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1990년 엘리자베스 뉴턴은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간단한 놀이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심리학 박사가 되었다. 두드리는 사람이 어떤 노래의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리면 듣는 사람이 이 노래의 제목을 맞추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두드리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정답을 맞힐 확률을 50% 예상했지만 듣는 사람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그러면 왜 이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을까? 그는 이 실험을 통해 ‘지식의 저주’를 문제 삼는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두드리는 사람은 머릿속에 익숙한 선율이 흐르는 반면에 듣는 사람에게는 그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노래의 제목을 알게 되면 두드리는 사람은 더 이상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였다.

지식의 가치를 다루는 데 있어 엘리자베스 뉴턴 못지않게 지(智)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방대한 독서량에서 나오는 저작들이 국내에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쿄 한복판에 그가 세운 고양이 빌딩이 보통의 일반인에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 빌딩 전체가 서가(書家)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의『지식의 단련법』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智)의 소프트웨어’라는 원제에 나와 있듯 이 책은 지식의 입력과 출력에 관한 저자의 독특한 전략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저자 말대로 이런 전략은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얻어진 결과였다. 덕분에 우리는 쓸데없는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입력에 있어 ‘지적 생산형’과 ‘지적 생활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자가 입력이 수단이라면 후자는 입력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정보를 가진 의미를 이해하면서 입력하는 데 있다. 바로 이렇게 해야만 정보가 지식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목적선행형 독서법을 지향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독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출력에 있어 좋은 문장을 쓰는 실용적인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매끄러워질 때까지 과감하게 쳐내라고 한다. 불필요한 수식어를 덜어내고 연문(連文), 복문을 단문화해서 가능한 단순하고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인 방법에 앞서 좋은 문장을 많이 읽으면서 좋은 문장에 대한 감각을 익히라고 당부한다. 문장의 본질적인 가치는 어떻게 쓰여져 있는가보다 무엇이 쓰여져 있는가, 라는 것의 그의 문장론이다.

이 밖에도 입력과 출력 사이에 지식을 단련하기 위한 방법들이 귀를 기울이게 했다. 즉 목적 없는 스크랩은 그만둬라, 방대한 분량의 잡지를 독파하라, 문체는 옷에 불과하다, 내면적 상상력을 키우라, 무의식층의 거대한 잠재력을 파악하라, 부분으로부터 전체를 연역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섭렵하게 된다. 그리고 1984년에 출간된 이 책이 여전히 웹 2.0 시대에도 유효한 것은 아무래도 “독서는 정신적인 식사”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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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4-0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아님, 오랜만이에요.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이군요.

오우아 2009-04-11 00:38   좋아요 0 | URL
혜경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정말이지 오랜만이네요..
꽃들이 예쁜 4월..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여전히 저는 책 욕심때문에 제 할일 못하고 있는... 늘 감사합니다..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