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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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출근을 하며 회사에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회사에 다니기가 무척 싫었다. 때로 직장이라는 곳은 현실적이다 못해 틀에 박히고 진부하며 숨막힐 듯 한 곳으로 여겨진다. 일주일 중 월요일에만 지독한 월요병에 시달리듯이, 하루 중 유독 출근길에만 이 숨막힘이 더해 오곤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는 상상을 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내려야 할 곳에서 지나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막상 타박타박 걸어서 사무실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릿속 동요는 잠잠해지고 출근 체크를 하고 컴퓨터를 켜고 그 날 할 일을 확인한다.

요시모토는 이 단편집에서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마음 속으로의 생각만으로 그치고 마는 심약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 감정의 여린 선을 편안한 화법으로 조명하고 담담하게 치유하기 시작한다. 담담하고 따뜻한 치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서술자가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점이 비판적인가 라는 것에 있는데, 요시모토는 현실에서 발을 헛디뎌 방황하는 인간 군상들에게 따뜻하다. 일례로,  <오카와바타 기담>에서 어린 시절 마음에 받은 상처 때문에 생긴 상실감을 달래고자, 동성애와 그룹 섹스 등 문란한 성생활에 집착하던 아케미를 그려내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내가 출근길에 탔던 버스도 순환 노선이라 곧 지나친 자리로 되돌아오고 만다. 요시모토 바나나도 충동적으로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완전한 일탈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오카아바담 기담>의 아케미가 정상 생활로 복귀를 했듯이. <신혼 부부>에서의 남편은 미인으로 변신한 도시의 노숙자와 아내의 험담을 늘어놓으며 돌아갈 기색도 보이지 않았지만, 전차가 다시 자기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자 결국 그 때는 자진해서 내리고야 만다. 숨막히게 현실적인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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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2-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도 바나나는 접해 본 적이 없어요. 근데 복순 아짐, 완전한 구속 혹은 일탈 또한 저에겐 두려움이에요. 조직에 대충 반항하고 또 한편으론 잘 길들여진 탓인가. 어서 이 지루한 생이 끝나야 할텐데..쓰읍..

icaru 2004-12-1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이 지루한 생이 끝나야 할텐데..쓰읍...하면서도 열심히 이 생을 살고 있어요!! ㅎㅎㅎ 모...다...그런거죠~~ ㅋㅋ



부끄럽게도는 무신요~~ㅋㅋ 저도 바나나는 몇 개 안 읽었는데요...

바나나의 작품들을 지하철 문학,,,,혹은 편의점 문학이라고 그런다네요~ 쉽게 손에 닿을 수 있고...또 쉽게 그렇게 하나씩 똑똑 떨어지게 간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요.... 복돌언니는 '탐색하고 뒤집어보고 암튼...쉽게 행하지 않는 본격적인 분?? '이자나요~ ㅋㅋㅋ 그래서...바나나는 아직 인거 아녜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2-14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나가 편의점 문학이래요? 큭큭. 그래도 참 재미있지요. 독특한 자기 색깔이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끔 읽고 싶을 때가 있어요... ^^

비로그인 2004-12-1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편의점 문학! 스케일이 작아 소품같은 느낌을 줘서 그런가. 아, 근데 복순 아짐, 혹시 서점알바 아니셔요? 뭔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대요. 전 움직일 때 동선이 짧아 산만한 편은 아닌데 책 펴고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진짜 많이 걸려요. 잡생각이 많은 편인데..복순 아짐은 엠씨스퀘어를 끼고 하시나..ž羔 책을 많이 읽으신댜..

2004-12-14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12-1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ㅋㅋ 누가 그러는데.... 인류는 항상 무언가에 의존하면서 살아왔다 합니다. 에덴의 이브에게는 사과가... 비탈진 밭을 일구는 아낙에게는 한자락의 노래가... 어지러운 속도감을 견뎌내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술과 담배가요~ 담배는 모르겠고....술은 가끔...좋은 친구입니다...^^ 담배나 술의 도움없이 꿋꿋이 설 수 있다면 더 좋으련만~ 아쉬운대로요!!



그나저나...님은 행복한 거야요... 연말이라고 여기저기서리...불러제껴 주는거자나요 ^^ ... (귓속말...그러나 정말 술병은 사절요!!! 도리도리....)

icaru 2004-12-1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그치요~ 자기만의 색깔이랄까 스타일이 떡 허니...있다는 것이란~ 참...

잉크냄새 2004-12-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다독의 비밀이 엠씨스퀘어에 있다는 사실 눈치채고 갑니다. ^^

2004-12-14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4-12-1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다독의 비결이 '복'자에 있다고 보아요...그럼 나도 닉넴을 바꿔봐?...아님, 엠씨 스퀘어를 사야하나요?...^^

icaru 2004-12-15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파란여우 님... 얇은 두께의 책들을 골라 읽은 것이 그 원인인듯 사려됩니닷!!!...

플레져 2004-12-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추천하셨으니 (별 네개로 짐작하여..^^;;) 읽어볼랍니다. 바나나가 싫었는데, 키친을 다시 읽어보니 또 괜찮더라구요 ^^

icaru 2004-12-2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도마뱀은 그러니까...음...강추는 절대 못되고요...사실 제가 별점 주는 거에 아주 후한 편이거든요~

님 사서 읽고, 에고 돈아까버...하실수도... ^^ ;;

2004-12-2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