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조경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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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4남매이다. 내 기억에 엄마와 아빠는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주루룩  딸린 것을 많이 힘들어하셨던 거 같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우리들 중 하나 둘은 친척집에 보내졌다. 외가는 서울이었고, 친가는 내가 살던 소읍보다 더 시골인 어촌마을이다. 나는 친척집에서 낮 동안은 아무 생각없이 사촌들과 잘 놀다가도 산그림자가 짙어지는 저녁이 되면 쓸쓸하게 어두워진 나무들을 바라보며 곧잘 이상한 생각에 잠기곤 했다. 엄마 아빠, 두고 온 집 생각으로 시작해서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나’일까. 지금의 '나'가 아니라 전에 아주 오래 전에 다른 '나'가 있지 않았을까....같은 조그만 애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형이상학적인 것들까지....

 

그런 생각들에 결론이란 없다. 손으로 갈퀴를 만들어 물 속을 헤집는 것처럼,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다. 그저 처연한 느낌이 조금 들다 말 뿐....


이 소설은 그 때 뜬금없이 들곤하던 정황들이 연장되어 겪게 되는 느낌이 든다. <어두운 거리의 상점>처럼 실루엣으로 느끼고 파악하고, 줄거리보다는 정황의 설정이 중요해지는....


‘전생퇴행워크숍’이라는 게 나온다. 몇 년 전이었지 싶은데...한참 전생 바람이 불었었다. 그것을 소재를 다룬 트랜드 드라마도 많이 나왔고 말이다. 이 책도 그것에 편승한 것이었을까... (편승이라는 가벼운 느낌을 주는 단어 말고 다른 것 없는가???)  이번 생은 조졌지만.... 전생은... 아니, 조지고 말고가 중요하지 않지...암 중요하지 않고말고... 


이 소설에서는 밥과 국과 찌게를 만들어 먹는 장면에 대한 서사랄까 묘사가 많이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아....밥이란 것이 얼마나 중한데 밥상을 치섰소....   


정말 재미없는 소설이었어, 라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왠지 그렇게 잘라 말하기가 미안해진다. 적어도 어느 한 지점에서 작가와 나는 소통하고 있지 않았을까.


태초의 ‘나’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 그 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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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1-2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솔직하고 잔잔한 글이네요.어렸을 때의 기억, 절절하게 와닿아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랑 같이 있지 않으면 기 죽고 그러쟎아요.
전 어렸을 때 진짜 유명한 "울보"였데요. 엄마가 옆에 없으면 아주 난리가 났었데요.
울 엄만 얼마나 힘드셨을까?
복순이 언니님의 글을 읽으면서 미소 짓다 갑니다. 왜냐구요?
저 같음....씩씩하게 "정말 재미없는 소설이었어." 라고 말했을 것 같아서.ㅋㅋ

icaru 2005-01-23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고마워요~ 수선님... 이 책 읽고 고민했습니다... 왜냐구요?
리뷰로 쓸말이 없다는 생각...
왜...꼭 있지요....속도를 내어 끝부분까지 읽어나가긴...했는데 맨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그래서?" 라는 생각이 드는 책 있잖아요...
그런데...어케어케 옛날 이야기를 꺼내다보니...구냥....리뷰꼴을 갖춘 글이 나왔네요... 참..나...끄응..

님 어렸을 적에 유명한 울보셨군요~ 하하... 수선님의 서재에서 님이 장녀라는 글을 읽고...오호...의외다 했었답니다...ㅎ..제가 겪은 장녀들 치고...유쾌상쾌발랄이...전무하다시피였거든요...핫 참고로...저두 장녀예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1-23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복순이언니님은 골수장녀의 면이 언뜻 느껴지면서도 무척 유쾌하고 상쾌하고 발랄해요. ^^ 그런데 리뷰 첫부분은 괜히 눈물나네요...

비로그인 2005-01-23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욜에 뜬 리뷰인데 뽁스네 집에서 복순 아짐 발견하고 이리로 왔어요. 호잉? 리뷰가 있네요. 비발쌤네 이벤트한다고 술 마시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구나..
크하..복순 아짐, 멋지십니다. 어린 시절에도 나는 누구인가,를 가끔 자문하셨군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사촌들이랑 놀 때 '저것이 라면을 몇 가닥 더 가져갈까, 내 과자는 숨겨둬야지, 쟤네 아버지(외삼촌)사장인데 나처럼 없는 것이 건빵 사달라고 조르면 사 줄까 ..' 뭐, 그렇게 추잡스런 질문들만..
조경란은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읽고 나서도 그래서, 뭐가 어?다고? 그런 묘한 반발심만 드는게..제 취향이 아닌가 봐요. 세계가 별루 보이질 않던데..복순 아짐, 말씀 잘 하셨네..상황만 있을 뿐..(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넘 심한 말을..)

icaru 2005-01-2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아구구..그러게요...제가 쓴 걸 앞부분..다시 읽어보니..쩜...처량맞네요..골수장녀요? 하하... 골수까지 장녀의 피가 흐른다 이거지요~ 음음..히히...

복돌언니.. 저두요..먹는거에는 엄청 집착했다는..형제가 많은집이 늘 그렇듯 먹을 땐 피튀겨요... 음..근데...제가... 왜..나는 나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느냐면요...어릴적엔...그 시절 그 때의 '내'가 '내 모습'이 참...싫었어요... 그래서 다른 아이가 되어보는 상상을 많이 하며 놀았던 거 같아요... 옷도 이쁜 거 많고..해서 이쁘게 입고....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내가 아닌 다른 애가 되어보는 상상요~
조경란꺼는...저두 읽기가 수월치 않드라고요... 막말로... 너무 자기세계와 그 멋에 빠진 듯 보였고요..... 근데 최근에 플레져 님의 국자이야기 리뷰를 읽었는데... 조경란이 조금 달라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노력하는 작가였는모양예요~

플레져 2005-01-2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문학적 소양은 그 어린날에 이미 형성되었군요. 짐작은 했습니다만... 이안님처럼 저두 눈물나요. 조경란의 이 소설은 하이텔 문학관에서 연재하던 소설이에요. 원래 제목은 이오에서 온 빛 아니면 이오의 빛... 일 거에요. PC통신 시절이었는데, 뒤늦게 하이텔 문학관을 알게 되서 막 연재를 시작하던 이 소설을 본 기억이 나요. 하성란의 삿뽀로 여인숙, 은희경의 그것은 꿈이었을까 (원래 제목은 꿈속의 나오미) 도 하이텔 문학관에서 봤던 소설이구요... 흠~ 그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불과 몇 년전이네요. 에고고.... 너무 딴 얘기만 늘어놨어요. 소설속에서 주인공은 참 배고파 보이지요? ㅎㅎㅎ 참 좋은 리뷰에요!!

icaru 2005-01-2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문학적 소양이요!! 하이쿠......해몽이 더 멋져요!! 조금 헐벗은 느낌의 유년을 보내서 그런가보아요...
하이텔 문학관에 연재라... 플레져 님...이쪽..근황을 아주 잘 아시네요~ 으흠...뭔가 있어요? 그죠?
오늘 출근을 했는데...일이 마구 덤비네요...
마음만 급하고...시간은 없고...참으로 떫은 맛이네요.. 에효...

로드무비 2005-01-2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초의 나를 생각해 보게 한다니 그 정도면 작가는 할 바를 다했네요.
울림이 있는 글이에요.
잘 읽고 갑니다.^^

icaru 2005-01-2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앗...감사합니다... 울림이 있는 글이라니, 에구구..제겐 최대의 찬사네요..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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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하면, 씨네21에 <이창>이라는 코너가 생각난다. 고만고만하기 만한 클라이막스 없는 일상에서 간간히 선사 받는 청량제, 김영하의 <이창>이라는 코너가 내게 딱 그랬다. 하지만, 그 이후 <아랑은 왜>를 그럭저럭 읽고 나서, 한동안 김영하의 글을 읽는데 흥미를 올리지 못했었다. 작년 초 쯤에 김영하의 새소설인 이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알라딘 서점은 신작을 들고 간만에 돌아온 오빠! 김영하로 인해 술렁술렁했었지만, 나는 심드렁심드렁하기만 했었다.  
나 개인의 소설 취향을 놓고 보자면, 글쎄...나는 그러니까 인물의 자아찾기를 그림 그리듯 볼 수 있는 “성장 소설” 같은 것에 감성이 쉽게 들러 붙는 쪽이다. 그러나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은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소설집 나에겐 아주 좋았다. 성장 소설도 아닌 것이....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집과 회사를 오가는 사이사이 한 편씩 읽었다. 그런데 순식간이었다. 음, 아직 내게도 꽤 쓸만한 집중력이 남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신퉁방퉁한 소설이다. 최근 읽었던 책들 중에 머릿속에서 글자가 퉁그러져 나가 중도하차한 책이 꽤나 되어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 책 뒤에 문학평론가 김태환이라는 사람의 해설이 붙어 있다. 어떨 때는 평론가의 해설이 본작보다 더 난해해서 되려 작품과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 평론가의 해설은 더도덜도 아닌 해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듯, 군더더기 없어 좋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평론가의 평론은 독자인 나 본연의 감상이 어설픈 것이었노라 자학하게도 만드는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니, 해설이라는 것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소설집은 꼭지 하나하나 일상과 섞어드는 놀라운 힘이 있다. 작품 속 변두리 것들이 독자에게 아주 익숙해서 그런 거 같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는 저민 닭가슴살에 뭉근하게 익힌 당근으로 만든 카레를 신부님인 친구에게 저녁으로 만들어 대접하는 소설가. 위스키 발렌타인 한 병을 들고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신부님 친구의 모습이...
<오빠가 돌아왔다>에서는 오빠는 아빠 때문에 집을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스무살이 됐을까 말까한 앳된 여자를 데려왔다. 그 여자에게 ‘남자 맛은 일찍 알아서 오빠만 보면 침을 질질흘리는 주제에 새언니 노릇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며 오빠의 여자에게 뻣대는 중학생 여자아이인 나의 모습이...콩가루인 집안 식구들...그런데 아빠와 이혼하고 함바집을 하는 엄마가 집으로 다시 들어온 기념으로 의기투합하는 의미로다가 야유회를 가고, 경춘국도변 고기집에서 고기를 구워먹는데.... 중학생이 여자아이 나는 이 모든 상황이 우습다는 듯 시덥잖게 말하고 있다... 콩가루가 뭉쳐지는 화해 무드가 싫지는 않은 눈치인 여자 아이의 모습이....참..흐흐
<너를 사랑하고도>는 아침반 수영장이 배경이 되어 친근하다. 작년 이맘때, 일을 쉬고 있었을 때다. 지독하게 늦잠을 자는 습관을 고치려고 아침반 수영을 다녔었다. 그때 수영반에서 할머니들 틈에 끼여 수영 배우던 게 자꾸 오버랩되는거다.
<이사> 또한... 이사하는 날.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인부 아저씨와 벌였던 심리전 실갱이 같은 것이 어찌...알만하다...싶은 거 말이다.

아무튼...위의 모든 것은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 같은 것과는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변두리 것들이다. 작품의 본론으로 들어가자면....음...읽은 사람은 알겠지....

이것이 돌멩이인지, 노다지인지는 직접 캐봐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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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4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1-1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님의 지적...무쟈게 감사드립니다...오타잡는 일로 먹고 산달수있는데...이래서야...쓰나싶습네융!!! 진땀...삐질...

kleinsusun 2005-01-1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전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고, 의사에게 정말 사람의 내부에서 불이 나서 죽을 수 있냐고 물어 봤어요. 그 의사가 깜짝 놀라서 저를 쳐다 보더니....말했어요...

"아.니.요"

정말인지 알았는데...쩝. ㅋㅋ

로드무비 2005-01-1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상부상조하자고요.^^

icaru 2005-01-1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라인수선 님@@!!! 어쩜...저도 그 부분에서 한참 생각했더라는... 셋 중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첫째... 진짜 그런 증상이 있다...둘째...홧병에다가 문학적 상상력을 더하여 한 표현이다...셋째...자살이다...
ㅎㅎㅎ 님은 좀더 적극적으로 알아보셨더랬네요 ^^
저도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참...매력적으로 여겨지더랍죠...그리고 <이사>도 좋았어요.. 주인공 부부가 굉장히 소중히 여겼던 항아리가...그렇게 처참하게...조각조각 나다니...

로드무비 님...그럽지요~ 이제....님의 리뷰 볼 때...두 눈에 불을 훤히 킬 겁니다 ㅋㅋㅋ 긴장되시지요?

비로그인 2005-01-15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는데 문에 붙은 그림딱지를 봤어요. '기대금지'. 문짝에 기대지 말라는 것인데 이렇게 좁은 틈 사이로 사람이 빠질 수 있나..그런 생각이 들면서 문득 김영하의 소설들을 떠올렸걸랑요. 크아..이거 여기저기서 리뷰 뜨고 그러던데 정작 전 읽질 못했다뉘..여기 댓글 다신 분들은 모두 읽으셨나봐요..후기 산업사회 이후의 인간소외..를 절감하도다..복순 아짐, 나 내버려 두씨요..두랑께요!

호밀밭 2005-01-1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에게 이 소설이 신통방통한 소설이었네요. 글자가 잘 안 읽힐 때는 무조건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서 날아가는 글자를 잡는 게 제일 좋은 듯해요. 저는 이 소설을 읽기는 읽었는데 이 책으로 묶여진 것으로는 안 읽었어요. 서점에서 한 편, 다른 첵에 있던 소설 모음집에서 한 편, 이런 식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감상도 흩어졌었는데 님의 글을 보니 재미있었던 책으로 감상이 모아지네요. 서점에서 읽었던 <오빠가 돌아왔다>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상한 화기애애함이 마음에 닿더라고요.

비로그인 2005-01-1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합니다. 흑흑흑!! 전 '엘리베이터에 낑긴...'그게 전 더 좋더라구요. ^^ 근데 정말 복순언니의 독서량에 감탄하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좀 천천히 읽으세요!! ^^

2005-01-15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1-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뉘... 산업사회 이후의 인간 소외..라구요....하하..거참 (써먹어야겠다...)글고보니, 이 책에서도 참..어디가서 써먹으면 좋겠다 싶은 표현이 많았어요... 지금 딱 떠오르는...“나쁜 아빠 종합 선물 세트” 정도네요...작중 인물은 제가 보기에도 그다지 좋은 아빠가 아녔거던요...

아...호밀밭 님...문학 계간지 많이 보시는군요~
이 책 보니까...각꼭지마다...뒤에 처음 발표된 문예지를 밝혀 주었더라고요...
맞아요...! 글자가 안 읽힐 때는... 재밌는 소설을 읽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요....
안 읽히는 책을 붙들고 있다보면...점점...책 읽는 자체가 싫어지게 되거든요...

폭스바겐 님

미안합니다. 흑흑흑!! 전 '엘리베이터에 낑긴...'그거 아직 못 읽어봤다는....
뽁스 님이 좋다하니...또 읽고자픈 마음이 동하네요....(이눔의 책 욕심..크윽...)아 참...다음에 읽을 책은 김영하의 <호출>이랍니다~ 원제나 읽을래나...

속삭이신 님...잘 접수했당께요~ !!

플레져 2005-01-1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는 이사가 참 좋았어요. 그 으시시하고 뭔일 날 것 같은 긴장감이 아주 좋았어요. 저두 폭스님처럼 엘리베이터..에 있는 소설집도 좋아해요 ^^ ㅊㅊ!

2005-01-15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1-1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앗 저돈데~!
속삭이신 님의 마음이 별거 아니긴요~ 절대절대 아닙니다~~!

2005-01-18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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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출근을 하며 회사에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회사에 다니기가 무척 싫었다. 때로 직장이라는 곳은 현실적이다 못해 틀에 박히고 진부하며 숨막힐 듯 한 곳으로 여겨진다. 일주일 중 월요일에만 지독한 월요병에 시달리듯이, 하루 중 유독 출근길에만 이 숨막힘이 더해 오곤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는 상상을 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내려야 할 곳에서 지나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막상 타박타박 걸어서 사무실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릿속 동요는 잠잠해지고 출근 체크를 하고 컴퓨터를 켜고 그 날 할 일을 확인한다.

요시모토는 이 단편집에서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마음 속으로의 생각만으로 그치고 마는 심약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 감정의 여린 선을 편안한 화법으로 조명하고 담담하게 치유하기 시작한다. 담담하고 따뜻한 치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서술자가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점이 비판적인가 라는 것에 있는데, 요시모토는 현실에서 발을 헛디뎌 방황하는 인간 군상들에게 따뜻하다. 일례로,  <오카와바타 기담>에서 어린 시절 마음에 받은 상처 때문에 생긴 상실감을 달래고자, 동성애와 그룹 섹스 등 문란한 성생활에 집착하던 아케미를 그려내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내가 출근길에 탔던 버스도 순환 노선이라 곧 지나친 자리로 되돌아오고 만다. 요시모토 바나나도 충동적으로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완전한 일탈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오카아바담 기담>의 아케미가 정상 생활로 복귀를 했듯이. <신혼 부부>에서의 남편은 미인으로 변신한 도시의 노숙자와 아내의 험담을 늘어놓으며 돌아갈 기색도 보이지 않았지만, 전차가 다시 자기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자 결국 그 때는 자진해서 내리고야 만다. 숨막히게 현실적인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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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2-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도 바나나는 접해 본 적이 없어요. 근데 복순 아짐, 완전한 구속 혹은 일탈 또한 저에겐 두려움이에요. 조직에 대충 반항하고 또 한편으론 잘 길들여진 탓인가. 어서 이 지루한 생이 끝나야 할텐데..쓰읍..

icaru 2004-12-1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이 지루한 생이 끝나야 할텐데..쓰읍...하면서도 열심히 이 생을 살고 있어요!! ㅎㅎㅎ 모...다...그런거죠~~ ㅋㅋ



부끄럽게도는 무신요~~ㅋㅋ 저도 바나나는 몇 개 안 읽었는데요...

바나나의 작품들을 지하철 문학,,,,혹은 편의점 문학이라고 그런다네요~ 쉽게 손에 닿을 수 있고...또 쉽게 그렇게 하나씩 똑똑 떨어지게 간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요.... 복돌언니는 '탐색하고 뒤집어보고 암튼...쉽게 행하지 않는 본격적인 분?? '이자나요~ ㅋㅋㅋ 그래서...바나나는 아직 인거 아녜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2-14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나가 편의점 문학이래요? 큭큭. 그래도 참 재미있지요. 독특한 자기 색깔이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끔 읽고 싶을 때가 있어요... ^^

비로그인 2004-12-1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편의점 문학! 스케일이 작아 소품같은 느낌을 줘서 그런가. 아, 근데 복순 아짐, 혹시 서점알바 아니셔요? 뭔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대요. 전 움직일 때 동선이 짧아 산만한 편은 아닌데 책 펴고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진짜 많이 걸려요. 잡생각이 많은 편인데..복순 아짐은 엠씨스퀘어를 끼고 하시나..ž羔 책을 많이 읽으신댜..

2004-12-14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12-1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ㅋㅋ 누가 그러는데.... 인류는 항상 무언가에 의존하면서 살아왔다 합니다. 에덴의 이브에게는 사과가... 비탈진 밭을 일구는 아낙에게는 한자락의 노래가... 어지러운 속도감을 견뎌내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술과 담배가요~ 담배는 모르겠고....술은 가끔...좋은 친구입니다...^^ 담배나 술의 도움없이 꿋꿋이 설 수 있다면 더 좋으련만~ 아쉬운대로요!!



그나저나...님은 행복한 거야요... 연말이라고 여기저기서리...불러제껴 주는거자나요 ^^ ... (귓속말...그러나 정말 술병은 사절요!!! 도리도리....)

icaru 2004-12-1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그치요~ 자기만의 색깔이랄까 스타일이 떡 허니...있다는 것이란~ 참...

잉크냄새 2004-12-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다독의 비밀이 엠씨스퀘어에 있다는 사실 눈치채고 갑니다. ^^

2004-12-14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4-12-1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다독의 비결이 '복'자에 있다고 보아요...그럼 나도 닉넴을 바꿔봐?...아님, 엠씨 스퀘어를 사야하나요?...^^

icaru 2004-12-15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파란여우 님... 얇은 두께의 책들을 골라 읽은 것이 그 원인인듯 사려됩니닷!!!...

플레져 2004-12-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추천하셨으니 (별 네개로 짐작하여..^^;;) 읽어볼랍니다. 바나나가 싫었는데, 키친을 다시 읽어보니 또 괜찮더라구요 ^^

icaru 2004-12-2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도마뱀은 그러니까...음...강추는 절대 못되고요...사실 제가 별점 주는 거에 아주 후한 편이거든요~

님 사서 읽고, 에고 돈아까버...하실수도... ^^ ;;

2004-12-2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구판절판


이 여자는 스미레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성욕을 느낄 수는 없다고 한다. 스미레는 이 여자를 사랑하고 성욕도 느끼고 있다. 나는 스미레를 사랑하고 성욕을 느끼고 있다. 스미레는 나를 좋아하기는 해도 사랑하지는 않고 성욕을 느끼지도 않는다. 나는 다른 익명의 이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기는 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 복잡하다. 마치 실존주의 연극의 줄거리 같다. 모든 상황은 거기에서 멈추어 어느 누구도, 그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선택할 여지가 없다.-169쪽쪽

꿈 속에서는 사물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전혀 없다. 그곳에서는 처음부터 경계선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꿈 속에서는 충돌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설사 발생한다 해도 거기에는 고통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실은 끈질기게 달려든다.

레이디 사람이 얻어맞으면 피를 흘리는 법입니다.

사람에게는 각각 어떤 특별한 연대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존재한다. 작은 불꽃 같은 것이다. 주의 깊고 운이 좋은 사람은 그것을 소중하게 유지하여 커다란 횃불로 승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그 불꽃은 꺼져 버리고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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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푸트니크 여인에서 넘실대는 농밀한 언어의 바다에 빠져서 술 취한 사람처럼, 뼈가 노골노골해지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렇게 취하게 만들더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뭐라 딱이 말로 답하긴 어렵다. 음.....굳이 이 소설 속의 맛깔나는 문장을 맛보기로 들자면,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 이상한 거야.-(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너 보기와 달리 특이한 데가 있다” 라고 말한다면 나는 하루키의 이 문장으로 점잖게 대구해 줄 것이다’)라거나 ‘책장에 들어가지 못한 책들이 지적(知的) 난민처럼 바닥에 쌓여 있다.’ 같은 것.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아도 도수높은 알콜이 혈관으로 스미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아 나는 확실히 표현이 딸린다.

스미레는 소설 쓰는 일에 골몰해 있는 22살의 여자였다. 작중 ‘나’는 스미레를 좋아, 아니 사랑했지만, 스미레는 ‘나’를 좋아했는지 몰라도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성욕을 몰랐다. 그러던 그녀가 자기보다 17세 연상의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들은 첫 만남에서 음악 이야기를 하며 마음의 교감을 이루었다. 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스미레의 동성애 성향이 아니다.
스미레의 꿈, 그러니까 스미레가 결국 만족할 만한 소설을 완성을 할 수 있게 되었는가...   스미레는 글을 쓰고 또 썼지만...아직 미진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경험과 시간이었다. 그녀가 쓴 문장에는 독특한 신선미가 있고,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정직하게 표현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는 누군가의 모조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손끝만으로 잔재주를 부려 완성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진정한 소설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주술적인 세계가 필요하다. 그녀는 17세 연상의 여인과 나누는 즐거운 시간들과 상처가 된 경험들 이 모두는 사실 주술적인 힘을 얻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소설이 아니다. 진정한 ‘나’를 찾는 것에도 이모든 아픈 경험과 시련의 시간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 소설은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이 쪽 세상과 저 쪽 세상을 사이에 둔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재는 이쪽 세상에 살고 있지만, 본래는 저 쪽 세상의 출신인 것 같은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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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2-10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 읽을 시간도 없어 점점 이 책은 연이나 닿을는지 모르겠군요...

스미레 보고 싶은데 말이죠. ^^

잉크냄새 2004-12-1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미레...여담입니다만 알라딘 초기 서재 주인장중에 "스미레" 란 닉네임이 있었던것 같군요. 그나저나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다양한 책을 읽으시고 리뷰를 올리시고 보기 좋습니다.

hanicare 2004-12-1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자질구레한 계산기의 키보드를 뛰어넘는.나라는 인간의 알량하고 굳어버린 윤곽선을 뜨겁게 녹여버리는 강력한 존재에의 매혹. 그런 것이 왜 이렇게 부재하는지.

icaru 2004-12-1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 님~ 요즘 좀처럼 님의 따끈한 따끈한 글들을 볼 수 없어서...'왜 일까~ 하던 차였답니다....' 이 책 알라딘에서는 품절이네요...전 최근에 시중 서점에서 구했답니다...



잉크냄시 님.. 구런 닉네임의 주인장이 있었더래요오??~ 스미레...음..제비꽃이라는 뜻이래요...



하니케어 님...강력한 존재에의 매혹...!!!

전... 특별히 하루키와 그의 작품을 무진장 왕장창창 좋아라 한다고 볼 수는 없었는데... 이 소설은 어쩐지...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정말...묘해요...

플레져 2004-12-2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제가 왜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애타게 찾고 있었나 했습니다. 바로 님의 리뷰를 읽었기 때문이었어요! (제게 말씀하셨던 거랑 비슷한 멘트지요? ㅎㅎ) 꼭 읽어봐야겠어요, 진짜루!!

icaru 2004-12-2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진짜로 궁금하네요~~ 님은 어케 이 소설의 느낌을 풀어가실지... 저는 확실히 딸림니당...그냥 좋았다...진정 좋았다... 라고 밖엔...님...꼭 읽고...리뷰 쓰셔야 해요~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