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이라서, 7월말이나 8월초 극극초초성수기에 휴가를 낸다. (아이들 방학만 아니라면, 선선한 가을에 휴가 내고프다..)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혹은 아이들 덕분으로, 가 되었든 정지용의 시 향수의 토막토막들이 떠오르는 곳에서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함추름 이슬 휘적시며 우리 어릴 적 그 모양새로 노는 아이들 덕분으로 다만, 이 휴가가 무의미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을 따름.
아이들과 너무 붙어 지내느라, 정작 나 하고 싶은 것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가, 그렇다면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는고 하니, 딱히 그러고도 싶은 게 없는 심신이로구나! 싶다.
어제 저녁에는 아이들이 물놀이 갔다가, 부천 사는 제 이모네서 저녁먹고 밤늦게 집에 왔는데, 애들 없는 저녁 시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멀뚱멀뚱하고 앉았었다.
또 돌아오는 주말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다가 수중에 들어온 책 두 권이,
시든 독서욕을 모처럼 자극한다.
책 껍데기 벗기면 부드러운 보라색 표지가 나온다. 온다 리쿠의 라틴 아메리카 여행 에세이. 온다 리쿠는 07~12년 근 6년 동안 내가 애정에 마지 않았던 작가님.
덕분으로 독서가 행복했습니다. 싶을 만큼이다.
번역되는 족족 그녀의 책들을 읽으면서, 점점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느낌이 들어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의 이런 식상해하는 느낌을 알아차렸다는 듯, 신변잡기적인 에세이들이 번역되기 시작했고,- 맥주 여행(?) 분류될 법한 <공포 보수의 일기> 였을 거다. - 구석진 곳의 풍경이라는 여행기도 읽기 시작한다. 그 책에서 말했지~ 여행이란, 다른 세계에 자신의 일부를 조금씩 두고 오는 것이라고 했겠다....
작가들은 소설의 소재라도 하나 더 얻고자 여행을 할 것이다. 여행,,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여행이란 얼마나 좋은지...
기쁨 뿐만 아니라 초조와 탈진과 피로도 딱 그 시간 그 장소 그 풍경 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며, 당시 품었던 선명한 감정은 돌아온 후에라도 생생한 청량감을 머금고 남아 있곤 한다.
게다가 라틴아메리카 여행기라 하니, 동생이랑 돌려 봐야겠다.
강신주의 2009년 저작이다. 이 책이 아니라면, 짐멜이 어떠쿠~ 벤야민이 어떠쿠~ 장님 코끼리 더듬듯 띄엄띄엄 알바였지만, 책 덕분으로 맥락을 얻어간다.
노동자 계층으로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