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긴티 부인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심윤옥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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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소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피해자들이 대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니 어떻게 보면 미천한 신분의 인물들의 죽음이 살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마 이 책에서 처음 본 듯. 게다가 포와로도 이 작품에서는 은퇴해서 여유로운 나날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으로 나와서 재미를 더해줬다. 평소 포와로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미운 정이라도 든 건지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의 잘난척에도 피식하고 웃어주는 일까지 생겼으니, 평소 포와로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평화롭고 작은 마을. 그 곳에서 이 집 저 집 파출부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맥긴티 부인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집 근처에서 훔쳐간 돈이 발견된다. 모든 상황은 하숙인인 한 남자를 향하고, 달리 누명을 벗기고자하는 의욕도 없는 남자는 감옥에 들어가 재판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가 진짜 범인일까라는 의심을 품은 스펜서 총경. 자신과는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봐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포와로를 찾게 된다. 처음에는 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포와로도 흥미가 생기기도 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먼저 왜 맥긴티 부인이 살해되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포와로는 그녀가 최근 잉크 한 병을 샀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의 유품 가운데 오려진 신문을 발견한다. 오려진 부분을 조사한 결과 맥긴티 부인의 죽음은 오래 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의 범인과 관계가 있음을 알게되고, 조금씩 진범을 찾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사건의 진실이 범행 동기가 밝혀짐에 따라 풀어지는 듯 했지만, 오히려 더 꼬이는 결과를 낳는다. 맥긴티 부인을 둘러싼 사람들 가운데 과연 누가 오래 전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혹은 그들의 자식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물망에 오르며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해져간다. 범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 여러 겹의 베일을 차츰차츰 걷어내며 포와로는 결국 진실을 찾아낸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보다는 포와로가 겪는 일들, 그리고 평범한 피해자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더 흥미로웠다. 워낙 작은 마을이다보니 머물 곳도 마땅찮아 외풍도 심하고, 음식도 시원찮고, 어지럽기 그지없는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포와로. 그 집에서 조사를 했기 때문에 어쩌면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는 동안 포와로는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한 듯. 피해자의 경우에는 워낙 비천한 신분이라 그런지 그녀의 죽음 앞에 그녀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어리석게 돈을 집에 숨겨놔서 그렇다고 오히려 비판하는 사람들도 등장하는데, 살해당한 맥긴티 부인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자신이 만든 덫에 빠진 것이긴 했지만. 

  워낙 의욕없는 비호감의 용의자가 등장하는데, 그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포와로와 스펜서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파면 팔수록 복잡해졌지만, 오히려 의외의 결과를 찾아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크게 뛰어난 점은 없지만 애거사 크리스티의 여느 작품들처럼 중간 이상은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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