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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그냥 울어
스즈키 히데코 지음, 이정환 옮김, 금동원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전에 읽은 책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와 함께 동생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그 책에서 '가면우울증'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참 애매한 용어이다. 자기 감정을 고스란히 얼굴에 그대로 다 나타내고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건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측면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다는 잠재의식때문에 나의 감정과 전혀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마음 속에 더 큰 문제를 키우는 길이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합리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쉬운가? 그리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표현하라는 것보다 참고 내색하지 말라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자랐으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원제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수녀님께서 쓰신 책이다. 수녀님이면서 문학, 심리 등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으며 특정 종교의 경계를 넘어 문학 요법, 심리 요법을 통해 아픈 사람들의 내면 치료에 주력하는 분이라고 한다. 힘들면 굳이 감추고 덮으려 하지 말고 그냥 울라는 말.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인상적인 말은 따로 있다. 먹고 사는데는 별로 문제가 없으나 사는게 허무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은 일이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하소연 하는 50대 여성에게 저자는 무어라고 대답했을까. 나에게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로 눈길을 돌려보라고 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해보라고. 작은 예로 그 여성이 꽃 가꾸는 취미가 있고 제일 좋아하는 꽃이 아프리카제비꽃이라고 하자 저자는 주위에 알고 있는 지인들의 생일 목록을 작성하라고 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생일에 이름을 밝히지 말고 정성껏 키운 제비꽃을 선물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만약 그래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때 다시 자기를 찾아오라고 한다. 마음을 다스리라, 인간은 누구나 다 외롭다, 이런 식의 조언이 아니었다. 내가 나서서 남에게 베푸는 행위가 곧 나에게 베푸는 행위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 살아가는 방법으로서 참 다행스런 해답이다.
고통을 견뎌내고 뛰어넘으면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이 세상은 이렇게 저렇게 서로 엮여있는가보다.
'언령'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말에 혼이 있다는 뜻인데, 말에는 강한 힘이 있어서 좋은 말을 되풀이하여 영혼을 울리면 언령이 사람의 내부에서 행복을 끌어내 줄 것이라고 한다. 좋은 말을 많이 하도록 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의 소득은, 글의 내용과 상관없지만 여기 실린 그림들이다. 찾아보니 뒷표지에 '일러스트 금동원'이라고 나와있다. 남자 이름 같지만 여자화가. 클레의 색동띠가 연상되기도 하고 판화 느낌이 나기도 하는, 시원시원하고 밝은 색의 그림들이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려놓는 것 같았다. 이런 그림을 방에 걸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범국민적 유행어가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더 풍요로운 시대에 살면서 우리에겐 왜 예전보다 더 힐링이 필요한 것일까. 왜 이 세상엔 아직도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아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우울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준 책이다.
동생아, 고맙다.