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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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집에 책이 많지는 않았다. 당시 어른들은 책이라고 하면, 자고로 공부하는 참고서나 문제집을 책 축에 넣는 분위기였으니까. 지금도 친정 엄마는 내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책을 많이 사 준다고 나무라신다. 그 돈으로 아이들 먹는 것에나 신경 쓰라고. 물론 먹는 거 중요한데, 책을 무조건 (절대, 조건 따위 달지 않는다!) 많이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튼  그 옛날 집에는 꼭 갖추어야 할 항목만 있었던 거 같다. 계몽사에서 나온 빨간색과 파란색 하드커버로된 어린이 세계문학 전집,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세계 명작 동화, 한국 전래동화,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 두산(친정 가서 확인해야 할 듯)에서 나온 학생대백과사전, 이것을 사 주신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감사하다. 

백과사전에는 주제별로 있었는데, 그중에서 세계 문학 파트에 작품의 감상 가이드와 줄거리가 나온 부분이 있었다. 헤르만 헤세라는 이의 작품이 있다는 것도 거기서 봤는데, 그의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 또래가 주인공인 작품이라, 이 수레바퀴 아래에서,가 더 눈에 들어왔다.

어른들의 기대를 한껏 입은 중학생 한스. 그 한스의 방황, 전락 아닌 전락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열세살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단한 것을 생각했던 건 아녔을 거 같다.  어른들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다가 저렇게 되면 안 되겠다, 혹은 친구는 잘 사귀어야겠다. 같은 아주 단순한 무엇이었겠지만, 읽고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만은 또렷한 것이다. 감상평 같은 것을 끄적이는 습관이 있었는데, 친정 집의 우리들 방 당시 유행했던 자물쇠달린 일기장 한 귀퉁이에 적어놨을 텐데....

그 명작을 다시 읽었다. 

142쪽

애당초 선생들에게는 하일너의 남다른 천재적 기질이 어쩐지 섬뜩하기만 했다. 예로부터 천재와 선생들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있게 마련이다.

182쪽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예전부터 낯익은 주위 환경에 여전히 머물면서 자신의 위험천만한 결심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은 남다른 쓰라린 쾌감을 주었다.

232쪽

엠마의 일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작별  ㅇ니사도 없이 떠나버린 것이다. 한스가 어젯밤에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벌써 언제 떠날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미소와 입맞춤, 그리고 그녀의 능숙한 몸놀림을 떠올려보았다. 그녀는 한스를 전혀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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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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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남을 망치는 새

"물에 뛰어들면 수영은 저절로 배우게 돼. 네가 겪은 일을 그냥 써봐. 실제로 일어난 순서대로, 사실대로 말야. 멋지게 쓰려고 하지 말고 그저 일어난 일과 느낌을 쓰면 돼. 왜, 히치콕이 그래잖아. <휼륭한 플롯은 악당의 성격이 결정한다. 주인공의 공적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악당이니까.> ..."

 

136쪽 

농담이 태어나는 곳  


"자기가 익힌 기술을 전수해 주는 데 성공할 때 비로소 그 기술의 진정한 달인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죠. <훌륭한 스승은 제자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제자를 스승으로 바꾸어놓는 사람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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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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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65쪽

영화의 거장

"당신이 여기 온 건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죠. 난 호기심 많은 사람이 좋아요. 내가 보기엔 그게 깨어 있는 사람의 첫번째 자질이라오. 자기 시대에 진행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 말이오. 그리고 숨겨진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것."(중략) 우린 일생동안 평균 3분의 2에 이르는 시간을 상상의 세계 속에서 보낸다오.  영화, 책,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 꿈들 속에서 말이오. 현실에 할애하는 시간이라고는 기껏 하루 몇 시간밖에 안 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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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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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읽으면서 이토록 마음이 불편하고, 그러면서도 페이지는 잘도잘도 넘어가고.  

물론 제목에서부터 예감하기는 했지만, 자꾸만 뭔가가 얽어매듯 꼬여 가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보면서 가슴이 턱턱 막혔다. 이런 스토리 사실 별로 안 좋아한다. 다소 융통성이 없지만 우직하게 일하는 볼트용접 하청업체의 하청업체를 작은 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 가와타니에게 상황이 좋지 않게 꼬이는 것. 일만 아는 무뚝뚝한 가장이라 가족에게도 자꾸 소외되는 것, 공장의 소음 때문에 몰려온 교양인인양 말발 앞선 젠체하는 무리에게 당하는 것도 참 안쓰럽고 말이다.

가와타니 외에 나머지 두 주인공의 처한 상황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파친코에서 푼돈을 벌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용돈 벌기를 겸하며 야쿠자 조무래기로 협박을 반복하는 청년, 모범생 언니 때문에 탈선했다는 여동생을 아픈 손가락 마냥 두고 있는 은행원 미혼의 미도리.

세 사람은 각자의 삶에서 건조하고, 무의미하며 고단한 일상을 각자 살다가 피할 수 없는 범죄(최악)에 연류되는 과정에서  얽혀 함께 하게 된다. 작가가 탁월한 것은 이 지점만이다.

책 표지의 카피문구 또한, “가독성”이 끝내 준다며 마치 이 책은 가독성 빼면 그닥,,,이라고 대놓고 인정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한 성품을 가져서 그런지, 이 이야기들이 단순히 그럴 법하게 잘 지어내서 재밌어 좋았고, 너무 훌륭하다 라고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있을 법한 그러니까 리얼리티를 확실히 하는 지점이 있어서 자꾸 현실에 반추한다. 이 상황이 되면 참, 고통스럽겠다. 간이 쩔겠다. 에긍 

하청업체 운영을 하며 경영난과 본사의 사정에 휘둘리고, 소음 때문에 이웃주민에게 휘둘리고, 삐둘어질테다 하는 동생을 둔 애환, 그게 착실한 자신 때문에 그런 하다하여 스트레스를 안고 지겨운 직장생활을 연명하고 있는 언니...  이런 사람도 있는데, 나는 행복한 거지... 하며 남의 불행을 잘근잘근 씹어대 가며, 나의 다행을 위로삼는 거, 이럴려고 소설 읽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누구 말마따나, 읽다보니 500페이지 가까이 접어들어 덮을 수도 없고, 더 읽어 나가기도 뭣한 상황이 도래했었다. 그리고 결국엔 다 읽었는데, 이 양반이 소설은 잘 쓰는 사람인 건 사실이다.

최악,,, 이 상황이 그냥 소설 속에서만 일어난 일이라서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나쁜 일에 처해서 진땀 깨나 흘리는 악몽을 꾸고 난 후, 꿈이었다면서 가슴 쓸어내리는 상황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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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노트북 3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 외 옮김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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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여사, 검색해 보니 올해로 아흔셋이다. 작가 연보에 나오는 일생을 보아도 스펙타클하다. 열아홉 첫결혼 두 아이를 두고, 이혼 재혼 후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을 데리고 이혼.  

62년에 황금노트북 출간 76년에 황금노트북으로 메디치상 수상. 

2004년에 그의 첫 소설 풀잎은 노래한다, 를 읽었던 때가 떠오른다. 토착인과 이주민, 흑인과 백인 , 남과 여... 씨줄과 날줄의 생생한 괴리... "그따위 백인의 전통적 가치, 개나 줘버려" 하는 뉘앙스를 풍부하게 담아 썩소를 날리는 누군가의 얼굴이 뒤통수에 달라붙는 듯, 불모한 백인 문화의 위선을 교묘히 비웃는 그 문체가 오싹할 지경이었다.  

이 작가, 정말 걸출하다는 것을 황금노트북에서도 재확인하다.  

시간을 거슬러 재독하게 하고, 혹평과 호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갈리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많이 접하고, 그에 대한 비평을 쓴 평론가는 결코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작품들을 통해서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고, 좋은 작품이란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를 아는 상황에서... 습작을 하려 했을 때는 그러니까 손이 머리를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나는 평론가는 아니지만, 그리고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나 계획 또한 없지만...   이 어마어마한 황금노트북을 대하고 있노라니, 주인공 작가인 안나의 분열된 자아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노라니, 자꾸 나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앞전 얘기와는 달리, 나도 나만의 황금노트북을 써 나갈 수 있겠다는 참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용기가 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각각의 색깔의 노트에는 해방된 여성의 삶, 아프리카에서의 경험, 공산당 활동, 사랑, 개인의 일상, 그리고 희망과 조화...로 귀결되는 이야기들을 도리스 레싱 자신만이 들려 줄 수있는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 그려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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