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 이안 맥켈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 원작 소설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1
미치 컬린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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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부터 기다려온 셜록홈즈 트리뷰트, 그 첫번째인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이 이제사 출간되었다. (사실 이전에 나온 <셜록홈즈의 유언장>이 가장 먼저 나온 셈이긴 하지만.)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왔기에 기대가 컸던 것인지 생각보다는 밍밍한 느낌에 아쉬움이 남았다. 

  93세의 홈즈. 이제는 쌍지팡이에 의지해 움직이며, 양봉을 낙으로 삼는 그가 바라는 것은 그저 조용하고 건강한 생활뿐. 로열 젤리가 자신의 건강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그의 주변에는 그의 일상을 기록해줄 왓슨도, 형인 마이크로프트도 이미 세상을 떠나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벌들과 가정부, 그리고 그의 아들인 로저만이 그의 고독을 달래준다. 지금도 홈즈를 잊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끊임없이 사건에 대한 의뢰도 들어오지만 그는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절감하며 무던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우연히 다시 읽게된 자신이 남긴 미완의 한 편의 원고. 원고를 읽으며 그는 잊지못할 한 여인과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적북적한 베이커가를 떠나 석세스에서 조용한 날을 보내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펜팔(?)을 하던 일본인과 함께 히로시마 일대를 여행하는 이야기, 그리고 은퇴하기 전 맡았던 하나의 사건에 관한 이야기. 앞의 두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지만 마지막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이라 전체 이야기와 하나인 듯 아닌 듯한 느낌을 얻으며 읽어갈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기대했던 것은 다시 한 번 셜록 홈즈가 노병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퇴색은 됐을지라도 여전히 건재한 셜록 홈즈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셜록 홈즈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노쇠해져버렸다. 일상이 주는 지루함에 습관적으로 했던 마약도 끊고, 시니컬한 태도도 없어진 셜록 홈즈의 모습은 어쩌면 노년의 셜록 홈즈에게서 볼 수 밖에 없었던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나의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셜록 홈즈의 모습은 많이 퇴색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왓슨에 대한 애정과 그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괜찮았던 작품. 이래저래 극적인 이야기가 없었던 점이 아쉽지만, 어쩌랴. 그게 늙어간다는 것이니. 셜록 홈즈의 마지막 사건에 대해, 그리고 그의 노년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그를 다시 만나봄이 어떨까 싶었다. 앞으로 더 나올 셜록 홈즈 트리뷰트들도 빨리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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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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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에 봤을 때는 독특한 표지(화면보다는 실제가 낫다.)와 함께 두께에 압도됐는데, 정작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니까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책이었다. 1992년 '까치글방'에서 한 번 출간된 적 있는 책으로 번역을 손봐 다시 출간된 것으로 도나 타트의 데뷔작이다. 현재 영화 판권이 기네스 펠트로의 남동생인 제이크 펠트로에게 넘어가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고 나니 영화로 만나는 이 책은 어떨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고전을 인용하기를 좋아하고, 그리스어, 라틴어 등을 일상 대화에 녹여 사용하는 햄든 대학교의 고전어과 학생들. 뭔가 현실과는 동떨어져보이는 이들의 틈에 캘리포니아에서 가족으로부터 도망치듯 햄든으로 온 리처드가 끼어들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 그리스어에 의외로 매혹된 리처드는 본격적으로 고전어학과 수업을 수강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찾아간 고전학과 담당 교수인 줄리언 모로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이 (겨우 다섯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아 받아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고전어학과 학생들의 논쟁에 끼어들어 능력을 인정받아 고전어학과에 등록하게 된다. 다른 곳이었다면 절대 얽히지 않았을 다섯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된 리처드. 겉으로 보기엔 모두 리처드를 배려해주지만 리처드는 알게모르게 소외감을 느끼며 생활한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리처드는 친구들과 한 배에 올라타게 되는데...

  미스터리로 따지자면 이 책은 도서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철저히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여지고 있는 이 책을 읽노라면 왜 그 인물을 없앨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처음에는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그들을 둘러싼 첫번째 비밀이 밝혀지고, 리처드와 그들 사이에 놓여있는 장벽이 무너지며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강둑이 무너지며 서서히 공포가 밀려온다.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공범이 되어버린 화자는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그렇다고 멀리서 수수방관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끊임없이 죽은 친구의 환영에 시달리게 된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이들은 경찰이나 FBI의 수사망이 아닌 자신 마음에 존재하는 '추억이라는 불리는 유령'과 살아가는 현실에 서서히 파멸해간다. 

  사실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첫 번째 사건의 경우에는 비현실적이라 모호하게 그려지고, 두 번째 사건의 경우에는 그저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뿐 화자 스스로가 언급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애초에 모든 범죄가 공개되고 범인도 알고 있기에 반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단순히 사건 자체만 두고 본다면 꽤 밍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글을 읽어가게 만드는 것은 치밀한 심리 묘사이다.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혹시나 사건에 대해 섣부르게 입을 열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혹시나 경찰이 눈치채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이들은 끊임없이 긴장하게된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술이나 마약, 수면제 등에 의지해보기도 하지만 그들의 불안과 공포는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 간에 균열이 일어나 서서히 무너져내려가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책을 읽고 있는 내게도 어떤 불안감이 생겨 내가 책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이들과 함께 서서히 공포에 질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한 몰입감과 대화로 인한 빠른 전개. 그리고 책을 넘길 수록 조금씩 조금씩 더 조여오는 정신적인 압박이 인상적이었던 책이었다. 이런 책을 데뷔작으로 쓴 작가라면 다른 작품들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단순히 사건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까지도 모두 공범으로 만들어버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덧) 전체적인 내용은 마음에 들었지만, 몇 군데 번역상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다. 예를 들어, 대화 부분에서는 구어체와 문어체가 섞여있었고, 홈즈와 왓슨에 대해서 언급할 때는 홈스와 웟슨이라고 표기되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뭐 홈스, 웟슨 정도는 그럴 수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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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추리소설이라 흥미가 가네요.
이매지님 크리스마스네요. 즐거운 날 되세요. ㅎㅎ

이매지 2007-12-25 20:53   좋아요 0 | URL
가해자라고 하기도 뭐하고 공범자라고 하기도 뭐한 화자라서
오히려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
바람돌이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맥긴티 부인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심윤옥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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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피해자들이 대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니 어떻게 보면 미천한 신분의 인물들의 죽음이 살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마 이 책에서 처음 본 듯. 게다가 포와로도 이 작품에서는 은퇴해서 여유로운 나날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으로 나와서 재미를 더해줬다. 평소 포와로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미운 정이라도 든 건지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의 잘난척에도 피식하고 웃어주는 일까지 생겼으니, 평소 포와로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평화롭고 작은 마을. 그 곳에서 이 집 저 집 파출부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맥긴티 부인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집 근처에서 훔쳐간 돈이 발견된다. 모든 상황은 하숙인인 한 남자를 향하고, 달리 누명을 벗기고자하는 의욕도 없는 남자는 감옥에 들어가 재판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가 진짜 범인일까라는 의심을 품은 스펜서 총경. 자신과는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봐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포와로를 찾게 된다. 처음에는 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포와로도 흥미가 생기기도 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먼저 왜 맥긴티 부인이 살해되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포와로는 그녀가 최근 잉크 한 병을 샀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의 유품 가운데 오려진 신문을 발견한다. 오려진 부분을 조사한 결과 맥긴티 부인의 죽음은 오래 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의 범인과 관계가 있음을 알게되고, 조금씩 진범을 찾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사건의 진실이 범행 동기가 밝혀짐에 따라 풀어지는 듯 했지만, 오히려 더 꼬이는 결과를 낳는다. 맥긴티 부인을 둘러싼 사람들 가운데 과연 누가 오래 전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혹은 그들의 자식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물망에 오르며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해져간다. 범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 여러 겹의 베일을 차츰차츰 걷어내며 포와로는 결국 진실을 찾아낸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보다는 포와로가 겪는 일들, 그리고 평범한 피해자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더 흥미로웠다. 워낙 작은 마을이다보니 머물 곳도 마땅찮아 외풍도 심하고, 음식도 시원찮고, 어지럽기 그지없는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포와로. 그 집에서 조사를 했기 때문에 어쩌면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는 동안 포와로는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한 듯. 피해자의 경우에는 워낙 비천한 신분이라 그런지 그녀의 죽음 앞에 그녀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어리석게 돈을 집에 숨겨놔서 그렇다고 오히려 비판하는 사람들도 등장하는데, 살해당한 맥긴티 부인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자신이 만든 덫에 빠진 것이긴 했지만. 

  워낙 의욕없는 비호감의 용의자가 등장하는데, 그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포와로와 스펜서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파면 팔수록 복잡해졌지만, 오히려 의외의 결과를 찾아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크게 뛰어난 점은 없지만 애거사 크리스티의 여느 작품들처럼 중간 이상은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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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동서 미스터리 북스 5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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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즈음에 이 책이 기타노 다케시가 출연하는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얘길 들었기에 이왕이면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한 번 읽어봐야지하고 생각했는데 책의 두께때문에 왠지 부담스러워 미루고 있다가 드라마가 방영된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다. 읽기 전에는 <점과 선>이라는 하나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점과 선>, 그리고 <제로의 초점>. 이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먼저 표제작인 <점과 선>은 요정의 한 여급과 한 공무원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사(情死)로 보이는 사건이라 마무리하려했지만, 한 베테랑 형사(도리가이 주따로)가 죽은 남자에게서 나온 식당열차의 1인분 영수증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마침 죽은 남자는 한참 비리 관련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기관의 인물이라 경시청이 관심을 갖게 되고, 주따로는 경시청의 미하라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한다. 이에 뭔가 범죄의 냄새를 맡은 미하라는 조사를 시작한다. 이에 너무나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 한 남자가 수사망에 오르고, 그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미하라는 발로 뛰기 시작하는데... 

  너무나 단단해보이는 알리바이. 하지만 그 알리바이는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오히려 미하라의 의심을 산다. 증거, 증인 모든 것이 갖춰진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알리바이를 깨려는 미하라의 노력. 그리고 마침내 알리바이가 깨졌을 때의 통쾌함. 사실 이미 많은 추리소설을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이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트릭일 수도 있겠지만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가 막힌다. 이래서야 모든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추적할 때는 1분 단위로 재야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딱딱 맞아떨어졌던 이야기. 책을 읽고나니 드라마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갔을지 궁금해졌다. 2편짜리 스페셜 드라마치고도 긴 러닝타임(거의 3시간 가량)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언제 시간내서 한 번 볼만한 가치는 있을 듯. 

  두 번째 작품인 <제로의 초점>의 경우에는 이제 갓 중매결혼을 한 여자가 등장한다. 몇 번 만나지도 않고 결혼을 해버린 탓에 남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이 없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뒤,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은 그쪽에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떠난다. 하루 이틀,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지만 남편에게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러던 중 도착한 한 장의 엽서. 언제 돌아오겠다는 짤막한 내용만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말한 날이 되어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이에 남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남편이 일했던 지방으로 떠난다. 그리고 남편과 관계된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보지만 남편을 찾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사건의 중심부에 다가가면서 한 명씩 목숨을 잃기 시작한다. 감춰진 범인의 존재가 서서히 그림자처럼 드리워지는데...

  <점과 선>에 비해 길이는 긴 편이었지만, 사건의 중심부로 향해가면서 점점 포위망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전후 별다른 죄책감없이 먹고 살기 위해 양공주가 되는 것을 택한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경우와 다르지 않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이 사회로부터 받아야 할 비난 또한 비슷한 것이테니. 일본과 같이 경제적, 도덕적 혼란을 겪었던 우리 정서에도 잘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의 과거를 남편의 실종을 통해 하나씩 알아가는 아내의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애정이 부재하기때문인지 의외로 분노나 실망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에서는 실종된 사람이 남편이기 때문에 찾는 것이 아니라 남편을 둘러싼 의문을 해소하고 싶어서(그러니까 자기 만족을 위해) 조사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두 작품 모두 사회파 추리소설의 요소는 갖추고 있지만 그 요소들이 대두하기보다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맛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범인의 행동에 대한 불만도 물론 있었지만. 이전에 <모래그릇>을 읽으면서도 마츠모토 세이쵸에게 빠졌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한층 더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에는 많은 작품이 소개된 편이 아니라 이제 남은 거라곤 <너를 노린다>정도라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운대로 마츠모토세이쵸 스페셜 드라마라도 보며 달래야할 듯. 

 
 덧) 번역된 지가 오래된 건지 읽는 내내 일본어 외국어 표기법이 계속 껄끄럽게 남았다. 특히 '도꾜'는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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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7-12-0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추리소설을 별로 읽지 않았을 때 접한 책이어서 신선했어요. 추리소설에도 지역에 따라 문화적 특색이 있구나 하고 기묘한 느낌이 들었지요.

이매지 2007-12-03 11:18   좋아요 0 | URL
영미계 추리소설도 괜찮은 작품들이 많지만,
일단 우리 정서(?)에는 일본 추리소설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영미계 추리소설이 스케일이 큰 편이라면
일본 추리소설은 스케일은 크지 않아도 꼼꼼한 느낌이랄까.
같은 일본추리소설이라도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구요. ㅎ

덧) 냐오님 바뀐 이미지 귀엽네요 :) 저와는 천적? ㅎㅎ

2007-12-03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늘의 계절> 서평단 알림
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서평단 도서로 읽은 책입니다"

  <종신검시관>으로 처음 만났던 요코아먀 히데오의 또 다른 작품. 마츠모토 세이초 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총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각각의 단편들의 배경은 모두 같은 현경이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도 있고, 그들이 겪는 일 또한 출세와 알력다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다룬 옴니버스식 이야기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책이었다. 

  첫 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그늘의 계절>에서는 인사이동을 맞아 한참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듯 머리를 굴리고 있는 인사과의 후타와타리가 등장한다. 안 그래도 정신이 없는 후타와타리에게 퇴직한 간부인 오사카베가 암묵적으로 3년으로 정해진 협회의 전무이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오사카베를 찾아간 후타와타리는 오사카베가 단순히 직함을 위해서 버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게되지만 통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오사카베의 속내를 알아내기 위해 후타와타리는 분투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그 이유를 알아내는데... 

  두번째 이야기인 <땅의 소리>에는 감찰과에서 근무하는 신도가 등장한다. 원래대로라면 관내의 서장을 하고 있었을 테지만 위 수술을 한 뒤 잠시 요양삼아 감찰과에서 일하고 있는 그에게 만년 경시인 소네 경시가 술집 마담과 깊은 관계라는 고발서가 도착한다. 내부 고발이라고 생각한 신도는 내부고발자를 찾아내기 위해 소네 경시에게 원한을 가졌을 법한 인물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소네의 주변을 조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소네에게 동정심을 갖는 신도. 이 번이 소네가 승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그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드러난 진실 앞에 신도는 망연자실하는데...

  세번째 이야기인 <검은 선>은 몽타주를 빼어나게 잘 그리는 여경 미즈호가 출근을 하지 않고, 그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여경 담당 계장인 나나오 도모코가 뛰기 시작한다. 소매치기를 몽타주를 통해 검거한 후 신문에도 대문짝만하게 기사화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뻐해야할 미즈호의 실종. 그리고 좀처럼 평소 미즈호와 어울리지 않는 증거들. 과연 미즈호는 왜 실종된 것일까?  

  마지막 이야기인 <가방>에서는 경무부 비서과에서 의회 담당을 하고 있는 쓰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정기 현의회를 앞두고 의원들이 현경을 상대로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쓰게. 그런 그의 귀에 한 의원이 폭탄 질문을 할 것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어떻게든 그 폭탄 질문을 파악하기 위해 쓰게는 노력하고, 결국 의원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마지막 선을 넘고 만다. 과연 의원의 폭탄질문은 무엇이었을까? 

  각각의 이야기들은 경찰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승진을 위한 보이지 않는 다툼, 음모를 다루고 있다. 기존에 경찰을 다룬 작품들은 대개 경찰을 한 사건을 담당하는 인물로 그리며 각각의 인물보다는 사건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작품은 사건 자체도 경찰에 대한 것이었지만, 본질적으로 경찰 그 자체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경찰이라고 해서 일반인인 독자와 동떨어져있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과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잘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었다. 내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남을 서슴없이 짓밟는 모습. 이것은 비단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이다. 한 번쯤 남에게 이용당해본 사람이라면, 혹은 악의를 품은 사람을 대해봤다면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의 처지가 더 이해가 되고,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전체적으로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들이었지만 특히 세 번째 작품인 <검은 선>은 얼마 전에 봤던 드라마 '얼굴'과 같은 내용이라 비교적 친근감있게 볼 수 있었다. 원래 원작이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새삼 글로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책 날개에 보니 <얼굴>도 조만간 출간된다고.) 물론 책 속에서 그려지는 미즈호의 이미지와 '고쿠센'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버린 나카마 유키에의 이미지와는 잘 매치가 되지 않긴 했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은 이게 두 번째인데 인간적인 면을 가진 주인공을 그리면서도, 적당한 긴장과 재미를 아우르는 역량이 뛰어난 듯 싶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벌써 드라마로 만들어졌더라.) 제법 얇은 책이고, 각각의 단편들도 그리 길지 않아 빠른 호흡으로 읽어갈 수 있었던 책이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더할 수 있었던 책.


덧) 드라마 '그늘의 계절'의 스틸 컷.

松本清張賞受賞作品「陰の季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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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12-0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실한 서평이에요^^ 잘 봤습니다.
저도 하나 당첨된게 있는데, 아직 안썼어요 ㅋㅋ

이매지 2007-12-02 19:04   좋아요 0 | URL
하핫. 감사합니다 :)
쥬베이님이 당첨되신 책은 어떤 책일까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