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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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요.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는걸요."

 

p.63

"번드르르한 말처럼 사악한 마약은 없어. 촌구석 술집년을 베네치아 공주처럼 느끼게 만들지. 그리고 나중에 진실의 순간이 오면, 즉 현실로 되돌아오면 말이란 부도수표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 .네 미소가 나비보다 더 높이 난다는 말보다 술주정꾼이 주점에서 네 엉덩짝을 치근덕거리는 게 천만번 낫지."

베아트리스가 펄쩍 뛰었다.

"나비처럼 '번진다'고 했어요."

"난다고 하든 번진다고 하든 그게 그거야. 왠지 알아? 말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야. 허공에서 사라지는 불꽃놀이일 뿐이라고."


p.106

"장모님은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삼켜버리잖아요. 글이란 음미해야 하는 거예요. 입 안에서 스르르 녹게 해야죠."

 

p.152

"좀 어떠세요, 선생님."

"죽어가고 있어. 그 외에는 별일 없지."
....
                                                   
“이봐 편안히 죽을 수 있게 절묘한 메타포 하나 읊어보게.”

 

 

 

 

 

 ---------------+++++++++++++++++

 

오늘은 월요일이다. 어제의 초기 감기가 오늘은 중증으로 넘어가다. 어깨가 뻐근하고, 눈이 피곤하고, 계속 재치기를 한다.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 같지 않다.

이 말을 네루다와 네루다의 친애하는 친구 전임(?) 우편 배달부 마리오가 쓰던 메타포를 실어 표현해 볼까?  ‘온 세상이 다 무언가의 메타포’라고 한다면 말이다.
 
‘뻐근하다’나 ‘피곤하다’ 대신 ‘감기 도깨비가 어깨 위에서 작신작신 작두춤을 춘거 같다.’ 거나, ‘콧속에서 솜털들이 끊임없이 코 속을 간질거리고 있다.’, ‘귀에 전화 수화기를 달았다. 제자리에서 30바퀴 돈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흠냐.... 썩 훌륭하지는 않으나, 재미는 있다.
단조롭고도 골골거리는 인생이 갑자기, 넘실넘실 신명이 난 느낌도 든다.
 
난 이 책이 왜 좋으냐 하면, 메타포가 사라졌다고 하는 이 시대에, 내 속에서 아직 시를 읽을 수 있는 터럭의 희망을 끄집어내 주어서이다.

학교 다닐 적에, 난생 처음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에 익듯 외우게 된 첫 시는 김남조의 ‘겨울 바다’였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김남조의 겨울 바다는 암기식으로 소화해야 할 수많은 입시 문제 시 목록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계기는 열 몇살 적에 치렀던 어떤 시험에서 낭패를 보고, 우연히 찾아든 그 해 어느 날의 겨울 바다에서였다. 그 시가 내게 그렇게 들어왔다. 그 바다를 보면서 나는 매운 해풍에 진실마저 얼어버리고, 보고 싶던 미지의 새들은 이미 죽고 없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나는 나의 이 바보스러움에 통탄해 마지않고 있지만, 언젠가 이것을 두고 나에게 필요한 통과 의례였을지도 모른다는 이해의 폭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면서. 시인의 말처럼 시간이 나를 가르쳐 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시가 말하는 그 현장에 찾아가서 나를 시인의 메타포 속에 대입해 놓고 보니, 비참함 속에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것이었다.
시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꽃 한 송이가 가장 밑바닥을 은은하게 훑는 것.

네루다가 부인 마틸다를 위해 쓴 시를, 마리오가 도용했다고,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화를 내자, 마리오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이것이 시의 힘이고, 네루다의 힘이기도 하고, 시의 효용이기도 하다.  시를 알고 나자, 마리오는 정말 똑똑하게 말을 한다.~ 어느 자리에서건 겁내지 않고!!!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가 그립다는 네루다의 부탁에 따라, 마리오가 녹음을 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도 그랬다. 그 녹음에는 종소리,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벌집의 윙윙거림 등 네루다에게 시상을 떠올려 주던 자연의 소리가 주로 담겨 있다. 그리고 원하는 소리를 얻지 못해 욕설을 하는 마리오의 인간미가 실린 소리도 담겨 있다.

졸업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해를 더하면서, 더 이상 시집을 들춰보지 않는 나의 모습에 익숙하지만, 이제는 음, 그러니까 예전에 읽던 시집들을 다시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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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았을 때,,, 식은땀이 이마에 촉촉하던 우편 배달부 마리오...역의 마시모 트로이시가 자기 역할 분의 촬영분을 먼저 찍고,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자신의 예정된 짧은 나머지생을 이 영화를 위해 아낌없이,,,늘 그래왔듯이 임하고,,, 가는 자의 모습.

 

..지구촌 영화계는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한 배우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화제의 순교자는 이탈리아 영화 '우체부'(Il Postino)에서 열연한 마시모 트로이시(41).

심장병을 앓아 온 그는 10주간에 걸친 '우체부'의 촬영을 끝낸 다음 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 세상을 떴다.

지구촌 영화인들이 그의 죽음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이클 래드포드감독의 '우체부'가 올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부상하면서 부터.

'우체부'는 이탈리아의 한 섬으로 망명한 칠레의 공산계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평범한 우체부의 따뜻한 우정을 축으로 전개된다.

네루다가 섬에 도착한 이후 우편물이 늘어나자 임시로 고용된 우체부가 시인의 도움을 받아 詩의 오묘한 세계에 몰입하고 결국에는 대시인에게도 감동을 주는 수준에 이른다는 스토리.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온 트로이시는 심장병 때문에 하루에 1-2시간 정도 밖에 일할 수 없었으며 1미터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고 한다.

젊어서 부터 심장병을 앓아 온 그는 93년 심장 판막 교체수술을 하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등 매우 병약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의 수척한 모습과 연민을 자아내는 눈빛이 관객들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인도하는 이 영화 '우체부'는 아름다운 풍광과 민속음악까지 어우러져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그의 촬영현장에는 심장병 전문의 2명이 항상 대기했으며 응급상황에 대비해서 산소텐트도 설치됐다. 게다가 그의 얼굴이 정면으로 나오지 않는 장면 등 거의 절반을 대역으로 처리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촬영은 진행됐다.

트로이시의 사망소식에 접한 래드포드 감독은 "그의 건강이 아주 나빴던 것은 사실이나 만약 영화를 찍지 않았더라면 아직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우체부'는 올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있는데 할리우드 영화계는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절규와 속삭임'(Cries and Whispers)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작품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을 주목하고 있다.

소품에 머물 가능성도 없지 않았던 '우체부'가 하루 아침에 시선을 끌게 된 것은 디즈니계열로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미라맥스의 절묘한 전략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관계자 들은 평가하고 있다.

미라맥스는 영화와 관련된 판촉물을 유력인사들과 팬들에게 보내는 통상적 방법 대신에 영화의 바탕이 된 동명의 소설(안토니오 스카메타著, 85년 출간)의 판촉전에 나서 3만부를 팔았다. 또 네루다 시집도 2만5천부나 팔아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카데미영화제 심사위원들에게는 네루다의 시를 유명인들이 녹음한 CD와 함께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를 우송했다. 또 제작사가 외국어영화상 분야에 기한내에 미처 출품하지 못했다고 밝혀 아예 작품상 후보에 지명해 달라는 무형의 압력을 가했다.

미라맥스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아카데미상 규정에 따라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나 그래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아마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일약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의 후보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비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트로이시의 주검과 관련된 이야기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예년에 비해 뚜렷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홀연히 타난 '우체부'가 올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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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3-2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를 봐야 되는디, 복순 낭자 리뷰 읽고 나니까 [일 포스티노] 또 보구 싶잖아욧? =333 고뿔 걸린 걸 두고 '인생이 갑자기 넘실넘실 신명이 난 느낌'이라니, 저도 그 기분 알만 합니다. 그러곤 혼자 실실 쪼개며 무슨 대단한 우스갯소리라도 생각해낸 것처럼 웃곤 하죠. ㅋㄷㅋㄷ 그려도 감기 빨리 낳으시길... 아, 나도 감기나 좀 앓아 봤으면...^^

잉크냄새 2005-03-2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부러운 것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가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시인이 될수는 없겠지만 시인이 던져놓은 여백속을 유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있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3-22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지금 읽으려고 옆에 놔둔 책들 중 하나예요. 님 유머러스한 리뷰를 읽고 나니 얼른 읽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그런데 감기 앓으셨어요? "귀에 전화 수화기를 달았다. 제자리에서 30바퀴 돈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이거 참 보기드문 훌륭한 시로군요. ^^

2005-03-22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 님...건강체질이시군요? 저는 떡대는 딱 건강체질인데 어후.......뼈가 골았나봐요..골골이에요.. 님도 저랑 같은 꽈시군요...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혼자 재밌어하고... 흐흐.. 참...검색한 거는 뭐 좀 수확이 있으셨어요?

잉크냄새 님...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라는 마리오의 말에 동감하신다는 거지요? ^^

이안 님..그렇지않아도...님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ㅋ... 어느 분 글의 댓글에선가 읽었거든요~ 민음사 문학 선집 저...시리즈는 저 저게 처음이었거든요~ 님의 리뷰에서...거미여인의 키스도 같은 출판사의 선집이었지요? 아, 저 그리고 저 시리즈 중에 '고도를 기다리며' 를 사놨는데... 뭐...언젠가는 읽어지겠지 함서요~

속삭이신 님 그렇지요~ 그런 걸 보면, 작가의 글과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닮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작가의 얼굴에서, 저는 여유 같은 걸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얇은 책이지만, 오래오래 두고 썼을 거 같은 느낌... 그리고 님 고마워요 ^^

비로그인 2005-03-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건강 체질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이에요. 키, 몸무게, 시력 때문에 군대도 면제 받았는 걸요. ㅋㄷㅋㄷ 어릴 때 좀 많이 아파서 그런지 커가면서는 병원에 가본 적이 거의 없네요. 대학 때는 환절기만 되면 감기도 앓고 했는데, 요즘엔 감기 걸려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

검색한 건 수확이 조금씩 보이네요. 오늘은 타피올라 합창단 홈피를 찾아냈습니다. 우헷. 이 합창단은 핀란드 합창단인데, 어린이 합창단까지 있고 음반도 여러 장 발표한 걸로 봐서 유럽 특히, 핀란드 국내를 비롯해 스웨덴 등 북유럽이랑 프랑스까지 활동이 아주 활발한 것 같습니다. 다운 받아둔 사진 한장 올릴게요. 파란 사제복이 인상적이죠. 핀란드 하면, 리눅스의 펭귄을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 타피올라 합창단까지 떠오르겠네요. ^^;;


 

 

 

 

 

 

 

 

 

 

 

 


2005-03-22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 님...노획물을 제게도 전해 주시다니... 고마워요~ 소년 아니고...파리가 아니고...그 둘이 아닌....소녀 십자가 합창단 쯤??!! ... 저도요..핀란드 하면 자이리톨을 떠올렸건만... 파란색 긴 원피스(?)의 라피올라 합창단도... 껴줘야겠다..
속삭이신 님...님 요즘 골몰하는 일 있으신가 버당... 네루다와 마리오가...읽어달라 아우성이구만요~ 님은 저 책의 리뷰를 어케 쓰실지 그게 또 가장 궁금코만요~ 그리고....아휴~ 제가 고맙지요~ 항상요~~!

2005-03-2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4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5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3-2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크아..이걸 리 마리오 식으로 발음한다면..갑자기 김치가 먹고 싶어지겠죠? 전 개인적으로 모든 수사중에서 은유를 가장 으뜸으로 칩니다. 매우 자의적이고 때론 인간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하쟎아요.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싯구를 대할 때마다 이 싯구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을, 그리고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진, 이 나라에서 시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든 우리의 시인들이 새삼 존경스럽더만요. 글고 핀란드 하니까 전, 북유럽 전설이 떠오르네요. [반지의 제왕]도 북유럽 전설을 바탕으로 쓰여진 거고. 아니면 활엽수림, 자일리톨, 사우나, 고딕 메탈에 등장할 것만 같은 신비스러운 여성 보컬이나 코러스 정도요.

비로그인 2005-03-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복순 아짐, 요즘 골골이 아니라 아예 겔겔인 거 같으요. 아..복순 아짐의 고통이 제게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어서 원기를 회복하쏘오서~

icaru 2005-03-2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냐...아는 것도 많아요~ 이래서 제가 복돌언냐를 거시기 한다는 ㅋㅋ
어서어서 겔겔에서 벗어나얄텐데요 쓰읍...

icaru 2005-03-2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3-25 20:10 에 귓속말 하신 님~
아깝다...증말 아까워요...한참 전에 써 놓았다는 그 리뷰요...꼭 찾아보세요~ 그리고 님의 서재에서 살려 주세요~그 리뷰요... 사실...저도 그 명성에 잔득 쫄아서...그저 책등을 바라보고만 있는데...그럼 어디~ 읽어 볼까요~

2005-03-31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아무리 그래도...님의 리뷰가 아니었다면...제가 이 멋진 책을 읽으려 덤볐을까나요~
 
내가 있어도 없어도 1
료 이케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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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요일 오후는 너무 짧다.

예전에는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많아서 어떤 오후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내게 점점 주물럭주물럭 할 수 있을 만한 오후가 짧아지고 있다.

독서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책읽기와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책 읽기. 첫째의 목적으로 그러니까 책 읽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읽는 일의 대표적인 예는 문학 작품 읽기이고, 수단으로 읽는 책읽기는 자기 관리 서적이나 요리책 같은 실용서. 비즈니스 관련 책들과 자연과학 책들도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

그런데 딱히 둘 중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독서가 있으니, 그건 만화책 읽기이다. 그러나 만화도 문학 작품에 속하는데! 라고 이의를 거실 분도 있으실거다. 자투리 시간 책을 주물럭거리며 한가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다 읽고 기록을 하려치면, 책이 주었던 강렬한 메타포가 무엇이었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게 없어, 그냥 말자하는 게으름으로 일관하게 하는 만화 읽기. 하지만 그런 느슨함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게 또 만화라는 장르이다.


이 책의 주인공 쇼코는 이제 고등 학교를 졸업한 열여덟살의 백조이다. 남자 친구. 친구, 일 어느 것 하나 마음처럼 되어지는 게 없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심각해지지도 않는다.

우리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상과 사고 방식을 보는 재미가 있다. 엄마는 오빠만 떠받들고, 딸에게는 무관심이고 그저 시큰둥이다. 그럼에도 오빠는 엄마와 잘 지내지 못한다. 엄마의 사랑을 숨막혀하고 엇나가기만 하는 오빠. 엄마와의 불화 끝에 오빠는 집을 나가고, ‘나’ 마저도 엄마와의 골이 깊어져 집을 나온다. ‘나’는 이제 열여덟의 나이이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만화책을 보다보면 일본 친구들은 금전적인 면에 있어서는 독립심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통 부모님의 돈을 타 쓰면서 학교에 다닐 나이 아닌지... 아니면...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의 혼선이랄까. 잘나는 만화가 친구와 친구의 어시스트로 파트타임을 하게 되는 ‘나’ 사이의 감정 문제, 나와 사귀는 와중에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애인과 사후의 처리 문제. 결국 이들은 친구로 남는다. 이들은 참 어정쩡하다. 헤어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애인 사이도 아니고, 결코 다시 만나지 않는 것도 아닌 관계.

그러다가 잘나가던 만화가 친구의 애인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셋은 삼관 관계 비스무리한 것에 빠지게 된다.


참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광경들에 빠져 들어 후딱 세 권을 읽다. 자투리 시간을 참으로 흡족하게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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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3-2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오후였군요. 어정쩡한 관계를 지양해왔는데, 어정쩡한 것두 나쁘진 않아보여요, 요샌.

파란여우 2005-03-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 오후를 한 열시간은 늘려줘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오후가 짧은 일요일 정말 싫어요.
그럼에도 이리 독서를 하시다니요....저에게는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저 추천했어요..잘했죠?^^

2005-03-21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어제가 춘분이었다고 하던데... 어제 집안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은 오래도록 잡아 두고만 싶더라고요...다음날의 이 시간에... 이 햇살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함서요.... 님도 이 자투리의 재미를 안겨주는 책을 읽으실 날이 오리라 ^^
파란여우 님..음하하..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것인데...마치...오후 타임에 읽으며 쓴 것마냥...약간의 위장을.... ^^ 파란 여우님 추천 고맙심다... 두 배로 값아야...님이 흡족하실텐데...므흣!

속삭이신 님...저도요...저도요... 제목이 참 멋진 것 같다는... 그런데 저 글에서 그 말은 쏙 빼버렸네요..흐흐흐... 님 덕분으로 제가 이런 유희에 가담합니다~

2005-03-31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1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무턴... 제목이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아입니꺼!!!
음~ 근데 님의 해석 멋져요... "내가 있어야 하는" 을....역설한 제목이라... 땅땅땅....!

실비 2005-04-0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완결인가요? ^^

icaru 2005-04-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권 완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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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5-03-1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icaru 2005-03-1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팍 님 반가워요~
안에 있는 사람..진짜...애절하겠죠오?

비로그인 2005-03-19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살아야지~~!!
 
커튼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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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팀에 경력 사원이 새로 들어왔다. 이쪽 분야도 좁다면 매우 좁아서 우리들 중,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력 사원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다음과 같아서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이 끼면 원만했던 관계들이 악화되고 최종적으로는 분위기가 흉흉해진대.” 

그 사람의 실체는 차지해 두고라도, 정말 무서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내놓고 악한 것이라면 차라리 쌈빡하다. 이 말의 경우는, 파리 한 마리도 잡아 죽이지 못할 만큼 인간적이고도 심약해 보이는 낯빛을 하고, 뒤로는 사람들 간의 맘을 어그러지게 조종해 놓고, 거기에서 남모르는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일 터이다. 

하지만 또 드는 생각은 ‘악인’이라는 규정만큼 또 모호한 것이 있을까. 하는 것. 우리는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른 사람을 일테면 악의 세계로 충동질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컴컴한 속내가 보이는 충동질에도 알면서 모르면서 그렇게 빠져서는 악행을 행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악인’의 범주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그리고 솔직히 좀 악인의 캐릭터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죽기 전(죽기 바로 한 해 전)에 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 포와로가 딱 작가의 운명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좀 섬짓할 정도다. 어쩐지 크리스티는 자신의 각본대로 산 사람 같다. 후기에서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가 포와로에 대해 언급한 것 중에 “포와로가 너무 귀엽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극중 팔순의 노인이 귀엽다?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전신인게야....)
 이 책 리뷰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자칫 방심하면 스포일러를 터뜨릴 수 있다. 미리 리뷰를 읽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 좋고, 되도록이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지간한 작품을 모두 읽은 다음 이 작품이 맨 마지막이다 싶은 시기에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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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3-1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경력 사원에 대한 평 정말 흉흉하네요. 살다 보면 정말 선한 사람도 정말 악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추리 소설 속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많고요. 님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보니 저는 아직 이 책을 읽을 때가 안 되었네요. 아직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 중 안 읽은 것이 많이 있거든요. 한 주의 중간 잘 보내세요.

icaru 2005-03-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 님~ 오랜만예요~ 하시는 사업(?)은 잘 되시죠?
마지막에 읽는 게 좋다고는 했지만...저도...아직 읽고 싶은 크리스티의 작품이 많이 남아 있는 가운데서 읽었거든요~ 만약에 ... 사전 정보가 좀 있었다면...뒤로 미루어서 읽었을 것 같단 생각이.... 책에서... 지난 사건을 회고하는 부분이 더러 나오더라고요...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이나 나일강의 죽음(?) 같은...

sayonara 2005-03-2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이 작품은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뎅... 이미 포와로 최후의 작품(!?)으로 너무 유명하잖아요. 뭐, 그런 의미에서 읽으니까 나름대로 읽을만은 하더라구요. ㅋㅋㅋ

icaru 2005-03-2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요 마자...
스포일러 정도는 못되지만....책 껍데기에 써 있던걸요... 포와로가 나오는 마지막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이러구러한 사실들을 모르고 읽었더라면...더 재밌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들었어요...
사실...피해 의식이...좀 있어요...제게..

2005-03-31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리의 황홀 - 윤광준의 오디오이야기
윤광준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사운드를 내는 스피커는 어떻게 가려내는가 하는 질문에,  ‘비올라의 음색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가의 차이이다.’ 라고 어디서 주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말에 나는 그런 의문을 품었었다.  비올라 소리인지, 바이올린 혹은 첼로의 음색인지 구별해 내는 능력은 스피커가 만들어 내 주는 것이 아니라 비올라가 어떤 소리를 낸다~ 하는 지각, 인식 같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맨눈으로도 저것이 비올라인지 바이얼린인지 구분을 못하는 판국이라면 더더욱.
나는 이렇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오디오에는 좀 ‘무식한’이다. 내로라 하는 오디오 파일인 윤광준은 오디오 기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음악과 기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세 축을 정교히 하지만, 나는 음악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청각도 원체 무감각스럽고.....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97년 첫 월급을 타서 내 소유의 미니컴포넌트를 샀었다. 그 전까지는 룸메이트의 대형 라디오를 귀동냥이나 하는 신세였다. (귓동냥의 설움을 아시는지, 피아니시모 부분에서는 볼륨을 약간 높여 듣고, 포르테시모 부분에서는 순발력을 발휘 볼륨을 최대한 줄여 듣는 경지를 말한다.) 아무튼 그때 샀던 그 제품은 97년이었는데도 LG가 아니라 ‘골드스타’라는 브랜드명이 박혀 있었다. 흐흐... 갓 출시된 따끈한 신제품이 아니었던 탓에 비교적 싸게 구입했던 거다. 99년 초 직장을 옮길 때, 전 직장의 퇴직금을 탈탈 털어 지금까지 내 좋은 벗이 되어 주고 있는 롯데 오디오를 구비했다. (아마 기계가 망가져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기기를 바꾸지 않을 성 싶은데..)

이 오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제1 바이올린 연주자의 분주한 손놀림이 보이는 듯하고, 중앙 위쪽에 위치한 금관 악기 소리 특유의 뻗어가는 듯한 에너지가 각인되듯이 귀에 들어온다. 무대 저 뒤편에서 바닥을 설설설 기는 듯이 낮게 깔려오는 베이스는 공기의 간질거림으로 전달된다. 콘트라베이스의 잔향이 묵직한 여운의 꼬리를 남기며 공간 속으로 사라져간다. 여리고 유약한 부분이 전혀 없다.

확실히 이 녀석은 첫 월급을 탔을 때 샀던 골드스타 컴포넌트하고의 확연한 차이를 주며, 실로 접신의 황홀경을 주었다. 나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등골이 오싹하는 전율. 자신을 잊어버린다는 것, 그것은 원래는 저 선율 속에 살았는데.... 이 밖에 있는 나는 내가 아닌 거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번 수준이 높아진 귀는 점점 고급으로만 치닫는다 하니, 귀가 둔감한 척 애써 점잔을 빼며, 더 좋은 오디오에 대한 갈망을 감추고 살아야 할까 보다. 비용이 많이 드니까.

그가 언급한 명기들 골드문트나 마크 레빈슨 따위의 하드엔드 기기들 잘 모른다. 따라서 윤광준이 선정한 10대 명기 이야기인 3부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는 사실 오디오 사진만 감상하면서, 눈이 호강하는 데만 그쳤다.
2부 ‘오디오 더 깊이 사랑하기’는 앰프, 스피커, 플레이어 등 각 파트별로 구체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항목이다. 사실 이 책과 같은 전문 서적은 아는 사람에게는 물고기 물 만난 듯 반갑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어렵게만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이 장을 읽다보면 윤광준이 오디오를 잘 모르는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은 친절하고 편안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맨 앞 1부 ‘추억과 열정의 오디오 편력기’ 편이다. 여기서는 그 기기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고뇌가 얽혀 있는 오디오 이면의 고군분투하는 숱한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열정과 도전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뭔가에 미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이 책에는 인간에게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 때문이다. 꼭 오디오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빠져 있는 만큼 생은 행복할 것이다.

 

오디오에 조예나 관심은 전무하지만 음악은 진지하게 듣고 싶은 이들이나, 인간의 다양성 만큼이나 다양한 오디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자신을 소멸하고 몰두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소리에 미쳐 있는 사람의 정신 세계를 엿보고 싶으신 분들이 이 책을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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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메모....

 

“글렌 굴드의 명연주로 널리 사랑받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엔 굴드 특유의 흥얼거림이 녹음되어 있다. 피아노 연주 도중 간간이 튀어나오는 그의 음성은 연주의 감흥을 높여 준다. 이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피아노의 음이 아니라 굴드의 목소리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곡은 스피커를 바꾸었을 때 굴드의 목소리는 더욱 분명하고 끊어짐이 없이 들린다고. 오디오의 기기가 음의 디테일와 뉘앙스를 더해 준다는 것이리라.” 

 
“영국제 스피커들은 보기와는 아주 다른 유려하고 매끈한 음을 들려 준다. 고유한 울림이 잘 반영되어 있다.”

 

아 이 책에서는 저자 윤광준의 친구로 김갑수 시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라디오 디제이이자, 시인인 김갑수도 한 오디오파일이라 한다. 얼마나 돈을 아끼고 아껴서 오디오와 음악에 투자했는지 화장지를 살 돈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에는 샤워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째, 물값이 더 들겠다 싶은 거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러갈 시간이 없어서 아녔을까 싶은데..ㅋ 아무튼 그만큼 남 눈치 안 보고 좋아하는 것에 미쳐 있었다는 뜻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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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6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3-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들린 친구의 방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LD 판과 한쪽 구석에 자리한 턴 테이블이 생각나네요. 얼마나 부럽던지요. 저는 첫 월급을 타서 산 것이 삐삐와 소니 휴대용 카세트였답니다. 미니컴포넌트와 카세트...음악적 수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네요.^^

하루살이 2005-03-1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저는 도대체 음감이 빵점이라. 노래방도 제일 가기 싫어하는 곳.
그런데 소리의 색감을 이해한다는 건. ^^;
저도 콤포넌트를 구입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직 DVD와의 연결을 위한 값싼 선택. 그래도 인켈이면 됐지 하면서 자족하고선 아직도 그 작은 보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데... 욕심도 알아야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알면서도 초탈하면 크게 해탈?

내가없는 이 안 2005-03-17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첫번째 오디오가 롯데였어요. 대학 입학 선물이어서 부모님 취향이긴 했는데 아주아주 오랫동안 친구로 잘 지냈죠. 그런데 혹시 그런 거 아세요? 사실 아는 거 쥐뿔도 없는데 남들이 조금 기대해줄 때 느끼는 당혹감. 피아노 쬐금 칠 줄 알고 음악을 쬐금 듣는다 해서 회사 동료가 어느날 갑자기 오디오 사러가는 데 도와달라는 통에 나서긴 했는데, 그 친구가 바라는 저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난감했던 경험. 미안도 하고 진땀도 나고. ^^ 복순이언니님은 참 독서폭도 넓어요. 감탄. 감탄. ^^

hanicare 2005-03-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에게 이문세5집을 선물했던 기억이 나는군요.느릿느릿 넘실거리며 돌아가던 턴테이블과 몇 번을 거듭 들어도 줄어들지 않던 한가한 오후도.지금 우리집 인켈은 턴테이블도 없고, 있다해도 바늘을 갈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icaru 2005-03-1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고등학교 적 님의 친구분... 대단하네요~ 열몇살에... 엘피 음반에 그토록 깊은 열정을 갖고 있기란... 혹시...부모님 꺼 아니었을까요?? 전 지인들네집 가면...음반을 주욱 뒤지고 다녔었요... 어떤 친구들을 자기가 가진 음반을 자랑할 기회가 생겨... 이것 저것 보여 주면 자랑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을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 보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첫 월급으로 사람들은 참...많은 의미를 주는 것들을 삽니다~ 님은 휴대용 워크맨을... 저는 그 당시 뭘 또 샀나 더듬어보니... 엄마아빠 잠옷도 샀었네요... 재미난 건...집에 가보니까요... 엄마 입으시라고 고른 베이지 색 잠옷을 주로 아빠가 입고 계시고...아빠 입으시라고 산 네이비블루 색 잠옷은 장롱 속에 고이!~ 잠자고 있더군요.... 제가 부모님 취향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건가봐요...


하루살이 님.. “오직 DVD와의 연결을 위한 값싼 선택!!” 탁월하심다 ~ ! 그래도 작은 보물이라고 말씀하시잖아요... 단순히 값싼 선택이 아녔던 게야요~

이안 님~ 님도 롯데!! 저도요... 그런데 부모님 정말 쿨~ 하세요... 입학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오디오를 선물해 주시는 부모님... 님이 갖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계셨던 가봐요...!
저도.. 아는 거 하나 없는데... 오디오 어떤 게 좋겠냐고 골라달라는 친구 따라 매장엘 간 적이 있었어요...몇년 얼추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제가 뭘 알아야죠... 친구가 뽑은 예산에 가장 걸맞는 걸 골라줬죠... 고른 이유는 디자인이 튀어서였어요... 밝은 야광색이 도는 청록색...아...그것도 롯데였는데..히히..

하니케어 님... 무척 시적인 표현입니다. “몇 번을 거듭 들어도 줄어들지 않던 한가한 오후도” ...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체감 오후는 짧아져만 가네요.... 지금은 퇴근을 기다리는 조바심 나는 오후입니다~

2005-03-19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19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님..저도 이 시간에 잠안자고 이러고 있어요...앗...지금 넘어갑니다~

2005-03-31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하하...님도 효녀시구낭.. 와아...전국 대학생 음악경연대회 요? 와...언제 그 에피소드 꼭 듣고파요...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