지고 질질 끌듯이 영화를 만드는 듯한 구성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지겨워죽겠네'라고 느낄 것 같다. 다만, 일본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던간에 영화에서 제시하고 있는 '오늘'의 의미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오늘과 내일의 경계는 자정. 하지만 단순히 시간으로 오늘과 내일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뭔가 찜찜하지 않은가. 개개인에게 있어서 연속되는 날들이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오늘의 의미를 찾아보는 일은 이 영화가 내게 준 하나의 과제랄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비슷한 내용의 영화를 생각하고 봤다면 글쎄, 다소 실망하지 않을까. 되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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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6-04-18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볼 때 마다 느끼는거지만 어쩜 저리도 귀여울꼬.
'조제와 호랑이 -' 에서 캐릭터 정말 맘에 들었삼. ! ㅋㅋㅋㅋㅋ

이매지 2006-04-1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캐릭터는 비슷한 것 같은데 포스터처럼 단독 주인공은 아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