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 이안 맥켈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 원작 소설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1
미치 컬린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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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부터 기다려온 셜록홈즈 트리뷰트, 그 첫번째인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이 이제사 출간되었다. (사실 이전에 나온 <셜록홈즈의 유언장>이 가장 먼저 나온 셈이긴 하지만.)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왔기에 기대가 컸던 것인지 생각보다는 밍밍한 느낌에 아쉬움이 남았다. 

  93세의 홈즈. 이제는 쌍지팡이에 의지해 움직이며, 양봉을 낙으로 삼는 그가 바라는 것은 그저 조용하고 건강한 생활뿐. 로열 젤리가 자신의 건강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그의 주변에는 그의 일상을 기록해줄 왓슨도, 형인 마이크로프트도 이미 세상을 떠나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벌들과 가정부, 그리고 그의 아들인 로저만이 그의 고독을 달래준다. 지금도 홈즈를 잊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끊임없이 사건에 대한 의뢰도 들어오지만 그는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절감하며 무던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우연히 다시 읽게된 자신이 남긴 미완의 한 편의 원고. 원고를 읽으며 그는 잊지못할 한 여인과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적북적한 베이커가를 떠나 석세스에서 조용한 날을 보내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펜팔(?)을 하던 일본인과 함께 히로시마 일대를 여행하는 이야기, 그리고 은퇴하기 전 맡았던 하나의 사건에 관한 이야기. 앞의 두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지만 마지막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이라 전체 이야기와 하나인 듯 아닌 듯한 느낌을 얻으며 읽어갈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기대했던 것은 다시 한 번 셜록 홈즈가 노병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퇴색은 됐을지라도 여전히 건재한 셜록 홈즈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셜록 홈즈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노쇠해져버렸다. 일상이 주는 지루함에 습관적으로 했던 마약도 끊고, 시니컬한 태도도 없어진 셜록 홈즈의 모습은 어쩌면 노년의 셜록 홈즈에게서 볼 수 밖에 없었던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나의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셜록 홈즈의 모습은 많이 퇴색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왓슨에 대한 애정과 그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괜찮았던 작품. 이래저래 극적인 이야기가 없었던 점이 아쉽지만, 어쩌랴. 그게 늙어간다는 것이니. 셜록 홈즈의 마지막 사건에 대해, 그리고 그의 노년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그를 다시 만나봄이 어떨까 싶었다. 앞으로 더 나올 셜록 홈즈 트리뷰트들도 빨리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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