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그냥 울어
스즈키 히데코 지음, 이정환 옮김, 금동원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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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전에 읽은 책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와 함께 동생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그 책에서 '가면우울증'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참 애매한 용어이다. 자기 감정을 고스란히 얼굴에 그대로 다 나타내고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건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측면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다는 잠재의식때문에 나의 감정과 전혀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마음 속에 더 큰 문제를 키우는 길이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합리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쉬운가? 그리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표현하라는 것보다 참고 내색하지 말라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자랐으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원제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수녀님께서 쓰신 책이다. 수녀님이면서 문학, 심리 등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으며 특정 종교의 경계를 넘어 문학 요법, 심리 요법을 통해 아픈 사람들의 내면 치료에 주력하는 분이라고 한다. 힘들면 굳이 감추고 덮으려 하지 말고 그냥 울라는 말.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인상적인 말은 따로 있다. 먹고 사는데는 별로 문제가 없으나 사는게 허무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은 일이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하소연 하는 50대 여성에게 저자는 무어라고 대답했을까. 나에게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로 눈길을 돌려보라고 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해보라고. 작은 예로 그 여성이 꽃 가꾸는 취미가 있고 제일 좋아하는 꽃이 아프리카제비꽃이라고 하자 저자는 주위에 알고 있는 지인들의 생일 목록을 작성하라고 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생일에 이름을 밝히지 말고 정성껏 키운 제비꽃을 선물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만약 그래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때 다시 자기를 찾아오라고 한다. 마음을 다스리라, 인간은 누구나 다 외롭다, 이런 식의 조언이 아니었다. 내가 나서서 남에게 베푸는 행위가 곧 나에게 베푸는 행위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 살아가는 방법으로서 참 다행스런 해답이다.

고통을 견뎌내고 뛰어넘으면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이 세상은 이렇게 저렇게 서로 엮여있는가보다.

'언령'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말에 혼이 있다는 뜻인데, 말에는 강한 힘이 있어서 좋은 말을 되풀이하여 영혼을 울리면 언령이 사람의 내부에서 행복을 끌어내 줄 것이라고 한다. 좋은 말을 많이 하도록 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의 소득은, 글의 내용과 상관없지만 여기 실린 그림들이다. 찾아보니 뒷표지에 '일러스트 금동원'이라고 나와있다. 남자 이름 같지만 여자화가. 클레의 색동띠가 연상되기도 하고 판화 느낌이 나기도 하는, 시원시원하고 밝은 색의 그림들이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려놓는 것 같았다. 이런 그림을 방에 걸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범국민적 유행어가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더 풍요로운 시대에 살면서 우리에겐 왜 예전보다 더 힐링이 필요한 것일까. 왜 이 세상엔 아직도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아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우울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준 책이다.

동생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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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31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31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1-31 14:38   좋아요 0 | URL
고쳤습니다 ㅠㅠ
 
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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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을 일부러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이번달 어린이책모임에서 당선작이니 한번 읽어보자는 의견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작년에 역시 '시간'으로 시작하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다른 출판사 공모전 당선작을 읽고 적잖이 실망했었기에 나 '시간'제목에 트라우마 있다고 농담삼아 이야기해놓고 어쨌든 읽기로 했기에 책을 펼쳐 들었다.

현실의 고통받는 아이들의 아픔에 접속하여 그들의 소망을 그들이 좋아하는 양식인 판타지로 그린 이 작품의 의미는 각별하다. 시간을 단순히 소재로 사용하지 않고 시간과 기억이라는 추상적 개념의 이중적 사유를 통해 아이들을 위무하고, 정체성 형성의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다. - 유영진, 심사평 중에서

아이들은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된 아이들에게 있어서 말이다. 비슷한 나이의 자식을 둔 입장이고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이 책의 주인공의 꽉 짜여진 일상을 보고,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시간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다고 짐작이 되었다. 협동과 화합보다는 경쟁을 부추키는 학교. 그 학교가 끝난 후 바로 이어지는 학원 순례. 집에 돌아오면 학원에서 내준 숙제,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아이 같은 경우엔 각종 경시대회 준비. 엄마는 나의 시간 매니저이니 끊임없이 매니저의 간섭과 조언을 들어야한다. 이런 배경을 안고 출발하는 이야기이다. 시간의 추상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기 보다 이 아이에게는 늘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갈망, 늘 누군가에 의해 미리 계획되어 지는 시간에 대한 억눌림이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우연히 시간 가게를 발견하게 되고 그 곳을 지키는 주인할아버지와 계약을 맺게 되는데.

시간에 대한 억압이 아이로 하여금 시간을 내 맘대로 멈추게 하고 그 동안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환타지나 상상의 세계라 할지라도 벗어날 수 없는 진리가 있었으니 댓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라는 것. 아이는 이렇게 덤으로 얻는 시간 대신 자기의 소중한 기억들을 팔아야 했다. 여기까지는 이 책 이전의 다른 작품에서도 본 적 있는 구성이다. 전개는 이렇게 독특할 것이 없었지만 이 이야기가 책이 되려면 여기서부터라도 이 이야기만의 다른 구성이 들어가야 한다. 작가는 이것을 어떻게 끌고 나갔는가? 아이는 이렇게 비밀스런 방법을 통해 시간을 벌어 자기 앞에 닥치는 위기의 순간들을 잘 모면하지만 그 댓가로 추억을 반납해야했기 때문에 자기 머리 속에서 예전에 대한 기억들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을 깨닫는다. 덜컥 겁이난 아이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 시간가게에 가서 할아버지에게 약속을 물르자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내가 잃어버렸던 기억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 마구 머리 속에 들어와 자리잡게 된 것이다. 마침내 아이를 일깨우는 것은 같은 나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 영훈이다. 엄마, 학교, 주위의 조정대로 움직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는 영훈이의 말은 아이 입에서 나올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더구나 이 말에 주인공 윤아가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결심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결말은, 마지막까지 이 책에 걸고 있던 기대를 푸우~ 하는 한숨과 함께 저버리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두 페이지는 없는 것이 나았다.

 

각종 공모전의 심사는 대개 한 사람이 아닌, 두 세명의 심사 위원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그 말은 곧 수상작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아닌 두 세 사람의 의견이 일치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보다 뛰어나야 하지만 동시에 '무난하게' 뛰어나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의 대폭적인 관심을 끌지만 다른 사람의 기준엔 영 아닌, 그런 뛰어남보다는, 탄탄하고 흠 잡을데 없으며 안정감있는, 분란의 여지가 없는 뛰어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모전에서 당선되었다는 작품들이 다 고만고만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참신하다, 독창적이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었을까, 이런 감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며 책장을 덮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이 우연이라도 모두 작품에 대한 비슷한 안목을 가진 사람들로 선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공모전에 응모하는 사람들은 습작 기간동안 이미 알고 있었을 테니까. 어떻게 써야 당선될 것이라는 걸.

우리 나라 사회상과 다르지 않다. 너무 튀면 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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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1-3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눌린 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꿈'을 얼마나 품을 수 있을까 궁금해요. 아마, 한국 사회 아이들은, 자유를 주어도 자유를 제대로 못 누리지 않을까 싶어요.

hnine 2013-01-31 18:26   좋아요 0 | URL
억눌리고 있다는 것은 알까요?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참아내고 견뎌내야 하는 것 쯤으로 알고 있지나 않을지.

하늘바람 2013-01-3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수상작이네요 어느덧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시간가게라
너무 튀면 안되는
전 그런 공모전 규칙을 잘 못 지켜서 잘 응모도 안하고 못하기도 하네요
변명이지요

hnine 2013-01-31 18:29   좋아요 0 | URL
아까 보니까 알라딘에 이 저자 인터뷰 기사도 올라와있던데요.
공모전 당선. 아무나 되는게 아닌 줄 알고는 있지만, 어떤 경계를 뛰어넘는데 오히려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여학생들의 경우엔 대개 체육이 그렇다는데

내 경우엔 체육 못지 않은 과목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미술이었다. 그 수업 들은 날은 학교 가기 싫은 날.

(덜렁거리는 나는 미술 시간에 이것저것 준비물 챙겨갈게 많다는 것 부터가 싫었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눈 앞에 있는 것 아무거나 끌어다 놓고 스케치도 해보고

크레파스로 생각나는 대로 문질러도 보고

종이도 붙여보고

 

내가 스케치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남편은

너무 기본이 안되어 있다 싶은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다가

급기야는 손봐주고 싶어하지만

내가 거부.

"내꺼야!"

 

재미있다.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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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28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선생님처럼 기분 좋아지고 행복함이 묻어나는 그림과 페이퍼예요.^^

hnine 2013-01-29 12:38   좋아요 0 | URL
전 자랑하고 싶은게 있으면 여기에 오는 것 같아요. 애들 같지요? ^^

Jeanne_Hebuterne 2013-01-2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이들이 늘 신기하고 부러웠는데, 이제 hnine님도 부럽습니다.
(저 브랜드 셔츠 참 이쁘죠?히힛)

hnine 2013-01-29 12:40   좋아요 0 | URL
손이 바쁘면 마음이 조용해지더라고요, 제 경우에는요.
손이 조용하면 마음이 산란하고요.
저를 부러워하시다니...저렇게 그림을 그려대기까지 별짓을 다 했답니다 ㅠㅠ
아, 그런데 저 봉투 안에 들었던게 옷이었군요. 저 봉투만 집에 돌아다니던데, 내용물은 그럼 어디있는걸까요?? 흠...

마녀고양이 2013-01-2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꺼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니, 쪼옥~ 미치겠당.

hnine 2013-01-29 12:42   좋아요 0 | URL
남편이 그림 좀 그렸던 경력이 있거든요.
잘 그리려는게 목적이 아니니까 말로만 조언을 해줘도 충분했기에 제가 거부했습니다 ㅋㅋ

하늘바람 2013-01-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 넘 멋진데요
저도 하고프네요

hnine 2013-01-29 12:4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하세요!
저기 커피잔 스케치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그렸어요 15분쯤?

세실 2013-01-2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칠하신거 보고 '음 귀여워....'하고 내려오다가,
스케치 보고는 '오우! 잘하신다' 했다는....
스케치 소질 있으신걸요^^

hnine 2013-01-29 12:44   좋아요 0 | URL
웁...색칠한것만 올리지 않고 스케치도 올리길 잘 했네요 ㅋㅋ
스케치는 관찰을 잘 해야겠더라고요. 제가 좀 성질이 급해서 끝까지 마무리를 잘 못해요.

꿈꾸는섬 2013-01-2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져요.^^

hnine 2013-01-29 12:45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때까지 끈기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3-01-2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이런 소질까지 있으시다니요.^^

hnine 2013-01-29 12:46   좋아요 0 | URL
소질은 없지요 솔직히 ㅋㅋ
남편이 빈말로도 잘했다 소리 안하더라고요. 선생님한테 못했다고 야단맞지 않았냐고만 해요.

수이 2013-01-2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으로 뭘 하는 일의 자유로움, 즐거움이 있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hnine 2013-01-29 12:46   좋아요 0 | URL
네, 앤님. 고맙습니다.
제가 억지로 억지로 찾아낸 자유로움이고 즐거움이랍니다.

블루데이지 2013-01-2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미술쪽엔 소질이 약에 쓸려고해도 없는데..ㅋㅋ
멋있어요..hnine님...즐겁게 하신거라 그런지 더 멋져요!

hnine 2013-01-29 12:47   좋아요 0 | URL
아닌데~ 블루데이지님 글 올리시는 것 읽어보면 미술품에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무스탕 2013-01-2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전통의 조각보자기가 생각나는 색감이에요 +_+

hnine 2013-01-29 12:48   좋아요 0 | URL
조각보자기한테 저 야단맞아요 ㅠㅠ
보자기만드는 것은 한땀한땀 어렵겠지만 저렇게 쓱쓱 칠하는건 진짜 쉽답니다 ^^

같은하늘 2013-01-29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무스탕님처럼 조각보 생각했어요.
화사한 색채감도 이쁘고, 수수한 스케치도 멋져요~~

hnine 2013-01-29 12:49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이 그린 것 볼때는 담담한 수채화에 더 끌리던데, 직접 그리는건 저렇게 진하게, 환한 색깔로 빡빡 칠하는게 신나고 재미있더라고요.

2013-01-30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30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OZ마법사 2013-02-02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고못하고가어디있어요! 예술은 답이 없는거아닐까요?

hnine 2013-02-02 22: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학교 다닐때 늘 점수매겨지던 것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나봐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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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동안 내 책상 앞에는 "Flexibility is the answer." 라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내가 직접 써서 붙여놓은 것이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없고 꽉 막힌 나를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일이 계획한대로 되어가지 않으면 노선을 변경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만 두고 싶어한다. 지각할 것 같으면 아예 결석을 해버린다. 잘 할 자신 없으면 아예 시작을 안한다. 이런 나의 성격을 고쳐보고 싶었었다. 좀처럼 고치기 어려운게 성격이라지만 그래도 인식하고 있는 이상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은 일고 있다고 본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지금은 그냥 생긴대로 살자는, 융통성도, 그 무엇도 아닌, 자포자기성? 이런 주의에 가까운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어차피 내 생각대로,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가보자는 것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이라면 이것은 굳이 "권리"라고 까지 할 것도 없이 당연한것 아닌가? 하지만 요즘은 나 아닌 나로 살아가는, 어떤 것이 나의 참모습이고 어떤 것이 과연 나의 의지에서 나온 행동, 또는 결정인지 모르고 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는 "파이팅!", "힘내!" 라는 구호보다 "잠깐 쉬어", "밥 먹고 해"라는 말이 훨씬 더 피부에 와 닿는 조언이 아닐까. (97쪽-'더 노력해라'라는 말을 거부할 권리)

다른 사람들은 과연 남들이 '화이팅'외쳐주는 소리에 얼마나 더 기운을 낼 수 있는지 모르지만 내 경우엔 별로이다. 어떤 땐 무자비하고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한다. 정 트리오의 어머니인 이원숙 여사 얘기가 생각난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유학 시절 너무 힘이 들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어머니 이원숙 여사에게 바이올린을 이제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말 큰 맘 먹고, 어머니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질 각오로 말은 하면서도 어머니가 허락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는데, 뜻밖에 어머니로부터 나온 대답은, '그래, 네가 그렇게 힘들다면 그만 하자.' 정경화는 그 말에 오히려 정신이 번쩍 나서 다시 바이올린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안그래도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습관적으로 하는 '파이팅'보다 훨씬 힘이 되는 것이다.

가면우울증이란 속마음은 우울한데 겉으로는 쾌활한 척해야 하는 간극에서 오는 마음의 병이다. (113쪽-사교적이지 않을 권리)

지난 여름, 오랜만에 본 지인으로부터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말을 들었다. 농담삼아 "갱년기 우울증인가보죠" 라고 했더니 말할때보면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보이지 않느라고 힘든가봐요." 그렇게 대답했던 적이 있다. 왜 우리는 늘 웃어야 하는가.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 우리들의 마음은 병들어간다.

대부분의 정신적인 문제는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답입니다. (156쪽-끝까지 가볼 권리)

노동없는 삶은 부패한다고 까뮈가 말했다. 생각을 줄이고 행동을, 매일 일부러라도 땀을 흘려 몸을 움직여야할 이유이다.

'정보를 지닌 개인들'이 단 5퍼센트만 있어도 200명에 이르는 군중들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무리를 따라간다. (182쪽-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

대학교1학년 교양영어 교재에서 'passionate a few (a few passionate 이었던가?)' 라는 말이 나왔는데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몰랐다. 번역본에는 열정적 소수라고 나와있었고 수업 시간에도 비슷하게 해석을 하고 넘어갔던 것 갔지만 그 의미가 마음 속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흐른 후였다. 이 세상은 다수에 의해 움직여가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인 소수, 그 몇 명에 의해 움직여간다는 것은 내게 충격이었다. 리드하는 그 소수 그룹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따라가는 나머지 그룹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는 특히 더 심하지 않나? 한번 유행하기 시작하면 온 나라를 그 상품, 그 유행이 휩쓴다. 따르지 않는 사람은 이상해보인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을 꺼내드는 나는 가끔 특이한 사람이 된다. 무엇을 사든 끝내 외로워질 것이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까지만 썼어도 공감했을텐데 오히려 그 다음 구절이 더 마음에 들어온다.

그러나 정말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뭔가가 있고 감당할 만하다면 한 번쯤 확 저지르는 것까지 억압할 필요는 없다. 집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제공하는 좋은 것을 누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니까. 세상 한가운데에서 수도자처럼 살기는 애당초 쉽지 않은 일. 다만, 소비가 주는 일시적인 만족감, 광고가 주는 애달픈 찰나의 환상을 거리를 두고 지켜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자유의지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니까. (185쪽-광고를 보지않을 권리)

그래, 융통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을 수 있는 포용력. 중요한 것은 내 자유의지라는 말도 마음에 든다.

인류 최초의 철학자는 걷는 이었을 것이다. 생존을 벗어난 걷기, 아무런 목적도 지니지 않는 걷기에 중독된 사람은 사색에 잠길 수 밖에 없다. 그이는 오로지 걷는다는 한 가지 행위에 몰입하면서 자신과 세상을 음미하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으리라. 동료의 채근과 못마땅한 시선을 뒤로한 채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서 그이는 단독자로서의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때로는 가슴이 터질 듯 충만하고, 때로는 허수경 시인이 노래했듯 '의전하게 차오르는 눈물'을 눈가에 매달면서. (202쪽-게으르게 산책할 권리)

걷기에 대해서라면 나도 100% 공감이다. 우울해도 걷고, 화가 나도 걷는다. 머리가 복잡할때도 걷는다. 심심해도 걷고 답이 떠오르지 않을때도 걷는다. 걷는 것 자체는 별로 힘들지 않다. 그보다는 걷기 위해 몸을 일으켜 문 밖을 나서기까지가 더 힘들다.

씻고,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자는 일 외에

어떤 기대나 계산 없이, 희망도 절망도 없이

자발적으로 매일 빠지지 않고

조금씩 하는 '그것'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준다. (224쪽-이자크 디네센)

난 이런 말이 너무 좋다.

삶을 긍정하는 시퍼런 기상 (247쪽)은 눈이 띄는 대단한 행위나 행동에 있지 않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 남의 말에 내 인생을 잣대질 하지 말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한다 해도 나는 자유이다. 그 어떤 시련이나 고통도 자유로운 나를 해치지는 못한다. 부정적인 감정도 잘 대접하고 예의를 다하면 언젠가는 떠나간다. 부정적인 감정도 깨달음과 지혜를 준다. 그러나 치러야 할 수업료 역시 만만치 않다. (250쪽)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내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잘 대접하라는 말. 그것이 지나갈때까지 침착하게 잘 들여다보라는 말.

 

읽으면서 포스트잇 붙여좋은 곳을 다 옮겨적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동생이 읽어보라고 사주었지만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늑장부리다 읽기 시작한 책.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뜻밖에 나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절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책이다. 아주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실컷 수다를 떨고난 후의 만족감이다.

동생,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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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월하기로 한다고?
    from so 2013-01-27 12:21 
    팜므느와르님이 쓰신 글을 어느새 아껴 읽고 있는데 그분의 글은 신문의 칼럼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신문과는 달리 주로 밤에 그분의 글을 읽게 되는 데 그날 하루 나의 일상을 지켜보고 쓰신 글 같은 글을 만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거나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맑아지거나 어제처럼 "어머 어쩜~~~나도 그 경험 했어요."라며 막 수다를 떨고 싶은 느낌이 들게 하는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팜님의 글을 다시 읽고 간지러움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람처럼 먼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 문정희 산문집
문정희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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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라는 이름. 한국 시단에서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한다. 시인으로서의 삶을 일찍 시작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많이 쓰기도 했다. 대외적인 활동도 부지런히 하는 시인이다. 50대에 이르러서까지 시인으로서의 열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듯 하니 거칠 것 없는 활보는 계속 될 것 으로 예상되는 시인.

그런 시인으로서의 문정희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도끼' 삼아 녹녹치만은 않았을 생을 부여잡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것은 늘 나를 궁금하게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시인 문정희에게 그것은 '문학'이었다. 자신을 자신으로 유지시켜주는 것, 앞에 나타난 장애물을 헤치고 나가게 해주는 수단, 끝까지 놓지 않고 손에 꼭 쥐고 가야하는 물건. 도끼.

책의 내용은 기대만큼 무겁진 않았다 (!). 열심히 활동하는 시인이니 외유의 경험도 많을 터. 거기서 얻은 감상과 나름대로의 깨우침이 얼마나 많았으랴. 책 첫장의 작가의 말에 이 책은 고독과 자유와 방황, 그리고 만남과 감각에 대한 산문이라고 했는데 너무나 뻔한 단어들의 나열이기에 눈여겨 보지 않았다가, 책을 다 읽고 보니 정말 그렇다는 것을 알겠다. 고독의 댓가로 치루어야 하는 자유. 고독하지 않은 동안 인간은 자유를 갈망한다. 자유를 누리는 동안은 고독에 운다. 세계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가진 '만남', 삶이라는 여정 속의 '만남'. 저자에게 그 중 제일은 미당 서정주와의 만남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시인의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져 있으니 절대 지루할 리 없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거침없이, 보통사람들의 감각으로는 힘든 감정의 색깔을 시원하게 터뜨려 주는 저자의 문학성은 대단하지만, 뭔가 익어갈수록 그 표현이 화려하고 시원시원하기보다는 더 절제되고 단순해지는, 깊이 있고 무게가 있지만 결코 장황하지 않은, 그런 멋은 느끼지 못했다. 내가 바라는 문학은, 글은, 그렇게 읽혀지는 문학이고 글인가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10/10 정도 초감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시인이 되는 것일까? 남들보다 확실히 더 예민한 수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타고난나고들 하지 않나. 그리고 이것을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초감도 감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표현할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른 시인들의 글을 읽으며 해소한다.

"누가 승리를 말할 수 있으랴-극복이 전부인 것을!"

살면서 이런 생각을 안하며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릴케 정도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이 너무 스르륵 읽혀서, 기대한만큼만 느낄 수 있었기에, 별점을 세개 주고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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