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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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요.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는걸요."

 

p.63

"번드르르한 말처럼 사악한 마약은 없어. 촌구석 술집년을 베네치아 공주처럼 느끼게 만들지. 그리고 나중에 진실의 순간이 오면, 즉 현실로 되돌아오면 말이란 부도수표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 .네 미소가 나비보다 더 높이 난다는 말보다 술주정꾼이 주점에서 네 엉덩짝을 치근덕거리는 게 천만번 낫지."

베아트리스가 펄쩍 뛰었다.

"나비처럼 '번진다'고 했어요."

"난다고 하든 번진다고 하든 그게 그거야. 왠지 알아? 말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야. 허공에서 사라지는 불꽃놀이일 뿐이라고."


p.106

"장모님은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삼켜버리잖아요. 글이란 음미해야 하는 거예요. 입 안에서 스르르 녹게 해야죠."

 

p.152

"좀 어떠세요, 선생님."

"죽어가고 있어. 그 외에는 별일 없지."
....
                                                   
“이봐 편안히 죽을 수 있게 절묘한 메타포 하나 읊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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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요일이다. 어제의 초기 감기가 오늘은 중증으로 넘어가다. 어깨가 뻐근하고, 눈이 피곤하고, 계속 재치기를 한다.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 같지 않다.

이 말을 네루다와 네루다의 친애하는 친구 전임(?) 우편 배달부 마리오가 쓰던 메타포를 실어 표현해 볼까?  ‘온 세상이 다 무언가의 메타포’라고 한다면 말이다.
 
‘뻐근하다’나 ‘피곤하다’ 대신 ‘감기 도깨비가 어깨 위에서 작신작신 작두춤을 춘거 같다.’ 거나, ‘콧속에서 솜털들이 끊임없이 코 속을 간질거리고 있다.’, ‘귀에 전화 수화기를 달았다. 제자리에서 30바퀴 돈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흠냐.... 썩 훌륭하지는 않으나, 재미는 있다.
단조롭고도 골골거리는 인생이 갑자기, 넘실넘실 신명이 난 느낌도 든다.
 
난 이 책이 왜 좋으냐 하면, 메타포가 사라졌다고 하는 이 시대에, 내 속에서 아직 시를 읽을 수 있는 터럭의 희망을 끄집어내 주어서이다.

학교 다닐 적에, 난생 처음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에 익듯 외우게 된 첫 시는 김남조의 ‘겨울 바다’였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김남조의 겨울 바다는 암기식으로 소화해야 할 수많은 입시 문제 시 목록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계기는 열 몇살 적에 치렀던 어떤 시험에서 낭패를 보고, 우연히 찾아든 그 해 어느 날의 겨울 바다에서였다. 그 시가 내게 그렇게 들어왔다. 그 바다를 보면서 나는 매운 해풍에 진실마저 얼어버리고, 보고 싶던 미지의 새들은 이미 죽고 없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나는 나의 이 바보스러움에 통탄해 마지않고 있지만, 언젠가 이것을 두고 나에게 필요한 통과 의례였을지도 모른다는 이해의 폭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면서. 시인의 말처럼 시간이 나를 가르쳐 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시가 말하는 그 현장에 찾아가서 나를 시인의 메타포 속에 대입해 놓고 보니, 비참함 속에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것이었다.
시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꽃 한 송이가 가장 밑바닥을 은은하게 훑는 것.

네루다가 부인 마틸다를 위해 쓴 시를, 마리오가 도용했다고,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화를 내자, 마리오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이것이 시의 힘이고, 네루다의 힘이기도 하고, 시의 효용이기도 하다.  시를 알고 나자, 마리오는 정말 똑똑하게 말을 한다.~ 어느 자리에서건 겁내지 않고!!!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가 그립다는 네루다의 부탁에 따라, 마리오가 녹음을 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도 그랬다. 그 녹음에는 종소리,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벌집의 윙윙거림 등 네루다에게 시상을 떠올려 주던 자연의 소리가 주로 담겨 있다. 그리고 원하는 소리를 얻지 못해 욕설을 하는 마리오의 인간미가 실린 소리도 담겨 있다.

졸업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해를 더하면서, 더 이상 시집을 들춰보지 않는 나의 모습에 익숙하지만, 이제는 음, 그러니까 예전에 읽던 시집들을 다시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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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았을 때,,, 식은땀이 이마에 촉촉하던 우편 배달부 마리오...역의 마시모 트로이시가 자기 역할 분의 촬영분을 먼저 찍고,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자신의 예정된 짧은 나머지생을 이 영화를 위해 아낌없이,,,늘 그래왔듯이 임하고,,, 가는 자의 모습.

 

..지구촌 영화계는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한 배우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화제의 순교자는 이탈리아 영화 '우체부'(Il Postino)에서 열연한 마시모 트로이시(41).

심장병을 앓아 온 그는 10주간에 걸친 '우체부'의 촬영을 끝낸 다음 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 세상을 떴다.

지구촌 영화인들이 그의 죽음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이클 래드포드감독의 '우체부'가 올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부상하면서 부터.

'우체부'는 이탈리아의 한 섬으로 망명한 칠레의 공산계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평범한 우체부의 따뜻한 우정을 축으로 전개된다.

네루다가 섬에 도착한 이후 우편물이 늘어나자 임시로 고용된 우체부가 시인의 도움을 받아 詩의 오묘한 세계에 몰입하고 결국에는 대시인에게도 감동을 주는 수준에 이른다는 스토리.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온 트로이시는 심장병 때문에 하루에 1-2시간 정도 밖에 일할 수 없었으며 1미터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고 한다.

젊어서 부터 심장병을 앓아 온 그는 93년 심장 판막 교체수술을 하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등 매우 병약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의 수척한 모습과 연민을 자아내는 눈빛이 관객들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인도하는 이 영화 '우체부'는 아름다운 풍광과 민속음악까지 어우러져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그의 촬영현장에는 심장병 전문의 2명이 항상 대기했으며 응급상황에 대비해서 산소텐트도 설치됐다. 게다가 그의 얼굴이 정면으로 나오지 않는 장면 등 거의 절반을 대역으로 처리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촬영은 진행됐다.

트로이시의 사망소식에 접한 래드포드 감독은 "그의 건강이 아주 나빴던 것은 사실이나 만약 영화를 찍지 않았더라면 아직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우체부'는 올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있는데 할리우드 영화계는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절규와 속삭임'(Cries and Whispers)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작품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을 주목하고 있다.

소품에 머물 가능성도 없지 않았던 '우체부'가 하루 아침에 시선을 끌게 된 것은 디즈니계열로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미라맥스의 절묘한 전략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관계자 들은 평가하고 있다.

미라맥스는 영화와 관련된 판촉물을 유력인사들과 팬들에게 보내는 통상적 방법 대신에 영화의 바탕이 된 동명의 소설(안토니오 스카메타著, 85년 출간)의 판촉전에 나서 3만부를 팔았다. 또 네루다 시집도 2만5천부나 팔아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카데미영화제 심사위원들에게는 네루다의 시를 유명인들이 녹음한 CD와 함께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를 우송했다. 또 제작사가 외국어영화상 분야에 기한내에 미처 출품하지 못했다고 밝혀 아예 작품상 후보에 지명해 달라는 무형의 압력을 가했다.

미라맥스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아카데미상 규정에 따라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나 그래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아마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일약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의 후보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비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트로이시의 주검과 관련된 이야기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예년에 비해 뚜렷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홀연히 타난 '우체부'가 올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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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3-2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를 봐야 되는디, 복순 낭자 리뷰 읽고 나니까 [일 포스티노] 또 보구 싶잖아욧? =333 고뿔 걸린 걸 두고 '인생이 갑자기 넘실넘실 신명이 난 느낌'이라니, 저도 그 기분 알만 합니다. 그러곤 혼자 실실 쪼개며 무슨 대단한 우스갯소리라도 생각해낸 것처럼 웃곤 하죠. ㅋㄷㅋㄷ 그려도 감기 빨리 낳으시길... 아, 나도 감기나 좀 앓아 봤으면...^^

잉크냄새 2005-03-2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부러운 것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가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시인이 될수는 없겠지만 시인이 던져놓은 여백속을 유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있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3-22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지금 읽으려고 옆에 놔둔 책들 중 하나예요. 님 유머러스한 리뷰를 읽고 나니 얼른 읽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그런데 감기 앓으셨어요? "귀에 전화 수화기를 달았다. 제자리에서 30바퀴 돈 것처럼, 어질어질하다." 이거 참 보기드문 훌륭한 시로군요. ^^

2005-03-22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 님...건강체질이시군요? 저는 떡대는 딱 건강체질인데 어후.......뼈가 골았나봐요..골골이에요.. 님도 저랑 같은 꽈시군요...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혼자 재밌어하고... 흐흐.. 참...검색한 거는 뭐 좀 수확이 있으셨어요?

잉크냄새 님...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라는 마리오의 말에 동감하신다는 거지요? ^^

이안 님..그렇지않아도...님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ㅋ... 어느 분 글의 댓글에선가 읽었거든요~ 민음사 문학 선집 저...시리즈는 저 저게 처음이었거든요~ 님의 리뷰에서...거미여인의 키스도 같은 출판사의 선집이었지요? 아, 저 그리고 저 시리즈 중에 '고도를 기다리며' 를 사놨는데... 뭐...언젠가는 읽어지겠지 함서요~

속삭이신 님 그렇지요~ 그런 걸 보면, 작가의 글과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닮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작가의 얼굴에서, 저는 여유 같은 걸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얇은 책이지만, 오래오래 두고 썼을 거 같은 느낌... 그리고 님 고마워요 ^^

비로그인 2005-03-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건강 체질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이에요. 키, 몸무게, 시력 때문에 군대도 면제 받았는 걸요. ㅋㄷㅋㄷ 어릴 때 좀 많이 아파서 그런지 커가면서는 병원에 가본 적이 거의 없네요. 대학 때는 환절기만 되면 감기도 앓고 했는데, 요즘엔 감기 걸려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

검색한 건 수확이 조금씩 보이네요. 오늘은 타피올라 합창단 홈피를 찾아냈습니다. 우헷. 이 합창단은 핀란드 합창단인데, 어린이 합창단까지 있고 음반도 여러 장 발표한 걸로 봐서 유럽 특히, 핀란드 국내를 비롯해 스웨덴 등 북유럽이랑 프랑스까지 활동이 아주 활발한 것 같습니다. 다운 받아둔 사진 한장 올릴게요. 파란 사제복이 인상적이죠. 핀란드 하면, 리눅스의 펭귄을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 타피올라 합창단까지 떠오르겠네요. ^^;;


 

 

 

 

 

 

 

 

 

 

 

 


2005-03-22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 님...노획물을 제게도 전해 주시다니... 고마워요~ 소년 아니고...파리가 아니고...그 둘이 아닌....소녀 십자가 합창단 쯤??!! ... 저도요..핀란드 하면 자이리톨을 떠올렸건만... 파란색 긴 원피스(?)의 라피올라 합창단도... 껴줘야겠다..
속삭이신 님...님 요즘 골몰하는 일 있으신가 버당... 네루다와 마리오가...읽어달라 아우성이구만요~ 님은 저 책의 리뷰를 어케 쓰실지 그게 또 가장 궁금코만요~ 그리고....아휴~ 제가 고맙지요~ 항상요~~!

2005-03-23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4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5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3-2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크아..이걸 리 마리오 식으로 발음한다면..갑자기 김치가 먹고 싶어지겠죠? 전 개인적으로 모든 수사중에서 은유를 가장 으뜸으로 칩니다. 매우 자의적이고 때론 인간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하쟎아요.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싯구를 대할 때마다 이 싯구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을, 그리고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진, 이 나라에서 시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든 우리의 시인들이 새삼 존경스럽더만요. 글고 핀란드 하니까 전, 북유럽 전설이 떠오르네요. [반지의 제왕]도 북유럽 전설을 바탕으로 쓰여진 거고. 아니면 활엽수림, 자일리톨, 사우나, 고딕 메탈에 등장할 것만 같은 신비스러운 여성 보컬이나 코러스 정도요.

비로그인 2005-03-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복순 아짐, 요즘 골골이 아니라 아예 겔겔인 거 같으요. 아..복순 아짐의 고통이 제게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어서 원기를 회복하쏘오서~

icaru 2005-03-2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냐...아는 것도 많아요~ 이래서 제가 복돌언냐를 거시기 한다는 ㅋㅋ
어서어서 겔겔에서 벗어나얄텐데요 쓰읍...

icaru 2005-03-2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3-25 20:10 에 귓속말 하신 님~
아깝다...증말 아까워요...한참 전에 써 놓았다는 그 리뷰요...꼭 찾아보세요~ 그리고 님의 서재에서 살려 주세요~그 리뷰요... 사실...저도 그 명성에 잔득 쫄아서...그저 책등을 바라보고만 있는데...그럼 어디~ 읽어 볼까요~

2005-03-31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아무리 그래도...님의 리뷰가 아니었다면...제가 이 멋진 책을 읽으려 덤볐을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