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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노트북 3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 외 옮김 / 뿔(웅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도리스 레싱 여사, 검색해 보니 올해로 아흔셋이다. 작가 연보에 나오는 일생을 보아도 스펙타클하다. 열아홉 첫결혼 두 아이를 두고, 이혼 재혼 후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을 데리고 이혼.
62년에 황금노트북 출간 76년에 황금노트북으로 메디치상 수상.
2004년에 그의 첫 소설 풀잎은 노래한다, 를 읽었던 때가 떠오른다. 토착인과 이주민, 흑인과 백인 , 남과 여... 씨줄과 날줄의 생생한 괴리... "그따위 백인의 전통적 가치, 개나 줘버려" 하는 뉘앙스를 풍부하게 담아 썩소를 날리는 누군가의 얼굴이 뒤통수에 달라붙는 듯, 불모한 백인 문화의 위선을 교묘히 비웃는 그 문체가 오싹할 지경이었다.
이 작가, 정말 걸출하다는 것을 황금노트북에서도 재확인하다.
시간을 거슬러 재독하게 하고, 혹평과 호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갈리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많이 접하고, 그에 대한 비평을 쓴 평론가는 결코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작품들을 통해서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고, 좋은 작품이란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를 아는 상황에서... 습작을 하려 했을 때는 그러니까 손이 머리를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나는 평론가는 아니지만, 그리고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나 계획 또한 없지만... 이 어마어마한 황금노트북을 대하고 있노라니, 주인공 작가인 안나의 분열된 자아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노라니, 자꾸 나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앞전 얘기와는 달리, 나도 나만의 황금노트북을 써 나갈 수 있겠다는 참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용기가 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각각의 색깔의 노트에는 해방된 여성의 삶, 아프리카에서의 경험, 공산당 활동, 사랑, 개인의 일상, 그리고 희망과 조화...로 귀결되는 이야기들을 도리스 레싱 자신만이 들려 줄 수있는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 그려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