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삼성 - 이건희, 그리고 죽은 정의의 사회와 작별하기
김상봉 외 지음 / 꾸리에 / 201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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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명대 예비 언론인 캠프 강의 들으면서도 꼬박꼬박 챙겼던 책이다.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됐다가 부흥회의 도서로 강력 추천했다. 부흥회 첫 책이었던 『닥치고 정치』에서 삼성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불법 증여를 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기에 삼성을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2. 反 삼성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엮어낸 책이라 그런지, 대한민국을 넘어선 세계의 초일류 기업 삼성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간 불편할 만한 책이다. 삼성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문제점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고, 동시에 좌절감이 커졌다. 뭐랄까 나 같은 일개 머리 깬 척하는 대학생의 소관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3. 경향신문에 『삼성을 생각한다』 책을 소개하려다 반려된 적이 있는 김상봉 씨는 꾸준히 삼성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사람이었는데 삼성불매운동이 과연 현실적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미 우리나라의 주요 권력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은 덕에 법으로도 충분히 처벌이 되지 않는 삼성을 거부하고 무시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자발적 무시'와 '외면'이었다. 하지만 삼성 제품을 안 쓰고 산다는 건 다른 나라에선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만 해도 나의 마지막 삼성 제품을 카메라로 꼽고 있지만, 자잘한 부품까지 다 합치면 내 손을 거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삼성 것일지도 모른다. 삼성이 대단한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가진 점, 가전제품 등 접근성과 중요도가 높은 제품을 주로 만들어낸다는 점도 불매운동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워낙 논조가 선명하고 방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보다 손쉽게 거부할 수 있는 반면, 삼성의 제품들은 그렇게 무시해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닌 많은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당장 스펙이 후덜덜하다는 갤럭시3를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삼성제품을 사는 것에 대해 비교적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해서 감히 다른 이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렇게 참 오묘한 문제가 되고 마는 것이다.

 

 4. 취업준비생이라는 현실 속에서 과연 삼성에 입사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는 것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이 부분도 정말 고민스럽다 못해 고통스러운 문제였는데 결국 답을 내리지 못했다.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사상적으로 그렇게 무결함(!)을 추구하면서 결국 밥벌이 문제 앞에서 떳떳해질 수 없다는 게 서글펐다. 하지만 내가 하늘만을 바라보는 이상주의자는 아니기에 생계가 걸린 문제에 과감하게 굴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삼성은 들어갈 생각을 털끝만큼도 안하고 있으니(원서를 안 내면 됨) 상관없었다. 오히려 조중동 시험을 봐서 붙으면,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골치아파진다. 언론고시 시험 하나하나가 다 공부가 되는 거라는데 원서조차 넣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 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보는 게 좋나. 이번에 언론인 캠프를 다녀와서 느낀 건 사람은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적응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조중동이나 종편 쪽으로 들어간다면 일의 고단함은 물론이고 양심의 가책과 생각의 정면충돌까지 줄줄이 딸려올 텐데, 그거야말로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하는 일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바늘구멍과도 같은 취업문, 특히 명확한 기준을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언론인 취업문을 내가 견딜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5. 대졸자가 많아 공급은 넘치고, 질 좋은 일자리 비율은 적으며, 게다가 채용권은 전적으로 기업에 달려 있는 이 상황에서 취업준비생은 갑을병정에서 정도 못 될지 모른다. 그러니 나랏님께 눈높이 낮추라는 충고도 듣고 5학년 6학년 다니며 스펙 쌓으려고 애쓰는 거겠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느낀다. 단단하다고만 믿어왔던 내 그릇이 이렇게 단번에 물러질 수 있다니. 그동안 빌린 학자금의 압박과 어려운 집안형편까지 얘기하는 건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그게 명백한 사실인데도. 점점 내가 구차해지고 있다는 생각만 들 뿐.

 

 6. 이택광이 '국민이 삼성이다'라고 쓴 것은 가히 천재적인 표현이었다.

 

 7. 유명 필자가 아니어도 글이 전반적으로 수준이 있는 편이다. 최성각도 재미있었고 우석훈도 재밌었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쓴 김용철 변호사도 꼭지를 보탰다. 재밌는 건 그를 여전히 정신 못 차린 인간쯤으로 보는 사람도 원고를 썼다는 것. 대의가 맞아서 함께 했나? 여튼. 삼성이 왜 악의 축(!)인지를 알게 되며, 동시의 자기효능감이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 때문에 주눅들게 된다. 나는 그랬다.

 

 8. 집단지성을 믿지만 대중은 언제나 멍청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는, 요상한 생각을 가진 나는- 나 또한 무식한 국민이기 때문에 삼성의 위험성을 잊으려고 할 때마다 전해주는 목소리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꽤 큰 공을 세운 책이다. 삼성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건드리려는 사람들은 지나친 거대담론으로 이끌지 말고 센스를 가미해 접근성을 높였으면 좋겠다. 무식한 독자의 바람이다. 대중저술가들은 머리아픈 문제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존재들이니 이 정도의 부탁은 무리가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음.. 너무 어려운 목표겠지만 시사 현안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능숙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를 롤모델로 삼으면 되겠다. 좀 더 트렌디하고 B급스러워지려면(나쁜 의미 아님) 굽시니스트를 참고하면 되고. 중간을 선보이려면 한겨레21, 시사인을 보기를 추천한다.

 

 9. 독후감 참 중구난방으로 썼군. 글도 쓰면서 늘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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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2012-01-1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내 리뷰는 백지장^^; 다음주 미국은 더 열심히 쓰겠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