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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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선 학원 강사 선생님들이 원고(일선 교사들이 집필한) 검토를 하기 위해 회사에 오신다. 그 중에 말재간이 좋아서 좌중을 유쾌하게 만드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는 선생님 한 분이 계신데,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연예인 팬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음, 이 P선생님이 안재욱 팬인데, 지방 뮤지컬 공연들도 다 따라다니는 의리파라고... 이번주엔가는 안재운 팬클럽 캠핑(?)도 간다고 한다. 팬들의 60%가 일본 할머니들, 나머지 40%은 한국을 위시한 동아시아권의 국적을 가진 팬들이라고 한다. 이번 캠핑에서는 한국 팬들이 봉산 탈춤(?)을 보여 주기로 했는데, 자기는 그런 게 너무 싫어서 팬클럽 대표 언니에게 못하겠다 하니, 팬클럽 대표 언니 되시는 답변,  

"네가 안 하면, 60살 먹은 내가 하리?"  

 

화제는 자연스럽게 일본 아줌마 팬들로 흘러갔다. 이 선생님보다 더 열성인 일본아줌마들... 그러다가 다시 왜 일본 아줌마들은 자기보다 한참 어리거나 자식뻘인 한국 남자 아니 통칭 연예인들에게 마음 설레이나... 그런 얘기들을 하게 됐고, P선생님 왈, “결혼해서 10년~20년 되면, 남편하고는 뻔하겠죠~ 안 그래요? 과장님은 결혼해서 좋아요? ” 그걸 나한테 다짐 받으려는 이 선생...  

나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도 한 분 있었지만 그 분도 미혼이고, 우리 팀원들은 모두 미혼이고 우짜든둥~ P선생님과 나만 아이 딸린 기혼자였는데...

미혼인 친구들은 결혼한 친구들로부터 남편은 몰라도 애는 있어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남편은 몰라도 애는 있어야 한다니... 그럼, 기혼 여성들은 미혼 여성들에게 미혼모가 되라는 충고들을 해 준다는 이야기? 미혼인 친구들은 나를 보며, 그 골치아프고 쉽지 않다는 결혼도 했고, 애도 낳았으니 '미션 클리어'해서 참 대단하시다고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소리들을 해 준다.

결혼을 안 한 사람들에게 결혼은 이러이러한 것이니, 하면 안 된다거나 하면 좋다거나 하는 말을 쉽게 할 것은 아니다. 역사가 만들어진 이래로,,,,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여자들의 불리함은 공공연히 회자되는 사실인데, 내가 바꿔 말해 뭣 하남. 배우자의 됨됨이를 떠나서 말이다. 요 몇일에 와서야 내가 내 자신을 조금은 객관화시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전 몇일만 해도 나는 피해 의식에 젖어 있었다. 멀쩡할 때의 나는 대인 관계에서 다정다감하고 매사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파하... 그런 내가 특정인을 대할 때는 자제심을 잃는 것 같다. 옹졸해지고, 수전노처럼 바뀐다. 겉만 훑어서 말하니까, 나도 내가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지만.... 일상에 쩔어서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일텐데....  

 

 

이 책도 몇 년 전에 읽은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위력적이라 지금도 생생하다. 이 책을 읽었을 때도 내 머릿속에서는  내내 그 요란한 바람이 불었다. 영국의 주택가 남보기엔 중산층의 안정된 가정을 일군 30~40대 주부들 그들의 가슴 속에서도 바람이 불었다.  이런 신랄한 유머도 고발도 아닌, 아무튼 정말 최고다!


레이철 커스크 같은 작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신랄하고 영리하며 음험한 유머를 가지고 모성과 삶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부분들을 그려 낸다. 알링턴파크의 여자들은 평범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이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음과 양을 얼마나 시적으로, 얼마나 탁월하게,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가! 커스크는 당신이 말로 표현하기 못했던 것을 대신 말해 주는 좋은 친구와 같다. - Amazon.com 독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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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섬 밀리언셀러 클럽 119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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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명의 남자와 단 한 명의 여자가 무인도에 발이 묶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썼다. 기리노 나쓰오가 이 상황에서의 인간 군상들을 또 얼마나 신랄하게 그려 줄까 싶었는데 역시 그녀답다.

처음 표류 된 것은 40대 중반의 부부 두 사람이었다. 얼마후 무인도에 서른명 남짓한 대부분이 20대로 이루어진 젊은이들이 부부의 도움으로 겨우 상륙한다. 자신들이 도착한 섬이 무인도라고 깨달은 순간, 반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도쿄 섬이라고 이름 붙인다. 처음 그들은 재해 피해자라도 된 기분으로 겁쟁이로 움츠러 들어 있게 된다. 그러다가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비난 받지 않는 지금이 기회라는 듯 주체적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독자인 나도 기요코의 남편 다카시도 40대 중반의 기요코가 젊은 애들에게 성적 대상으로 보인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부부도 처음에는 자식을 보는 자애로운 입장에서 청년들을 도와줬던 것이고. 그리고 자신들 스스로를 사려깊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새롭게 태어난 무인도라는 세계는 ‘자유롭고 잔혹’하다. 자유란 필경 댓가가 따르기 마련, 그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더더욱 자신의 안과 밖을 단속해야만 했었는데,,,, 이후 홍콩으로 명명되는 중국인 집단이 무인도에 닿는다.

 

이후 기요코는 갖게 된 아이를 새로운 지도자 GM의 자식으로 알릴 것이냐, 홍콩의 양의 자식이라고 할 것이냐 양 갈래길에서 끊임없이 저울질 하는데, 그녀가 탈주에 성공을 하든 섬에 남아 적응을 하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GM의 몰락도 예의주시할 만하다. 섬이 닫힌 세계일 때 즉, 외부로부터의 구조의 일말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을 때  GM은 리더로서 모두에게 필요했다. 그 와중에서도 내부에서부터 잡아먹으려드는 홍콩 같은 존재가 확실하게 있을 때에는 더더욱. 하지만 와타나베가 사라진(깡통 폐기물을 6년에 한번씩 무인도로 버리러 오는 배(불법 어선)에 의해 와타나베 혼자만 구조됨- 일행이 더 있는가를 물었을 때 와타나베는 자신 혼자 표류됐다고 거짓 진술함) 외부에서 무엇인가 들어와서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GM은 제일 먼저 불필요한 존재로 취급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섬 주민 표정은 누구나 갑자기 들러붙은 투쟁심을 표출하고 있다. 배에 정원 제한이 있다면 다른 누구를 걷어차서라도 제일 먼저 타겠다는 듯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기주의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GM은 홍콩에게도 이 대사건(와타나베 혼자 구조됨)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도덕심은 생기나, 구조대가 왔을 때 홍콩들을 집단으로 구타했던 일이 문제가 되면 어쩌나 하는, 심약한 생각을 한다.

이 소설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섬에 표류된 일행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작중 기요코는 ‘아나타한 섬의 여왕벌’이라고 불리며 세간을 들끓게 했던 실존 일본 여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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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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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1,2권을 구입하고 바로 읽지를 못했다. 그래서 남편과 여동생이 먼저 읽을 수 있도록 빌려줬다. 그 둘이 읽을만 하다면서 1,2권을 다 읽고 돌려 줄 때까지도 나는 이 묵직한 분량의 책에 돌입할 엄두를 못내다가 회사 사람에게 빌려줬다. 그 사람이 다 읽어서 비로소 돌려 받았을 때, 3권이 나왔다고 했고, 나는 비로소 3권이 모두 셋팅 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회사에서는 아주 바쁜 시기였다. 촌각을 다투고, 식사하고 화장실 갈 틈이 없는 그런 종류의 바쁨이 아니고, 아침 8시 30분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일단 자리는 지키고 있어야 하는 시간을 회사라는 공간에 묶어 두어야 하는 종류의 바쁨이었고, 하고 있는 업무가 늘어지는 중간중간 퇴근해서 혹은 거래처에서 기다리는 붕뜬 시간에 나는 현실을 빠져 나와 하루끼가 이야기 하는 두 개의 달이 뜨는 세계로 퐁당했다. 2권까지는 후카에리의 아버지 정체를 알고자 했던 게 가독성의 추진력이 되어 주었던 것 같고, 3권에서는 후시카와가 덴고와 아오마메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찾아갈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다분히 2% 부족한 천재 괴물 인간형인 그 후시카와라는 한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었다. 해변의 카프카에서의 그것처럼 두 주인공이 교차하여 서술하는 방식도 퍽 익숙한 느낌이었고, 사실 하루키 소설이란 대체로 결말이 이러하다거나 저러하다거나 하는 것은 대세에 결코 지장을 주지 않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 행간에서 빚어내는 작중인물들의 스타일이나 멋스러운 서사 방식에만 심취할 뿐이다.


3권을 읽고, 무려 2000여쪽 넘게 책장을 붙들고 있게 했던 그 저력을 높이 사서, 다른 이와 함께 하고자 팀 사람들에게 빌려줬는데, 한사람은 1권 읽다가 못 읽겠다면서 도로 줬고, 한 사람은 2권까지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후카에리 아버지의 정체가 나오는 부분에서 무섭더라며, 자기는 해변의 카프카 스타일이라서 시작은 좋았는데, 3권은 안 땡긴다고 했다. 
 

내 생각은 그렇다. 2000여쪽 넘는 방대한 분량을 독자가 끝까지 추적하도록 할 수 있는 작가라는 사람은 필경 위대하다. 그렇게 따지면, 무협 소설 등 여타 장르 문학의 가독성 있는 장편을 써내는 사람도 대단하다고 봐야 하는 것이고, 결국은 이 작품에서의 하루키는 딱 그 수준까지만 이뤄낸 것이다. 베트남 음식점 식탁 깔개 전단에까지 뿌려질 만큼, 광고가 대단했기에 무협 소설보다는 그래도 더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인지도...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봤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이 책을 읽었다며 알은 체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이 책 이야기를 꺼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또 읽고 싶어하는 책은 처음 봤다.  위대한 광고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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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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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용 뿐만 아니라, 제본에 있어서도 장식을 많이 한 책이다. 챕터의 시작마다 엽서 크기의 그러나 엽서도 뭣도 아닌 이 삽화들을 정녕 뭐란 말이냐. 물론 나쁘지 않다.  

조지라는 아흔살 가까운 참으로 괴짜 노익장이라는 캐릭터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주인공이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큰돈을 벌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가진 사업 능력 전부를 발휘해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관광객에세 팔 엽서를 인쇄하고, 교회 바자회에서 싼 값에 헌책을 사서 본 뒤 되팔고, 정가로 파는 새 판본 사이에 새것 같아 보이는 헌책을 끼워 살짝 속여 되팔고, 마지막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 자정이 넘어서야 서점 문을 닫았다.  

왜 시간이 멈춰섰나.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멈춰 서기만 한 게 아니라, 떠난 삶 과거의 삶에 대해서 쉼표를 찍는 자리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이다. 자기들 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있는 유령을 안고 있다만 곧 유령과 화해하고 서로 갈길 가자며 빠이~를 나누고, 다시 쳇바퀴 속으로 돌아온다. 물론 파리 고서점이라는 중간 거점에 오기 직전의 인생의 정신적 황폐화한 꼴은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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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글.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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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스러우리 만큼 강하지만,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이에게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일면이 보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가 몇일 째 아파 맹장인 줄 알고 복막염까지 가기 전에 수술해야겠다며 찾았던 병원에서 CT촬영 중에 쓸개 옆에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종양이 악성인지는 제거해 조직 검사를 해 봐야 안다고 했다고 해서, 맹장 수술 하면서 쓸개와 종양까지 제거했다고 들었었다. 그게 2년전 그녀가 30대 중반일 때 이야기다. 나도 그때 수술 이야기라면 기억한다. 중앙대병원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문병 갔었으니까.  

수술 전날 그리고 수술 들어가기 직전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문득 잘못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열심히 살았지만 자기가 가진 것은 어린 삼남매 뿐이고, 또 남은 것은 쓸개 옆에 악성인지 뭔지 모를 종양덩어리....   

다행히 쓸개 옆의 종양은 악성이 아니었다.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이 시는 아홉개의 단편 중 네번째로 수록된 두번째 아이라는 단편의 도입 시다.  

이 작가의 이 책 펴낸 스타일이 스토리를 구상하고 거기에 맞는 시를 골라 앞머리에 싣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여자들의 삶, 다큐멘타리 다큐 3일하고 맥락이 맞닿은 데가 있다.  

물론 하나는 픽션이요, 다른 하나는 논픽션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이야기이지만, 희망이 없다고 해서(공무원, 매장 직원, 주부, 출판사 편집자, 프리랜서임에 그 날이 그 날이라며, 일탈을 꿈꾸지만 결코 벗어나지 못하다는 그런 사람을 살고 있다.) 억지로 꾸며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큐3일은 현실은 남루하고 고단하지만, 열심히 살아보자고  일상을 잘 갈고 닦아보자는 것이 일관된 주제이다.  

그러한 간극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다큐 3일이 보이는 것은 이 작품이 삶의 모습, 설령 어두울지라도 있는 그대로 눈 돌리지 않고, 직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차이가 뭔지 아는가? 각본이 있고, 없고라고? 다큐멘터리라고 각본이 없는 건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보이는 픽션이고, 드라마는 보이지 않는 픽션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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