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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어도 없어도 1
료 이케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일요일 오후는 너무 짧다.
예전에는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많아서 어떤 오후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내게 점점 주물럭주물럭 할 수 있을 만한 오후가 짧아지고 있다.
독서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책읽기와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책 읽기. 첫째의 목적으로 그러니까 책 읽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읽는 일의 대표적인 예는 문학 작품 읽기이고, 수단으로 읽는 책읽기는 자기 관리 서적이나 요리책 같은 실용서. 비즈니스 관련 책들과 자연과학 책들도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
그런데 딱히 둘 중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독서가 있으니, 그건 만화책 읽기이다. 그러나 만화도 문학 작품에 속하는데! 라고 이의를 거실 분도 있으실거다. 자투리 시간 책을 주물럭거리며 한가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다 읽고 기록을 하려치면, 책이 주었던 강렬한 메타포가 무엇이었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게 없어, 그냥 말자하는 게으름으로 일관하게 하는 만화 읽기. 하지만 그런 느슨함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게 또 만화라는 장르이다.
이 책의 주인공 쇼코는 이제 고등 학교를 졸업한 열여덟살의 백조이다. 남자 친구. 친구, 일 어느 것 하나 마음처럼 되어지는 게 없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심각해지지도 않는다.
우리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상과 사고 방식을 보는 재미가 있다. 엄마는 오빠만 떠받들고, 딸에게는 무관심이고 그저 시큰둥이다. 그럼에도 오빠는 엄마와 잘 지내지 못한다. 엄마의 사랑을 숨막혀하고 엇나가기만 하는 오빠. 엄마와의 불화 끝에 오빠는 집을 나가고, ‘나’ 마저도 엄마와의 골이 깊어져 집을 나온다. ‘나’는 이제 열여덟의 나이이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만화책을 보다보면 일본 친구들은 금전적인 면에 있어서는 독립심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통 부모님의 돈을 타 쓰면서 학교에 다닐 나이 아닌지... 아니면...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의 혼선이랄까. 잘나는 만화가 친구와 친구의 어시스트로 파트타임을 하게 되는 ‘나’ 사이의 감정 문제, 나와 사귀는 와중에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애인과 사후의 처리 문제. 결국 이들은 친구로 남는다. 이들은 참 어정쩡하다. 헤어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애인 사이도 아니고, 결코 다시 만나지 않는 것도 아닌 관계.
그러다가 잘나가던 만화가 친구의 애인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셋은 삼관 관계 비스무리한 것에 빠지게 된다.
참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광경들에 빠져 들어 후딱 세 권을 읽다. 자투리 시간을 참으로 흡족하게 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