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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페미니즘 입문서로 걸작. 아낌없이 추천할 만하다.
2. 여성주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조금 귀찮고 피곤하다고 해서 별 고민 없이 내뱉는 말이 누군가의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또 생각하고 또 고민할 것이다. 외면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폭력이다. 여성, 유색인종, 저소득층 약자로서 살고 있는 내가 다른 약자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위하랴. 나는 기꺼이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3. 성판매 여성에 대한 생각.
이전에는 성판매 여성(경제학적으로 보자면 공급)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러나 공급이 얼마나 있고 가격이 얼마이든 수요(성구매 남성)가 없다면 거래는 성립할 수 없다.
비싼 값을 주고서라고 성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기에 공급도 늘어나는 것. 즉 일차적 책임은 전적으로 성구매자에게 있다.
매우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성폭력이 단순히 강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 권력에 의해 일어나는 모든 폭력이라고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했을 때,
비슷한 맥락으로 성매매의 범위를 넓게 정의할 수도 있다. 즉 성을 상품화하는 모든 경우(연예인, 나레이터 모델, 레이싱 모델, 등)를 성매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4. 아무 의심없이 썼던 '양성평등'이라는 단어 조차도 성차별적이라는 것.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많은 개념들에 숨겨진 남성주의적 기원. 진보진영에서조차 소외되거나 이용당하는 여성주의.
등을 읽으며 나는 점점 눈을 뜨는 기분이었다. 그 누가 여성학은 깊이가 없다고 하였나.
5. 2년 전 여성인권영화제 기획단을 했을 때, 프로그램 기획을 하는 남여 스텝 두 분을 동시에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남자가 여성인권영화제를 참여하는 것이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한다.'라는 어쩌면 조금 무지했던 내 질문에 대해 '그것이 특별한가요? 굳이 남녀를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시각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남성분이,'여성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싸움이라 할 수도 있는데, 그 싸움을 나혼자 하는게 아니라서 외롭지 않다는 느낌? 또 서로 존중받는다는 기분도 들어요.'라고 여성분이 대답해주었다.
굳이 남성들에게 이 책을 읽어봐달라고 구걸하고 싶지 않고, 기대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이가 있다면 나는 조금 든든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